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더 알기/스크루테이프 서한서

제2의 '천로역정'

정준극 2011. 12. 17. 02:13

제2의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

C.S. Lewis(씨 에스 루이스)의 풍자적인 기독교 옹호서

 

연극 '스크루테이프 레터스'의 한 장면

                       

'스크루테이프 편지'(The Screwtape Letters: 서신집)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자는 기독교문학에 있어서 '제2의 천로역정'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스크루테이프 편지'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가 쓴 풍자적인 기독교 소설로  모두 31편의 서신(편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루이스는1941년 5월부터 11월까지 영국성공회 기관지인 The Guardian(가디언지)에 이 편지들을 매주 1회 기고하였다. 스크루테이프라는 이름의 선배 악마가 자기 조카인 후배 악마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The Guardian에 연속 게재된 편지들은 이듬해인 1942년 2월,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출판되었다. 루이스는 1959년에 후편을 썼다. '스크루테아프가 축배를 제안하다'(Screwtape Proposes a Toast)라는 제목이다. 주로 기독교 교육의 추세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내용으로 하였다. '스크루테이프 편지'는 루이스의 최대 걸작이지만 정작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면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고 다시는 그런 서신들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씨에스 루이스는 '나르니아 연대기', '스페이스 트릴롤지 등의 걸작들은 남긴 영국의 작가 겸 평신도 신학자이다.      

 

스크루테이프가 웜우드에게 인간(환자)을 어떻게 타락시켜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스크루테이프 편지'의 내용은 스크루테이프라는 이름의 고참 악마가 신참 악마인 자기의 조카 웜우드(Wormwood)에게 편지를 보내어 어떻게 하면 인간의 영혼을 지옥으로(구체적으로는 지옥의 주인인 사탄에게로) 끌고 갈수 있는지에 대하여 그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내용이다. 소설에서는 하나님을 원수(Enemy)로 간주했으며 악마가 인간을 '지옥에 계신 우리 아버지'(Our Father Below)에게 인도하는 임무가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나약한 인간은 '환자'(The Patient)라는 이름의 일반적인 영국 사람으로 설정했다.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에게 '환자'의 '신앙'을 무너트리고 죄악을 범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자세히 가르쳐 준다. 여기에는 인간의 본성과 기독교 교리에 대한 관찰이 담겨있다. 스크루테이프와 웜우드는 도덕적으로 전도된 특이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 특이한 세상에서는 개인적인 이익이나 탐욕이 가장 훌륭한 가치관이 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악마도 인간의 진정한 덕성을 인식하거나 납득하지 못한다.

 

스크루테이프와 웜우드

                    

'스크루테이프 편지'는 한 영혼을 타락시키고 기독교에서 멀어지게 하여 지옥의 심연으로 끌고 가려던 스크루테이프와 웜우드의 노력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는 결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작자인 루이스는 1961년도 수정본의 서문에서 '악은 범죄의 소굴이나 강제수용소 또는 감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어디에도 있을수 있다'고 강조하고 '그런 장소에서 보는 악은 악의 최종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내세웠다. 다시 말하여 악은 오히려 평화스러울 것 같은 우리의 직장, 단란할 것 같은 우리의 가정, 그리고 굳건할 것 같은 우리의 마음 속에 교묘하게 숨어 들어 있다가 기회를 보아 활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독선적인 생각, 이기심, 교만함, 물질에 대한 욕심, 게으름, 질투심 등으로 순식간에 악이 우리의 마음을 점령하여 우리를 타락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기도의 생활, 감사와 회개의 생활만이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지킴을 받을수 있다는 내용이다. 소설 '스크루테이프 서신집'은 이러한 성찰을 도와줄수 있는 좋은 참고서적이다. [스크루테이프(Screwtape)라는 말에는 '사태를 엉망으로 만들다' '타락시키다' '악마처럼 만들다'라는 뜻이 있다.]

 

 

두번째 편지 후에 '환자'는 기독교로 개종한다. 웜우드는 스크루테이프로부터 일이 그렇게 된데 대하여 크게 꾸지람을 받는다. 스크루테이프는 아직도 '환자'가 신앙 초년도생이기 때문에 타락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로 스크루테이프와 웜우드 사이에 뚜렷한 대조가 이루어진다. 웜우드는 점차 일반적인 악마의 사고방식을 갖는 존재로 변한다. 웜우드는 '환자'를 엄청난 죄악과 돌이킬수 없는 범죄로 몰고가며 쉬지않고 전쟁의 가능성에 대하여 얘기함으로서 사탄의 측근임을 내세운다. 한편, 스크루테이프는 웜우드와는 다른 생각이다. 그는 '환자'를 지옥으로 데려오려면 유혹보다는 타락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22번째 서신에서는 '환자'를 위해 어떤 음탕하고 방종한 여인을 찾아주는 노력이 진행된다. 몇주후 스크루테이프는 '환자'가 웜우드에게 인간에 대한 하나남의 순수한 사랑이라는 비밀에 대하여 얘기하자 크게 당황하고 낙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스크루테이프는 '환자'가 어떤 기독교 여인과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웜우드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책망한다. 서신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스크루테이프가 너무나 분노하여서 그 자신이 지네로 변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존 밀튼이 '실낙원'의 제10권에서 악막가 하나님에게 너무나 불순종하여서 결국은 뱀이 되었다는 내용과 흡사한 것이다.

 

마지막 서신에서는 '환자'가 2차 대전의 공습으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2차 대전은 스크루테이프 서신집의 제4권과 제5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비행기 공습으로 죽임을 당한 '환자'는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웜우드는 또 다시 '환자'가 빠져 나가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커다란 책망을 받는다. 여기에서 웜우드의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갔다는 것은 웜우드의 영혼을 소진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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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편 '스크루테이프가 축배를 제안하다'

The Screwtape Proposes a Toast

 

스크루테이프와 웜우드

 

C.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 편지'의 후편을 1959년에 펴냈다. 후편이긴 하지만 첨부물과 같은 형태였다. 그런데 후편은 서한체가 아니라 만찬 스피치 같은 형태를 취하였다. 스크루테이프가 젊은 악마들을 위한 '유혹자 훈련과정'에서 만찬 스피치를 한 것이다. 후편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스크루테이프가 축배를 제안하다'는 기독교 교육에 대한 저자 루이스의 신랄할 비평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독교 교육을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모두 사탄의 유혹에 빠져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교육문제를 철저하게 논의하는 데에는 1950년대로부터 시작된 동서 양대진영의 냉전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스크루테이프와 다른 악마들은 서방세계의 교육과 지적 사고방식을 전복하기 위해 공산주의 전복전략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후편은 원편에 비하여 상당히 정치적이다. 특히 2차 대전 이후의 정세를 내세웠다는 점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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