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어린이 오페라 베스트 10

정준극 2015. 8. 15. 12:55

어린이 오페라 베스트 10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이지만 동시에 어른들도 좋아하는 오페라가 되어야 한다. 어린이 오페라라고 해서 어린이만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도 출연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오페라(Children's opera)라기 보다는 가족 오페라(Family opera)라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도 환상의 세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해 줄 가족 오페라 베스트 10을 정리해 본다.

 

○ 막스와 숲속의 괴물들(Where the Wild Things Are: 야생동물들은 어디에): 스코틀랜드의 올리버 크너센(Oliver Kunssen: 1952-)이 벨기에의 라모네 오페라 극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1979-1983년에 완성한 환상 오페라이다. 대본은 동화작가인 모리스 센다크(Maurice Sendak)가 그가 쓴 동화를 바탕으로 썼다. 줄거리는 모리스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eges), 또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나이팅게일'과 거의 비슷하다. 음악은 클로드 드빗시의 '장난감 상자'(La boite a joujoux),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에서 대관식 장면의 종소리 모티프 등을 참고로 했다. 그런가하면 해리슨 버트위슬의 '펀치와 주디', 벤자민 브리튼의 '베니스에서의 죽음'과도 연관되는 음악이다. 초연은 1차 버전을 가지고 1980년에 라모네에서였다. 초연 때에는 제목을 '막스와 손목시계'(Max et les Maximontres)라고 했다. 수정 버전은 1984년 1월에 런던의 국립극장에서 글라인드본 순회 오페라단이 공연했다. 런던 초연은 작곡자 자신이 지휘했다. 등장인물은막스(Max: S), 마마(Mama: MS), 트치피(Tzippy: 숲속의 여괴물: MS), 모이셰(Moishe: 숲속의 수염난 괴물: T), 아론(Aaron: 숲속의 뿔난 괴물: Bar), 에밀(Emile: 수탉 괴물: B-Bar), 베르나르(Bernard: 황소 괴물: B) 등이다. 막스는 말을 안듣고 제멋대로의 소년으로 언제나 늑대 옷을 입고 있다. 어느날 엄마는 막스가 너무나 못되게 굴자 방에서 꼼짝없이 지내도록 한다. 막스는 꿈에서 방을 탈출하여 숲속으로 갔다가 야생 괴물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야생 괴물들은 막스를 자기들의 왕으로 받들고 환호한다. 대관식은 요란하고 법석인 춤으로 막을 절정을 이룬다. 난장판으로 춤을 추는 중에 여괴물인 트치피는 머리를 잃는다. 그 모습을 본 막스가 난장판의 춤을 멈추도록 한다. 그러는 중에 꿈에서 깨어난다. 막스는 꿈을 꾸는 동안에 엄마가 준비해 놓은 밥을 주섬주섬 먹는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오페라이다.

 

'막스와 숲 속의 괴물들'

 

○ 교활한 작은 암여우들(The Cunning Little Vixen:  Příhody lišky Bystroušky): 체코의 레오시 야나체크(Leos Janácek)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이다. 인간과 동물의 세계가 얽혀 있는 환상의 무대이다. 야나체크가 신문의 연재만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 대본도 직접 쓴 오페라이다. 1924년 11월 브르노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교활한 작은 암여우'(또는 영리한 새끼 암여우)는 비록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암여우가 죽지만 야나체크의 다른 오페라들에 비하여 가장 밝고 재미난 오페라로 인정되고 있다.

 

'교활한 작은 암여우'에서 암탉들. 글라인드본 페스티발. 어린이들이 보기에 좀 그렇다.

                                          

○ 피노키오의 모험(The Adventure of Pinocchio): 런던 출신의 조나단 도우브(Jonathan Dove: 1959-)의 2막 오페라. 이탈리아의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의 원작을 바탕으로 알라스데어 미들턴(Alasdair Middleton)이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다. 2007년 12월 리즈의 그랜드극장에서 오페라 노우스와 새들러스 웰스 극장이 합동하여 초연되었다.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가 진짜 소년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을 다룬 교육적인 내용이다. 조나단 도우브는 '플라이트'(Flight), '도빗과 천사'(Tobias and the Angel), '달에 도착한 인간'(Man on the Moon), '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 등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조나단 도우브의 '피노키오의 모험'

 

○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èges): 프랑스의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2파트 오페라. 대본은 '지지'로 유명한 여류작가인 시도니 가브리엘르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 1873-1954)가 썼다. 1925년 몬테 칼로에서 초연되었다. 못된 어린이가 자기가 평소에 못살게 굴었던 가구 또는 동물들이 자기를 공격하자 잘못을 깨닫고 착한 아이가 된다는 교육 오페라이다. 파트 1에는 엄마, 안락의자, 부서진 시계, 깨진 찻주전자, 깨진 찻잔, 벽난로의 불, 이야기책에서 찢겨 나온 공주, 목동, 헌 수학책을 대표하는 노인, 암코양이와 숫코양이 등이 등장하며 파트 2에서는 양배추, 숲속의 나무, 잠자리, 나이팅게일, 홀아비가 된 박쥐, 다람쥐, 개구리 등이 나온다.

 

모리스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

 

○ 마스터 피터의 인형 쇼(El Retablo de Maese Pedro: Master Peter's Puppet Show):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 1876-1946)의 프롤로그와 단막 오페라. 27분 소요. 스페인의 문호 미구엘 데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2부에 바탕을 둔 스토리이다. 마누엘 데 파야는 이 오페라를 세르반테스를 존경하고 찬양하는 의미에서 작곡했으며 이 작품을 의뢰한 폴리냐크(Polignac) 공주에게 헌정했다. 라 만차야 늙은 기사 돈 키호테, 그를 따라 다니는 하인 산초 판자, 여관주인, 학생, 심부름 소년, 그리고 인형극을 주관하는 소년인 트루하만(Trujaman)이 등장한다. 1923년 3월 세비야의 산 페르난도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는 순전히 어린이를 위해서 작곡한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등장하지 않고 남자들만 등장한다. 간혹 소년 트루하만을 보이스 소프라노 대신에 여자가 노래 부를 경우도 있다. 말 안듣고 못되게 구는 아이도 이 공연을 보면 마음이 착해지고 말을 잘 듣게 된다고 한다.

 

마누엘 데 파야의 '마스터 피터와 인형 쇼'

 

○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2007)의 단막 오페라. 1951년 12년 24일 밤에 뉴욕 록펠러 센터에 있는 NBC 오페라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TV 오페라로서는 처음이었다. 불구가 된 아말은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고 있다. 돈이 없어서 아말의 다리를 고쳐주지 못한다. 어느날 밤에 아말의 집에 세명의 손님이 찾아와서 하룻밤 머물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기 예수에게 경배를 하러 가는 동방박사들이다. 아말의 어머니는 동방박사 중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황금을 훔쳐서 아말의 병을 고치고자 한다. 하지만 만왕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에게 줄 예물을 훔칠수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아말의 다리는 거짓말처럼 고쳐진다. 아말을 동방박사 세 사람과 함께 별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떠난다.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메노티의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들'. 아말은 다리가 낫게 되자 동방박사들과 함께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떠난다.

 

○ 헨젤과 그레텔(Hänsell und Gretel): .독일 라인지방의 지그부르크 출신인 엥겔버트 훔퍼딩크(Engelbert Humperdinck: 1854-1921)가 작곡한 3막의 동화오페라(Märchenoper)이다. 대본은 훔퍼딩크의 여동생인 아델라이트 베테(Adelheid Wette)가 그림 형제의 동화 '헨델과 그레텔'을 바탕으로 썼다. 1983년 봐이마르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이듬해에는 함부르크에서 구스타브 말러의 지휘로 다시한번 초연되었다. 남매 헨델과 그레텔이 숲속에서 아이들을 잡아 먹는 마녀에게 잡히지만 기지로서 마녀를 물리치고 아울러 마녀에게 잡혀 있던 여러 아이들을 구출하며 보물도 얻는다는 내용이다. 어린이 오페라로서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 샌드맨의 자장가는 유명하다.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 브룬디바르(Brundibár): 프라하에서 태어난 체코의 유태계 작곡가인 한스 크라사(Hans Krása: 1899-1944)가 1938년에 아돌프 호프마이스터의 대본으로 체코 정부가 주관하는 오페라 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완성했으나 나치의 오스트리아 합병과 이에 따른 정치적인 불안으로 대회가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사는 곧 공연될 것으로 생각해서 1941년부터 프라하의 유태고아원에서 리허설에 들어갔다. 1942년 겨울에 프라하 유태고아원에서 초연되었다. 하지만 크라사와 세트 디자이너인 프란티체크 첼렌카는 이미 나치에 의해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로 들어가 있었다. 얼마후에는 합창을 하던 아이들도 거의 모두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크라사는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모아 공연을 준비했다. 그렇게하여 1943년 9월 23일에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에서 크라사의 지휘아래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그후 나치는 이 오페라를 각색하여 선정용으로 '히틀러가 유태인들에게 도시를 마련해 주시다'(Der Fuhrer schenkt den Juden eine Stadt)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촬영한 직후 크라사와 스태프, 연주자들, 그리고 출연했던 아이들까지도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옮겨졌고 아우슈비츠에 도착하자마자 모두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했다. '브룬디바르'는 체코어로 '뒝벌'(범블비)라는 뜻이다. 뒝벌은 남들을 못살게 구는 나쁜 벌이다. 아니카(아네트)와 페피체크(리틀 조)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환 중에 있다. 의사는 어머니가 회복되려면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남매는 돈을 벌어서 우유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남매는 시장에 나가서 노래를 불러 적선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손으로 돌리는 오르간을 가지고 돈을 벌고 있는 브룬디바르(히틀러를 비유함)가 아니카와 페피체크 남매를 쫓아버린다. 이를 보다 못한 용감한 참새와 꾀많은 고양이와 현명한 개가 마을 어린이들과 함께 못된 브룬디바르를 쫓아낸다. 그래서 아니카와 페티체크는 시장에서 노래를 불러 돈을 마련할수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오페라는 '브레멘 악사'(The Town Musicians of Bremen)과 구성이 흡사하다.

 

 한스 크라사의 '브룬디바르'

 

○ 노아의 홍수(Noye's Fludde): 영국의 벤자민 브리튼이 아마추어 성악가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작곡한 오페라이다. 브리튼은 '아브라함과 이삭' 등 종교 오페라를 작곡한 경력이 있다. 이러한 종교 오페라들은 중세부터의 미스터리 연극에 바탕을 둔 것이다. '노아의 홍수'는 창세기에 나오는 대홍수 사건을 다룬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는 음성으로만 나타낸다. 출연진은 노아와 노아의 부인, 아들 셈 부부, 햄 부부, 야벳(Jaffett) 부부이며 여기에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들 중에서는 까마귀와 비둘기가 그나마 많은 역할을 한다. 비가 그치자 노아는 육지가 나타났는지를 알려고 처음에 까마귀를 내보냈으나 그냥 돌아온다. 얼마후에 비둘기를 내보냈더니 올리브 잎을 입에 물고 돌아왔다. 그래서 물이 빠지고 육지가 나타난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들은 방주에 탔던 동물들과 새들의 역할을 한다. '노아의 홍수'는, 1958년 6월에 영국의 앨드버러 페스티발에서 초연되었다.

 

브리튼의 '노아의 홍수'. 영국 앨드버러 페스티발

 

○ 피터 팬(Peter Pan): 영국 콘월 출신의 리챠드 에어스(Richard Ayres: 1965-)가 작곡한 동화 오페라이다. 스코틀랜드의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 경(Sir J. M. Barrie)의 소설 '피터 팬'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이다. 대본은 시인 라비니아 그린러(Lavinia Greenlaw)가 담당했다. 피터 팬은 어린이들에게 영원한 아이돌로서 남아 있는 존재이다. 피터 팬은 하늘을 날수 있지만 어른이 될수는 없다. 피터 팬은 네버랜드 섬에서 아이들과 함께 여러 모험을 펼치며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피터 팬은 로스트 보이스(Losot Boys)의 대장으로서 인어들, 어메리칸 인디안들, 요정들, 그리고 후크 선장을 중심으로 한 해적들과 다투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오페라 '피터 팬은 2015년에 완성되어 독일 스튜트가르트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작곡가 리챠드 에어스는 현재 암스테르담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리챠드 에어스의 '피터 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