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Poncchieli, Amilcare (폰키엘리) [1834-1886]

정준극 2007. 5. 9. 17:12

라 조콘다


타이틀: La Gioconda. 전4막의 서정 드라마(Dramma lirico). 빅톨 위고의 희곡 Angélo, Tyran de Padoue(파두아의 폭군 안젤로)를 기본으로 하여 작곡가 겸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 메피스토펠레의 작곡가)가 대본을 썼다. 당시 아리고 보이토는 토비아 고리오(Tobia Gorrio)라는 가명을 사용하였다. 

초연: 1876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극장

주요배역: 조콘다(가수), 라 시에카(조콘다의 눈먼 어머니), 엔조 그리말도(제노아의 공자: 곤돌라 뱃사공), 알비세 바도에로(정부 종교재판소장), 라우라 아도르노(알비세의 부인), 바르나바(발라드 가수 겸 종교재판소의 첩자), 주오네(곤돌라 뱃사공)

음악 하이라이트: 치에카의 로자리(묵주) 멜로디, 엔조의 로망스, 조콘다의 독약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L'amo one Fulgor del Creato(S+T), Suicidio!...in questi fiori momenti tu sol mi resti[자살...이 잔혹한 순간에 너는 나를 위해 홀로 남아 있으리](S), Ah! Pescator(Barcarolle), Cielo e mar[하늘과 바다](T), Enzo Grimaldo, Principe di Santafior, che penisi?[엔조 그리말도, 산타피오르의 공자, 무얼 생각하는가?}(T)

사전지식: 조콘다는 베니스 거리에서 노래를 불러 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여인의 이름이다. (레오날드 다 빈치의 걸작 모나 리자의 모델인 조콘다부인은 폰키엘리 오페라의 여주인공인 라 조콘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폰키엘리는 라 조콘다의 초연이후 몇 년에 걸쳐 수정을 거듭했다. 라 조콘다는 점차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3막에 나오는 ‘시간의 춤’(Dance of the Hours)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다. 음악은 명랑하지만 음악에 곁들인 내용은 비통하다. ‘시간의 춤’이라는 음악이 끝나는 동시에 불쌍한 라우라의 목숨도 끝난다는 것이디 때문이다. 엔조의 환희에 찬 아리아 ‘하늘과 바다’는 그가 옛 애인 라우라를 곤돌라에서 기다리며 부르는 기막힌 곡이다. 4막에서 조콘다가 망설이면서 부르는 ‘자살...’아리아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장면이다. 또 하나의 긴장된 장면의 아리아는 1막에서 바르나바가 엔조를 만났을 때 부르는 ‘너는 산타피오르의 공자가 아니던가?’이다.   


줄거리: 19세기 중엽(어떤 버전에는 17세기), 베니스공국에는 실질적인 권세를 장악하고 있는 10인 위원회라는 두려운 조직이 있었다. 이 위원회는 공국의 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비밀리에 조사하여 처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리의 발라드 가수인 바르나바(Barnaba)는 이 조직에서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는 비열한 인간이다. 그는 역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 조콘다(Gioconda)를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있다. 조콘다는 눈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베니스의 대운하에서 곤돌라 경주가 장관으로 벌어진다. 베니스카니발 행사의 일환이다. 사악한 바르나바는 조콘다의 약점을 잡기 위해 조콘다의 어머니인 치에카(Cieca)가 마법을 걸어 우승이 확실하던 어떤 곤돌라를 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그 곤돌라가 우승할 것으로 확신하고 환호했던 군중들은 그 소리를 듣고 흥분하여 조콘다의 어머니를 마녀라고 비난하면서 종교재판소의 판결을 받아 화형에 처하라고 소리친다. 이 때 조콘다가 곤돌라 경주에 참가했던 뱃사공인 엔조 그리말도(Enzo Grimaldo)와 함께 들어오지만 흥분한 군중들의 소리침에 속수무책으로 있을 뿐이다. 조콘다는 젊은 곤돌라 뱃사공인 엔조를 사랑하고 있다. 


마침 10인 위원회의 지도자로서 최고의 권력을 지닌 알비세 바도에로(Alvise Badoero)와 그의 부인 라우라 아도르노(Laura Adorno)가 가장 무도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 광경을 보게 된다. 라우라는 남편 알비세에게 노파가 종교재판소에 끌려가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 자비를 베풀어서 살려주라고 간청한다. 라우라의 간청으로 조콘다의 어머니는 위기를 모면한다. 조콘다의 어머니는 목숨을 구해준 감사의 표시로 생명과 같이 여기며 지니고 있던 묵주(로자리)를 라우라에게 준다. 모두들 떠나고 바르나바와 엔조만이 남는다.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는 바르나바는 엔조가 뱃사람이 아니라 추방당한 제노아의 귀족으로서 전에 라우라와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알아차린다. 악랄한 바르나바는 조콘다에게 엔조와 라우라의 과거 스토리를 얘기해주면 질투심과 배신감으로 약발이 먹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콘다의 눈먼 어머니를 마녀로 몰려던 바르나바는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시 새로운 음모를 꾸민다. 바르나바는 엔조에게 ‘아 참 반갑수다. 당신이 라우라를 사랑하는 것, 잘 알고 있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면 괴롭지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밤에 라우라를 당신의 곤돌라로 데려 올수 있소이다’라고 슬며시 엔조의 마음을 떠 본다. 광장에서 라우라를 얼핏 보았던 엔조의 마음속에는 라우라와의 잊을수 없었던 사랑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또한 엔조의 모습을 얼핏 본 라우라도 그리움에 마음이 흔들렸던 차였다. 엔조는 라우라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바르나바가 믿을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라우라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그의 말을 믿는다. 하지만 왜 그런지 두려움을 느낀다. 악랄한 바르나바는 한술 더 뜬다. 이번에는 위원장의 부인 라우라를 모함해서 라우라와 엔조를 한꺼번에 매장시키려는 치졸한 계략을 세운다. 바르나바는 라우라가 엔조라는 옛 애인을 잊지 못하여 그날 밤 두 사람이 곤돌라에서 밀회를 한다는 내용을 적은 투서를 만들어 하인 편에 라우라의 남편인 엘비세위원장에게 보낸다. 바르나바와 하인의 얘기를 우연히 엿들은 조콘다는 자기를 사랑한다면서 라우라를 잊지 못하는 엔조의 배신을 탄식한다.


제2막. 어느덧 밤이 되었다. 마음이 혼란해진 엔조가 하늘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달래보지만 불안하고 설레는 마음은 꺼질줄 모른다. 엔조는 바르나바의 말을 반신반의 하면서도 만일 라우라가 나타나면 라우라와 멀리 도망칠 생각까지 해본다. 과연, 바르나바가 라우라와 함께 엔조의 곤돌라가 있는 곳으로 온다. 라우라와 엔조는 제노아에서의 옛 일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는다. 이때에 기다렸다는 듯 조콘다가 나타난다. 조콘다는 라우라에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부인으로서 부러울 것이 없을 터인데 어찌하여 자기가 사랑하는 엔조를 가로채려 하느냐?’면서 격렬하게 비난한다. 라우라가 아무 변명도 하지 못하자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조콘다는 흥분한 나머지 칼을 들어 라우라를 찌르려 한다. 바로 그 순간 조콘다는 라우라의 손목에서 자기 어머니의 묵주를 발견한다. 조콘다는 라우라가 자기 어머니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조콘다는 라우라를 도와주어야 했다. 조콘다는 라우라에게 지금 남편인 위원장이 투서를 받고 나서 격분하여서 달려오고 있다고 말해주며 라우라를 일단 집으로 돌아가도록 얼른 보낸다. 엔조는 잡혀서 위원장과 종교재판관에게 굴복하느니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3막. 엘비세위원장은 라우라의 부정을 확신한다. 위원장은 자기의 명예를 위해 라우라를 죽일 결심을 한다. 라우라가 집에 돌아오자 위원장은 라우라에게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라고 강요한 후 자리를 뜬다. 이 때 조콘다가 라우라를 구하기 위해 몰래 숨어 들어와 라우라에게 잠시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먹도록 한다. 그날 밤은 마침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무도회장에서 엘비세위원장은 손님들에게 ‘시간의 춤’을 추도록 권유한다. 위원장은 ‘시간의 춤’이 끝날 때 쯤이면 라우라가 이미 죽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죽음의 불길한 종소리가 무도회장에 울려 퍼질 때 가면을 쓰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던 엔조가 가면을 벗어 던지면서 ‘엘비세위원장의 부인 라우라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다만 엘비세의 위신 때문에 강요에 의해 독을 마시고 죽게 되었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비탄한다. 손님들은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한다. 엘비세위원장은 라우라의 옛 애인인 엔조가 제발로 나타난 것을 보고 곧바로 엔조를 체포하여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다음날 사형에 처하겠다고 발표한다. 이 사실을 안 조콘다는 오로지 엔조를 살릴 희망으로 바르나바에게 자기 몸을 바치겠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엔조를 살려 달라고 제안한다. 한편, 위원장은 파티의 클라이막스에 싸늘하게 죽어 있는 라우라를 가져오도록 하여 손님들에게 보이며 누구든지 자기의 명예를 훼손하면 이같이 된다는 것을 은연중 보여준다. 하지만 알다시피 라우라는 약을 먹고 잠시동안 죽어있는 상태이다. 엔조는 라우라의 죽음을 보자 너무나 격분하여 엘비세위원장을 칼로 찔러 죽이려 하지만 호위병들에게 저지당한다. 한편, 사악한 바르나바는 조콘다를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콘다의 늙은 어머니를 체포하여 조콘다와의 완전히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거래 조건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조콘다의 어머니가 심하게 반항하며 저주를 퍼붓는 바람에 그만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여 조콘다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인다. 


제4막. 조콘다가 거리의 친구들을 동원하여 잠들어 있는 라우라를 조콘다의 낡은 집으로 비밀리에 데려온다. 그런후 조콘다는 앞날의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절망과 배신만이 자기를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한다. 그 때에 엔조가 뛰어 들어와 조콘다가 라우라의 시신을 훔쳐간데 대하여 격하게 화를 내며 조콘다를 죽이려고까지 한다. 마침 라우라가 깨어난다. 라우라와 엔조는 서로가 다 무사한데 대하여 기쁨으로 눈물을 흘린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엔조와 라우라는 조콘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한후 함께 떠난다. 이제 조콘다가 바르나바와의 약속을 지켜야 할 형편이다. 조콘다는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바르나바를 찾아간다. 조콘다는 ‘네 놈이 내 몸을 원한다지! 못된 놈! 자, 가져라!’라면서 바르바나에게 침을 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정에 불타있는 바르나바가 조콘다에게 다가 서려하자 조콘다는 칼을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어떤 대본에는 독약을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음). 당황한 바르나바는 자기가 조콘다의 늙은 어머니를 붙잡아 죽인 사실을 자백하며 용서해 달라고 말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조콘다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