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돌프 크로이처의 '아벨의 죽음' - 202
아벨의 죽음(La mort d'Abel) - The Death of Abel
로돌프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의 2막 오페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작곡가 로돌프 크로이처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드는 데에는 대단 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대본에 성서에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내용이 가미되어 있다든지, 또는 성서의 기록을 왜곡해서 대본을 만들었다면 교회와 신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1988년도 헐리우드 영화인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서 딸까지 두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와 신도들로부터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 18-19세기에 오페라의 대본을 정부가 검열하고 승인을 하는 입장에서는 종교 오페라를 만드는데에 더욱 신중함이 필요했다. 정부로서는 교회와 공연한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의 어떤 정부는 오페라의 스토리가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은 것이면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아예 공연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프랑스 제1제국의 나폴레옹도 성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동안 서먹했던 가톨릭 교회와 겨우 화해를 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었는데 공연히 성서 이야기를 잘못 전달하는 무대 작품이 공연된다면 교회와의 사이가 다시 멀어질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한 때에 로돌프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 1766-1831)가 작곡한 '아벨의 죽음'이 제국음악아카데미(Academie Imperiale de Musique: 현재의 파리 오페라)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나폴레옹은 '아벨의 죽음'이 공연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공연 금지를 하려 했다. 또 무슨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극장장 등이 나서서 지금까지 이 오페라의 공연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만일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국가 재정의 낭비라고 하면서 공연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결국 그 바람에 겨우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극장장 등에게 '이제로부터 어떤 오페라도 나의 허락이 없이는 공연하지 못한다'라고 선언하였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아벨의 죽음'은 '아벨'이라는 타이틀로 1810년 3월 23일 제국음악아카데미의 살르 몽땅시에에서 초연되었다.
작곡자인 로돌프 크로이처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그는 본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베토벤은 로돌프 크로이처의 뛰어난 재능에 감동하여서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Op 47번(1803)을 크로이처에게 헌정하였다. 그러나 크로이처는 생전에 이 소나타를 연주할 기회가 없었다. 이 소나타는 비엔나에서 조지 브릿지타워가 초연을 했다. 베토벤은 브릿지타워에게 이 소나타를 헌정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브릿지타워와 무슨 일로 다투게 되었고 그후 베토벤은 속이 상해서 헌정을 크로이처로 바꾸었다. 크로이처는 작곡가로서 오페라만 약 40편을 작곡했다. 크로이처가 '아벨의 죽음'을 오페라로 작곡한것은 당시에 성서 이야기를 오페라 또는 오라토리오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1800년에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파리 오페라에서 공연된 것은 실로 여러 작곡가들에게 성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페라 또는 오라토리오를 작곡토록 힌트를 준 것이었다. 그리하여 프랑스에서도 에티엔느 메울(Étienne Méhul: 1763-1817)이 오페라 '조셉'(Joseph: 1807)을 내놓아서 크게 히트하였고 크로이처 바로 전에는 장 프랑수아 르쉬에르(Jean-Francois Le Sueur 또는 간단히 Lesueur: 1760-1837)가 오페라 '아담의 죽음'(La mort d'Adam)을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다. 또한 독일의 크리스티안 칼크브렌너(Christian Kalkbrenner: 1755-1806)가 프랑스에서 오라토리오 '사울'(Saul)과 '제리코 정복'(La prise de Jéricho)을 무대에 올린 것도 그런 패션의 일환이었다.
'아벨의 죽음'의 대본은 프랑스의 오페라 대본가인 프랑수아 베누아 호프만(Francois-Benoit Hoffman)이 작성했다. 호프만은 스위스 시인인 잘로몬 게스너(Salomon Gessner)의 1758년도 극본인 '아벨의 죽음'(Der Tod Abels)을 바탕으로 삼아 대본을 완성했다. 다만, 호프만은 밀튼의 '실락원'(Paradise Lost)에서 지옥의 장면을 참고로 몇 부분을 추가했다. '아벨의 죽음'이 '아벨'이라는 타이틀로 1810년 3월 파리에서 초연될 때에는 3막이었다. 그나저나 '아벨'의 초연은 많은 예산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당시에는 갸스파레 스폰티니의 두 오페라, 즉 '베스타 여사제'(La vestale: 1807)와 '페르난드 코르테스(Fernand Cortez: 1809)가 파리에서 그야말로 대인기를 끌며 공연되었기 때문에 그 그늘에 가려서 성공을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또 한가지, 대본과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혹시 흥미를 가질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소개하는 바이다. '아벨의 죽음'이 발표되기 전에 '아담의 죽음'이라는 오페라가 공연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르쉬에르가 작곡한 오페라이다. 두 오페라는 어쨋든 발표 시기도 비슷하고 더구나 아담과 아벨은 연관이 되기 때문에 라이발 오페라라고 말할 수 있다. 호프만은 '아벨의 죽음'의 대본을 1794년에 테아트르 페이도(Théatre Feydeau)의 매니저에게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몇 년후 호프만은 잘 알고 지내는 작곡가인 르쉬에르가 작곡한 '아담의 죽음'의 스코어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호프만이 가만히 보니까 '아담의 죽음'의 대본을 쓴 니콜라스 프랑수아 귀야르가 그가 만든 '아벨의 죽음'의 대본에서 몇 군데를 표절하여서 '아담의 죽음'에 사용한 것을 알수 있었다. 특히 아벨과 악마들의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한 것을 알수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호프만의 '아벨의 죽음'의 피날레 장면은 하늘이 열리고 아벨이 신격화되어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아담의 죽음'에 그 장면을 빌려다가 사용하였던 것이다. 호프만의 하늘이 열리는 장면을 일종의 '쿠 드 테아트르'(Coup de théatre)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쿠 드 테아트르라는 것은 공연에서 갑작스럽게 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공연 중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무대에서 무언가 트릭 또는 뜻밖의 제스추러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호프만은 하늘이 열리는 장면을 쿠 드 테아트르로 사용하면 관중들이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다가 감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아담의 죽음'에 그대로 가져다가 사용한 것이다. '아담의 죽음'은 '아벨의 죽음'보다 한 해 전에 공연되었다. 그러다보니 '아벨의 죽음'에서 하늘이 열리는 장면은 전혀 새로운 감동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호프만과 크로이처가 합심해서 르쉬에르와 귀야르의 아이디어를 표절했다는 오해만 받았다.
초연의 평가는 엇갈린 것이었다. 1막과 3막은 찬양을 받을만한 것이었으나 2막 지옥의 장면은 비판을 받았다. 평론가들은 2막이 진부했던 것은 순전히 대본의 영향이라고 내세웠다. 그러면서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지옥 장면과 비교해 보면 게임이 안된다고 언급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아벨'이 '아벨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리바이발 된 것은 1823년 3월 17일 살르 르 플르티에(Salle le Peletier)에서였다. 이번에는 비난을 받았던 2막을 삭제한 것을 무대에 올렸다. 평론가들은 별다른 핀잔을 하지 않았다. 1823년의 리바이발 첫 공연에는 젊은 엑토를 베를리오즈가 관중석에 있었다. 베를리오즈는 '아벨의 죽음'을 보고 너무 감동해서 크로이처에게 편지를 보내어 '오 당신은 천재로소이다. 당신에게 굴복하지 않을수 없나이다. 죽으라면 죽기까지 하겠습니다. 눈물이 너무 흐르고 숨이 막힐 것 같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베를리오즈는 '아벨의 죽음'을 보고 감동해서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창세기에는 카인이 아벨을 어디서 죽였는지 기록이 없다. 그러나 제단 앞일 것이라는 견해이다. 오페라에서는 광야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아담과 이브의 둘째 아들인 아벨(Abel: T), 아담과 이브의 큰 아들인 카인(Cain: T), 아담(Adam: B), 이브(Éve: S), 카인의 부인인 메알라(Méala: S), 아벨의 부인인 티르사(Tirsa: S), 천사(An angel: S), 악마의 우두머리인 사탄(Satan: B), 악마인 아나말렉(Anamalech: B), 악마인 몰로크(Moloc: B), 악마인 벨체부스(Béelzébuth: Baritenor: Taille), 악마인 벨리알(Bélial: T) 등이다.
시놉시스는 2막으로 수정된 버전의 것을 소개한다.
[1막]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해주는 곳이다. 서곡은 밤을 지새고 새벽이 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막이 오르면 아담이 홀로 탄식하는 장면이다. 아들 카인과 아벨이 서로 다투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탄식하고 있다. 아담의 아리아가 Charmant sèjour, lieux solitaires이다. 문제는 형인 카인에게 있다. 아담은 형제간의 불화를 막아보려고 노력을 하였으나 카인의 질투심과 욕심은 어찌할수 없었다. 잠시후 아벨이 등장하여 아버지 아담을 위로한다. 아벨은 카인이 얼마 후면 마음을 바꿀 것이므로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말한다. 아담과 아벨의 듀엣이 Unissons-nous pour le rendre sentible 이다. 이브도 등장해서 함께 카인에 대하여 걱정한다. 이브는 한동안 숲에 들어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이브의 아리아가 Insensible aux tourments 이다. 한편, 카인의 부인인 메알라는 자식들 걱정으로 여념이 없다. 메알라의 아리아가 J'attendais que l'aurore en ramenant le jour?이다. 그때 카인이 등장해서 아버지 아담이 아벨만을 총애한다고 하면서 불만을 터트린다. 카인의 아리아가 Quoi! toujours ton image est offerte a mes yeax 이다. 아담과 이브, 아벨과 그의 부인인 티르사, 카인의 부인인 메알라는 모두 한 목소리로 카인에게 제발 동생 아벨과 평화스럽게 지내라고 간청한다. 이에 카인도 가족들의 한결같은 간청에 못이겨서 아벨과 화해하고 다시는 미워하지 않겠다며 형제애를 다짐한다. 이들의 6중창과 합창이 O moment plein de charmes 이다. 그런데 비록 두 형제는 화해를 하였지만 잠시후 어디선가 '안돼!'라며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소리는 악마인 아나말레크가 외친 것이었다. 아나말레크는 인간의 행복에 대하여 질투를 참을수 없는 악마이다. 카인과 아벨 형제는 악마의 그같은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희생의 제물을 드리기로 한다. 아벨이 드린 제물은 별 탈 없이 받아들여진다. 좋은 징조이다. 그러나 카인이 드린 제물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제단에서 엎어버려진다. 악마 아나말레크가 일부러 카인의 제물을 엎어버린 것이다. 카인은 하나님께서 동생 아벨의 제물은 받으시고 자기의 것은 거부하신 것으로 믿어서 아벨을 비롯해서 식구들 모두를 저주하며 마치 미친사람처럼 뛰어가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장면
[2막] 황량한 광야이다. 절망 중에 있는 카인이 지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같다. 카인은 잠을 내려 날라고 기도한다. 카인의 아리아가 O doux sommeil 이다. 악마 아나말렉이 잠들어 있는 카인에게 다가와서 꿈속에서 환상을 보여준다. 아벨이 낳은 자식들은 행복하게 지내는데 카인이 낳은 자식들은 고통을 겪고 있는 장면이다. 카인은 꿈 속에서 한없는 절망과 질투를 느낀다. 악마와 카인의 노래가 Tu dors, Cain, tu dors 이다. 악마는 잠들어 있는 카인의 옆에 쇠몽둥이를 하나 두고 간다. 지옥에서 쇠를 녹여 만든 몽둥이이다. 이 장면에서 오케스트라는 대장간의 모루를 치는 둔탁한 소리를 연주한다. 카인이 잠에서 깨어난다. 분노에 찬 모습이다. 카인의 아리아가 Tremble, indigene frère 이다. 아벨이 광야에서 홀로 있는 카인을 마침내 찾는다. 아벨은 형 카인에게 제발 집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한다. 카인은 감정의 갈등을 겪는다. 모든 것을 잊고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저주받은 자기와 자기의 자식들을 생각해서 하나님을 원망하고 악마의 편에 설 것인가를 두고 갈등한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아벨과 하나님의 원망하는 카인의 듀엣이 Cède á l'amitié d'un frère 이다. 갑자기 광풍이 일어난다. 카인은 쇠몽둥이를 잡아 들고 아벨을 내리친다. 아벨이 힘없이 쓰러진다. 카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도망간다. 아담과 다른 사람들이 나타난다. 누워있는 아벨을 발견한다. 아담의 노래가 Nous approchons de lui 이다. 아담과 사람들은 처음엔 아벨이 잠들어 있는줄 안다. 그러다가 이것이 세상에서 첫번째 죽음인 것을 깨닫는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카인이 나타나서 자기가 저지른 죄인 것을 고백한다. 카인은 정말로 미쳐서 저 멀리 산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진다. 카인의 부인과 이들의 자식들이 뒤쫓아 간다. 하늘문이 열리더니 천사들이 구름사이로 내려와서 아벨을 하늘로 데리고 간다. 이때의 합창이 Viens dans le sein de l'inno-cence 이다.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은 아담이 나타나자 두려워서 도망간다.
á é è 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