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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곡가 오페라 베스트 10

정준극 2015. 8. 15. 07:35

여성 작곡가 오페라 베스트 10

 

근자에 미국의 클래시컬 뮤직 포럼(Classical Music Forum)이라는 단체가 선정한 세계의 100대 오페라 명단을 보면 작곡가는 약 50명에 이르는데  그중에서 여성 작곡가의 이름은 미안하게도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의 오페라 작곡가 1백인을 소개한 리스트를 보면 그중에 서너명의 여성 작곡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수 있다. 핀랜드의 카이야 사리아호, 미국의 메리 카 무어, 프랑스의 이사벨 아불커와 폴랭 비아르도, 그리고 독일(실은 한국)의 진은숙 정도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세계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는 100편 오페라와 이 오페라들의 작곡자들을 보면 여성 작곡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성 작곡가들의 오페라가 없는 것은 아니며 관심을 끌고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알려져 있더라도 계속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작곡가들의 오페라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사실상 17세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거의 100편 이상의 오페라들이 여성 작곡가들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세계의 오페라 극장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는 100편 오페라의 작곡가 명단을 보면 다음과 같다. 리하르트 바그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주세페 베르디, 자코모 푸치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조르즈 비제, 피에트로 마스카니, 샤를르 구노, 벤자민 브리튼, 빈첸조 벨리니, 루제로 레온카발로, 클로드 드비시, 조지 거슈윈, 게타노 도니체티, 엑토르 베를리오즈, 루드비히 반 베토벤, 표트르 일리이치 차이코브스키, 아밀카레 폰키엘리, 알반 베르크,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헨리 퍼셀, 레오시 야나체크,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룩, 칼 마리아 폰 베버, 카미유 생 상스, 자크 오펜바흐, 엥겔버트 훔퍼딩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움베르토 조르다노, 벨라 바르토크, 조아키노 로시니, 조지 프리데릭 헨델, 조반니 페르골레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귀스타브 샤펜티에, 아리고 보이토, 장 필립 라모,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랄프 본 윌리엄스, 알렉산더 보로딘, 프랑시스 풀랑크, 장 바티스트 륄리, 프리드리히 플로토우, 안토닌 드보르작,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이다. 여성 작곡가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 알치나의 섬으로부터 루제로 구출(La Liberazione di Ruggiero dall'isola d'Alica: The Liberation of Ruggero from the Island of Alcina). 17세기 이탈리아의 여성 작곡가인 프란체스카 카치니(Francesca Caccini: 1587-1641)의 4장면 코믹 오페라.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분노의 올란도'(Orlando Furioso)를 바탕으로 삼았다. 1625년 플로렌스의 빌라 디 포지오 임페리알레에서 초연되었다. 폴란드의 블라디슬라브 왕자의 로마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맛달레나 대공비가 의뢰하여 작곡된 오페라이다. 마리아 맛달레나 대공비는 플로렌스의 메디치가의 코시모 2세의 부인이다. 이 오페라는 오페라 역사상 여성 작곡가가 만든 첫 오페라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의 오페라로서 처음으로 이탈리아 이외의 지역에서 공연된 작품으로도 인정되고 있다. 폴란드의 블라디슬라브 왕자가 바르샤바에서도 공연하면 좋겠다고 하여 1628년에 바르샤바에서 공연되었기 때문이다.  

 

'루트를 연주하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작품. 이 여인은 프란체스카 카치니라고 한다. 이 작품은 현재 워싱턴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 아르메니아의 시로(Ciro in Armenia). 18세기 이탈리아의 마리아 테레사 아네시(Maria Teresa Agnesi: 1720-1795)의 오페라이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마리아 테레사 아네시는 작곡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하프시코드 연주가 겸 성악가였다. 그러면서 작곡에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여러 작품을 작곡한 중에 오페라는 6편을 남겼다. 사실상 초기의 오페라이므로 음악을 곁들인 연극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지 모른다. 3막의 드라마 세리오인 '아르메니아의 시로'는 1753년 12월 26일 밀라노의 테아트로 두칼레 레지오(Teatro Ducale Regio)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스코어는 극히 일부만 보존되어 있어서 전체의 음악과 스토리가 어떤지는 알수 없다. 마리아 테레사 아네시는 피에르 안토니오 피노티니라는 사람과 결혼하였기 때문에 마리아 테레사 아네스 피노티니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언니 마리아 게타나는 유럽에서도 유명한 수학자였다.

 

마리아 테레사 아네시 피노티니

 

○ 사랑없는 집(La Casa Disabitata). 독일 작소니 공국의 마리아 아말리에 공주(Princess Maria Amalie: 1794-1870)의 오페라이다. 1838년에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었다.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마리아 아말리에 공주는 작곡가 겸 극작가였고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다. 작곡가로서는 아 제레나(A. Serena)라는 필명을 사용하였고 극작가로서는 아말리에 하이터(Amalie Heiter)라는 필명을 사용하였다. 마리아 아말리에 공주는 작소니 선제후인 프레데릭 크리스티안의 손녀이며 아버지는 작소니의 막시밀리안 공자였다. 그의 삼촌들, 오빠들 중에는 작소니의 왕이 여러 명이 있다. 마리아 아말리에 공주는 왕족이면서도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실내악, 교회음악, 가곡 등을 작곡했고 오페라는 13편을 남겼다. 첫 오페라는 그가 22세 때인 1816년에 작곡한 Una donna(어떤 부인)이며 마지막으로 작곡한 오페라가 '사랑없는 집'이다.

 

마리아 아말리에 공주

 

○ 센드리용(Cendrillon: 신데렐라). 프랑스의 폴린 비아르도(Pauline Viardot: 1821-1910)의 3막 실내 오페레타(살롱 오페라)이다. 1904년, 비아르도가 83세 때에 파리에 있는 비아르도 살롱에서 피아노 반주로 초연되었다. 폴린 비아르도는 5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Trop de femmes(너무 많은 여인들), L'orge(보리), Le dernier sorcier(마지막 마법사), Le conte de fees(요정이야기), 그리고 Cendrillon(신델렐라)이다. 그는 작가인 이반 투르게네프와 막역한 친구사이여서 그의 오페라 중에서 상당수는 투르게네프의 대본으로 만들어졌다. 스페인계의 비아르도는 뛰어난 메조소프라노여서 여러 편의 오페라에도 주역으로 출연했다. 첫 오페라 데뷔는 18세 때인 1839년 런던에서 '오텔로'(로시니)에서 데스데모나를 맡은 것이었다. 비아르도의 '센드리용'은 샤를르 페로의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지만 마스네, 로시니, 이수아르 등의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더 코믹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비아르도의 '센드리용'에서는 사악한 계모 대신에 못된 성질의 무능한 계부를 등장시켜서 센드리용인 마리를 괴롭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요정 아줌마는 픽토르뒤 남작 집의 파티에 참석해서 노래도 부르는 역할을 주었다. 폴린 비아르도의 언니는 유명한 소프라노인 마리아 말리브란이며 세 딸도 모두 뛰어난 음악가였다.

 

폴린 비아르도

 

○ 난파선 약탈자들(The Wreckers). 영국의 에셀 스마이스(Ethel Smyth: 1858-1944)의 3막 오페라이다. 영국 콘월 지방의 어떤 어촌이 무대이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과 배반의 사건들이 줄거리이다. 에셀 스마이스는 그의 세번째 오페라인 이 작품을 영국에서 첫 공연하고 싶었으나 극장들이 관심이 없다고 하면서 난색을 표명하였다. 그래서 대본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1906년 11월 11일에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라이프치히에서 공연될수 있었던 것은 에셀 스마이스가 라이프치히음악원을 다녔고 또한 그곳에서 작곡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라이프치히 초연으로부터 몇년 지난 1909년에 런던에 소개되었다. 토마스 비첨 경이 지휘한 공연이었다. 에셀 스마이스의 아버지는 영국군의 포병 장군이었다. 딸이 음악을 좋아해서 작곡가가 되려는 것을 적극 반대했다. 에셀 스마이스는 어쩔수 없이 혼자서 저 멀리 독일 라이프치히로 가서 작곡공부를 하고 이어서 피아노곡, 가곡, 실내악, 오페라, 합창곡 등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에셀 스마이스의 오페라로서는 Fantasio, Der Wald, The Wreckers, The Boatwain's Mate, Fete galante, Entende cordiale 가 있다. 에셀 스마이스는 말년에 청각을 상실하여 더 이상 작곡을 하지 못하게 되자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에셀 스마이스는 1858년부터 194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고통받은 여인들 구조 운동'을 추진하였다. 영국 왕실은 그에게 데임(Dame)의 작위를 주었다.

 

에셀 스마이스

 

○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Mary, Queen of Scots).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출신인 테아 머스그레이브(Thea Musgrae: 1928-)의 3막 오페라. 1977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는 머스그레이브의 12편 오페라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현대감각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여왕(재위 1542-1567)인 메리의 파란만장하고 비운에 넘친 생애를 조명한 작품이다. 머스그레이브는 에딘버러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한 후에 파리에서 나디아 불랑저의 제자로서 다시 공부하였고 이어 1958년에는 미국 탱글우드에 참석하여 아론 코플란드의 지도를 받았다. 머스그레이브는 1970년에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초빙교수로 있다가 1972년부터는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서 살았고 결혼도 했다. 그는 현재 뉴욕시립대학교 퀸스칼리지의 명예교수로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머스그레이브의 첫 오페라는 1955년의 '드리모크 수도원장'(The Abbot of Drimock)였으며 대표작인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는 다섯번째 작품이다. 가장 나중에 작곡한 오페라는 2003년의 폰탈바(Pontalba)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테아 머스그레이브

 

○ 넘버드(The Numbered: 숫자 인간). 영국 런던 출신인 엘리자베스 루티엔스(Elisabeth Lutyens: 1906-1983)의 두번째 오페라(뮤직 드라마)로서 원작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의 1953년도 희곡인 Die Befristeten이다. 엘리자베스 루티엔스는 영국에서 현대주의 음악의 기수와 같은 인물이다. 오늘날 그의 여러 작품들은 콘서트나 방송에서 자주 연주되고 있지만 아직은 학문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67년에 완성된 뮤직 드라마 '넘버드'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자각 또는 의식이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오페라는 가상의 사회를 무대로 삼고 있다.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정부에 의해 수명이 정해진다. 그리고 각자의 이름은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사느냐에 따라 숫자로 정해진다. 주인공은 이름이 '50'이다. 50년 수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오랜 조사 끝에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는 정부의 권력이 날조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한다. 분노한 대중들이 봉기한다. 한편, '50'은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것이 뜻밖에도 아무 때나 예고 없이 찾아 올수 있다는 점도 말해준다. 이로 인하여 지금까지는 시스템에 의해 성공적으로 콘트롤 되던 사회가 불안과 공포와 폭력과 살인, 그리고 광란으로 얼룩진다는 내용이다. 루티엔스는 다섯 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Infidelio(1954), The Numbered(1967), Time Off? Not the Ghost of a Chancel(1968), Isis and Osiris(1969), The Linnet from the Leaf(1972), The Waiting Game(1973)이다. 루티엔스는 1922년 파리음악대학(Ecole Normale de Musique de Paris)에서 공부했고 이어 1926-30년에 런던의 Royal College of Music에서 공부했다. 1933년에 바리톤 이안 글레니와 결혼하였으나 불행한 생활이어서 1938년에 지휘자 에드워드 클라크에게 갔다. 그러다가 1942년에 결혼식을 올리고 지내며 실내악, 독창곡, 합창곡, 독주 기악곡, 관련악곡, 오페라와 뮤직 테아터 등을 작곡했다.

 

엘리자베스 루티엔스

 

○ 블론드 에크버트(Blond Eckbert). 스코틀랜드의 주디스 웨이르(Judith Weir: 1954-)의 단막 오페라이다. 웨이르는 영국의 캠브릿지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스코틀랜드인이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작곡가로 분류되고 있다. 웨이르는 관현악과 실내악으로도 유명하지만 오페라 또는 극장 작품으로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오페라의 소재는 주로 중세 역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중세의 낭만주의 시대에 유행하였던 초자연적인 스토리를 선택하여 오페라로 만들었다. '블론드 에크버트'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인 루드비히 티크(Ludwig Tieck)의 단편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웨이르의 오리지널은 2막이었으나 나중에 웨이르가 단막의 포켓 버전으로 만들었다. 1994년 4월 런던의 콜리세움에서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가 초연하였다. 웨이르의 오페라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The Black Spider(흑거미: 1985), The Consolation of Scholarship(1985), A Night at the Chines Opera(중국 오페라의 밤: 1987), The Vanishing Bridegrron(사라진 신랑: 1990), Blond Eckbert(블론드 에크버트: 1994), Armida(아르미다: 2005), Miss Fortune(미스 훠춘: 또는 Achterbahn: 2011).

 

주디스 웨이르

 

○ 먼곳으로부터의 사랑(L'amour de Loin: Love from Afar). 핀랜드의 카이야 사리아호(Karija Saariaho: 1952-)는 핀랜드가 자랑하는 현대음악 작곡가이다. 헬싱키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그리고 파리에서 작곡 공부를 한 그는 1982년 이래 파리에 거주하면서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세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아드리아나 마터'(Adriana Mater: 2005), '먼곳으로부터의 사랑'(L'amour de loin: 2000), 에밀(Emilie: 2010)이다. 이 세 오페라는 현대음악 레퍼터리에서 클래식이 되어 있다. '먼곳으로부터의 사랑'은 중세의 사랑을 현대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할수 있다. 가장 관능적인 사랑을 무대에서 느껴볼수 있는 작품이다.

 

핀랜드 출신의 카이야 사리아호

 

○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Alice in Wonderland). 한국 출신의 독일 작곡가인 진은숙(Unsuk Chin: 1961-)의 현대적 작품이다.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의 소설인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와 Through the Looking-Glass를 바탄으로 하며 대본은 아시아계 미국의 극작가인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이 썼다. 2006년 6월 30일 뮌헨의 바바리아 슈타츠오퍼에서 뮌헨 오페라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초연되었다. 체사이어 캣, 매드 해터, 화이트 래빗, 어글리 더체스, 하트 퀸과 킹, 마치 헤어(March Hare)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한국 출신의 여성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오페라 작곡가가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한 장면. 영국 공연.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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