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이야기/마리아의 어머니 안나

야고보복음서에 나타난 마리아

정준극 2009. 8. 20. 22:43

경외서인 야고보복음서

 

성야고보. 렘브란트 작품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 안나(St Anna)에 대한 이야기는 4복음서에는 등장하지 않으며 경외서(Apocrypha)인 야고보복음서에만 나온다. 경외서(經外書) 또는 위경(僞經)은 출처가 의심스러운 경서, 또는 정경으로 삼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내용의 문서이다. 따라서 현재 개신교의 성경에서는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경외서로는 야고보복음서 이외에 도마복음서, 동명이인의 마태복음서, 베드로복음서, 가롯 유다복음서, 막달라 마리아 복음서 등이 있다. 야고보복음서(The Gospel of James) 또는 초기야보고복음서(Infancy Gospel of James)라고 불리는 경외서는 주후 145년경에 쓰여 졌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야고보복음서가 서기 140-170년 사이에 써졌다고 보고 있다. 야고보복음서는 마리아의 동정녀설을 가장 확실하게 주장한 문서로서 마리아를 ‘새로운 이브’라고 소개했다. 아무튼 마리아의 탄생과 마리아의 예수 출산에 대한 기록으로는 야고보복음서가 가장 오래된 것이며 또한 유일한 것이다.

 

마리아(미리암)에게 나타난 대천사의 수태고지

 

야고보복음서는 야고보 자신이 썼다는 기록으로 시작한다. “나, 야보고는 예루살렘에서 이 역사를 썼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야고보복음서의 저자는 의인 야고보(James the Just)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학자들은 다른 사람이 썼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왜냐하면 야고보복음서의 내용 중에 당시 유태사회의 관습을 거의 모르고 기술한 글들이 눈에 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인 야고보는 유태교 신앙을 지닌 사람으로서 당시 유태사회의 관습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고보복음서는 유태교 관습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이 썼다고 생각될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 그러므로 비록 서두에는 야고보 자신이 썼다고 기술되어 있으나 다른 사람이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고보복음서에 나오는 비유와 인용을 보면 기원후 270년경에 이루어진 70인역 성서를 기본으로 한 그리스어 번역본인것 같다. 그렇다면 더더구나 야고보가 썼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 따라서 히브리어 번역본과는 내용이 다른 점이 많이 보인다.

 

야고보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기 이전에 마리아를 둘러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중심내용으로 삼고 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나 있지 않은 내용들이다. 학자들은 야고보복음서가 2세기경에 작성된 것으로 3세기 초반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베드로복음서’와 마찬가지로 근원이 분명치 않아서 푸대접을 받아 왔다. 경외서인 베드로복음서는 야고보복음서와 한가지 공통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야고보가 예수님의 이복형제라는 것이다. 즉, 야고보는 요셉이 마리아와 결혼하기 전에 결혼한 첫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야고보는 이복형제가 된다는 것이다. 베드로복음서는 야고보를 ‘주님의 형제’(Brethren of the Lord)라고 기록해 놓았다. 그러나 원전의 단어를 옳게 번역했다면 Brethren이라는 단어는 종교 등의 형제라는 뜻으로 사용되며 혈족상의 형제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므로 야고보가 예수님의 이복형제가 된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약하다.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자크 다레 작품

 

성경이 오늘날처럼 확정되기 전에는 초기야고보복음서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흥미있기 때문이며 특히 예수의 탄생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으므로 신학적으로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초기야고보복음서는 시리아어, 에티오피아어, 그루지아어, 고대 슬라브어, 아르메니아어, 아랍어, 아일랜드어,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 되돌아 보건대 처음에 그리스어 성경들을 표준성경으로 만들기 위해 번역할 때에 모두 130편의 성경원본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원전 리스트에 야고보복음서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야고보복음서가 출처가 불투명하다느니 하는 얘기는 지나친 감이 있다. 그나저나 모든 야고보복음서는 교황의 칙서에 의해 교회에서 추방되었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번역되어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서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야고보복음서가 아직도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성서들도 그렇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모든 성서의 내용을 손으로 옮겨 적은 필사본을 만들어 전파했다. 1958년에 야고보복음서의 필사본이 하나 새로 발견되었다. 파피루스 종이에 적은 것으로 3-4세기의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비록 교황의 칙서에 의해 야고보복음서가 교회에서 퇴출되었지만 그래도 일부 지역에서는 야고보복음서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1958년도에 발견된 야고보복음서는 스위스 제네바의 보드머(Bodmer)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그보다 먼저 발견된 것은 풀 텍스트이지만 10세기에 만든 것이므로 제네바 도서관의 것보다 훨씬 후에 제작된 것이다. 10세기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사본은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가브리엘의 수태고지. 엘 그레코 작품

 

야고보복음서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야고보복음서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파트는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전체 24장이 된다. 첫 파트는 마리아의 출생과 어린 시절, 특히 세 살 때에 성전에 맡겨지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둘째 파트는 마리아가 차츰 성장함에 따라 여인으로서 변모해 가는 상황을 적은 것이다. 성전에 맡겨진 마리아는 나이가 참에 따라 처녀로서 성전에 계속 머물러 있을수 없었다. 그리하여 중매에 의해 나사렛 마을의 목수인 요셉과 정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파트는 그리스도의 출산에 대한 이야기이다. 산파가 방문하여 출산을 도운 이야기, 헤롯대왕의 박해를 피하여 숨어 살게된 이야기, 세례 요한과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헤롯대왕의 아들인 헤롯 안티파스의 박해를 받아 산속으로 숨어들어가 지내게 된 이야기 등이 적혀있다.

 

안나의 마리아 출산. 프란체스코 데 추르바란 작품

 

야고보복음서의 주된 내용은 하나님의 은혜 속에 마리아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마리아의 개인적인 순결, 그리고 예수를 출산하기 이전과 이후의 영원한 동정녀였음을 출산을 도운 산파들의 얘기를 빌어서 확인하고 있다. 또한 예수의 이모라고 생각되는 살로메의 증언을 통해서도 마리아가 영원한 처녀임을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살로메라는 이름은 마가복음에 십자가 옆에 있던 여인들 중 한사람으로 기록에 나온다. 야고보복음서는 마리아와 결혼한 요셉에 대하여도 언급하고 있다. 요셉은 홀아비로서 마리아와 정혼할 당시에 첫 부인과의 사이에 자녀들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리겐(Origen)이라는 학자는 ‘주님의 형제들’(Brethren of the Lord)이라는 표현이 바로 예수님의 이복형제들을 말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래서 예수님의 공생기간중에 예수님의 형제들과 누이들이 찾아왔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때 찾아온 형제자매들은 모두 요셉과 그의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최소 6명이나 된다고 한다. 겔라시아(Gelasia)의 교황칙서는 이런 내용들 때문에 야고보복음서를 철저하게 금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동방정교회들은 로마 가톨릭의 견해와는 달리 요셉에게 다른 자녀들이 있을수 있다고 믿었다. 다만, 직접적으로 예수님의 형제자매들이라고 말하면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질 것이므로 사촌들이라고 표현했다.

 

슬픔의성모. 카를로 돌치 작품

 

또 한가지 야고보복음서가 다른 복음서와 다른 점은 예수님의 출생 장소이다. 야고보복음서는 예수님이 동굴에서 태어나셨다고 적었다. 다른 복음서들은 여관집에 붙어 있는 마구간에서 탄생하였다고 썼다. 구유에 놓이셨다느니 하는 얘기는 나중에 복음서를 쓰는 사람들이 덧붙인 얘기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동굴에서 태어나셨다는 주장을 근거로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동굴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으며 비잔틴과 러시아 이콘에도 동굴탄생의 장면을 그린 것이 많이 있다. 세례요한의 아버지인 스가랴(Zachariah)가 헤롯이 베들레헴과 인근 마을에 있는 두 살 이내의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했을 때 어린 아들, 즉 세례 요한을 보호하다가 살해되었다는 내용도 야고보복음서에 포함되어 있다. 세례요한은 예수님보다 여섯 달 먼저 태어났다. 그러므로 헤롯대왕에 의해 죽임을 당할뻔 했으나 아버지 스가랴가 대신 죽임을 당함으로서 목숨을 보전할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혹자는 세례요한이 예수님보다 최소 2년, 최대 6년 먼저 태어났으며 예수님보다 3년 먼저 죽임을 당했다고 보고 있다.

 

성모와 아기 예수. 코리오란도의 목판

 

야고보복음서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는 안나의 탄식이다. 훗날 마리아는 천사장 가브리엘로부터 성령에 의한 수태고지를 받은후에 이모가 되는 엘리사벳을 방문하여 ‘마리아의 찬미’라는 유명한 신앙고백을 한다. 이와는 달리 마리아를 수태한 안나는 앞으로 마리아에게 닥칠 여러 가지 고난을 생각하여 ‘안나의 탄식’을 했다는 것이다. 훗날 교회는 안나의 탄식에 근거하여 '마리아의 탄식'을 만들었다고 하며 이로부터 성모의 가슴을 찌르는 일곱 개의 칼날이라는 얘기가 비롯되었다고 한다. 마리아의 일곱가지 슬픔은 다음과 같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슬픔을 표현


1. 시므온의 예언(누가복음 2: 34-35)을 들은 마리아의 슬픔

    34 시므온이 그들에게 축복하고 그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여 이르되 보라 이는 이스라엘 중 많은 사람을 패하거나 흥하게 하며 비방을 받는 표적이 되기 위하여 세움을 받았고 35 또 칼이 네 마음을 찌르듯 하리니 이는 여러 사람의 마음의 생각을 드러내려 함이니라 하더라

2. 애굽으로의 피난(마태복음 2: 13-14)을 가야 했던 마리아의 슬픔

     13 그들이 떠난 후에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아혀 냐가 네게 이르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시니 14 요셉이 일어나서 밤에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떠나가

3. 예루살렘 성전에서 어린 예수를 잃었을 때의(누가복음 2: 43-45) 마리아의 슬픔

      42 예수께서 열두 살 되었을 때에 그들이 이 절기의 관례를 따라 올라갔다가 44 동생 중에 있는 줄로 생각하고 하룻길을 간 후 친족과 아는 자 중에서 찾되 45 만나지 못하매 찾으면서 예루살렘에 돌아갔더니

4.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를 보았을 때의 마리아의 슬픔

5. 아들 예수의 십자가의 고난을 보아야 했던 마리아의 슬픔

6. 예수의 시체를 십자가에서 내려 끌어 안았을 때의 마리아의 슬픔

7. 예수를 장사지낼 때의 마리아의 슬픔


마리아의 일곱가지 슬픔을 표현한 성화. 칼로 심장을 찌르는 것과 같은 슬픔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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