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92. 조아키노 로시니의 '젤미라'

정준극 2011. 7. 19. 23:39

젤미라(Zelmira)

조아키노 로시니

로시니의 '티토의 자비'(La clemenza di Tito)

 

젤미라. 현대적 연출

 

'젤미라'(Zelmira)는 로시니의 '티토의 자비'(La clemenza di Tito)라고 부를만큼 내용과 음악이 모치르트의 '티토의 자비'와 비슷하다. 그래서 로시니의 독일적(Teutonic) 오페라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만일 모차르트가 더 오래 살아서 오페라를 작곡했다면 아마 완전히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페라를 작곡했을 것이다. 만일 로시니가 더 오래 살았다면 아마 베토벤보다도 더 독일적인 오페라를 작곡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만 생각해 보아도 '젤미라'가 독일 스타일의 오페라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페라 '젤미라'는 로시니가 나폴리의 테아트로 산 카를로를 위해 작곡한 9편의 오페라 중에서 마지막 작품이다. 다시 말하여 로시니의 나폴리적 오페라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또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젤미라'가 로시니의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젤미라'는 1822년 2월 16일 나폴리의 테아트로 산 카를로(Teatro di San Carlo)에서 초연되었다. '젤미라'의 대본은 도르몽 드 블로이(Dormont de Belloy: 1727-1775)가 쓴 같은 이름의 희곡을 바탕으로 안드레아 레오네(Andrea Leone)가 썼다.

 

1989년 로마 공연에서의 젤미라

 

당시 로시니의 인기는 대단히 높았다. 1822년 초, 비엔나는 3개월에 걸친 '로시니 페스티벌'을 펼쳤다. 로시니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페스티벌이었다. 그해 2월에 나폴리에서 '젤미라'가 공연되어 히트를 기록하자 비엔나는 4월 13일 궁정극장에서 '젤미라'의 비엔나 초연을 가졌다. 대성공이었다. 비엔나는 곧바로 로시니를 초청하였다. '로시니 페스티벌'에 로시니가 없어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었다. 비엔나를 방문한 로시니는 '로시니 페스티벌'에서의 '젤미라'의 공연을 한층 의미깊게 만들기 위해 오리지널 악보에 몇 곡의 음악을 추가하였다. 런던에서도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런던은 '젤미라'의 나폴리 초연이 있은지 2년 후인 1824년 1월 24일 '젤미라'의 런던 초연을 가졌다. 로시니가 직접 지휘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새로 로시니의 부인이 된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Isabella Colbran)이 타이틀 롤을 맡았다. 스페인 출신의 이사벨라 콜브란은 로시니의 음악을 가장 훌륭하게 해석하는 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뛰어난 성악가였다.

 

폴리도로 왕과 젤미라와 엠마가 왕실의 영묘에서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로시니가 이사벨라 콜브란을 위해 '세미라미데'(Semiramide)를 작곡한 것은 잘 알려진 에피소드이다. 세미라미데는 소프라노 중에서도 스포가타(Sfogata)가 가장 적격이라고 한다. 이사벨라 콜브란은 바로 소프라노 스포가타이다. 소프라노 스포가타는 사실상 메조소프라노의 음색을 가진 소프라노로서 고음을 오래 끌수 있는 소프라노를 말한다. 이사벨라 콜브란에 대하여 한마디만 더 한다면, 그는 성악가이면서도 가곡집도 작곡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재능이 있는 소프라노였다. 이사벨라 콜브란은 '젤미라'의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것으로도 음악사에 기록되어 있다.

 

스페인 출신의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비엔나, 런던에서 성공을 거둔 '젤미라'는 1826년 파리에서 공연되었고 미국에서는 1935년 경에 뉴올리언스에서 공연되었다. 그후 어찌된 일인지 '젤미라'는 거의 100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1965년에 나폴리에서 다시 모습을 들어내 보였다. 하지만 100년전에서처럼 대대적인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그후 이곳 저곳에서 간헐적으로 공연되다가 2009년 8월 페사로에서 열린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리바이벌되어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폴리도로(Polidoro: B)는 레스보스(Lesbos)의 왕이다. 레스보스는 에게해의 동북쪽에 있는 그리스의 섬으로 고대에는 별도의 왕국이었다. 젤미라(S)는 폴리도로 왕의 딸이다. 엠마(Emma: Cont)는 젤미라 공주의 친구이다. 일로(Ilo: T)는 원래 트로이의 왕자로서 젤미라공주와 결혼하였으며 레스보스 왕국의 뛰어난 장군이다. 안테노레(Antenore: T)는 레스보스 왕국에 속한 미틸레네(Mytilene) 지방 사람으로 왕위를 찬탈코자 한 사람이다. 레우치포(Leucoppo: B-Bar)는 안테노레의 가신으로 음모에 뛰어난 장군이다. 이치데(Eacide: T)는 일로 왕자의 수하이다. 이밖에 주피터 신전의 고승(B) 등이 등장한다.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공연. 현대적 연출.

   

막이 오르기 전의 배경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제밀라와 결혼하여 레스보스 왕국에서 지내고 있는 트로이의 왕자 일로는 트로이에 그리스의 군대가 침공하자 조국을 지키기 위해 레스보스 섬을 떠난다. 일로 왕자가 없는 틈을 타서 미틸레네의 영주인 아조르가 폴리도로 왕을 암살하고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켜 왕궁으로 처들어 온다. 아조르는 아름다운 젤미라 공주와 결혼코자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사람이다. 아조르가 처들어오자 젤미라는 부왕을 왕실의 영묘에 몰래 숨긴다. 아조르가 젤미라에게 폴리도로 왕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젤미라는 농사의 여신인 체레스(Ceres)사원으로 갔다고 말한다. 아조르는 폴리도로 왕을 죽이기 위해 체레스 사원을 붙을 지른다. 아조르는 폴리도르 왕이 죽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아조르는 부하 장군으로 왕위를 노리는 안테노레에게 살해당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해피엔딩 

   

[제1막] 미틸레네의 전사들이 아조르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레우치포의 도움으로 아조르를 제거한 안테노레는 포리도로 왕의 죽음에 따른 책임을 젤미라에서 덮어 씌우려고 한다. 처음에는 젤미라의 친구인 엠마마저도 젤미라가 부왕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믿는다. 어린 아기의 안전을 걱정한 젤미라는 그제서야 친구인 엠마에게 부왕이 살아 있다고 밝히고 어린 아기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 달라고 부탁한다. 젤미라의 남편인 일로 왕자가 전쟁에서 승리하여 레스보스 섬으로 돌아온다. 일로 왕자는 안테노레가 꾸며대는 설명을 듣고 그대로 믿는다. 안테노레는 레스보스의 왕이 된다. 안테노레의 충복인 레우치포가 안테노레에게 걸림돌이 되는 일로 왕자를 암살하려 하지만 이같은 기미를 눈치 챈 젤미라가 레우치포의 단검을 빼앗는 바람에 암살기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젤미라의 손에 단검이 들려져 있는 것을 보고 젤미라가 남편인 일로 왕자를 암살하려던 것이라고 믿어서 젤미라는 체포하여 옥에 가둔다.

 

피날레. 아기와 함께 남편의 사랑을 찾은 젤미라. 현대적 연출.

  

[제2막] 사악한 레우치포는 젤미라가 몰래 남편인 일로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가로챈다. 편지에는 부왕이 살아 있으며 젤미라에 대한 모든 비난은 거짓이라는 얘기가 적혀 있다. 레우치포는 폴리도로 왕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 내기 위해 젤미라를 일부러 석방한다. 그러면 젤미라가 부왕인 폴리도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갈 것으로 생각해서 이다. 결국 폴리도로 왕과 젤미라는 레우치포의 병사들에게 사로 잡힌다. 이제 두 사람의 목숨을 사악한 레우치포와 안테노레의 손에 달려 있게 된다. 일로 왕자는 폴리도로 왕의 갑작스런 죽음을 의아헤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의 결혼생활이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을 한탄한다. 이러한 때에 젤미라의 친구인 엠마가 일로 왕자를 만나 모든 사실을 말해 준다. 일로 왕자가 충성스런 병사들을 이끌고 폴리도로 왕과 젤미라를 구출한다. 젤미라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기를 다시 만나 행복하다. 안테노레와 레우치포는 쇠사슬에 묶여 감옥으로 끌려간다.

 

젤미라는 남편 일로와 함께 행복한 재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