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이야기/야고보 더 알기

야고보, 예수님의 동생 맞나?

정준극 2008. 8. 22. 10:43

[야고보, 예수님의 동생 맞나?]

성경에는 야고보라는 이름이 여러번 나온다.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가 있고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있으며 예수님의 동생으로서 야고보가 있다. 우선 예수님의 친동생이라는 야고보에 대하여 알아보자. 신약성경 마태복음 13장 55절, 마가복음 6장 3절, 그리고 바울이 쓴 갈라디아서 1장 19절에는 예수님의 남동생으로 야고보(James), 유다(Jude), 시몬(Simon), 요셉(Joses)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느 구절을 보더라도 야고보의 이름이 먼저 나오므로 야고보를 가장 큰 동생으로 생각할수 있다. 유태역사학자인 요세푸스(Josephus)가 쓴 Jewish Antiquities라는 책에는 야고보를 ‘그리스도라 일컫는 예수의 형제’(Brother of Jesus who is called Christ)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면 야고보는 진짜 예수님의 형제인가?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로서 동정녀를 통하여 탄생하시었다는 사실을 믿는다. 하지만 야고보와 예수님과의 관계, 즉 야고보가 예수님의 형제라는 사항은 마리아가 영원한 동정녀(처녀)라고 믿는 로마 가톨릭 및 동방정교회의 교리에 어려움을 주는 사항이다.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으신후 세상을 마칠 때까지 동정녀로 있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사도신경에도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를 특별히 강조하기까지 했다.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수태를 고지함. 엘 그레코.

 

[야고보는 예수님의 이복형제?]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가 생각해낸 것은 예수님과 야고보가 어머니가 다른 이복형제간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시 마리아가 어떤 나이 많은 친족과 약혼하여 동정녀(처녀)로서 남아 있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친족과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것은 근친상간이 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을수 없었다는 얘기이다. 로마의 지배를 받던 당시에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약혼이 관례처럼 되었다는 설명이다. 만일 그 친족이 요셉이라고 하면 요셉은 홀아비로서 이미 자녀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야고보는 요셉의 전처의 아들로서 예수님이 태어날 때에는 이미 소년이었다는 것이다. 주후 150년경에 써졌다고 생각되는 야고보복음서(Protevangelium of James)에도 그런 뉘앙스의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야고보복음서는 비록 신약성경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초대교회에서는 그 내용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실제로 형제?]

그리스도 시대에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유태인들은 모세의 율법을 크게 준수하였다. 모세의 율법에는 결혼한 부부가 되도록 많은 자녀들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요셉과 마리아는 신실한 유태교인이었으므로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은 후에도 여러 자녀를 가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야고보는 예수님의 실제 동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예수님은 목수 요셉의 친자식으로서 성령에 의해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의붓 형제?]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야고보가 예수님의 친형제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이 그나마 양보할수 있는 주장은 야고보와 다른 동생들이 요셉이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 마리아가 재혼하여 낳은 의붓 형제들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주로 개신교에서 나오고 있지만 일부 개신교 학자들은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님의 탄생이후에는 부부로서 함께 지내서 예수님의 동생들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마태복음 1장 25절의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라는 말씀이다. 바꾸어 말하여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님을 낳은 후에 동침하며 지냈다는 것이다.


‘예수 왕조’(The Jesus Dynasty)등의 저서를 남긴 제임스 타보르(James Tabor)는 요셉이 자녀를 두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마리아가 요셉의 동생인 글로바(Clopas)와 결혼하여 자녀를 낳은 것이 야고보, 시몬, 유다, 요셉이라는 것이다. 유태인의 관례에 따르면 형이 자녀가 없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자손을 잇도록 하고 있다. 글로바는 마리아와 결혼하여 야고보 등을 아들로 두게 되었지만 예수님은 법적으로 요셉의 아들이기 때문에 야고보와는 의붓형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예수님이 요셉과 마리아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정혼만 했던 상태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혁명적인 이력’(A Revolutionary Biography)라는 저서를 남긴 존 도미닉 크로싼(John Dominic Crossan)은 야고보가 예수님보다 나이가 많은 형이었다는 주장을 했다.


[다른 관계?]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와 일부 개신교는 야고보가 예수님과 친형제도 아니고 이복형제도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성경이 원래 쓰여진 아람어와 히브리어에서는 혈연관계를 표현할 때에 직설적이 아닌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즉, 보통 친한 사람에게는 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예수의 동생들’이라고 되어 있더라도 반드시 혈연관계에 의한 동생들(형제들)이 아닐수 있다는 것이다. 아람어와 히브리어에서는 ‘어머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예수의 어머니의 아들들’이라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 어머니는 누구의 어머니든 관계없이 일반적인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신학자들은 예수님을 고향사람들이 ‘마리아의 아들’(the son of Mary)이라고 불렀지 ‘마리아의 아들중 하나’(a son of Mary)라고 부르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마가복음 6장 3절의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는 영어성경에서 ‘the son of Mary"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마리아의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정신적인 형제?]

경외서인 ‘제1야고보계시록’에 의하면 야고보는 예수님과 이 세상의 형제가 아니고 정신적인 형제라는 것이다. 즉, 신앙의 형제라는 것이다.  


[사촌사이?]

야고보는 시몬, 유다, 요셉 등 다른 동생들과 함께 예수님의 사촌일수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예수님 당시에는 아람어를 주로 사용하였는데 아람어에서는 형제와 자매를 사촌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히브리어에는 ‘사촌’(cousin)이라는 단어가 없다. 게다가 성경의 원전이라고 하는 그리스어 성경에 보면 아델포스(adelphos)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반드시 친형제자매인 사람들만 일컫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아직도 그리스와 발칸반도 여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동방문화권의 어떤 언어에서는 사촌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그렇다면 야고보를 반드시 예수님의 형제라고만 생각할수 없으며 사촌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4세기경 역사학자인 가이사라의 유세비우스(Eusebius of Caesarea)는 야고보가 요셉의 동생인 클로바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신약성경에 예수님과 동생이라고(유세비우스는 사촌이라고 번역함)했다는 것이다. 5세기경의 사학자인 제롬(Jerome)은 그의 저서 ‘뛰어난 사람들’(An Illustrious Men)에서 야고보는 또 다른 마리아, 즉 클로바의 아내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주장했다. 클로바의 아내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여동생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쓴 대목은 이러하다. “정의라는 성을 가졌으며 주님의 형제라고 부르는 야고보는 요셉의 다른 부인의 아들로 보통 마리아의 아들이라고 부르는바 마리아는 주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여동생이다”라고 썼다.


바울은 야고보를 사도로서 존경했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여러 야고보가 있었지만 사도 야고보가 가장 대표적이었다. 갈라디아서 1장 18-19절에서 바울은 그의 회심을 회상하면서 “18 그 후 삼년 만에 내가 게바(Cepah: 베드로)를 방문하려고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그와 함께 십오일을 머무는 동안 19 주의 형제 야고보 외에 다른 사도들을 보지 못하였노라”라고 말하며 야고보를 특별히 거론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주의 형제'라는 표현이다. 세배대의 아들인 야고보는 예수님과 이종사촌간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로 되어 있는터에 주의 형제 야고보라고 말하면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베드로 및 야고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주님의 복음을 전할 방도를 협의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 사람이야 말로 기독교 탄생의 핵심인물들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런데 야고보에게만 주의 형제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다. ‘주의 형제’는 영어로 ‘the Lord’s brother’로 되어 있다.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기독교역사학자인 제롬은 요한복음 19장 25절의 십자가 장면에서 세명의 마리아가 등장함을 참고로 들었다. 세명의 마리아란 1)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2) 글로바의 마리아 3) 막달라 마리아이다. 기록된바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섰는지라”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수님의 이모, 즉 성모 마리아의 여동생(또는 언니인지도 모름)은 문법상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글로바의 마리아는 간혹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로 번역되기도 한다. 글로바의 마리아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동생(또는 언니)이라고 할수 있지만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람어로 된 성경들의 원본들을 고찰해보면 두 사람이 반드시 자매관계일 필요는 없다.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람어에서는 가까운 사람을 자매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로바의 마리아는 ‘작은 야고보(James the Lesser)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와 같은 사람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누가복음 24장 10절에는 “이 여자들은 막달라 마리아와 요안나와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라...”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야고보의 모친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마리아로서 야고보의 어머니를 말한다. 또 성경의 어떤 구절을 보면 '다른 마리아'라고 되어 있는 곳이 있다. 마태복음 27장 61절에 보면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른 마리아’는 글로바의 마리아라는 것이다.


제롬이라는 학자는 정의의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인 사도 야고보가 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그는 글로바와 알패오가 아람어의 할파이(Halpai)에 뿌리를 둔 같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성서학자들은 정의의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를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보는 경향이다. 물론 이것은 로마 가톨릭의 신조가 아니고 전해 내려오는 주장일 뿐이다.


사학자 유세비우스에 의하면 글로바는 나사렛 요셉의 동생으로서 성경에 나오는 글로바의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인 나사렛의 마리아의 여동생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야고보는 예수님과 혈연이나 법으로 관련이 될수 있다. 한편, 야고보가 예수님의 사촌이라는 견해는 로마 가톨릭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로마 가톨릭으로서는 야고보가 예수님과 이복형제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로마 가톨릭은 야고보가 예수님과 형제간인지 또는 사촌간인지 그 관계를 선택해야할 입장이다. 둘다 사실일수 있지만 말이다.


[별로 관계가 없다는 주장]

예수님과 야고보가 사촌 등의 관계가 아니라 다른 일로 연관이 될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리스어 성경에 나오는 아델포스(adelphos)라는 단어는 ‘형제’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친족을 뜻할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야고보가 예수님과 친족이라고 하면 ‘형제’라는 단어를 사용할수도 있다.

 

십자가 아래의 사람들(사도 요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클로바의 마리아). 라파엘.


[가짜 야고보의 유골 사건]

2002년 11월에 발간된 ‘성서고고학지’(Biblical Archaeology Review)에 따르면 파리 솔본느(Sorbonne) 대학교의 앙드레 르메어(Andre Lemaire)라는 교수가 Ya'aqov bar Yosef akhui Yeshua 라는 글이 새겨진 사람의 유골을 발견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말은 ‘요셉의 아들 야고보 예수의 동생’이라는 뜻이다. 만일 이 유골이 고고학적으로 진짜라면 예수(Yeshua)라는 이름이 처음 기록된 것을 발견한 셈이다. 야고보라는 이름은 여러 문서에 등장하지만 예수라는 이름은 그가 세상을 떠난후 기록에만 나왔을 뿐이며 물건에 새겨진 경우는 이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예수의 어머니, 또는 야고보의 어머니에 대한 글자는 없었다. 이 유골은 그해 말, 토론토의 왕립온타리오박물관(ROM)에 전시되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3년 6월, 이스라엘유물당국은 이 유골에 새겨진 글자를 분석한 결과 2천년전의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만들어진 위조품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 글자가 오래된 것으로 믿도록 하기 위해 글자에 특수 쵸크 물질을 발랐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2004년 12월 29일, 이 유골을 처음 소장했던 오데드 골란(Oded Golan)이라는 사람은 체포되었다. 위조 작업에 동참했던 하이파(Haifa)대학교의 비문(碑文)전문가 로버트 도이치(Robert Deutsch)교수, 골동품 수집가 슐로모 코엔(Shlomo Cohen), 골동품상인 파이즈 알-아말레(Faiz al-Amaleh)도 체도되었다. 이들 일당은 거의 20년 동안 위조 골동품을 교묘하게 만들어 세계 각처에 팔아먹었다고 한다. 고고학계와 종교계는 야고보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며 그 유골에 예수님과 야고보의 관계를 설명하는 글자가 각인되어 있어서 흥분했지만 한낱 사기극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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