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페스티벌/시작하면서

세계가 기념하는 2013년의 또 다른 음악축제

정준극 2013. 2. 1. 15:30

세계가 기념하는 2013년의 또 다른 음악축제

베르디와 바그너 탄생 200 주년 기념행사와는 별도

 

2013년에는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 주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기념하는 다른 음악축제도 있다. 그러나 2013년에 세계의 음악계는 오페라 역사를 빛낸 두 거장인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 주년이라는 커다란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2013년을 기억해야 하는 행사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음의 다섯 음악축제는 2013년을 장식하는 또 다른 하이라이트이다.

 

1. 벤자민 브리튼 1백주년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은 20세기에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이다. 2013년은 벤자민 브리튼의 탄생 100 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해이다. 영국의 각지에서 이를 기념하는 연주회와 학술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특기할 일은 ‘브리튼 피어스 재단’(Britten-Pears Foundation)이 Britten100.org 라는 사이트를 오픈한 것이다. ‘브리튼 피어스 재단’(bpf)은 브리튼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출범한 기구로서 브리튼과 40년이 넘게 파트너로서 함께 살아온 테너 피터 피어스(Peter Pears: 1910-1986)가 주도하여 설립하였다. 이 재단은 젊고 유능한 작곡가와 연주자들을 발굴하여 육성하는 일을 대표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재단이 오픈한 인터넷 사이트는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브리튼 작품의 연주회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 사이트는 브리튼의 동료 작곡가인 존 애덤스(John Adams)와 영화제작자인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등의 비디오들을 게재하고 있다. 웨스 앤더슨은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오케스트라 가이드’(A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를 그의 최신작춤인 ‘문라이스 킹덤’(Moonrise Kingdom)에 사용하여 브리튼을 기념한바 있다.

 

 

 

벤자민 브리튼과 피터 피어스

 

2.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1백주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의 무용음악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이 1913년으로 초연 1백주년을 기념한다. ‘봄의 제전’은 1913년 5월 29일 파리의 샹젤리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관객들은 이 작품의 안무와 음악이 지나치게 아방 갸르드 스타일이어서 거부감을 가지고 큰 소동을 벌인 일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은 모더니즘의 토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의 주요 무용단과 오케스트라는 ‘봄의 제전’ 1백 주년을 기념하여 각각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뉴욕 필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은 2013년도 시즌을 ‘봄의 제전’으로 오픈한다. 뉴욕의 카네기 홀은 ‘봄의 제전’을 더 알기 위한 ‘디스커버리 데이’(Discovery Day)를 개최한다.

 

'봄의 제전'의 무대

 

3. 비톨드 루토슬라브스키(Witold Lutoslawski) 1백주년

2013년은 폴란드의 저명한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비톨드 루토슬라브스키(Witold Lutoslawki: 1913-1994)의 탄생 1백 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폴란드는 루토슬라브스키 탄생 1백주년 기념 작곡 경연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경연대회에 대한 응모는 이미 지난 1월 25일, 루토슬라브스키의 탄생일을 기하여 마감되었으며 심사 결과 2명의 우수 작곡가가 선정되었다. 미국의 스티븐 스터키(Steven Stucky: 1949)와 핀란드의 에사 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 1958-)이다. 뉴욕 필은 2013년 루토슬라브스키 해를 맞이하여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인 ‘체인 2’(Chain 2)를 로린 마젤의 지휘로 연주했다. 바이올린은 제니퍼 고(Jennifer Koh)였다. 한국계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제니퍼 고는 1994년 차이코브스키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중의 하나이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은 에사 페카 살로넨의 지휘로 루토슬라브스키의 교향곡들을 취입한다.

 

폴란드의 작곡가 비톨드 루토슬라브스키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이다. 

 

4. 로열 필하모닉 협회 1백주년

런던에 본부를 둔 로열 필하모닉 협회(Royal Philharmonic Society: RPS)가 2013년으로 설립 1백주년을 기념한다. 원래 이 협회는 1813년 기악 연주를 진흥하기 위해 설립되어 그동안 수많은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이 콘서트에 참여하였다. 그러다가 1913년에 로열 필하모닉 협회로 재출범하고 신예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하여 데뷔시키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로열 필하모닉 협회)는 1989년부터 ‘로열 필하모닉 협회 음악상’을 제정하여 차세대의 음악과 연주자들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RPS는 전속 교향악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레코드 취입이 있으면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RPS는 그동안 해리슨 버트위슬, 볼프강 림, 마누스 린드버그 등의 신작들을 과감히 소개하고 취입하는 역할을 하였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5. 타워, 볼콤, 하비슨 75세 기념

2013년은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인 조앤 타워(Joan Tower), 존 하비슨(John Harbison), 윌렴 볼콤(William Bolcom)이 모두 75세를 맞이하는 해이다. 세 사람 모두 1938년에 태어났다. 미시간주의 사우드필드에서 열리는 그레이트 레이크스 실내악 페스티벌(Great Lakes Chamber Music Festival)은 올해 여름에 이들 3인을 기리는 콘서트를 갖는다. 2013년은 그레이트 레이크스 실내악 페스티벌 자체로도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조앤 타워                                존 하비슨                                           윌렴 볼콤

 

* 오페라 '탄크레디'(Tancredi) 2백주년. 1813년 2월 6일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로시니 최고의 오페라 세리아 작품이다.

*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La Italiana in Algeri) 2백주년. 1813년 5월 22일 베니스의 산 베네데토 극장에서 초연. 이날은 공교롭게도 바그너가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날이지만 로시니가 그런 일을 알 리가 없었을 것이다. 로시니의 작품 중에서 가장 화려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탄크레디'의 귀환 장면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