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십자가의 행방

십자가에 사용되었던 못 이야기

정준극 2009. 11. 3. 11:09

[성못](Holy Nails)

 

로마의 '예루살렘 성십자가교회'. 성십자가와 함께 성못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십자가에 사용되었던 못도 주후 3백년경 헬레나 모후가 예루살렘의 골고다에서 발견하였다고 한다. 발굴현장에서는 대여섯개의 굵은 못이 발견되었지만 십자가상의 예수님에게 사용한 못은 기본적으로 세 개였다. 전설에 의하면 헬레나 모후가 십자가 나무토막들과 못들을 모시고 배를 타고 이스라엘을 떠나 로마로 가는중 아드리아해에서 폭풍을 만나 바다가 풍랑으로 요동칠 때에 못 한 개를 바다에 던졌더니 곧이어 놀랍게도 풍랑이 잠잠해져서 모두들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성못의 능력을 믿은 헬레나 모후는 나머지 두 개를 아들 콘스탄틴 황제를 보호하는데 사용했다. 즉, 한 개는 왕관에 장식하였으며 다른 하나는 말의 재갈에 달아 놓았다. 그리고 성못이 혹시 분실될 것을 우려하여 성못의 일부를 잘라내어 복제품을 하나 더 만드는데 붙여서 사용했다. 비록 복제품이었지만 모두 오리지널로 간주하였다. 이렇듯 성못이 여러 개로 늘어나자 그나마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로마에 있는 ‘예루살렘의 성십자교회’에 있는 것이 진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일 모젤강변의 트리어(Trier) 대성당은 헬레나 모후가 성못을 예루살렘에서 직접 가져와 트리어 대성당에 전달해 준것으로 믿고 있다. 트리어는 콘스탄틴이 황제가 되기 전에 몇년 동안 살던 곳이다.

 

독일 트리어대성당 보물실에 전시되어 있는 성못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도 성못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성못을 담은 상자로서 겉에 못의 모양을 조각해 놓았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던 사항이 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을 때에 못을 몇 개나 사용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혹자는 세 개라고 했지만 혹자는 네 개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십자가의 못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무려 40여개나 된다는 것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과 로마의 산타 크로체(성십자가)교회에도 있고 베니스, 아헨(Aachen), 스페인의 에스쿠리알(Escurial), 뉘른베르크, 프라하 등에도 있다. 어떤 것이 진짜인가? 가시면류관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교회에서 각각 자기들이 가시면류관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북방에 있는 엘 에스쿠리알 수도원. 성못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