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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정준극 2010. 8. 28. 10:59

오대산 월정사

(五臺山 月精寺)

 

월정사 적광전과 국보인 팔각구층석탑 

 

어쩌다가 오대산의 월정사를 구경하고 왔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의 오대산 자락에 있는 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시절에 자장율사라는 분이 거룩하게도 문수보살의 계시를 받고 지은 사찰이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643년에 세운 절이라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약 1천 4백여년전의 일이다. 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무상하더라도 머언산 청운사처럼 천년 향취가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거의 모두 새 건물들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일성 도당이 일으킨 6. 25전쟁 때 모두 파괴되어서 다시 지었기 때문이다. 천년신라고찰이 공산침략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천년쯤의 흔적을 찾아본다면 아마 대법당 앞에 있는 팔각구층석탑 정도일 것이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고찰의 명성을 어찌 상고할수 있겠는가?

 

계곡 쪽에 있는 오대산 월정사 입구

 

오대산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다섯 개의 산'이 모여 있는 곳인줄 알았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 五大山이 아니라 五臺山이다. 태백산맥의 한 쪽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오대산이다. 오대산의 주봉은 비로봉이며 이밖에 동대산, 호령봉, 상황봉, 두로봉의 다섯개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봉우리 사이사이로 비교적 넓고 평평한 대지들이 원래부터 조성되어 있다. 중앙에 하나의 대지가 있고 동서남북에도 있다. 간단히 말해서 중대, 동대, 서대, 남대, 북대이다. 물론 각각의 대지에는 명칭이 있다. 중대는 지공대, 동대는 만월대, 서대는 장령대, 남대는 기린대, 북대는 상삼대라고 한다. 그걸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이렇듯 다섯 곳의 평평한 대지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오대산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천왕문 

 

과연! 오대산 월정사 계곡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시원한 물이 그럴듯하여 보기에 좋은 곳이었다. 뙤약볕이 강렬한 한여름의 낮에 갔기 때문에 잠시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계곡의 물에 우정 발을 담구어 보았더니 차가워서 오래 있지 못할 정도였다. 만일 어떤 선녀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목욕하러 내려왔다가는 물이 하두 차가워서 나뭇군은 안중에도 없이 그냥 올라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박을 넣어 두었다가 꺼내서 나무그늘 아래에서 서로 나누어 먹으면 대단히 시원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기왕에 월정사를 방문한 길에 월정사 이야기를 잠시나마 하지 않을수 없다. 물론 인터넷을 찾아보면 자세히 나와 있지만 그래도 기록을 위해 설명코자 하는 바이다. 월정사는 만월산을 뒤로하고 있으며 앞의 계곡에는 금강연(金鋼淵)이 자리잡고 있어서 운치가 있다. 주변은 온통 울창한 숲이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의 길만해도 삼림욕길과 같다. 그런데 예로부터 오대산에는 오만보살이 상주하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문수신앙의 중심지이다. 신라시대에 자장율사는 중국 산서성의 오대산(우타이산)에 갔을 때 문수보살을 만났다고 한다. 문수보살은 우타이산에서 1만 보살들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중국에도 오대산이 있으니 신통하다. 그때 자장율사는 거룩하신 문수보살로부터 신라에 돌아가거든 오대산에 가서 수행하고 있으면 나를 만날수 있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자장율사는 귀국하여 오대산에 들어와 초막을 짓고 머물면서 다시한번 문수보살을 만자게 되기를 기원하며 수행에 정진하였다. 그러나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친견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후 선의스님이라는 분이 자장율사가 머물렀던 초가 터에 암자를 지어 살았는데 나중에 다른 수님들이 암자 일대를 확장하여 오늘날의 월정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근세에 월정사에 주석한 한암, 탄허, 보문, 지암, 만화, 희섭 스님등의 영정을 모신 진영각

 

월정사는 어쩐 일인지 화재를 여러번 당하였다. 대표적인 것은 고려 충렬왕때인 1377년이었으며 또 하나는 19세기 조선 순조 때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950년 6. 25 전쟁때에 칠불보전을 비롯하여 17개의 건물이 모두 불타고 소장하고 있던 문화재와 자료들도 모두 재가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의 월정사는 1964년 탄허스님이 적광전을 중건하는 대불사를 일으켰고 그 뒤로 다른 스님들이 꾸준히 중건하여 오늘의 대찰에 이르르게 되었다.

 

월정사 부도군. 사찰에서 한참 산쪽으로 들어와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월정사의 또 다른 자랑은 이른바 보장각(寶藏閣)에 있는 성보박물관이다. 성보각은 현대에 지었기 때문에 지하층이 마련되어 있다. 불, 법, 승의 3보를 전시주제로 삼고 있는 불교문화 유산의 보고이다. 국보 292호인 상원사 중창권선문도 여기에 있다. 상원사에서 나온 동종은 국보 36호이다.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은 국보 221호이다. 월정사 팔각구층탑에서 나온 사리구 12점도 전시되어 있다. 이밖에 보물로 지정된 여러 전시품이 있으며 근대의 탄허스님의 유품도 귀중한 전시품이다. 성보박물관에는 오대산의 산내 암자, 그리고 강원도 남부 60여개의 전통사찰에 있던 불상, 불화, 불교장엄구, 불교의식구, 경전류 등 6백여점의 성보가 전시되어 있다. 입장은 무료이다. 그리고 적광전 앞에 있는 팔각구층석탑은 국보 48호이다.

 

성보박물관 1층 전시장의 한편

 

대체로 어느 절이든지 큰법당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절에서는 대웅전이라고 칭하며 어떤 절에서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고 부른다. 월정사의 큰 법당은 적광전(寂光殿)이다. 다른 절에서는 대적광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는 그냥 적광전이다. 대적광전에서 큰 대(大)자를 뺀 것은 겸손의 표현인가? 일반적으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고 있고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다. 문수보살은 비로나자불을 옆에서 모시고 있는 협시보살이다. 그런데 월정사의 큰법당인 적광전에서는 비로자나불을 모시지 않고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어서 특이하다. 월정사 적광전의 석가모니불은 석굴암의 본존불 형태를 그대로 따른 것이어서 대단한 감동을 준다. 적광전 현판과 주련의 글씨는 탄허스님의 친필이라고 한다. 아무튼 모든 것이 활기 있고 넉넉해 보이는 월정사였다.

 

적광전의 본존불로 모신 석가모니 부처상. 토함산 석굴암의 본존불을 본따서 만든 것이다.  

 

월정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다. 아름답게 장식한 작은 금탑 안에 모셔져 있다. 1년에 세번 불자들이 친견할수 있다. 정초기도회 기간중인 음력 1월 1일부터 1월 30일까지, 부처님 오신날에 즈음하여 음력 4월 1일부터 4ㅜ얼 29일까지, 그리고 칠석-백중 기간인 음력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의 세차례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팔각구층석탑: 고려초기의 작품이다. 기단, 탑신, 옥개가 모두 팔각이다. 옥개석의 각면에는 청동의 풍경이 장식되어 있다. 상륜부에는 금동 장식이 얹어 있다. 마치 보관을 쓰고 있는듯하다. 여러 차례 화재와 공산침략의 전화에도 오늘날까지 형태를 잃지 않고 굳건히 서 있다. 높이는 약 15미터이다. 팔각구층석탑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공양하고 있는 석불은 보물139호인 석조보살좌상이다. 한국적인 미소가 친근미를 더해 주는 작품이다. 머리에는 둥근 통모양의 간관을 쓰고 있고 몸에는 화려한 천의를 두르고 있다.

 

뒤편에서 바라본 적광전.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단청이 정말 화려하고 산뜻하다. 뒤편 벽면의 그림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것이 아니라 도교적인 신선 그림이 대부분이어서 특이하다.

 

종고루. 보통 절에서는 범종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종고루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종고루에는 범종, 운판, 목어, 법고의 4가지를 설치한다. 법고는 이땅의 중생을, 범종은 지옥의 중생을, 운판은 하늘의 중생을, 목어는 물속의 중생을 위하여 울린다니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수 없는 것 같다.

 

시원한 샘물이 있는 불유각이다. 이름이 그럴듯해서 소개한다. 물을 젖에 비유한 것도 재미나다. 

 

경내에 있는 청류다원. 계곡의 물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전통차를 음미할수 있는 향취있는 장소이다. 여름보다도 겨울의 산사에서 더욱 운취가 있을 것같다. 장작더미를 보니 더욱 그랬다.

 

오대산의 숲을 보라. 울창이라는 말이 과연 적중하다.

 

이곳이 금강연이다.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서 적막한 아름다운이 넘쳐 있다. 보트라도 띠운다면 애들 등쌀에 시장바닥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