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징슈필 이야기

징슈필과 오페라는 어떻게 다른가?

정준극 2012. 8. 24. 06:57

징슈필과 오페라의 차이

 

징슈필은 18세기에 독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 형태이다.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에 의하면 오페라는 '전적으로 성악 피스와 기악 반주로 구성된 음악 드라마'(entirely musical drama consiting of vocal pieces with instrumental accompaniment)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반면 징슈필은 '가벼운 코믹 오페라로서 간혹 대중문화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Light, comic opera that was often based on popular culture)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마술피리'공연. 징슈필에는 민속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18세기에 오페라라고 하면 이탈리아의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를 의미했다. 그만큼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세리아라는 단어는 영어의 Serious와 같은 것으로 신중하고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순수하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예를 들어 Serious literature는 순수문학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오페라 세리아라는 용어는 '순수 오페라'라고 번역해도 굳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세리아는 17세기에 나폴리에서 번창하였다. 대표적인 작곡가는 알레산드로 스칼라티이다. 오페라 세리아는 솔로(아리아)를 강조하였으며 합창과 오케스트라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벨 칸토(Bel canto)라는 성악 스타일이 유행하였다. 벨 칸토 노래는 여성은 하이 소프라노, 남자는 카스트라티라고 하는 특별한 성악가들이 불러서 인기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오페라 세리아의 주제는 대체로 비극적인 내용이 많았다.

 

비발디의 '올림피아드'.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서 스토리를 가져온 이탈리아의 오페라들은 대체로 비극적이다.

                                 

징슈필은 코믹 오페라에 뿌리를 둔 것이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 프랑스의 오페라 코미크,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럼데도 불구하고 징슈필은 언제나 독일을 중심으로한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공연되었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일부지역은 물론, 합스부르크의 영향을 받았던 헝가리, 폴란드 등지에서도 공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독일어로 된 징슈필이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공연되기는 어려웠다. 징슈필의 소재는 주로 독일의 전래 민화 또는 대중 문학이다. 그래서 징슈필에는 독일 민속 노래가 자주 등장한다.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레시타티브 또는 합창이나 앙상블이 솔로(아리아)와 솔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징슈필에서는 대화가 솔로(아리아)와 솔로를 연결해 준다. 오페라 세리아에는 전문 성악가들이 출연하지만 징슈필에는 전문적인 성악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 배우라고 해도 노래에 대한 소질만 조금 있으면 출연할수 있다.

 

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의 징슈필인 '의사와 약사'. 징슈필은 대체로 코믹한 스토리이다.

                             

최초의 징슈필 작곡가라고 하면 요한 크리스티안 슈탄트푸스(J.C. Standfuss)라고 해도 크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는 크리스티안 펠릭스 봐이쎄라는 사람이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를 독일어로 번역하면 여기에 독일의 민속적인 음악을 붙여 분위기가 다른 음악연극을 만들었다. 그후에 오리지널 독일어 대본에 의한 독일 스토리로 음악연극을 만드는 작곡가들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트리오는 요한 아담 힐러, 지리 안토닌 벤다, 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이다. 이들은 당시 독일의 오페라 극장들을 압도하고 있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하여 독일식의 오페라를 주장하며 징슈필 오페라를 만들어냈다. 18세기 당시, 이들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곡가는 요한 아담 힐러였다. 힐러는 12편의 징슈필 오페라를 작곡했다.

 

독일의 징슈필은 독일에서 판을 치고 있던 이탈리아의 오페라 세리아에 대항하여 시작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과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관심을 끌게 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징슈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오페라의 장르로 공식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나아가 바그너의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를 위한 길을 닦아 놓았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비록 모차르트 자신은 이를 '그랜드 오페라'라고 주장했지만 징슈필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민속노래 스타일의 멜로디가 자주 나오며 대화체의 대사가 나오고 또한 독일 전래 민화를 주제로 했으며 주인공 중에 코믹한 성격의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학자들은 베토벤의 '휘델리오'야 말로 징슈필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토벤의 '휘델리오'도 징슈필의 범주에 들어간다. 테아터 안 데어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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