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세계의 오페라극장

세계 톱 10 베스트 오페라극장

정준극 2013. 11. 22. 16:50

여행과 레이저 전문가가 선정한

세계 톱 10 베스트 오페라극장

 

미국의 유명 여행 및 레이저 전문지인 Travel+Leisure의 예술편집장인 마리오 메르카도(Mario R Mercado)라는 사람이 얼마전에 인터넷에 그가 보는 세계 베스트 10 오페라극장을 소개하였다. 어떤 극장들을 베스트 오페라극장으로 선정하였는지 궁금해서 소개한다. 생각해보면 세계적인 디바 또는 발레 댄서들이 그런 명예를 얻은 뒤안길에는 무대가 있어야 했고 극장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디바 또는 발레리나에 대하여는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활동무대인 극장에 대하여는 별로 관심들이 없는 것 같다. 오페라극장은 오페라의 역사를 창조한 발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톱 베스트 10 오페라극장을 소개한다. 비싼 돈을 내고 오페라 또는 발레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극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것도 가치가 있다. 필자가 세계의 오페라극장들을 순례할 때에는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 바르셀로나의 리체우대극장은 수리보수 중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제외하였다.

 

1. 파리 오페라

파리 오페라극장은 파리의 가장 중심되는 장소에 있다. 아베뉴 드 로페라(Avenue de l'Opéra)에 있다. 유럽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는 오페라극장이 도시의 가장 센터가 되는 곳에 있다. 파리라고 예외일수가 없다. 파리 오페라극장은 프랑스의 벨르 에포크(Belle Epoque)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웅장하다. 아마 오늘날 세계 수많은 오페라 극장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며 웅장한 건물일 것이다. 그런데 항상 찬사를 받은 것만은 아니다. 처음에 세워졌을 때 드빗시는 '겉모양은 기차역처럼 생겼다. 안은 터키의 목욕탕처럼 생겼다'고 말한 것은 대표적인 비평이었다. 격조 높고 우아한 오페라 또는 발레가 공연되는 파리 오페라극장도 1년에 한번 난장판이 된다. 그것을 그랑 데필레(grand défilé)라고 부른다. 데필레라는 단어는 더럽히다, 난장판으로 만들다는 뜻이다. 그랑 데필레는 루이 14세 시절부터 비롯한다. 무대의 뒷 쪽 벽을 오픈하여 춤을 출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황금색의 고린도 양식의 기둥들이 어두컴컴한 가운데 찬란하게 빛난다. 끝을 알수 없는 듯한 동굴인듯 생각되는 스테이지이다. 댄서들이 각종 치장을 하고 행진해 나타난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 그림을 보는 듯하기도 하고 발레의 역사를 보는 듯도 하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티켓은 잘 사야 한다. 1층의 일반 좌석이야 별로 그렇지 않지만 잘못하면 비싼 돈을 주고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앉을수 있다. 파리 오페라극장은 최근에 새단장을 했지만 가장 비싼 값을 치룬 좌석이라고 해도 무대의 전체를 보기가 어렵다. 잘못하면 공연 내내 앞에 앉아 있는 웬 부인네의 머리 스타일만 보다가 나올수도 있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오디토리엄. 천정 가운데의 프레스코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이다.

 

2.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메트)는 규모에 있어서는 단연 세계 최대이다. 좌석수가 3천 8백개에 이른다. 수많은 오페라계의 스타들이 메트를 통해 자기들의 경력을 쌓아갔다. 메트는 세계 오페라의 중심이었다. 콜로라투라 여신인 루이사 테트라찌니(Luisa Tetrazzini)의 말은 메트에 대한 애정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나는 나이들어 비대해졌고 얼굴도 보기 싫게 변했다. 그래도 나는 테트라찌니이다. 그리고 메트는 아직도 메트이다'. 메트는 지나간 100여년 동안 넬리 멜바로부터 제시 노만까지, 카루소로부터 도밍고까지 메트를 거쳐간 디바와 디보들은 하늘의 별처럼 많다. 메트는 루브르의 모나 리자이다.

 

1972년 루돌프 빙을 위한 갈라 콘서트

 

3.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호주라고 하면 맥주나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곳, 서핑으로 유명한 곳, 그리고 월칭 마틸다 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페라 애호가들이라면 당연히 세계적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생각한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명의 디바, 즉 넬리 멜바와 조앤 서덜랜드의 고향무대가 바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인 것을 생각하면 이곳을 결코 무시할수 없다. 베네롱 포인트에서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시드니항을 내려다보는 운치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만 맛볼수 있는 정경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오페라, 발레, 콘서트는 물론이고 연극까지 공연하는 장소이다.

 

시드니항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시드나 하버 브릿지의 조명

                            

4. 샌프란시스코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War Memorial Opera House)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하우스는 전쟁기념 오페라 하우스이다. 2차 대전을 기념하는 홀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중심의 시청 앞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는 서덜랜드, 레나타 테발디와 같은 세계적 성악가들의 전통적인 무대였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 오페라들도 과감하게 무대에 올린다. 예를 들면 2000-01년 시즌에 공연한 제임스 히기의 '데드 맨 워킹'(사형수 입장)이다. 2차 대전 후의 세대들은 아마 루돌프 누레예프나 마곳 폰테인을 기억할 것이다. 1968년의 어느 늦가을 밤, 마곳 폰테인은 헤이트 거리와 애쉬베리 거리에의 어느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해서 하얀색 밍크 코트를 입고 지붕 위에 올라가 드러누워서 경찰이 겨우 구출했던 사건이 있었다. 마곳 폰테인은 나중에 기자들에게 '미쳤어요? 그런 좋은 밍크 코트를 입고 지붕에 두러눕다니 말이나 되어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며칠후 이 환상의 듀오인 누레예프와 폰테인은 무대로 돌아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추었다. 이를 기념해서 헤이트에서 온 수천명의 히피들이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싸고 강강수월래 같은 춤을 추었다.

 

샌프란시스코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

 

5. 달라스의 베스 공연홀(Bass Performance Hall)

오페라 하우스라는 창공에 새로 나타난 노바는 텍사스 달라스에서 문을 연 포트 워스의 낸시 리와 페리 베스 공연 홀(Fort Worth's Nancy Lee and Perry R. Bass Performance Hall)이다. 2013년 4월에 문을 열었다. 나팔을 부는 거대한 두 천사의 조각상이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건물이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천사들이다. 오디토리엄은 고전적인 말편자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보 아르(Beaux-Arts)와 비엔나 분리주의(제체시온) 스타일을 혼합한 것이다. 베스 공연홀은 포트 워스 발레단과 포트 워스 오페라단의 본부이며 4년만다 한번씩 열리는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경연대회의 사무국이 있다.

 

달라스의 베스 공연 홀

 

6. 테아트로 알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

밀라노의 라 스칼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이다. 라 스칼라는 벨 칸토의 성전이며 베르디 오페라의 열정이 담겨 있는 제단이다. 라 스칼라의 음향은 완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기념상이 신고전양식의 회랑에 전시되어 있다. 오디토리엄은 4층의 박스 관람석과 두 곳의 발코니로 구성되어 있으며 2천 명을 수용할수 있다. 라 스칼라 오페라 박물관은 오페라 박물관으로서는 세계 최고이다. 테발디, 칼라스 체피렐리, 토스카니니에 대한 귀중한 사진자료는 물론 디바들의 의상 등도 전시되어 있다.

 

라 스칼라의 오디토리엄

 

7. 볼쇼이(The Bolshoi)

'볼쇼이'라는 단어는 '크다'는 뜻의 러시아어이다. 볼쇼이는 모스크바에 있는 그리스 리바이발 오페라 하우스이다. 볼쇼이는 오페라단과 발레단의 홈이다. 오디토리엄의 규모는 뉴욕 메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움은 다른 어느 오페라극장보다도 뛰어나다. 벽면은 루비색의 실크로 장식되어 있고 의자들은 역시 루비색의 벨벳으로 되어 있다. 대형 샹들리에는 볼쇼이의 자랑이다. 그리고 휴게시간에 거니는 회랑의 카펫도 일품이다.

 

볼쇼이극장 오디토리엄

 

8. 마리인스키 극장(The Mariinsky Theater)

과거에 키로프극장이라고 불렀던 마리인스키극장은 유럽에서도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이 많기로 유명한 생페터스부르크의 건축물 중에서도 보석과 같은 존재이다. 오디토리엄은 파란색을 기조로하여 은색과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마리인스키 외관의 파란색은 어떤 사람들은 바닷물처럼 파랗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터키석처럼 파랗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안나 파블로바, 바슬라브 니진스키, 게오르게 발란키네, 루돌프 누레예프, 미하일 바리슈니코프가 춤을 추었다. 그리고 수많은 오페라들이 공연되었다. 차이코브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도 이곳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마리인스키 박물관에는 이 극장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거장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 있다.

 

생페터스부르크의 마리인스키 극장

 

9. 비엔나 슈타츠오퍼(Staatsoper)

아름답기로 말하지만 비엔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도 한 몫을 차지한다. 붉은 포도주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건물로서 조각들과 타페스트리와 그림과 프레스코가 장관으로 펼쳐 있다. 슈타츠오퍼의 전신은 부르크테아트(궁정극장)이지만 비엔나의 도시계획에 따라 1869년에 새로 오픈하였다. 개관 기념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가 공연되었다. 슈타츠오퍼의 12월 31일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날의 티켓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 해마다 2월말이나 3월초의 파슝 기간에는 슈타츠오퍼 무도회(오페라 볼)가 열린다. 비엔나 필이 연주한다.

 

비엔나 슈타츠오퍼

                     

10. 테아트로 마시모(Teatro Massino)

팔레르모의 테아트로 마시모는 오페라 팬들은 물론이지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팬이라면 감회가 깊은 장소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감독한 영화 '대부'(The Godfather) 파트 3세에서 돈 코를레오네의 딸이 이 오페라의 계단에서 총격을 받아 죽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돈의 딸인 메리 코를레오네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가 맡았다. 테아트로 마시모는 보 아르 스타일의 대표작이다. 화려한 내부를 자랑한다. 23년이라는 건축기간을 거쳐 1897년에 오픈했다. 1970년대에 보수를 위해 문을 닫았다가 1997년에 재개관했다. 테아트로 마시모는 여름철 공연을 야외극장인 테아트로 디 베르두라(Teatro di Verdura)에서 갖는다. 2천석 규모이다. 현재의 풀 네임은 테아트로 마시모 빗토리오 에마누엘레이다. 빗토리오 에마누엘레 왕에게 헌정된 극장이기 때문이다. 테아트로 마시모는 유럽에서 파리 오페라, 비엔나 슈타츠오퍼 다음으로 규모가 큰 오페라 극장이다.

 

시실리의 팔레르모의 테아트로 마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