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 더 알기/엘리사벳과 사가랴

세례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

정준극 2009. 8. 23. 18:40

세례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

 

 

성엘리사벳

 

감리교나 장로교와 같은 개신교에서는 세례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로마가톨릭, 동방정교회, 영국성공회, 루터교회, 이슬람에서는 크게 존경하고 있다. 세례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의 이름은 신약성경에도 나오지만(누가복음서) 이슬람의 코란에도 나온다. 로마교황청은 엘리사벳을 성인으로 시호하였다. 로마가톨릭에서 엘리사벳의 축일은 11월 5일이다. 정교회에서는 9월 5일을 축일로 지키고 있다. 엘리사벳의 축일은 그의 남편 스가랴의 축일로도 함께 지키고 있다. 엘리사벳은 임산부들의 수호성인이다. 로마가톨릭의 성인력(聖人歷)에 따르면 엘리사벳은 여족장(Matriarch)으로 기념하며 스가랴는 선지자로서 기념되고 있다. 엘리사벳은 Elisabeth, Elizabeth라고 쓰며 히브리어에서는 엘리세바(Elisheba)라고 부른다. 엘리세바는 ‘하나님은 약속이시다’라는 뜻이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사촌 성엘리자베스 방문(The Visitation of Blessed Virgin Mary(BVM) to Cousin Saint Elizabeth)

 

누가복음 1: 36을 보면 엘리사벳을 마리아의 친족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가톨릭백과사전에는 성히폴리투스(St Hippolytus)의 주장에 따라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사촌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엘리사벳의 어머니인 소베(Sobe)와 마리아의 어머니인 안나(Anna)가 자매간이기 때문에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우리식으로 이종사촌간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경을 번역할 때에 기본으로 삼고 있는 KJV(킹 제임스 버전)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사촌(Cousin)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엘리사벳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의 누가복음에만 나오며 다른 복음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한편,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어머니들인 안나와 소베에 대한 기록은 경외서인 초기(유년기) 야고보복음서(Infancy Gospel of James)에 비교적 자세하게 나온다고 한다. 초기 야고보복음서에는 엘리사벳이 세례요한을 낳은 얘기와 얼마후 헤롯 대왕이 유대인의 왕이 태어났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미리 없애기 위해 베들레헴을 중심으로 두살 아래 어린이들을 죽일 때 세례요한도 해당되었지만 다행히 제사장의 아들이라는 명분으로 죽임을 당하지 아니했다는 얘기도 적혀 있다고 한다. 세례요한의 아버지 스가랴(사가랴)는 헤롯의 포악함과 부정함에 반대하다가 헤롯의 병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성모와 아기 예수, 제사장 사가랴와 세례 요한(The Virgin and Child with Saints Zacharias and John the Baptist). 로렌초 로토 작

                    

누가복음 1:5에 의하면 엘리사벳은 제사장 아론의 자손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남편인 스가랴(Zechariah: Zachary: Zacharias: 사가랴)는 아비야 반열의 제사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역시 아론의 자손에 속한다. 계속하여 누가복음에는 엘리사벳과 스가랴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하더라’고 소개했다. 엘리사벳과 스가랴는 결혼한지 오래되었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그때에 천사장 가브리엘이 스가랴에게 나타나 아이를 갖게 될 것인데 그 아이는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준비하리라’라고 설명해주었다.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왜 하필이면 술 얘기만 했을까? 다른 먹을 것도 많은데! 이에 대한 해설은 신학자들의 몫이므로 여기서는 생략코자 한다.

 

'광야에서 가르치는 세례자 요한'(Saint John Baptist Preaching in the Wilderness). 요한 게오르크 플라처(1704-1761)작.


엘리사벳이 임신 6개월이었을 때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다. 이때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한 직후였다.  엘리사벳은 산골에 있는 유태의 어떤 동네에 살고 있었다. 나사렛 부근일 것이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만나자마자 크게 기뻐하여 그리스도를 임신한 것을 축복하는 말을 하였고 복중에 있는 세례요한도 기뻐서 뛰놀았다고 한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만났을 때에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로 시작하는 유명한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를 노래하였다. 참고로, 로마가톨릭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축일을 6월 24일로 지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축일이 12월 24일이므로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그보다 6개월 먼저인 6월 24일이라고 계산한것 같다.

 

예루살렘의 세례요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