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35. 윌렴 볼콤의 '맥티그'

정준극 2013. 9. 26. 20:51

맥티그(McTeague)

윌렴 볼콤(William Bolcom)의 2막 미국적 오페라

프랭크 노리스 원작의 동명 소설을 바탕

 

윌렴 볼콤

               

'맥티그'(McTeague)는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인 프랭크 노리스(Frank Norris: 1870-1902)의 사실주의 소설의 제목이며 그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20세기에 미국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어서 연극과 영화, 그리고 오페라로까지 만들어진 소설이다. 오페라 '맥티그'는 미국의 원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윌렴 볼콤(William Bolcom: 1938-)이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위촉을 받아 작곡하여 1992년에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세계 초연을 가졌다. 대본은 아놀드 봐인슈타인(Arnold Weinstein)과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n)이 완성했다. 아놀드 봐인슈타인은 윌렴 볼콤과 평소부터 콤비로서 일해온 사람이며 로버트 알트만은 무대감독 겸 영화 제작자로서 유명한 사람이다. 오페라 '맥티그'는 워낙 사회적인 관심을 끌었던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므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편 프랭크 노리스의 '맥티그'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는 지금까지 두세편이 만들어진 것이 있다. 그중에서 1924년에 거장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Erich von Stroheim: 1885-1957)이 감독한 'Greed'(그리드: 탐욕)가 가장 두드러진다. 주인공 맥티그는 원작에서 무슨 맥티그인지는 전혀 소개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예를 들어서 트리나 시에프, 마커스 스카울러 등등 풀 네임이 소개되었는데 맥티그만은 맥티그로서 그만이어서 흥미롭다. 오페라 '맥티그'는 냉혹하기만 한 미국 생활을 음악으로 표현한 하나의 단편이라는 평을 받았다.

 

오페라 '맥티그'는 미국의 오페라 발전과정에서 참으로 적당한 시간에 나온 작품이었다. 20세기도 후반에 들어선 미국의 오페라계는 '무엇이 진정한 미국의 오페라냐?'라는 질문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오페라가 건전한 전통을 가져야 한다고 갈망하는 인사들도 많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오페라계가 생각할수 있는 두가지 방향이 제시되었다. 하나는 미국만이 자랑할수 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에너지에 전통적인 유럽 오페라의 감각을 병합하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시도는 여러번 있었고 그때마다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예를 들면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캔다이드', 스테픈 손드하임의 '블리커가의 악마 이발사 스위니 토드' 등 전통적인 오페라 형태이면서도 미국적인 뮤지컬의 바탕을 지닌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보다 향상된 차원에서 진정으로 미국적인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들이었다. 한편, 대본에 있어서도 영어가 아닌 미국어의 특성을 살린 것이 나와야 하고 전반적인 정서도 미국적인 정서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들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만의 특성을 살린 미국적인 정서의 오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가 1992년 10월에 무대에 올린 윌렴 볼콤의 '맥티그'는 그러한 갈망이 명백하게 표현된 작품이며 아울러 미국의 오페라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제시한 작품이다.

 

작가 프랭크 노리스

 

시카고 리릭 오페라는 유럽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과 병행하여 미국적인 오페라를 발굴하여 공연하는 것을 하나의 사명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197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능하면 매 시즌마다 한 편씩의 미국 오페라를 공연한다는 야심차고 거룩한 계획을 추진하였다. 물론 매 시즌마다 새로운 미국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력만은 가상하여서 그동한 여러 편의 창작 오페라를 공연하였고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가 1976년에 윌렴 볼콤에게 위촉한 '맥티그'도 그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처사이다. 오페라 '맥티그'는 지금까지 나왔던 미국 오페라와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스타일의 미국 오페라를 보여주자는 노력의 결실이다. 사실상 볼콤은 유럽의 전통적인 음악과 미국의 대중적인 극장음악을 복합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어찌보면 '맥티그'도 그러한 바탕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적인 남성 4중창(이를 바버샵 쿼텟이라고 부른다)을 도입하였고 여기에 세기말에 유행한 길거리 음악(틴 팬 앨리)까지 덧 붙였다. 여기에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조용한 월츠풍의 춤곡인 파스칼리아 스타일의 음악을 혼합하였다. 물론 여러 음악적 스타일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들었지만 대체적으로는 뛰어난 표현이라는 평을 들었다.

 

1999년에 나온 프랭크 노리스의 '맥티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어떤 치과의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맥티그'라는 이름의 치과의사는 성질이 난폭하고 고집이 황소같은 사람이다. 물론 덩치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커서 위압을 준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난폭하고 고집 센 사람은 아니었다. 살다가 보니 질투와 분노에 넘치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자기 부인을 죽이는 살인까지 저지른다. '맥티그'의 가정이 미국의 전형적인 가정이라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문제를 지닌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생각할 때 맥티그의 가정은 그런 추세의 모델이었다고 볼수 있다. 소설 '맥티그'는 유럽의 사실주의(또는 자연주의)를 미국적인 픽션으로 표현코자 시도한 작품이다. 작가인 노리스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던 사람이었고 여기에 작곡자인 볼콤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대본가들도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으며 더구나 초연의 감독을 맡았고 대본 작성에도 한 몫을 한 로버트 알트만도 그런 사조의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초연의 지휘자인 드니스 러셀 데이비스(Dennis Russel Davies)는 미국의 창작 오페라라고 하면 발벗고 나서서 챔피언의 역할을 맡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박자가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아이디어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세트 디자인을 맡은 유리 쿠퍼라는 사람의 기여도 빼놓을수 없다. 모스크바 출신인 그는 화려한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초라하고 어두운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찬사를 받았다. 오페라 '맥티그'에 대한 해설은 필자의 부족한 지식수준으로 인하여 더 이상 확장하기가 어려우므로 이만 줄이고자 한다.

 

오페라 '맥티그'의 등장인물들을 소개한다. 주인공 맥티그(T)는 샌프란시스코의 치과의사이다. 하지만 무면허이다. 사회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인물이다. 마르커스 스카울러(Marcus Schouler: Bar)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맥티그의 친구이다. 트리나 시에프(Trina Sieppe: S)는 마르커스 스카울러의 사촌 여동생이다. 나중에 맥티그와 결혼하여 그의 부인이 된다. 트리나의 아버지가 파파 시에프(B-Bar)이며 어머니가 마마 시에프(MS)이다. 트리나에게는 남동생도 있다. 오우구스트(Owgooste: 보이스 소프라노)라는 특이한 이름의 소년이다. 마리아 미란다 마카파(Maria Miranda Macapa: MS)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맥티그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인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이다. 이밖에 경찰(셰리프: T). 복권 에이젠트와 보건감독관(1인 2역: B), 다른 치과의사, 웨이터들, 손님들, 바버샵 4중창단, 셰리프가 조직한 수색대 등이 등장한다. 이제 줄거리로 들어가보자.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의 오페라 '맥티그' 리허설 장면

 

맥티그는 가난한 광부의 가정에서 태어나서 공부를 많이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 지식 수준이 낮다. 그런 맥티그가 샌프란시스코의 폴크 스트리트(Polk Street)에 치과 가게를 차렸다. 치과 병원을 가게라고 부른 것은 실은 그가 무면허 치과의사여서 남들처럼 번듯하게 의사 노릇을 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날 맥티그의 오랜 친구인 마커스 스카울러가 사촌 여동생 트리나 시에프를 데리고 맥티그를 찾아 온다. 트리나의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마커스는 비록 사촌 여동생이지만 시에프를 무척 좋아한다. 만일 맥티그의 성격이 활달했다면 트리나에게 벌써 데이트하자고 청했을 지도 모른다. 맥티그는 그런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맥티그는 트리나의 치아를 치료하면서 그만 트리나의 매력적인 모습에 홀딱 반한다. 마커스는 친구인 맥티그가 사촌 여동생인 트리나의 이빨을 아주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고 있어서 참 고마운 친구도 다 있다라고 생각하며 대기실에서 잡지를 보며 기다리고 있다. 어느덧 맥티그는 트리나에게 자기도 한번 사랑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트리나도 맥티그가 싫지는 않았는지 드디어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눈다. 맥티그와 트리나는 서로 변치 말자는 식의 약간은 유치하지만 통상적인 사랑의 약속을 한다. 이빨 치료를 마치고, 맥티그와 장래를 약속하고 나온 트리나는 뜻밖에도 전에 우연히 사 놓았던 복권이 당첨되어 무려 5천 달러를 타게 된다. 트리나의 집에서는 막대한 금액의 복권이 당첨된데 대한 축하 파티가 열린다. 파티가 한창일 때에 트리나의 어머니인 미세스 시에프가 맥티그와 트리나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다. 마커스는 복권에 당첨된 트리나가 맥티그와 결혼한다는 발표를 듣고는 그만 질투심에 어쩔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비록 사촌이지만 자기도 트리나를 좋아해서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고 만일 자기가 트리나와 결혼하면 5천 달라를 가질수 있었는데 그것을 맥티그가 차지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났던 것이다. 

 

'트리나' 그림

 

맥티그와 트리나의 결혼식이 열린다. 그후 미세스 시에프(트리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트리나의 식구들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다른 먼 곳에서 살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맥티그와 트리나만이 산다. 트리나는 알뜰한 주부이다. 살림을 아주 알뜰하게 한다. 트리나는 복권에 당첨되어 받은 5천 달러의 원금에는 절대로 손도 대지 않는다. 트리나는 5천 달러를 삼촌에게 맡겨서 이자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어 쓴다. 트리나는 맥티그가 치과를 해서 번 돈과 5천 달러에서 받는 이자, 그리고 트리나가 목각 인형들을 만들어 팔아서 생긴 돈으로만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리나는 주로 노아의 방주와 방주에 들어간 동물들을 목각하여 삼촌의 가게에 내다가 팔고 있다. 트리나는 단 한푼이라도 절약해서 생긴 돈이 있으면 몰래 트렁크 안에 모아둔다. 맥티그와 트리나 부부는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옛날부터 친구 사이였던 맥티그와 마커스의 사이는 나빠진다. 동네에서는 가끔 씨름 시합이 열린다. 그럴 때면 덩치가 큰 맥티그가 매번 씨름판을 휘어 잡는다. 어느날 맥티그는 마커스와 씨름을 하게 된다. 힘이 장사인 맥티그가 어떻게 하다가 마커스의 팔을 부지른다. 얼마후 마커스는 팔이 낫자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저 남쪽에 가서 목장이나 한다면서 떠난다. 마커스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이라면서 그래도 맥티그의 집을 찾아간다. 맥티그는 마커스에게 친구로서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마커스와 아쉬운 듯 작별을 한다.

 

맥티그의 가족

 

맥티그의 불법 치과 행위가 당국에 의해 적발되어 더 이상 치과를 할수 없게 된다. 마커스가 동네를 떠나기 전에 당국에 맥티그가 자격증도 없고 학위도 없으면서 불법 친과 진료를 하고 있다고 고발하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맥티그의 집에는 어려움이 몰려온다. 맥티그가 수입이 없게 되자 트리나와 식구들은 더 형편없는 집으로 이사를 간다. 트리나는 점점 더 쥐어짜는 생활을 한다. 구두쇠도 그런 구두쇠가 없을 정도이다. 어느날 맥티그는 그동안 트리나가 몰래 저축해 둔 돈을 발견한다. 4백 달러나 되는 거액이다. (현재의 시세대로 한다면 아마 1만 달러는 더 되는 금액이다.) 맥티그는 돈에 눈이 어두워서 그 돈을 가지고 트리나를 버리고 가출한다. 이제 트리나는 더더욱 돈의 노예가 된다. 트리나는 삼촌에게 맡겼던 원금을 찾아서 금으로 바꾸어 방안에 두고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한다. 트리나의 방에는 그동안 트리나가 모아둔 동전 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트리나는 금덩이와 동전들을 침대 위에 수북히 깔아 두고 그 위에서 딩구는 것을 최대의 낙으로 여기고 지낸다.

 

영화 '그리드'의 한 장면. 트리나가 맥티그의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맥티그는 트리나로부터 훔쳐서 가지고 간 돈을 다 쓰고 무일푼이 되어 어찌할수 없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트리나는 그런 맥티그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는다. 맥티그는 가게에서 위스키 한병을 사서 숨도 쉬지 않고 마신다. 술기운에 정신이 확 돌은 맥티그는 자기의 분을 참지 못해서 트리나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트리나가 숨을 거둔다. 맥티그는 트리나의 금괴들을 모두 싸들고 그동안 지냈던 광산 촌으로 떠난다. 셰리프가 수색대를 조직해서 맥티그의 뒤를 추적한다. 수색대가 자기를 쫓아 온다는 것을 눈치 챈 맥티그는 방향을 바꾸어 남쪽의 멕시코로 간다. 한편 마커스는 맥티그가 트리나를 죽이고 돈을 훔쳐서 도망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올라와서 수색대에 합류한다. 마커스는 마침내 맥티그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서 찾아낸다. 두 사람은 사막의 한 복판에서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마커스는 맥티그가 가지고 있는 마실 물과 트리나의 금괴를 차지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수통이 깨지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물이 다 사라진다. 덩치가 큰 맥티그가 마커스를 죽인다. 마커스는 죽는 순간에 자기의 손과 맥티그의 손을 쇠고랑으로 묶어 풀수 없도록 한다. 뜨거운 햇빛이 내려 쬐는 황량한 사막의 한 가운데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사막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수 없는 사막이다. 마실 물은 한 모금도 없다. 맥티그의 유일한 동반자는 마커스의 시체뿐이다. 그리고 한쪽에는 트리나의 전재산인 5천 달러로 산 금괴가 있을 뿐이다.

 

소설 맥티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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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드'(Greed)의 줄거리

 

영화 '그리드'(Greed)는 프랭크 노리스의 소설 '맥티그'를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Erich von Stroheim)이 1924년에 영화 버전으로 제작한 것이다. 오리지널 필름은 무려 8 시간에 이르는 작품이었지만 MGM이 컷하여서 두시간 이내 짜리의 영화로 만들었다. 삭제된 필름은 분실되어서 어떤 내용인지 알수가 없다.

 

영화에서는 맥티그의 이름을 존(John)이라고 붙였다. 영화는 존 맥티그가 캘리포니아주 플레이서 카운티에 있는 어떤 광산에서 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느날 존 맥티그와 식구들이 사는 마을에 떠돌이 치과의사인 자칭 '닥터 페인레스 포터'(Dr. Painless Potter)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이름에서 볼수 있듯이 무통(無痛) 의사라는 이름이다. 세상에 치과가는 것처럼 싫어하는 일도 없을 만큼 치과라고 하면 아픈 것의 대명사인데 아프지 않게 치료한다고 하니 인기가 좋을수 밖에 없다. 마을 사람들이 '닥터 페인레스 포터'를 찾아와서 이빨들을 치료를 받는다. '닥터 페인레스 포터'는 은근히 돈을 많이 번다. 물론 마을 사람들도 도시의 치과에 가서 많은 돈을 주고 이빨들을 치료받지 않아서 그런대로 좋아한다. 맥티그의 어머니는 '닥터 페인레스 포터'를 만나서 아들 맥티그를 조수로 써 달라고 간청한다. '닥터 페인레스 포터'는 맥티그의 체격이 우람하여 궂을 일도 마다하지 않고 쉽게 할 것 같아서 두말하지 아니하고 맥티그를 조수로 쓴다. 그로부터 얼마후 맥티그는 치과의사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의 폴크 스트리트에 조그마한 병원을 차리고 사라들의 이빨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가 프롤로그이다.

 

맥티그의 오랜 친구인 마커스 스카울러가 사촌 동생이라면서 트리나 시에프를 맥티그의 치과병원으로 데려온다. 마커스는 비록 사촌이지만 그런 것은 따지지 않고 트리나와 결혼할 생각이다. 마커스는 트리나를 마치 약혼녀처럼 생각한다. 맥티그는 마커스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트리나를 잘 치료해 주겠다고 말한다. 트리나는 치료 순서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남자 복권 가게에서 복권 한장을 한다. 맥티그는 트리나를 치료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트리나에게 매혹당하여 사랑하는 감정이 생긴다. 맥티그는 친구 마커스가 트리나를 결혼상대자로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다만 트리나가 마커스의 사촌 여동생이므로 요새 말로 트리나와 사귀어도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마커스는 맥티그의 마음이 요지부동인 것을 보고 그러면 그렇게 해 보라고 말하지면 허락을 한다. 맥티그가 트리나에게 결혼해 달라고 요청하자 트리나는 맥티그가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안정된 직업의 사람이며 먹고 사는데는 걱정이 없을 것 같아서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마커스는 별로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 남자이기며 더구나 사촌 오빠이기 때문에 트리나로서는 사실상 결혼대상자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맥티그와 트리나가 결혼하기로 정하고 나서 잠시 후에 트리나가 산 복권이 당첨되어 무려 5천 달러라는 거액을 받게 된다. 마커스는 5천 달러나 되는 거액이 트리나와 맥티그의 것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속이 상해서 사실 그 돈은 자기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로부터 맥티그와 마커스의 사이는 멀어진다. 맥티그와 트리나는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작은 아파트를 구해서 생활을 시작한다. 맥티그는 트리나에게 복권이 당첨되어 받은 5천 달러로 좀 더 나은 집을 구해서 가자고 하지만 트리나는 듣는 체도 하지 않는다.

 

마르커스는 시골에 가서 목장이나 하겠다며 샌프란시스코를 떠난다. 그러나 떠나기 전에 비밀리에 보건당국을 찾아가서 맥티그가 자격증도 없이 치과치료를 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옛날부터 친구였던 맥티그를 파멸시키기 위해서이다. 결국 맥티그는 치과병원의 문을 닫지 않으면 감옥에 들어갈 처지가 된다. 맥티그는 트리나에게 다른 사업을 하겠으니 돈 좀 쓰자고  간청하지만 트리나는 절대로 안된다고 말한다. 트리나는 5천 달라 이외에도 그동안 별도로 조금씩 저금을 해서 200 달러나 모아둔 돈이 있다. 맥티그의 수입이 끊어지니까 당장 집세도 내기가 어렵게 된다. 맥티그와 트리나는 가지고 있던 다른 물건들을 팔아서 겨우 집세를 내고 식료품을 조금 사서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지낸다. 그런데도 트리나는 자기의 돈을 단 한 푼이라도 쓸 생각이 없다. 더 이상 참을수 없게 된 맥티그는 화가 나서 트리나를 때리고 손 가락을 물어서 깊은 상처를 입힌다. 맥티그는 어디가서 고기잡이라도 해서 돈을 벌겠다는 말과 함께 집을 나가겠다고 하면서 트리나가 몰래 저금한 상자를 찾아내서 들고 나간다. 트리나가 결혼후부터 지금까지 입을 것 입지 않고, 먹을 것 먹지 않으면서 몰래 몰래 모아둔 돈은 450 달러나 되었다. 맥티그가 그것을 몽땅 들고 나간 것이다.

 

트리나의 손 가락은 염증이 생겨서 어쩔수 없이 절단해야 했다. 트리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초등학교의 청소부로 들어간다. 트리나는 은행에 맡겨둔 5천 달라를 자기 곁에 두고 매일 보고 싶어서 찾아온다. 트리나는 은행에서 찾아온 5천 달라 지폐를 침대에 펴 놓고 그 위에서 누워야 잠을 잘수 있게 된다. 트리나는 돈의 노예가 되다시피 되었다. 어느날 맥티그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다. 트리나에게서 빼앗아 간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돈을 더 달라고 하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다. 맥티그는 트리나가 아직도 5천 달러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맥티그는 트리나가 집에 없자 트리나가 일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간다. 맥티그와 트리나는 심한 언쟁을 벌인다. 맥티그는 또 그놈의 성질을 참지 못하고 트리나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트리나는 맥티그가 너무 심하게 때리는 바람에 그만 죽는다. 맥티그는 트리나의 집에 가서 5천 달라를 찾아서 가지고 도망간다.

 

이제 맥티그는 돌이킬수 없는 살인자가 된다. 맥티그는 옛날에 광산에서 일하던 플레이서 카운티를 찾아간다. 맥티그는 그곳에서 금맥을 찾는데 도사라고 하는 크리벤스라는 사람을 만난다. 크리벤스는 맥티그에게 데스 밸리에 가면 돈이 되는 광물을 쉽게 찾을수 있다고 하면서 가자고 한다. 데스 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로 간 두 사람은 상당한 량의 석영(콰르츠)이 매장되어 있는 것을 찾아낸다. 이제 백만장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그런데 맥티그는 자기를 추적해 오는 수색대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맥티그는 우선 살기 위해서 데스 벨리의 더 깊숙한 곳으로 트리나로부터 훔쳐 온 돈과 수통 하나를 가지고 말을 타고 도망간다. 맥티그는 아무리 수색대라고 하지만 설마 그곳까지는 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맥티그가 트리나를 죽이고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은 마커스는 수색대에 자원해서 들어가 맥티그의 뒤를 쫓는다. 마커스는 맥티그를 그의 손으로 체포하고 싶다. 그래서 단독으로 말을 타고 데스 벨리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며칠이 지난다. 맥티그는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빨리 도망가지 못한다. 그런 맥티그를 마커스가 마침내 발겨난다. 드디어 마커스와 맥티그가 대면한다. 갑자기 맥티그의 말이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마커스에게 달려든다. 마커스가 권총을 꺼내어 말을 쏜다. 그러나 말을 쏜다는 것이 빗나가서 맥티그의 수통에 구멍을 뚫는다. 마지막 총알 이었다. 목숨보다도 귀중한 얼마 남지 않은 물이 사막 바닥에 쏟아진다. 두 사람은 총을 팽개쳐 두고 주먹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덩치가 큰 맥키드가 우세하다.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마커스는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하여 수갑으로 자기 팔과 맥티그의 팔을 채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맥티그의 모습이다. 말도 없고 물도 없다. 다만, 자기와 수갑으로 한데 묶인 마커스의 시체가 있을 뿐이다. 맥티그는 돈을 집으려고 손을 뻗어 보지만 집을 힘도 없다.

 

영화 '그리드'의 한 장면. 맥티그와 트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