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수원

광교산 봉녕사

정준극 2010. 5. 4. 19:50

광교산 봉녕사(光敎山 奉寧寺) 

봉녕사 일주문의 현판

 

수원에 봉녕사라는 절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팔달구 우만동에 있다. 아주대학교 병원에 가느라고 성남에서 720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보면 경기도경찰청 앞 - 봉녕사 입구 정류장이 있다. 경기대 후문을 거쳐 수원역사박물관을 지나면 나오는 정류장이다. 길가에 봉녕사라는 비석이 외로운듯 세워져 있어서 '아하, 저곳으로 가면 봉녕사라는 절이 나오나 보다. 시내사찰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절이 있을법한 곳의 주변 지역은 온통 재개발하여 아파트를 짓느라고 난리도 아니기 때문에 '저런 곳에 절이 있어본들 무에 그리 대단할 손가?'라는 약간 외람된 생각을 했었다. 문득 언젠가 누구로부터 광교산에 봉녕사라는 절이 있는데 실은 수원에서도 남쪽으로 한참 가서 화성시 태안읍이 주소지로 있는 용주사의 말사라는 얘기를 들었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내심 '말사인 형편에 대찰은 아니겠거니! 아마 암자같은 것이나 두어개 있을 법하지!'라고 지레 짐작을 했고 언제 시간 있으면 한번 둘러나 보아야 겠다고 작정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전에 조선일보를 보니 수원의 봉녕사에서 전통적인 사찰음식을 아주 잘 만들어서 선을 보였다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다. 사진도 크게 실렸다. '야, 봉녕사라는 절에서는 사찰음식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모양이네!'라는 감탄의 심정을 가지게 했다. 미상불 봉녕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을수 없었으며 우정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 가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며칠전 아주대학교 병원에 무슨 교육을 받으러 가는 길에 시간이 넉넉하여 일부러 경기도경찰청 앞에서 내려 무작정 찾아가 보았다. 절이 금방 나올줄 알았는데 의외로 '봉녕사' 비석으로부터 한참이나 걸렸다. 

 

봉녕사 대적광전. (봉녕사 홈피에서 퍼옴)

 

한마디로 나의 생각이 좁았다. 대찰이었다. 숲속에 그런 대찰이 들어 앉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치 별천지 같았다. 참으로 넓은 경내였다. 웬만한 건물들은 모두 새로 지은 것 같아서 한마디로 깔끔했다. 그런데도 수원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이라는 것이다. 안내 자료를 살펴보니 1208년 고려 희종 때에 원각국사라는 고승께서 창건하셨으며 원래 이름은 성창사였고 다시 봉덕사라고 개칭하였으며 조선 예종 시대인 1469년 혜각국사가 중수하고 봉녕사라고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혜각국사라는 분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세조로부터 스승예우를 받은 큰 스님으로서 간경도감의 경전언해에 큰 기여를 하신 훌륭한 분이었다. 이만큼 유서가 깊은 절인줄 알았으면 진작에 찾아와 볼것을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었다. 아무튼 참으로 규모가 큰 절이었다.

 

봉녕사 승가대학. 봉녕사 홈피에서 퍼옴.

 

광교산 봉녕사는 분명 대찰이다. 비구니들의 수련도장으로 전국에서 이름나 있다. 승가대학이 있다. 승가대학의 전신은 승가학원으로서 비교적 최근인 1974년에 설립되었으며 1983년에 승가대학으로 개칭했다고 한다. 봉녕사의 자랑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근자에는 고려시대의 불상인 석존 삼존불이 공사중에 우연히 발견되어 세간에 놀라움을 전해 주었다. 봉녕사의 불교서적 도서실은 아마 전국 제일일 것이다. 소요삼장이라는 이름이 도서실이다. 1992년에 건물을 새로 짓고 문을 열었다. 봉녕사에는 두 개의 유명한 탱화가 있다. 약사전의 신중탱화와 현왕탱화이다. 삼존불과 함께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탱화는 배열과 채색이 아름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봉녕사 향하당의 한 여름. (봉녕사 홈피에서 퍼 옴)

 

봉녕사의 건물 배치는 단조로운 것 같으면서도 완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적광전을 중심으로 양 날개에 약사보전과 용화각이 마치 비로자나불을 옹위하듯 자리 잡고 있다. 용화각에는 석존 삼존불이 있다. 양 날개의 아래 쪽으로 또 다시 대칭되게 청운당과 향하당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는 부처님의 법어가 마치 꽃비처럼 내린다고 하는 우화궁이 있고 건너편에 소요삼장(도서실)이 있다. 그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범종루와 불서각이 있고 마지막으로 육화료가 있다. 육화료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길기 때문에 생략키로 하고 다만, 이곳은 대중스님들이 낮에는 글을 읽고 공양시간에는 발우를 펴며 밤에는 잠을 청하는 큰 방이 있는 건물이라는 점만 언급코자 한다.

 

대적광전 가는 길. 왼쪽은 범종루. 목어가 화려하다.

 

경기도경찰청 쪽으로 언덕 길을 따라 들어오다 보면 일주문이 있다. 이곳으로부터 속세를 떠나는 가람이니 정숙하라는 문이다. 아름답다. 근자에 지은 것인지 단청도 화려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봄철에는 벛꽃의 휘날림으로 만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을법한 산길이 나온다. 산은 산이되 산같지 않은 낮은 산이어서 산에 올라왔다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일주문을 지나고 나면 바로 봉녕사 사적비가 눈길을 끈다. 역시 아름답다. 봉녕사에 대하여 인식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사진을 촬영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어떤 비구니께서 합장하고 다가오더니 '이곳은 수련하는 곳이므로 사진을 찍으시면 아니되옵니다'라고 말씀하시기에 거의 한장도 찍지 못했다. 대신 대단히 미안하지만 봉녕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공개된 사진 한두장을 퍼와서 소개코자 한다. 크레딧을 붙이지 않은 사진들은 필자의 소행이다. 날씨가 흐리다보니...

 

범종루의 위용. 초파일을 준비하느라고 연등들을 매달아 놓았다. 

일주문. 봉녕사금강선원, 봉녕사승가대학이라는 간판도 걸려 있다. 그만큼 대찰이다. 

일주문 천정의 현란한 단청 

봉녕사 사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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