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천년의 고도

카페와 초콜릿

정준극 2013. 5. 31. 07:47

인네레 슈타트의 카페

비엔나는 카페의 도시이다. 케익의 도시이기도 하다.

 

카페 하벨카(Hawelka)

 

비엔나의 커피와 카페, 그리고 케익에 대하여는 여러 전문가 제위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였기에 필자는 그저 별로 할 얘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하자면 필자가 1970년대 말에 처음 비엔나를 갔을 때 도대체 비엔나 카페란 어떤 곳인가라는 궁금증과 함께 시간도 좀 있어서 호텔 지배인에게 어느 카페를 가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프라이융의 카페 센트랄을 가보라고 해서 무조건 지도를 보고 찾아갔던 일이 있다. 카페 센트랄(Cafe Central)은 헤렌가쎄 14번지가 주소이며 슈트라우스가쎄와 만나는 곳에 있다. 카페 센트랄이 있는 건물은 팔레 페르스텔(Palais Ferstel)이라고 부른다. 당대의 거장 건축가인 하인리히 폰 페르스텔이 설계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카페 센트랄이 자리잡기 전에는 은행-증권회사 건물이었다. 그래서 Bank- und Börsegebäude(방크 운트 뵈르제게보이데)라고 불렀다. 뵈르제게보이데는 글자 그대로 증권거래소 건물을 말한다. 프라이융에서 카페 센트랄의 간판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에 어떤 콧수염을 많이 기른 약간 대머리의 남자 분이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자면 인형이었다. "아, 바로 이 양반이 말로만 듣던 카페 센트랄의 단골손님이었던 페터 알텐버그였구나!"라고 감탄했다. 페터 알텐버그에 대하여는 본 블로그의 오스트리아의 문인들 편에 잠시 소개하였으니 참고 바란다.

 

카페 센트랄. 앉아 있는 분이 시인 페터 알텐버그이다.

                        

이윽고 커피 주문을 하지 않을수 없어서 편한 대로 멜란즈를 시켰고 비교적 찬찬히, 마치 맛이라도 음미하듯이 마시고 옆에 놓아둔 냉수도 마셨다. 옆의 사람들을 보니 별별 케익을 다 시켜 먹고 있었다. 카트에 여러가지 케익을 잔뜩 싣고서 돌아다니는 종업원이 있어서 불러서 케익 하나를 시켜 먹을까라고 생각했다가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결정으로 그만두었다. 혼자 앉아서 별로 할 일도 없기에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니 참으로 남들이야 무어라고 생각하던 말던 얘기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저렇게 소란한데 책을 읽으면 머리에 들어올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래도 읽겠다는데 무어라고 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만히 보니까 한쪽에 앉아 있는 웬 할머니는 돈까스를 먹고 있었다. 처음엔 아니 카페인데 무슨 식사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메뉴를 보니 비너 슈니첼도 적혀 있어서 '아하, 비엔나의 카페에서는 식사도 할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후 다른 카페에도 갔었는데 역시 간단한 음식들을 시켜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카페에서의 식사문화를 재확인 하였다.

 

카페 센트랄에 걸려 있는 젊은 시절의 프란츠 요셉 황제와 바바리아의 엘리자베트 초상화

 

이번에는 카페 데멜(Cafe Demel)에 갔었던 이야기이다. 카페 데멜의 설립 경위 등등은 다른 항목을 보면 알수 있는 일이므로 생략하고 1970년대 말에 필자가 처음으로 그곳을 찾아갔던 일을 담담하게 소개코자 한다. 주소는 콜마르크트 14번지이다. 콜마르크트 길은 원래 좁은 골목이어서 카페 데멜을 찾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쌀쌀한 9월 하순인데 아직도 가게 밖 길거리에 마련해 놓은 탁자들에 앉아서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문을 볼 일이 있으면 집에서 보고 나오면 되지 굳이 쌀쌀한 날씨에 길거리에 앉아서 읽을 일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각자 사정들이 있을 것이므로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쇼윈도를 통해 전시품들을 보니 이상하게 생긴 케익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하이힐 처럼 생긴 케익도 있고 아기 천사모양의 케익도 있었다. '아무리 케익이라고 해도 아기 천사를 어떻게 먹을수 있단 말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카페 데멜은 K.u.K. Hofzuckerbäcker(카 운트 카 호프추커배커)라는 별칭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왕실에 맛있는 케익을 조달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데멜은 카페라기 보다는 제과점이다. 독일어로는 Zuckerbäckerei (추커배커라이)라고 하는데 글자그대로 번역하면 설탕빵가게라는 뜻이다. 1층에는 데멜 특선의 여러 케익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데멜 토르테(Demel-Torte)는 유명하다. 데멜스 자허토르테(Demels Sachertorte)라고도 불린다. 각종 초콜릿과자도 있고 마르치판(Marzipan)도 있다. 마르치판은 갈아 으깬 아몬드를 설탕으로 버무린 과자이다. 포장해 달라고 하면 토르테같은 것은 나무 상자에 담아서 주는데 그것 또한 운치가 있다. 지하실로 내려가보지 않을수 없다. 예쁘게 생긴 여종업원에게 지하층(Kellergeschoss)을 구경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그러라고 대답했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구경할수 있다. 데멜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전시되어 있었다. "비엔나까지 어렵게 와서 기껏 빵가게의 지하실이나 구경하고 있나?"라는 측은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이상한 곳을 언제 또 오겠느냐면서 억지로 구경하고 기어 올라왔다. 결론적으로 데멜의 케익들은 필자의 경제사정상 좀 과한듯해서 하나도 사지 않고 그냥 나왔다. 그리고 미하엘러플라츠로 가서 다시한번 ''바다의 권세와 '땅의 권세'를 감상하고 그 먼길을 두리번 거리면서 칼스플라츠를 거쳐서 뷔드너 하우프트슈트라쎄의 호텔 트리에스테까지 왔다. 그 후로도 비엔나에 여러 번 갔었으며 그 때마다 콜마르크트를 지나가는 일이 많았지만 카페 데멜을 보면서도 굳이 들어갈 일이 없어서 겉으로만 바라보고 지나갔다.

 

카페 데멜의 케익, 과자, 봉봉, 초콜릿 판대대

 

오스트리아에서 만너(Manner)라는 상표의 과자 및 초콜릿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만너라고 하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출애굽할 때에 광야에서 하나님이 내려주신 만나와 발음이 비슷해서 더구나 친밀하게 느껴지는 과자류이다. 만너과자공장은 요제프 만너(Josef Manner)라는 사람이 1890년에 설립했다. 정식 명칭은 Josef Manner & Comp. AG 이다. 헤르날스에 공장이 있고 비엔나 1구에는 슈테판스돔 앞에 대표상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만너는 상표(로고)에 슈테판대성당의 모습을 조그맣게 그려 넣고 있다. 슈테판대성당 측이 '아니, 과자 포장지에 우리의 거룩한 대성당 그림을 넣으면 되느냐?'고 말했더니 만너회사는 미안한 감이 있어서 아무때나 슈테판대성당의 보수를 할 필요가 있어서 석공을 고용하게 되면 석공 한 사람의 임금을 부담하겠다는 약정을 맺었다. 만너회사는 웨이퍼, 와플, 초콜릿 과자, 사탕 등등 그저 달게 먹는 과자류라면 못 만드는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와플과 웨이퍼는 유명하다. 비엔나에 와서 만너의 웨이퍼를 못 먹고 간다면 말이 안된다. 그만큼 유명하다. 입에 살살 녹는다. 웨이퍼(우리나라에서는 일본식으로 웨하스라고 부름)는 만너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아마 오스트리아 국민 중에서 어릴 때에 만너 웨이퍼를 먹지 않고 자란 아이는 정말이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웨이퍼 중에서 나폴리 웨이퍼가 유명하다. 나폴리 지역에서 수입해온 헤즐넛과 크림으로 만든 웨이퍼이다. 1800년대 말의 제조법을 아직까지도 변치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초콜릿으로서 모차르트쿠겔른이 있다. 모차르트쿠겔른이라고 하니까 무조건 잘츠부르크에서 만든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모차르트 초콜릿 중에서 대부분은 헤르날스에 있는 만너공장에서 만든 것이다. 모차르트 초콜렛에 대하여는 별도의 항목에 설명하였으므로 참고 바람. 한편, 오스트리아 젤리 과자로 유명한 하리보에 대하여는 별도로 소개코자 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만너 웨이퍼스가 하두 유명해서 그런지 만너 웨이퍼스에 대한 우표도 발행하였다.

만너의 웨이퍼스와 모차르트 쿠겔른. 만너의 로고에 슈테판대성당의 모습이 들어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3'에는 사막을 헤매던 터미네이터가 어떤 주유소의 가게에 들어가서 먹을 것으로 만너 웨이퍼를 한 보따리 집어 들고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하기야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놀드 슈봐르체네거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라고 하니 이해가 된다. 슈테판스플라츠 7번지, 바로 슈테판광장의 가도에 있는 만너상점은 2004년에 새단장을 하고 오픈했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쿠겔른, 카잘리 초콜릿 바나나, 나폴리 드라게 케크시, 카잘리 럼 코코스 등등 만너 특산품들이 만너 마니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필자도 이 상점에 들어가서 두어번 웨이퍼 등을 산 일이 있는데 그건 특별히 내세울 만한 스토리가 아니어서 생략한다. 그리고 기왕 케익 얘기가 나온 김에 두어마디만 더 한다면, 비엔나 토르테이다. 토르테에 대하여는 자허 호텔과 임페리알 호텔을 설명할 때에 이미 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지만 비엔나에 와서 토르테 한 조각 먹지 않고 그냥 간다면 얘기가 아니다. 단,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금물!

 

슈테판스플라츠에 있는 만너 상점. 새벽 일찍이어서 사람들이 없다.

             

오스트리아라고 하면 아무래도 각종 초콜릿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는데 그러면 여러 종류의 초콜릿 중에서 어떤 것을 사먹어야 '와, 비엔나 초콜렛을 먹었네!'라는 말을 들을수 있을 것인가? 필자가 비엔나 현지인(실은 호텔 접수계 직원)에게 문의하였던바 팔레 훼르스텔(Palais Ferstel)의 소콜라트(Xocolat)를 가보라고 했다. 카페 센트랄이 있는 팔레 훼르스텔 내의 파사지에 있다. 프라이융 2번지이다. 뒤편의 제르비텐가쎄 5번지로 가면 소콜라트의 작업장(주방)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을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볼수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초콜릿 만드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민망스런 일이므로 그건 하지 않고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찬찬히 살펴보고 한두가지 사가지고 나왔다. 소콜라트는 최고 등급의 카카오 콩만을 사용한다. 그래야 최고급의 초콜릿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카카오 콩으로 초콜릿을 만드는 세계적인 상품으로서는 도모리(Domori), 고비노(Gobino), 다고바(Dagoba), 클루치엘(Cluziel), 발로나(Valrhona) 등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오스트리아 제품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제품으로서는 소콜라트를 비롯하여 초터(Zotter), 하그만(Hagmann),  호흘라이트너(Hochleitner)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엔나 사람들은 소콜라트를 가장 선호한다. 소콜라트의 또한가지 특징은 조금 날짜가 지나서 향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초콜릿 제품은 과감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직원 중에 특별한 후각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있어서 즉각 감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분간할수 없는 미세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소콜라트 상점은 비엔나의 히칭(Hietzing)에도 있고 바덴 바이 빈(Baden bei Wien)과 린츠(Linz)에도 있다. 히칭에는 라이처슈트라쎄(Lainzer Strasse) 1번지에 있다.

 

비엔나의 또 하나 관광상품인 소콜라트(Xocolat) 상점

 

1구에 있는 카페 중에서 다섯 군데만 소개코자 한다. 다른 훌륭한 카페들도 수없이 많다.

 

- 카페 브로이너호프(Cafe Brä unerhof): 슈탈부르크가쎄 4번지. 월-금요일은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이다. 복잡하다.

- 카페 센트랄(Cafe Central): 위에서 설명하다시피 했으므로 생략. 월-토요일은 오전 7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피아노 연주가 있다.

- 카페 레스토랑 디글라스(Cafe-Restaurant Diglas): 볼차일레 10번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이다. 문 닫는 날이 없다.

- 카페 프라우엔후버(Cafe Frauenhuber): 힘멜포르트가쎄 6번지. 월-일요일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자정에 문을 닫는다.

- 카페 레스토랑 그리엔슈타이들(Cafe-Restaurant Griensteidl): 미하엘러플라츠 2번지. 호프부르크의 원래 정문 앞 광장에 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1: 30까지이다.

 

미하엘광장 한쪽에 호프부르크의 미하엘 문을 바라보며 있는 카페 그리엔슈타이들.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카페이다.

 

ö  ä  ü  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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