비엔나의 거리들/1구 인네레 슈타트

참고자료 23 도로테움(Dorotheum)

정준극 2009. 7. 29. 22:28

참고자료 23

 

도로테어가쎄와

세계적 미술품 경매장 도로테움(Dorotheum)

 

도로테움의 로고(빨간색 바탕에 하얀 글씨)

 

런던에 소더비가 있다면 비엔나에는 도로테움이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이다. 비엔나 1구의 도로테어가쎄에 본부가 있다. 도로테어가쎄는 예전에 그곳에 있던 성도로테아 수도원에서 비롯한 명칭이다. 도로테어가세(Dorotheergasse)는 슈테판스플라츠에서 그라벤 쪽으로 향하다가 왼쪽 슈피겔가쎄(Spiegelgasse)를 지나서 아우구스틴 교회가 있는 쪽으로 뻗어 있는 길이다. 도로테어 수도원은 한 때 여왕수녀원이라고 불렸다. 그 연유는 다음과 같다. 16세 때에 프랑스의 샤를르 9세와 결혼한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 대공비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파리에서 지낼 때 끔찍한 성바르톨로뮤(St Bartholomew) 학살사건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인 불행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엘리자베트는 남편 샤를르와 어린 딸을 잃었다. 스무 살에 과부가 된 엘리자베트는 고향 비엔나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2년 후에는 친정아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재위: 1564~1576)가 세상을 떠났다. 새로 황제가 된 오빠 루돌프 2세가 비엔나의 궁전을 프라하로 옮기며 엘리자베트에게 함께 가자고 권했으나 엘리자베트는 굳이 프라하로 따라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비록 앞길이 창창한 젊은 나이였지만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수녀원에 들어가 평생을 지내기로 결심했다. 엘리자베트 왕비가 몸을 의탁한 곳이 도로테어 수도원이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성도로테어 수도원에 엘리자베트 왕비가 기거했고 이 수녀원이 천사들의 여왕인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것이기 때문에 여왕수도원(Königinkloster)이라고 불렀다. 또한 애칭으로는 탄테 도로테(Tante Dorothee: 도로시 아줌마)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도 비엔나 토박이들에게 탄테 도로테에 대하여 얘기하면 '아, 도로테룸을 말하는구만...'이라면서 반색을 한다.

 

팔레 도로테움. 주차가 가장 문제.

 

도로테어 수도원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종교개혁의 여파로 활기를 잃어갔으며 결국 요셉 1세 황제(재위: 1705-1711) 시대에는 문을 닫게 되었다. 당시 호프부르크 일대에는 전당포들이 많았다. 귀족들이 갑자기 돈이 필요하면 골동품들을 들고 와서 전당포에 맡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교적이었던 요셉 1세는 비엔나 전당포연합회를 구성토록 지원해주고 나중에는 빈집이었던 도로테어 수녀원 건물에 전당포연합회가 입주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현재 도로테움 건물의 전신이었다. 사람들은 전당포연합회관을 판들라이에(Pfandleihe: 전당포의 애칭)라고 불렀다. 그래서 비엔나 사람들은 아직도 도로테움을 비엔나 식으로 Pfandl(판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전당포연합회관에서는 경매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 프라하 도로테움에서의 미술품 경매 안내. 오브로브스키 야쿱의 작품 살로메. 당시 22만 코루나.

 

전당포연합회(판들라이에)가 들어 있던 도로테어 수도원 건물은 1782년 요셉 2세 황제의 대비엔나 도시계획 때에 우선적으로 헐렸다. 붕괴위험 및 외관상 문제로 더 이상 보존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로테어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거장 에밀 폰 페르스텔이 설계를 맡은 네오 클라식 양식의 건물이었다. 도로테어의 이름을 빌려서 팔레 도로테움이라고 불렀다. 1901년 프란츠 요셉 황제 때에 도로테움은 미술품 경매장이 되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 가구, 보석류, 고서적, 고화폐, 양탄자. 고악기 등 모든 골동품 및 예술작품이면 무엇이든지 경매하는 장소가 되었다. 도로테움(Dorotheum: 도로토임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음)은 도로테어가쎄 17번지에 있다.

 

도로테어가쎄

 

도로테움은 정부가 관리하는 국제 공인 경매장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비엔나전당포협회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도로테움에서는 매년 2,400건의 경매가 이루어져 약 70만점의 골동품 등이 거래된다. 경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오후 2시에, 토요일에는 오전 10시에 이루어진다. 경매품을 감정한다는 구실을 들면 하루 종일 구경할 수 있다. 도로테움의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있는 안뜰에는 수도원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다. 오늘날에는 경매가 국제적이기 때문에 주로 컴퓨터를 통한 전자경매가 이루어진다. 비엔나의 도로테움은 런던의 소더비(Sotheby) 또는 크리스티스(Christie's)와도 당연히 연결되어 있다. 비엔나 도로테움은 비엔나에만 16곳에 지사가 있으며 전국적으로 도른비른(Dornbirn), 인스부르크, 린츠, 클라겐푸르트, 잘츠부르크, 파슁(Pasching), 비너 노이슈타트, 생 푈텐에 지점을 두고 있다. 또한 프라하, 브뤼셀, 뒤셀도르프, 뮌헨, 밀라노, 로마, 자그레브, 피렌체, 토쿄에 대리점을 두고 있다. 도로테움에는 약 4백명의 직원이 있으며 그중 약 70명은 미술품 감정가이다.

 

비엔나 전당포연합회를 만들어준 요셉 1세 황제. 그림 자체는 물론, 몸에 걸치고 손에 들고 있는 것만 경매에 내놓아도 대단한 금액이 될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