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영국의 오페라

벤자민 브리튼과 오페라

정준극 2019. 10. 15. 13:27

벤자민 브리튼과 오페라

영국 오페라를 세계무대로 진출캐 만든 작곡가

브리튼의 대표적 오페라 다섯 편 간단 소개

 

 

1967년 6월 2일, 알데버러에서 스네이프 몰팅스 콘서트 홀(Snape Maltings Concer Hall)의 오프닝 겸 알드버러 페스티발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그 옆에 벤자민 브리튼.

 

유럽 본토의 여러 나라 오페라 관계자들은 영국에 대하여 '당신들 나라에는 이렇다 할 오페라 작곡가가 있나뇨?'라는 핀잔 섞인 말을 자주 했다. 하기야 사실 말이지만 영국은 유럽 본토에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등에 비하여 오페라 분야에서 이렇다할 작곡가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 영국에서 벤자민 브리튼이 나타났다. 20세기에 영국의 클래식 음악, 특히 오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인물이다. 그리하여 브리튼의 오페라들은 17세기 헨리 퍼셀의 오페라 이후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1차 대전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1913년 영국의 서포크에서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벤자민 브리튼은 12세 때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1976년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오페라, 성악곡, 오케스트리와 실내악 등 폭 넓은 장르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특별히 오페라의 대중화와 국제화를 위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오페라 페스티발인 알데버러 페스티발을 시작하였다. 브리튼은 16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각각의 오페라는 서로 스타일이 다르지만 대단히 재기가 넘치는 것들이다. 그래서 브리튼의 오페라를 보고 그 자신의 생애와 예술활동을 짐작할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 브리튼의 오페라들은 대부분 오늘날 세계적으로 스탠다드 레퍼터리가 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오페라 애호가들로서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다섯 편의 작품을 적절한 감상 포인트와 함께 소개한다. 영국에는 길버트-설리반의 사보이 오페라도 있지만 그건 오페라라기 보다는 오페레타 또는 뮤지컬에 가깝다. 그러므로 영국의 오페라를 알고 싶으면 브리튼의 오페라를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네이프 몰팅스 콘서트 홀

 

피터 그라임스(Peter Grimes)

'피터그라임스'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브리튼의 이름을 비로소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피터 그라임스'의 배경은 브리튼의 다른 오페라에서도 볼수 있듯 바다이다. 바다는 브리튼의 생애와 작품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가 해안에서 가까운 서포크에서 자란 것을 생각하면 바다와의 애착을 짐작할수 있다. '피터 그라임스'는 이른바 '방관자'(Outsider)에 대한 스토리이다. 다른 사람이 받는 고통을 자기와는 관계 없다면서 방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방관자 개념은 사실 브리튼의 다른 오페라에서도 찾아 볼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피터 그라임스'의 또 하나 특징은 오케스트라이다. 오케스트라가 거센 폭풍우와 거인과 같은 파도 등 바다의 여러 상태를 표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야 하고 여러 특별한 악기들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피터 그라임스'의 오케스트라는 일반적인 오페라의 오케스트라보다 규모가 크다. 브리튼은 주인공인 피터 그라임스의 역할을 테너 피터 피어스(Peter Pears)를 염두에 두었다. 피터 피어스는 브리튼의 평생 파트너였다. 브리튼과 피터 피어스가 동성애 관계였는지, 또는 그냥 둘도 없는 친구로서 지냈는지는 정확치 않지만 사람들은 브리튼이 피어스와 동성애 관계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라임스의 아리아 중에서 Now the Great Bear and Pleiades(이제 큰 곰 별자리와 플레이아데스 별자리)는 피어스가 선호하는 음역으로 작곡되었다. 피어스는 중간 C보다 높은 E 음의 노래를 선호하였다. 전반적으로 '피터 그라임스'의 음악은 드라마틱하고 감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오페라의 음악은 마음에 감동을 준다. 오페라에 나오는 음악 중에서 '파사칼리아'와 '바다 간주곡'은 별도의 콘서트 레퍼토리로서 사랑을 받는 것이 되었다.

 

 

'피터 그라임스'. 로열 오페하 하우스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한여름 밤의 꿈'은 브리튼의 유일한 셰익스피어 오페라이다. 그리고 또한 대본을 파트너인 피터 피어스와 공동으로 작성한 유일한 오페라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스토리이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고 대본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네명의 걱정하는 연인들, 아마추어 배우들로 구성된 코미디 그룹, 근처의 숲에 사는 요정들이 등장하는 복잡한 스토리이다. 그리고 그 숲에서 거의 모든 일이 벌어지는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그다지 자주 공연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출연진이 많아서일 것이다. 솔리스트가 19명이나 필요하며 오케스트라 이외에 무대에서의 밴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연은 1960년 알데버러에서였다. 브리튼과 피어스가 알데버러 페스티발을 창설한지 12년 후의 일이었다. '한여름 밤의 꿈'은 그 다음 해인 1961년부터 코벤트 가든 등에서 여러번 공연되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11년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에 의한 것으로 오베론과 티타니아는 공립 남학교에서 선생님들이고 퍼크와 다른 요정들은 학생으로 나오는 연출이었다. 브리튼은 전통적인 음악 표현을 유지하였다. 세 그룹에게 각각 그들에게 적합한 음악을 마련해 주었다. 아마추어 배우들에게는 민요품의 멜로디를, 연인들에게는 로맨틱하고 물이 흐르는 듯한 유려한 멜로디를, 요정들에게는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것과 같은, 마치 천상의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음악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브리튼 특유의 터치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베론은 카운터테너이 맡도록 한 것이다. 브리튼은 오베론을 카운터테너 알프레드 델러(Alfred Deller)를 위해 작곡했다. 피터 피어스는 브리튼의 다른 오페라에서와는 달리 특별한 역할을 맡지 않았다. 그가 맡은 역할은 플루트/티스베이다. 코믹한 역할로서 대단히 즐겁고 흥겨운 노래를 정식 튠에서 반음정으로 노래하도록 했다. 전체적인 음악은 일련의 글리산도(Glissando) 코드에 바탕을 둔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버지니아 오페라

 

빌리 버드(Billy Budd)

'빌리 버드'는 '방관자'에 대한 세상의 반응에 초점을 둔 브리튼의 또 다른 오페라이다. 무대는 프랑스 혁명기간 중 영국전함인 HMS 인도미터블(Indomitable: 불굴)의 갑판이다. 함장인 에드워드 페어팩스 비어(Edward Fairfax Vere)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플래쉬백으로서 나온다. 비어 함장은 소년 빌리의 운명을 비참하게 만든 원인제공자라고 할수 있다. 빌리가 배에 들어왔을 때에 수병들은 그를 좋아했다. 그런데 빌리에게는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결정적인 결함이 하나 있다. 수줍고 심약한 성격이라고나 할까? 중대한 사건이 터지고 빌리에게 책임이 돌아가지만 빌리는 자신을 방어하지 못한다. 그 결과는 불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페라의 마지막에 연장자로서의 비어 함장은 빌리의 파멸이 결국은 자기를 구해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오페라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하였다. 왜냐하면 출연자들이 남성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17명의 테너에 베이스 솔로이스트는 1명이었다. 그리고 소년역할의 트레블이 4명이었고 여기에 남성합창단이 가세하였다. 무대가 함선이기 때문에 그럴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일반적인 오페라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바다가 배경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규모도 '피터 그라임스'와 마찬가지로 대규모가 될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를 들어 타악기만 6명이나 되었다. 한편, 여성 출연자가 없기 때문에 고음을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서 커바하도록 했다. 그리고 알토 색스폰도 간혹 두드러지게 사용하였다.

 

 

'HMS 인도미터블'의 선체내부. 글린드본

 

대본은 소설가인 E.M. 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1879-1970)가 '백경'으로 유명한 허만 멜빌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썼다. 포스터는 '빌리 버드'를 '나의 눈크 디미티스'(My Nunc Dimittis)라고 불렀다. '눈크 디미티스는 누가복음 2장에 나오는 얘기로서 아기 예수에 대한 시므온의 축복의 노래를 말한다. 첫 소절이 눈크 디미티스(영어로는 Now You Dismiss)이기 때문에 그런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눈크 디미티스는 '시므온의 칸티클'(Simeon's Canticle)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칸티클은 송영, 아가(雅歌), 찬송 등의 뜻이다. 그래서 구약의 '아가'를 '솔로몬의 칸티클'(Canticle of Solomon)이라고 표현한다.결국 눈크 디미티스는 원래의 뜻이 '이제는 돌아가시오'라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마지막'이란 의미이다. 동성애에 대한 사항도 '빌리 버드'에서는 공공연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포스터는 그의 미출판의 마지막 소설인 '모리스'(Maurice)에서도 동성애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바 있다. '빌리 버드'는 브리튼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초연에서는 무려 17번의 커튼 콜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테너와 바리톤들은 너도나도 버드와 비어의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빌리 버드'에서 타이틀 롤의 존 체스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컬류 리버(Curlew River)

브리튼은 1960년대에 교회용 비유 오페라를 세편이나 작곡했다. 그 중에서 첫번째가 '컬류 리버'이다. 브리튼의 교회용 오페라들은 교회라는 특수한 건물의 음향을 십분 고려하여서 작곡된 것이라는데에 커다란 특징이 있다. '컬류 리버'는 1964년 6월에 서포크에서 잉글리쉬 오페라 그룹이 초연했다. 초연의 출연진에는 브리튼의 평생 파트너인 테너 피터 피어스와 바리톤 브라이언 드레이크(Bryan Drake)가 포함되었다. '컬리 리버'는 일본의 노(䏻)인 '수마다가와'(隅田川)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수미다가와'는 15세기에 주로 모토마사(또는 칸제 모토마사: 觀世元雅)가 쓴 것이다. 브리튼은 피어스와 함께 1956년에 일본을 방문한 일이 있다. 브리튼과 피어스는 아시아 전통 음악을 연구하기 위해 1955년에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시작으로 인도에 이어 일본을 방문했었다. 이들 나라의 전통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은 브리튼의 오페라에 상당히 반영되었다. 아시아의 음악은 브리튼의 교회용 비유 오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지만 아마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은 '베니스의 죽음'일 것이다. 그리고 '탑들의 왕자'(The Prince of the Pagodas)라는 발레곡에는 발리의 최면에 걸린 듯한 가믈란 음악이 인용되었다. 브리튼의 아시아 여행은 오페라의 스토리와 드라마틱한 재료뿐만 아니라 극장적 처리와 음악 자체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브리튼은 '컬류 리버'를 작곡함에 있어서 이미 작곡해 놓은 음악 중에서 일부를 가져다가 짜집기 형식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1956년에 도쿄에서 본 공연의 일부 음악을 인용하였다. 일본의 공연은 지휘자가 없으며 연주자는 단순한 7명이었다.

 

 

미친여자와 뱃사공. 알데버러

 

대본을 맡은 윌리엄 플로머(William Plomer)는 오리지날 노(䏻) 스토리를 기독교 비유로 고쳤다. 일본이 배경이 아니라 시기는 중세이며 장소는 상상 속의 이스트 앙글리아(East Anglia)라는 곳에 있는 컬류 리버(Curlew River)로 잡았다. 주인공은 어떤 미친 여자이다. 이 여자도 '방관자'에 속한다. 오케스트라에서 하프 파트는 일본의 코토(Koto: 箏)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챔버 오르간 파트는 톤 클로서트 기법을 폭넓게 이용한 것 같았다. 마치 일본의 쇼(Sho: 笙)를 듣는 것과 같았다. 톤 클로스터(Tone cluster)란 어떤 음정 안에 있는 여러 음이 동시에 내는 음향을 말한다. 쇼는 브리튼이 일본에 있을 때에 자주 불어보았다는 악기이다. 그래서 쇼의 신비함에 매료하여 쇼를 '컬류 리버'의 오케스트라에 사용하고 싶었으나 적당한 연주자가 없어서 오르간으로 대신했다는 후문이다. 브리튼의 다른 오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오페라에서도 주요 주인공을 상징하는 악기를 배정하였다. 미친여자는 플루트로, 뱃사공은 혼으로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오페라의 오프닝은 그레고리안 성가인 Te lucis ante terminum 으로 시작한다. 이 성가는 실상 미사가 끝날 때 부르는 것인데 오프닝에서 부르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 '날이 지기 전에'(To Thee Before Close of Day)라는 뜻이다. 그리고 노래부르는 사람들이 수도사의 복장을 하고 인도네시아의 가믈란 스타일의 타악기의 반주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브리튼은 이 오페라의 초연 리허설에 수시로 직접 참여하였다. 그는 실로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까하는 걱정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브리튼의 파트너인 피터 피어스는 이 오페라에서 여장 역할을 했다. 이를 드랙 파트(Drag part)라고 한다. 피어스로서는 파격적인 역할이었다. '컬류 리버'는 브리튼의 지금까지의 작곡 스타일에서 떠나 또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위한 길을 열어 준 것이라는 평가이다. 예를 들면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제3번 현악4중주곡 등이다.

  

 

미친여자와 사람들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브리튼의 16편 오페라 중에서 마지막 작품이다. 대본은 마이판위 파이퍼(Myfanwy Piper: 1911-1997)였다. 마이판위 파이퍼는 브리튼을 위해 '턴 오브 더 스크류'(The Turn of the Screw), '오웬 윈그레이브'(Owen Wingrave), 그리고 '베니에서의 죽음'의 대본을 제공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동명 소설에 바탕으로 삼은 오페리이다. 브리튼은 토마스 만의 이 소설에 무척 마음이 끌려서 1970년에 정식으로 작곡에 착수하기 몇년 전부터 작곡을 구상했었다. 작곡은 3년 만에 완성되어서 1973년에 알데버러의 스네이프 몰팅스 콘서트 홀에서 초연을 가질수 있었다. 브리튼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이다. 브리튼은 이 오페라를 작곡하는 중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말할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브리튼은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이 오페라를 완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수술까지 연기하였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브리튼의 평생의 파트너인 피터 피어스를 위한 감사와 존경의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할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브리튼이 자기의 기나긴 작품생애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완성했다고 볼수 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스토리는 브리튼의 다른 오페라의 주제들과 흡사한 점이 많지만 브리튼 자신의 생애와 활동에도 비유될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의 주인공인 작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Gustav von Aschenbach)와 브리튼은 어떤 특별한 연계가 있다고 하겠다. 오페라에서 아센바흐는 그의 생애가 마지막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베니스로 여행을 간다. 이곳에서 그는 폴란드에소 온 소년인 타지오(Tadzio)와 이상한 사랑에 빠진다. 오페라에서 타지오는 아무런 대사도 하지 않는 댄서로 나온다.

 

 

베니스의 해변에서 아셴바흐와 타지오의 가족들. 캐나다 오페라 컴페니. 토론토

 

브리튼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오페라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었지만 실제로 그는 아직도 과연 자기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972년 10월에 안무를 맡은 프레데릭 애쉬턴에게 편지를 보내어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내가 작곡한 음악 중에서 베스트이다. 하지만 최악의 음악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악의 음악일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연주했을 때 끔찍한 반응이 나오면 절망 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스코어는 자극적이며 날카롭고 신랄하여 마치 살을 에이는 듯한 느낌을 줄수 있다. 그리고 마치 유령들이 허공을 방황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다. 하지만 베니스의 정취가 풍기는 음악들이 가끔씩 나오기 때문에 싫지가 않다. 전체적으로 이 오페라의 음악은 직설적이어서 그런지 이해하기가 쉬운 편이다. 이 오페라의 음악은 브리튼의 오페라 경력의 정점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할수 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브리튼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브리튼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주는 시작이 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브리튼이 누구인지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게게는 이 오페라가 브리튼의 진면목을 알게 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아셴바흐(그레이엄 홀)와 타지오(레온 쿠크). 암스테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