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수도원/교회부터 알아야

비엔나의 교회는 이런 점이 특이하다

정준극 2008. 6. 1. 22:48

비엔나의 교회는 이런 점이 특이하다  

 

비엔나를 상징하는 슈테판성당

 

비엔나에 있는 150여 교회를 지상방문해 보면서 필자 나름대로 느낀 소감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오스트리아는 기본적으로 로마 가톨릭 국가이다. 그러므로 비엔나의 교회들도 거의 모두 로마 가톨릭 교회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라고 해도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체로 수도회에 따라 소속을 달리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란치스코 수도회, 베네딕트 수도회, 살바토르 수도회, 미노리텐 수도회, 카푸친 수도회, 도미니크 수도회, 갈멜 수도회, 예수회가 세운 교회 등등이다. 왜 이런 수도회들이 비엔나에 많이 들아와 있는가? 비엔나가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다는 것이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 이외의 교회들로서는 정교회(러시아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 루마니아 정교회 등)가 있으며 개신교 교회로서는 루터교회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개신교라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장로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 침례교회, 오순절교회 등이 존재하여 있지는 않다. 유태교회당도 여럿 있으나 유태교는 기본적으로 기독교가 아니기 때문에 비엔나의 교회를 소개하는 범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다른 종교로는 불교 사원(Friedenstupa), 이슬람 사원(Moschee am Hubertusdamm) 등이  있다. 그러나 힌두교라든지 라마교, 조로아스터교 등의 사원은 과문이지만 없다.

 

- 대부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교회는 1구인 인네레 슈타트(Innere Stadt)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비엔나 도심이라고 하면 대체로 비엔나 외곽의 환상 도로인 귀어텔(Guertel) 이내에 있는 지역들을 말하므로 본 블로그에서는 1구에서 9구까지의 교회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였다. 19세기 말부터는 비엔나 외곽 지역에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새로운 교회들이 많이 들어섰다. 10구에서 23구 까지가 대체로 이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외곽 지역에 있는 교회들도 추가로 소개하였다.

 

슈테판스돔과 칼스키르헤가 보이는 비엔나 구시가지의 스카이라인

 

- 비엔나의 교회들은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은 11-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대부분 15-16세기에 건축된 것이 많으며 18-19세기에 더 많은 교회들이 건축되었다. 비엔나가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던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교회들은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늦게 시작한 셈이다. 비엔나의 대표적인 교회인 슈테판성당은 14세기에 완성된 건축물이다. 교회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건축되므로 시대의 변천과 함께 건축 양식도 변천된 것이 건축물에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교회는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또는 고틱 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 비엔나의 교회들처럼 여러 번의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본 교회들도 없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 1529년과 1638년, 두 차례에 걸친 오토만 터키의 비엔나 공성 때에 무참히 파괴되었다가 다시 복구된 교회들이다. 비엔나의 교회들은 1차 대전 때에는 별로 피해가 없었으나 2차 대전 때에는 대단한 피해를 보았다. 특히 전쟁의 막바지인 1945년 초에 러시아군의 포격에 의해 많은 교회가 파괴되었다. 비엔나의 랜드마크인 슈테판스돔도 그 중의 하나이다. 옆 건물에 떨어진 포탄으로 불이났는데 그 불이 슈테판스돔까지 옮겨져서 피해를 보았다. 상처를 입은 교회들은 전쟁후 복구되었으며 어떤 교회들은 거의 완전히 새로 건축되었다. 러시아군은 비엔나의 교회들이 자기들의 교회인 러시아정교회와는 별로 관계가 없으므로 사람들이 그러면 안되는데 비엔나 탈환이라는 미명아래 마구 대포를 쏘아댔던 것 같다. 비엔나의 교회(성당)들이야 부서지던 말던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칼렌버그 산정의 성요제프교회. 터키의 2차 비엔나 침공 때에 폴란드의 얀 조비에스키가 이끄는 군대가 이 곳에서 새벽에 기도하고 공격했다.


- 다른 지역의 로마 가톨릭 교회들도 그렇겠지만 비엔나의 교회들도 교회의 행정상 여러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교구의 명칭을 따서 교회 이름을 부른다. 화르키르헤 헤첸도르프(Pfarrkirche Hetzendorf), 화르키르헤 노이짐머링(Pfarrkirche Neusimmering) 등이다. 예를 들면 화르키르헤는 교구교회를 말한다. 그러나 봉헌된 대상에 따라 교회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되블링 교구교회는 성바오로에게 봉헌하였으므로 성바오로교회라고도 부른다. 하일리겐슈타트 교구교회는 성미하엘에게 봉헌하였으므로 성미하엘교회라고도 부른다.

 

- 성인들 중에서 가장 많은 교회를 봉헌 받은 성인은 아마 성요한네스 네포무크(hl. Johannes Nepomuk)일 것이다. 성요한네스 네포무크는 교량의 수호성인이다. 비엔나에 도나우 강과 비엔나 강을 따라 교량들이 많이 설치되었기 때문에 교량의 수호성인이 존중되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많이 봉헌된 성인인 이탈리아 파두아의 성안톤(안토니우스)일 것이다.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에게 봉헌한 교회들도 더러 있다.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안나(한나)에게 봉헌된 교회들도 많다. 전통적으로 비엔나의 교회들은 성모의 어머니인 성안나를 숭상하여 왔다. 그러나 무어라고 해도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교회가 가장 많다. 성모 마리아를 무터고트(Muttergott)라고 부르는 것은 특이하다. 프랑스에서는 노트르 담, 이탈리아에서는 마돈나, 독일에서는 융프라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스트리아에서만은 글자 그대로 본다면 ‘신의 어머니’(무터고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성요한 네포무크. 교량에서 순교했으므로 교량의 수호성인으로 받들고 있다. 비엔나의 누스도르프 소재.


- 비엔나의 교회들은 신성로마제국의 소멸 이후에도 오스트리아제국 황제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성장했다. 황제들이 직접 교회 건설을 주도한 경우가 많으며 기공식과 봉헌식에는 대체로 황제들이 참석하여 축복하였다. 프란츠 요셉1세 황제는 특히 여러 교회와 관련이 있다. 암살미수에서 벗어났음을 기념하는 보티프교회(Votivkirche: 봉헌교회), 재위 50주년을 기념하는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교회(멕시코교회)는 프란츠 요셉 황제와 직접 관련된 교회들이다.

 

프란츠 요셉 황제 재위 50주년 기념 교회. 아씨씨의 성프란치스코교회. 일명 멕시코교회. 교회 옆의 광장은 멕시코광장이라고 부른다. 이는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멕시코가 여러 나라들 중에서 처음으로 합병을 반대하였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여 붙인 명칭이고 따라서 성프란치스코교회도 멕시코교회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 비엔나의 교회들은 대부분 당대의 거장 건축가들의 손에 의해 건축된 것이다. 교회 건축은 대단히 복잡하고 힘든 것이다. 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전당을 건설하는 것이므로 더구나 신경을 써야 했다. 위대한 궁전들을 설계했던 위대한 건축가들이 교회 건축에 참여하였음은 당연한 일이다. 비엔나의 교회 건축에 기여한 당대의 건축가들은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Johann Lucas von Hildebrandt), 요한 피셔 폰 에어라흐(Johann Fischer von Erlach), 안톤 필그림(Anton Pilgrim), 알렉산더 뷜레만스(Alexander Wielemans), 테오필 한센(Theophil Hansen), 볼프강 힐러브란트(Wolfgang Hillerbrand), 안드레아스 페르트홀트(Andreas Perthold), 로렌츠 레흐너(Lorenz Lechner), 프란츠 리터 폰 노이만(Franz Ritter von Neumann) 등이다.

 

- 비에나는 음악의 도시이므로 음악가와 관련된 교회들이 더러 있어서 음악애호가들에게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모차르트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 모차르트의 영결미사가 거행된 교회, 베토벤의 영결미사가 거행된 교회, 슈베르트의 영결미사가 거행된 교회, 하이든이 다니던 교회, 슈베르트가 오르간 주자로 활동한 교회,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가 오르간 주자로 활동한 교회, 모차르트의 진혼곡이 초연된 교회 등 위대한 음악가들과 관련된 교회들이 많이 있다.   

 

슈베르트키르헤의 오르간

 

[비에나 사람들의 종교]

오스트리아는 전통적으로 로마 가톨릭 국가이다. 비엔나에는 로마 가톨릭의 비엔나 대주교교구가 있다. 2012년 현재의 비엔나 대주교는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이다. 그런데 2001년도 인구조사에 의하면, 비엔나 전체 시민의 절반이 채 안되는 49.2%만이 로마 가톨릭 신자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많은 종교는 무슬림으로 전체의 7.8%나 된다. 그만큼 터키를 비롯한 아랍 사람들의 유입이 많아졌다는 얘기이다. 다음은 정교회 종파이다.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스(희랍) 정교회와 러시아정교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개신교는 4.7%이다. 대부분이 루터교이다. 한편, 유태교는 0.5%밖에 되지 않는다. 기타 종교, 예를 들면 바하이교, 힌두교, 불교도 어느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를 아예 갖고 있지 않다는 층이다. 무려 전체 시민의 25.7%가 무종교라고 대답했다. 무대답자들도 많았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주로 비엔나의 중심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일반인들의 교회방문을 증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종교음악 연주회 또는 기타 음악 연주회를 갖고 있다. 오르간 연주는 로마 가톨릭 교회를 가야 제대로 들을수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비엔나 중심지역에서 역사적인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성슈테판대성당(슈테판스돔), 칼스키르헤(칼교회), 보티프키르헤(봉헌교회) 등이다. 비엔나에서 로마 가톨릭 신자들의 퍼센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1961년에는 전체의 90% 정도가 로마 가톨릭이었으나 2010년에는 고작 39.8%에 불과했다.

  

칼스키르헤(성칼교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교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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