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의 세계/오페라 성악의 영역

오페라틱 보이스

정준극 2013. 10. 12. 06:45

오페라틱 보이스(Operativ Voices)

 

로시니의 오페라 '렝스로의 여행'에는 정상급 성악가 14명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노래경연대회를 여는 것과 같은 분위기이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모든 성악가들의 희망사항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노래를 잘 부른다는 찬사를 받을 것인가? 하기야 우선 가지고 있는 음성자체가 좋아야 한다. 가지고 있는 소리만 좋아야 할 뿐만아니라 테크닉도 좋아야 한다. 감정표현에서 뛰어나야 하고 발성이 잘 되어야하며 호흡도 좋아야 한다. 오페라 성악가들의 발성 기법과 호흡법은 세월이 지나면서 혁신적으로 발전해 왔다. 성악가들은 처음에는 궁전이나 귀족의 저택에서 소규모 앙상블의 반주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그다지 큰 음성을 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본격 오페라극장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고 저 구석에 있는 사람들까지 들을수 있는 힘있는 소리를 내야했다. 그러다가 전자음향기기(특히 앰프)가 눈부시게 발전하자 그렇게까지 힘들게 소리를 낼 필요가 적어졌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은 뮤지컬에서 처럼 무선마이크를 착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대 곳곳에 마치 CCTV 처럼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전체적인 음향을 확대해 주므로 옛날처럼 죽어라고 큰 소리를 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저 적당한 볼륨의 소리만 내도 충분하게 되었다. 더구나 현대에 건설된 오페라 극장들은 음향효과가 뛰어나서 옛날의 말편자형 극장에서처럼 소리를 내 지르지 않아도 구석구석까지 잘 들리도록 되어 있다.

 

'카드미용과 에르미옹'. 예전에는 왕궁이나 귀족들의 저택에서 오페라를 공연했기 때문에 극장규모가 크지 않아서 작은 소리로도 카버할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극장이 대형화되어서 여러 발성기법을 사용하여서 소리가 멀리까지 가도록 해야 한다.

                            

오페라 성악가들이 어떤 파트에 속하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에 적당한지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리의 타입에 의해 분류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리는 음역(tessitura), 음질(quality and agility), 음량(power and volume), 음색(timbre) 등에 의해 분류된다. 여러번 반복되는 설명이지만 오페라에 출연하는 여성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로 분류하며 남성은 테너, 바리톤, 베이스 바리톤, 베이스, 그리고 카운터테너로 분류한다. 남성이 여성의 음역을 노래할 때에는 아들을 소프라니스트(Sopranist) 또는 카운터테너라고 부른다. 오페라에서 카운터테너는 간혹 카스트라티(Castrati)가 불렀다. 카스트라토(복수는 카스트라티)는 남성들이 여성과 같은 고음을 낼수 있게 하기 위해 남성을 중성화한 경우이다. 이상의 구분은 성악가들을 기본적으로 역할에 따라 구분한 것이며 다시 이들을 사이즈 또는 재능에 따라 구분한다. 예를 들면 소프라노만 하더라도 리릭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수브레트, 스핀토, 또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구분한다. 이러한 구분은 오페라의 역할에 따라 정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이 역할은 스핀토가 맡아야 하고 저 역할은 수브레트가 맡아야 한다는 식의 고정적인 배치는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기술에 따라 또 다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바소 부포(Basso buffo)는 패터 송에 재질이 있어야 하며 코미디언과 같은 연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이같은 세부 구분을 화흐(Fach)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연극배우가 노래도 불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일의 징슈필은 그러한 바탕 위에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악을 전문으로 하지 않은 배우가 노래를 불러야 하니 과장된 연기력으로 음성의 취약점을 커버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바소 부포 등이 발전해 왔다.

 

오페라에서 소프라노는 18세기 후반부터 여자 주인공의 역할을 맡았다. 그 이전에는 여성 역할은 아무 여성이나 상관하지 않고 맡았다. 하기야 초기에는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구별조차 없었다. 어떤 오페라는 여자 주인공을 카스트라토가 맡도록 했다. 카스트라토는 여성 소프라노보다도 더 힘차게 더 박력있게 노래를 불렀다. 마치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냈으며 강물이 소리없이 잔잔히 흐르는 소리를 냈다. 오늘날 처럼 이 역할은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맡아야 하며, 저 역할은 리릭 소프라노가 맡아야 한다는 식의 구분은 고전시대의 발명품이다. 그리고 음역에 있어서도 아무리 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높은 소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서 바로크 오페라를 많이 작곡한 헨델의 작품을 보면 여자 주인공의 높은 음은 하이 A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하이 C음을 내는 경우는 단 한 작품 밖에 없다. 카스트라토인 화리넬리는 테너의 하이 음인 C를 훨씬 넘어서 하이 D까지 낼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고 한다.

 

메조소프라노라는 명칭은 오페라의 초창기에는 없었다. 그러다가 소프라노와 콘트랄토의 중간에 해당하는 음역의 성악가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되자 이들을 메조소프라노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메조소프라노는 퍼셀의 '디도와 이니아스'에서 이니아스 역할로부터 좀 더 무거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브랑개네 역할까지 폭이 넓다. 메조소프라노의 역할을 소프라노가 맡은 경우도 더러 있다. 서로의 구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조소프라노만이 주역을 맡는 경우도 있다. 생 생스의 '삼손과 델릴라'에서 델릴라, 비제의 '카르멘'에서 타이틀 롤은 소프라노가 맡기 어렵기 때문에 메조소프라노가 맡으며 메조소프라노를 구하기 어려울 때에는 콘트랄토가 맡으면 맡았지 소프라노가 맡기는 어렵다. 콘트랄토가 맡을수 있는 역할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영어로 이런 농담이 있다. 콘트랄토는 witches, bitches, and britches(마녀들, 창녀들, 반바지들)의 역할만 맡는다는 것이다. 반바지라는 것은 물론 남자역할을 말한다. 옛날에는 남자들의 바지가 무릎에 오는 정도의 짧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여자로서 남자 역할을 맡는 경우를 '바지 역할'(Britches role 또는 Breeches role)이라고 불렀다. 남장여인의 역할이라는 의미이다. '바지역할'은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었다.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에서 바지역할은 원래 여자를 위해 작곡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바로크 오페라 공연에서 굳이 바지역할을 맡으려면 주로 카운터테너가 맡는다.

 

테너 음성은 소프라노의 파트너이다. 고전시대 이래 테너는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으로서 책임을 맡았다. 오페라의 주인공으로서 테너가 뛰어난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주로 벨칸토 오페라에서였다. 예를 들면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에서 남자 주인공 테너는 하이 C 음을 무려 아홉번이나 내야한다.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테너의 고음으로서 오페라의 성패가 좌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그너는 그의 오페라에서 테너 주인공의 역할을 어느 누구보다도 강조하였다. 바그너 테너들은 영웅적인 힘차고 강력한 소리를 내야 했다. 이들을 영웅테너(Helden tenor)라고 불렀다. 독일의 헬덴테너는 이탈리아로 보면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칼라프의 역할과 같다고 볼수 있다. 베이스는 오페라 세리아에서 조연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였다. 베이스는 코믹한 역할도 자주 맡았다. '돈 조반니'에서 레포렐로의 역할은 대표적이다. 바그너의 '링 사이클'에서 보탄의 귀족적인 역할도 베이스의 특권이다. 테너와 베이스의 중간에는 바리톤이 있다. 바리톤도 여러 타입이 있다.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에서 구글리엘모로부터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포사 로드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바리톤의 정확히 규정하는 일은 19시게 중반까지 마련되어 있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뛰어난 오페라 성악가들인가?  초기의 오페라 성악가들은 스타일로서 인기를 차지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17세기 중반에 들어와서 오페라가 일반인들에게 확산되자 오페라 성악가들도 전문적이 되어야 했다. 상업적인 오페라가 등장했던 것이다. 남자 주인공의 역할은 주로 카스트라토가 맡았다. 그리하여 18세기에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럽에서 판을 칠 때에 세네스시노(Senestino) 또는 화리넬리(Farinelli)와 같은 카스트라토들은(카스트라티) 그야말로 국제적인 스타로서 대인기를 끌었다. 그후 여자들도 오페라의 주역을 맡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첫번째 여성 스타는 17세기 중반, 안나 렌치(Anna Renzi)일 것이다. 말하자면 프리마 돈나의 등장이었다. 18세기부터는 여성 오페라 성악가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그러다보니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그러다보니 서로 라이발 의식도 가지는 경우도 생겼다. 화우스티나 보로도니(Faustina Borodoni)와 프란체스카 쿠쪼니(Francesca Cuzzoni)의 라이발은 온 동리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것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카스트라티를 좋아하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의 역할은 카스트라토가 아니라 하이 테너(Haute-contre)가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조셉 르그로(Joseph Legros)는 대표적인 예이다.

 

근자에 들어와서 오페라는 18세기나 19세기, 또는 20세기 초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문화의 다양화로 인하여 사람들의 기호가 뮤지컬, 영화, 라디오, 텔리비전, 레코딩 등으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요즘에 누가 LP 판을 들으며 누가 테이프 플레이어를 사겠는가?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으로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기 때문에 오페라 공연은 그만큼 위축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CD가 살아 있어서 오페라 애호가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으며 아울러 위대한 성악가들의 음성을 기계로나마 들을수 있게 되었다. 마리아 칼라스, 엔리코 카루소,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 마리오 델 모나코, 리제 스티븐스, 알프레드 크라우스, 몽세라 카바예, 프랑코 코렐리, 비르지트 닐슨, 넬리 멜바, 로사 폰셀레, 베냐미노 질리, 유시 비욜링, 페오도르 샬리아핀, 그리고 스리 테너스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치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음성을 어느때나 들을수 있게 되었다.

 

영화로 만든 카르멘. DVD.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요즘 각 오페라극장과 오페라단은 어떻게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영화관과 인터넷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전략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06년부터 미국내 주요 극장과 계약을 맺어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공연 실황을 라이브 중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극장에서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이브 고정세도(high-definition) 비디오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5년에만해도 메트로폴리탄의 오페라 공연을 미국내 350개 도시에 있는 424개 극장에서 볼수 있었다. 가장 많이 중계된 공연은 '라 보엠'이었다. 세계의 671개 극장에서 중계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2008년부터 미리 녹화된 비디오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2008년  6월 현재 미국의 117개 도시에 있는 125개 극장에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공연을 비디오로 보았다. 오페라 공연을 녹화한 비디오는 헐리우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할 때에 사용하는 프로젝터와 같은 것을 사용하므로 일반 현대 영화나 다름이 없다. 유럽에서도 미국에 지지 않게 공연실황을 극장에서 볼수 있게 하고 있다. 런던의 로열 오페라를 위시하여 밀라노의 라 스칼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베니스의 라 페니체, 플로렌스의 마지오 무지칼레 등이 2006년부터 그러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럽의 오페라 공연실황은 미국에도 연결되어서 미국내 90개 도시에서 유럽에서의 공연을 볼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오페라 관객도 크게 증가하였다. 2009년에 영국의 글린드본 페스티발 오페라는 2007년에 제작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막을 인터넷에 올려 누구든지 다운로드할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