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콘트랄토

마리야나 리포브세크(Marjana Lipovsek)

정준극 2010. 2. 3. 08:04

류블리아나의 신성 마리야나 리포브세크(Marjana Lipovsek)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리야나에서 태어난 드라마틱 콘트랄토 마리야나 리포브세크는 오페라 성악가가 되기 전에 피아니스트였다. 류블리아나에서 피아노를 공부한 그는 주위 사람들이 성악에 도전해 보라는 권고를 받아들여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 가서 성악공부를 시작했다. 그라츠음악대학을 졸업한 그는 곧이어 비엔나의 슈타츠오퍼에 단원으로 들어갔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단역에 출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가 함부르크오페라의 초청으로 ‘장미의 기사’의 옥타비안을 맡아 오페라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그는 ‘여자는 다 그래’에서 도라벨라, ‘보리스 고두노프’에서 마리나, ‘가면무도회’의 울리카와 같은 굵직한 역할을 맡아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유럽의 이곳저곳에서 리포브세크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박수를 받았다. 그런중에도 라 스칼라에서의 ‘활슈타프’에서 ‘미세스 퀴클리’를 맡은 것은 특히 대성공이었다. 뮌헨 슈타츠오퍼에서의 활약은 리포브세크를 당대 최고의 콘트랄토로 인정해준 것이었다. 그는 뮌헨에서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에서 마리를, ‘운명의 힘’에서 프레지오실라(Preziosilla)를, ‘다프네’에서 가이아(Gaea)를, 그리고 ‘링 사이클’의 프리카(Fricka)를 맡아 기염을 토했다. 리포브세크 이후로 뮌헨에서의 ‘링 사이클’에서의 프리카는 리포브세크의 해석을 기본으로 삼게 되었다.

 

'수녀 안젤리카'에서 공주(Zia Principessa)역의 마르야나 리포브세크. 수녀 안젤리카 역은 타마르 이베리

 

리포브세크는 브레겐츠여름축제에서 ‘삼손과 델릴라’의 델릴라를 맡아 스펙터클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델릴라는 리포브세크의 등록상표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리포브세크는 베를린, 페렐라다(Perelada), 비엔나, 파리 바스티유 등지에서 델릴라만으로 관중들을 사로 잡았다. 페렐라다에서의 공연은 호세 카레라스가 삼손을 맡은 것이었다. 리포브세크는 메조소프라노의 역할을 주로 맡아했지만 후반에는 콘트랄토로서 더 인정을 받았다. 그는 후반기에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브랑게네, ‘돈 카를로스’에서 에볼리, ‘아이다’의 암네리스,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오르페오와 유리디체’에서 오르페오 등을 맡아 콘트랄토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고히 하였다. 이후 그는 1989년 비엔나 슈타츠오퍼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로 ‘호반시치나’의 마르파를 맡았으며 1990년에는 코벤트 가든에서 게오르그 솔티의 지휘로 ‘엘렉트라’의 클리템네스트라를 맡아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한편, 리포브세크는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의 고정 출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