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의 세계/오라토리오 대탐구

대표적인 부활절 음악 10선

정준극 2016. 3. 7. 22:27

대표적인 부활절 음악 10선

 

서양의 문화예술은 기독교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는 부활절이다. 그런 연고로 클래식 음악에서도 고난 또는 부활과 관련된 음악들이 대단히 많이 있다. 부활절 음악이라고 하면 우선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부활을 주제로 삼은 음악으로서 '메시아'가 대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더구나 헨델의 '메시아'는 탄생과 수난과 부활을 모두 표현한 오라토리오이기 때문에 순전히 부활만을 주제로 삼은 음악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사실상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 부활을 주제로 삼은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메시아'를 제외한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기념하는 클래식 음악의 대표적인 진주들을 선별해 보았다. (고난주간은 예수 그리스도가 나귀를 타고 백성들의 환호를 들으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종려주일로부터 제자들과 예루살렘의 어느 다락방에서 최후의 만찬을 가지고 또한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으며 겟세마네 동산에 가서 피와 땀을 흘리는 기도를 하시었고 로마 병사들과 대제사장이 보낸 사람들에게 체포되어 모진 고난을 받으시었고 이어 빌라도의 심판을 받으시었으며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가시어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하시고 장사한지 사흘만인 안식일 다음날 새벽에 부활하신 일련의 사건들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그러나 종려주일을 거쳐서 최후의 만찬을 가진 것 까지도 고난주간의 범주에 넣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얘기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고난주간이라는 표현 대신에 Holy Week, 즉 성스러운 주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도 고쳐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6년의 부활절은 3월 27일이다. 2016년이 윤년이기 때문에 춘분이 3월 20일이며 춘분 후에 처음 맞이하는 보름은 3월 23일이고 보름 후의 첫 주일이 3월 27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활절 날짜 계산 방법, 즉 춘분 후 첫 보름을 지나고 나서의 첫 주일을 부활절 주일로 삼는다는 것은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부활'. 안식일후 첫날 새벽 예수의 무덤을 찾아간 막달라 마리아 등 여인들.

 

○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장엄미사(Messe Solennelle) 중에서 '부활'(Resurrexit).

 

베를리오즈가 20세 때인 1824년에 완성한 장엄미사곡이다. 장엄미사곡(Missa solemnis)는 완전 형식의 미사로서 교회의 중요 행사 또는 축일에 연주되는 미사를 말한다. 즉,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누스 데이의 여섯 곡이 당연히 포함되는 미사곡이다. 장엄미사곡과 대칭되는 것이 단축 미사(Missa brevis)이다. 정식의 구성에서 벗어나서 글로리아 또는 아누스 데이 등 한두곡만을 미사곡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초연은 이듬해인 1825년 파리의 생로슈교회(Eglise Saint-Roch)에서 이루어졌다. 그후 파리의 다른 교회에서 한번 더 연주되었으나 베를리오즈가 전체 14곡의 '장엄미사'에서 여덟번째 곡인 '부활'(Resurrexit)만을 제외하고 악보 전부를 폐기했다고 주장하여 없어진 것으로 간주되었던 작품이다. 그러다가 1991년에 벨기에의 교사인 프란스 모로스라는 사람이 앤트워프 교회의 오르간에 부착되어 있는 책장에서 '장엄미사'의 완전한 사본을 발견하여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장엄미사'에서는 나중에 베를리오즈가 작곡한 '진혼곡'과 '환상적 교향곡'의 요소들을 찾아볼수 있다. 또한 '장엄미사'의 테마는 그의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의 전반부에 나오는 것도 알수 있다. 베를리오즈의 '장엄미사'는 키리에, 글로리아, 그라티아스, 쿠오니암, 크레도, 인카르나투스, 크루시픽수스, 레주렉시트, 모테트 푸르 로에프투아르, 상투스, 오 살루타리스 호스티아, 아누스 데이, 도미네 살붐 파크의 14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부활' 파트가 베를리오즈 자신도 차마 폐기하지 못하고 간직해 둔 것이다.

 

파리의 생로슈교회 회중석. 베를리오즈가 20세 때에 작곡한 '장엄미사'가 초연된 장소이다.

 

○ 하인리히 이그나스 비버(Heinrich Ignaz Biber)의 '미스테리(로자리) 소나타'(Mystery(Rosary) Sonatas)

 

하인리히 이그나스 프란츠 비버(1644-1704)는 보헤미아-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이다. 현재의 체코공화국에 속한 어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잘츠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하인리히 비버만큼 뛰어난 바이올린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하면 훗날 이탈리아의 파가니니 정도일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음악학자들은 하인리히 비버를 17세기 최고의 바이올린 음악 작곡가로 선정했다. 미스테리 소나타라고 하니까 혹시 에드가 알란 포 또는 아가타 크리스티와 같은 추리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쓴 음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미스테리 소나타는 종교 음악 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음악을 말한다. 미스테리라고 해서 신비한 추리 작품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미스테리는 글자그대로 하늘의 비밀을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이야말로 가장 두드러진 하늘의 비밀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용어가 만들어졌다. 중세에는 미스테리 플레이라는 연극이 교회 밖에서 자주 공연되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다룬 연극이었다. 마찬가지로 미스테리 소나타라는 것은 부활을 소재로 삼은 소나타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부제로서 로자리 소나타라고 한 것은 이 음악이 경건한 묵주의 기도와 같다는 의미에서이다. 그러므로 부활의 감동을 경건하고 은밀한 가운데 느끼고 싶은 사람은 하인리히 비버의 '미스테리(로자리) 소나타'를 들으면 좋을 것이다.

 

하인리히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는 16곡의 짧은 소나타의 콜렉션이다. 주로 바이올린과 콘티누오(저음부)를 위한 소나타들이다. 다만, 마지막 곡은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파스칼리아(Pascaglia)이다. 파스칼리아는 원래 스페인의 무곡이지만 근세에는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이다. '미스테리 소나타'는 '로자리 소나타'라고도 부른다. 로자리는 가톨릭 신도들의 묵주를 말한다. 가톨릭 교회에는 14처라는 것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된 이후 부활하실 때까지 발자취를 남기셨던 14개소를 기념하는 의미의 장소이다. 신도들은 14처를 순방하면서 묵주를 하나씩 돌리면서 기도를 하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한다. 하인리히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는 그리스도의 생애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16개의 사건들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악보에는 각 사건에 대한 그림을 에칭으로 그려놓았다. 그래서 '미스테리 소나타'는 일명 '동판화 소나타'(Copper Engraving Sonatas)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인리히 비버는 '미스테리 소나타'를 1676년에 완성했다. 그러나 거의 230년이 지날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1905년에 뮌헨의 바바리아국립도서관에 의해 악보가 출판되자 그제서야 알려지게 되었다. '미스테리 소나타'는 하인리히 비버가 잘츠부르크 대주교인 간돌프(Gandolph)에게 헌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간돌프 대주교는 당시 비버의 고용주였다. '미스테리 소나타'는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기쁨의 미스테리, 슬픔의 미스테리, 영광의 미스테리이다. 각 파트는 다섯 곡씩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에 파스칼리아가 추가되어 있다. 16곡, 즉 그리스도와 관련된 16개의 중요한 사건들을 표현한 곡들은 어떤 것들인지 소개코자 한다. 대부분이 고난과 관련한 사건들이다. 1. 수태고지 2. 마리아의 엘리자베스 방문 3. 예수의 탄생 4. 성전에서 예수가 가르침 5. 열두살의 예수 6. 감람산의 그리스도 7. 기둥에 묶어 채찍질하다 8. 가시 면류관 9. 십자가를 지고 가심 10. 십자가에 못 박히심 11. 부활 12. 승천 13. 성령강림 14. 성모의 몽소승천 15. 복되신 성모 16. 파스칼리아

 

하인리히 이그나즈 비버

 

○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우리 구주의 십자가상의 마지막 칠언'(The Seven Last Words of Our Savior on the Cross: 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ösers am Kreuze)

 

하이든이 51세 때인 1783년에 스페인의 카디스(Cadiz)에 있는 지하 동굴교회(Oratorio de la Santa Cueva: Holy Cave Oratory)의 요청으로 작곡한 작품이다. 오리지널은 소나타 형식의 오케스트라곡이다. 오리지널 버전은 1783년 성금요일에 카디스동굴교회에서 연주되었다. 이 작품을 의뢰한 카디스동굴교회의 사제인 돈 호세 사엔스 데 산타 마리아(Don Jose Saenz de Santa Maria)는 이 곡의 초연을 위해 자하동굴교회를 새로 단장하고 확장보수하기까지 했다. 하이든은 그로부터 4년후인 1787년에 오케스트라곡을 현악4중주곡으로 수정하였고 1796년에는 솔로와 합창이 포함되는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수정하였다. 그러므로 하이든의 '우리 구주의 십자가상의 마지막 칠언'은 오케스트라 버전, 현악4중주 버전, 오라토리오 버전의 3개 버전이 있다. 그런가하면 솔로 피아노를 위한 버전도 있다. 이 작품은 소나타 형식의 9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비통한 감정을 주는 음악이지만 '지진'이라는 부제가 붙은 마지막 악장은 대단히 빠르고 강렬한 음악이어서 인상적이다. 카디스 동굴교회의 돈 호세 사제는 하이든에게 특이한 방법으로 작곡사례를 하였다. 케이크 하나만을 달랑 보냈는데 하이든이 열어보니 케이크가 금화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카디스에 있는 지하 동굴교회

 

○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부활 오라토리오'(Easter Oratorio: Oster Oratorium)

 

바흐의 ‘부활 오라토리오’(오스터 오라토리움)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3백년전인 1725년 4월 1일의 부활주일에 라이프치히의 토마스교회에서 처음 연주되어서 많은 감동을 준 작품이다. 전부 10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곡과 두 번째 곡은 신포니아와 아다지오라고 해서 서곡이나 마찬가지의 음악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세 번째 곡이 유명한 합창곡인 ‘오라, 서둘러서 뛰어오라’(Kommt, eilet und laufet)이다. 팀파니와 금관악기의 연주가 어우러지는 장엄하고도 화려한 곡이다. 구세주가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셨으니 모두 서둘러 뛰어와서 이 기쁜 소식을 들으라는 내용이다. 부활절 찬양으로서는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이스터 오라토리오'는 '마태수난곡'이나 '요한수난곡' 또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나름대로 바흐의 걸작임에는 틀림없다.

 

바흐의 '부활 오라토리오'가 처음 연주된 라이프치히의 토마스교회

 

세번째 곡의 가사를 소개한다.

 

Kommt, eilet und laufet, ihr fluchtigen Fusse

Erreichet die Hohle, die Jesum bedeckt!

Lachen und Scherzen

Begleitet die Herzen,

Denn unser Heil ist auferweckt.

 

(Come, hasten and hurry, ye fleet-footed paces,

Make haste for the grotto which Jesus doth veil!

Laughter and pleasure,

Attend ye our hearts now,

For he who saves us is raised up.)

 

오라 그대의 빠른 발로 급히 달려오라

예수를 묻은 동굴로 오라

우리의 가슴은 웃음과 기쁨으로 가득하도다

우리의 구세주께서 마침내 부활하시었기 때문이니라

 

○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감람산의 그리스도'(Christ on the Mount Olives: Christus am Ölberge)

 

베토벤이라고 하면 우선 '운명' '전원' '합창' 등 교향곡만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오페라도 작곡했고 오라토리오도 작곡했다. ‘휘델리오’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이다. '감람산의 그리스도’(Christus am Ölberge)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라토리오이다. 그런데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관련한 다른 오라토리오들과는 달리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고뇌를 강조한 작품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예수께서는 그가 세상 만민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고 이어 사흘만에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할 것을 알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같은 고난과 부활이 모두 하나님께서 일찍부터 예정하신 일이기 때문에 쓴잔을 피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결국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그 쓴잔을 피할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베토벤이 32세 때인 1802년 가을에 작곡을 시작하여 다만 몇 주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초연은 이듬해인 1803년 4월 5일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있었다. 그런데 그 전해인 1802년이라고 하면 베토벤이 저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테스타멘트를 남긴 해이다. 말하자면 베토벤이 유언장을 남긴 해이다. 베토벤이 청력을 잃기 시작하여 삶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던 때였으므로 어찌보면 겟세마네 동산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했던 그리스도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한 배경에서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작곡되었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초연에서 따듯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베토벤 자신도 마음속으로 실망하여서 다시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운동이 일어났을 때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위대한 오라토리오로서 높은 찬사를 받았다. 특히 ‘할렐루야...’로 시작하는 피날레 합창곡은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으로 많은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피날레 곡은 원래의 제목이 '천사들의 합창'이지만 '할렐루야'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베토벤의 '할렐루야'는 헨델의 '할렐루야'와 함께 가장 유명한 할렐루야 합창이다.

 

베토벤의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1곡 서주와 테너 영창(예수의 기도)

2곡 소프라노 서창과 영창(세라핌과 다른 천사들의 노래)

3곡 테너, 소프라노 서창과 영창과 듀엣(예수와 세라핌의 노래)

4곡 테터 서창, 남성 3부합창(예수의 결심과 병사들의 노래)

5곡 테너 서창, 남성 합창(예수와 제자들, 병사들의 노래)

6곡 테너 서창, 트리오, 합창(예수와 베드로, 천사들의 합창) - 할렐루야 합창

 

베토벤의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초연되었을 당시의 테아터 안 데어 빈. 그림

 

○ 안토니오 비발디의 '성모애상'(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스타바트 마테르('어머니가 서 계시다'라는 라틴어)는 십자가에 달려 고통을 당하시다가 숨을 거두신 아들 예수를 바라보는 어머니 마리아의 비통한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바로크 시대로부터 여러 작곡가들이 성모의 일곱가지 슬픔 중에서 가장 커다란 슬픔인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슬픔을 그린 스타바트 마테르를 주제로 삼아서 오라토리오 또는 칸타타를 작곡하였다. 스타바트 마테르를 주제로 삼은 작품을 작곡한 대표적인 작곡가로서는 베르디, 하이든, 로시니, 드보르작, 페르골레지, 그리고 여기에 비발디가 포함된다.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솔로 알토와 오케스트라(현악기 중심)를 위한 곡이다. 솔로 알토가 여성은 고난주간에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교회의 제약으로 노래를 부르지 못할 경우에는 카운터테너가 부르도록 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3백년도 더 넘은 1712년에 처음 연주되었다. 모두 아홉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스타바트 마테르의 곡목 형식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첫 곡은 Stabat mater dolorosa이고 두번째 곡은 Cujus animam gementem이다. 모든 곡은 전반적으로 느리고 멜랑콜리한 분위기이다. 안단테보다 빠르지 않게 부르라는 지시가 있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곡인 '아멘'은 알레그로이다. 비발디가 나중에는 성직에 귀의하여 사제가 되었음을 생각할 때에 그의 신앙심이 진하게 묻어 있는 이 작품이야 말로 말할수 없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 아닐수 없다.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 음반 표지.  콘트랄토 사라 민가르도의 솔로 음반. 슬픔의 성모를 현대식으로 표현하였다.

 

○ 조지 프리데릭 헨델의 '부활'(The Resurrection)

 

헨델의 오라토리오로서 특히 기억될만한 것으로 '부활'(La resurrezione)이란 것이 있다. 두가지 점에서 기억될수 있는 오라토리오이다. 첫째는 1708년에 로마에서 초연되었는데 그해의 그 날이 바로 부활주일인 4월 8일이었다는 것이다. 부활주일의 아침에 부활을 주제로 삼은 오라토리오가 처음으로 공연되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수 없다. 두번째는 당시 오페라든지 오라토리오든지 공연할 때에는 여자는 절대로 출연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소프라노가 출연한 것이다. 여자가 출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교황 인노센트의 칙령 때문이었다. 그러나 헨델의 오라토리오 '부활'에 대하여만은 교황이 못이기는 척하고 여성이 출연하는 것을 허락했다. 이 오라토리오가 당시 로마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귀족인 프란체스코 루스폴리(Francesco Ruspoli)라는 사람의 후원으로 그의 저택에서 공연되었던 것도 그렇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헨델의 '부활'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게 된 것은 '메시아'라는 막강한 오라토리오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출연진은 사탄 루시퍼(B), 막달라 마리아(S), 천사(S), 사도 요한(T), 클로바의 마리아(St Mary Cleophas:  A)이다. 클로바의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와 함께 십자가의 아래에 있던 여인으로 사도 요한의 어머니이며 성모 마리아의 언니인 것으로 알려진 여인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이모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관계라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십자가의 아래에 있었던 세 여인 중에서 두 여인만 오라토리오에 등장하고 정작 성모 마리아는 등장하지 않는 것도 특별하다. 초연의 막달라 마리아의 역할은 유명한 소프라노인 마르게리타 두라스탄티(Margherita Durastanti)가 맡아 화제를 뿌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원래 여성의 오라토리오 출연은 금지되어 있지만(특히 사순절 기간중에) 루스폴리 후작이 교황에게 마르게리타 두라스탄티가 노래를 부르도록 특별히 부탁하여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출연이 가능했다. 또 한가지 이 오라토리오가 특별한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를 등장토록 했다는 것이다. 현악기 39명, 베이스 비올 1명, 트럼펫 2명, 트럼본 1명, 오보에 4명 등이며 여기에 타악기를 포함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오케스트라의 구성만 보더라도 오라토리오 '부활'이 얼마나 웅장하냐는 것을 짐작할수 있다. 무대장치는 비록 오라토리오라고 해도 오페라를 공연할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오페라라고 해도 교황청의 지시에 의해 무대장치를 화려하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에서 오라토리오 '부활'은 오페라의 무대처럼 웅장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부활'은 루스폴리궁전의 1층 중앙 홀에서 초연되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오케스트라석과 추가 객석을 만들었다. 무대와 오케스트라석 사이에는 대형 타페스트리를 설치하여 막으로 삼았다.  타페스트리에의 양 옆에는 천사들의 모습과 호산나를 상징하는 종려나무를 그려 넣었으며 가운데에는 오라토리오의 타이틀인 La resurrezione 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부활' 공연을 위해 특별 제작된 보면대에는 루스폴리 후작의 문장과 그의 부인의 가문의 문장을 그려 넣었다. 아무튼 루스폴리 후작은 오라토리오 하나를 공연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로마의 루스폴리 궁전(Ruspoli Palazzo). 헨델의 오라토리오 '부활'이 초연된 장소이다. 루스폴리는 이탈리아의 오랜 귀족 가문이다.

 

○ 알렉산더 글라주노프(Alesander Glazunov)의 '유태인의 왕'(The King of the Jews: Tsar Iudeyskiy)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ksandr Glaunov: 1865-1936)는 제정러시아의 격동하는 시기에 활동했던 작곡가이다. 오라토리오 '유태인의 왕'은 당시 러시아정교회의 총대주교인 콘스탄틴 콘스탄티노비치 로마노프 대공이 글라주노프에게 고난주간 연극을 위해 작곡을 의뢰한 것이다. 그러므로 글라주노프는 당연히 이 곡을 로마노프 대공에게 헌정하였다. 초연은 1914년 1월 9일 상트 페터스부르크의 에르미따쥬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제정러시아의 혼란기에 작곡되어서 그런지 격동하는 시대의 혼란이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있고 아울러 글라주노프의 마법과 같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수놓아져 있는 작품이다. 특히 러시아정교회의 전통적인 음악의 요소도 가미되어 있어서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전부 11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중요한 곡목은 1번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 2번 '예수 제자들의 노래', 3번 '본디오 빌라도의 궁전', 4번 '레위사람들의 트럼펫', 8번 '시리아 댄스', 10번 '목자들의 뮤제트', 11번 '시편가수들의 노래' 등이다. '유태인의 왕'은 초연 이후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 연주되었으나 얼마후 그런 작품이 있기는 있었느냐는 듯이 완전히 망각되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스코어는 상트 페터스부르크에 보관되어 있어서 오늘날 재조명 될수 있었다.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

 

○ 앙드레 캬플레(Andre Caplet)의 '예수의 거울'(The Mirror of Jesus: Le miroir de Jésus: Mysteres du Rosaire-Annonciation)

 

앙드레 캬플레(1878-1925)는 우리 귀에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그는 드빗시의 화신이라고 할만큼 재능이 뛰어났던 프랑스의 작곡가 겸 지휘자였다.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파리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할 때에 프리 드 롬(Prix de Rome) 1등상을 받을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때 2등은 모리스 라벨이었다. 드빗시와 절친했던 캬플레는 드빗시의 여러 피아노 작품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만드는 기여를 하였다. 예를 들어서 오늘날 세계인이 사랑하는 드빗시의 '달빛'(Clair de lune)의 오케스트라 연주곡은 캬플레의 작품이다. 뛰어난 지휘자이기도 했던 캬플레는 1910-14년간 미국 보스턴 오페라의 지휘자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예수의 거울'은 오라토리오로 분류되지만 캬플레 자신은 이를 '오라토리오와 흡사한 작품'(Oratorio -like)라고 말했다. 오라토리오가 되었던지 오라토리오와 흡사한 작품이 되었던지 '예수의 거울'은 예수의 생애 전반을 3부에 담아 표현한 것이다. 1부는 탄생, 2부는 고난, 3부는 부활이다. 각 파트는 합창으로 선포되며 현악기에 의한 전주곡이 뒤따르고 이어 메조소프라노가 소네트 형식의 가사에 의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예수의 거울'은 바흐나 헨델의 오라토리오처럼 대규모가 아니다. 현악기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하프가 부가되었을 뿐이다. 비록 오케스트라의 규모는 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악기로서만 감정의 세계와 음성의 폭을 최대로 표현할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진정으로 감동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원한다면 이 작품을 들어보라고 권하는 사람들이 많다. 드빗시와 라벨의 인상주의적 요소와 그레고리아 스타일의

 

드빗시와 캬플레. 캬플레는 46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의 '사도들'(The Apostles)

 

독실한 로마 가톨릭 신자인 영국의 에드워드 엘가(1857-1934)는 교회를 위해 여러 편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 전체 2개 파트에 7개 부문으로 편성된 '사도들'은 솔로와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구성되어 있는 대규모 오라토리오이다. 솔리스트들은 6명이나 된다. 성모 마리아/천사장 가브리엘(S), 막달라 마리아(Cont), 요한/내레이터(T), 베드로(B), 예수(B), 가롯 유다(B)이다. 예수를 베이스가 맡도록 한 것도 특이하다. 오라토리오 '사도들'은 예수께서 제자들을 선택하신 이야기로부터 예수의 가르침, 기적, 십자가의 고난, 무덤에 장사되심, 부활, 그리고 승천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고난에 관한 파트에는 예를 들어 '배반', '골고다', '무덤에서', '승천'이라는 곡목이 포함되어 있다. 초연은 1904년 10월 14일 이 작품을 의뢰한 버밍햄 트리에니알 음악제에서였다. 엘가는 어린 시절부터 대규모 합창곡을 완성해야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버밍햄 트리에니알 음악제가 종교적인 합창곡의 작곡을 의뢰하자 평생의 작업으로서 작곡을 추진하였다. 엘가는 신약성서는 물론, 경외서로부터 대본을 참고하였으며 이와 함게 바그너가 스케치한 '나사렛 예수'(Jesus von Nazareth)의 대본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의 시 '성스러운 비극'(The Divine Tragedy)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 음악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엘가의 '사도들'이 초연된 버밍행 타운홀. 세계에서 가장 처음 생긴 음악제인 버밍햄 트리에니알 음악제가 본부로 삼았던 무대이다. 버밍햄 트리에니알 음악제는 1768년에 시작하였으니 1차 대전의 전운 속에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되어 더 이상 연명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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