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Puccini, Giacomo (푸치니) [1858-1924]

정준극 2007. 5. 9. 17:15

에드가


타이틀: Edgar. 전3막의 드라마 리리코(Dramma lirico). 알프레드 드 무쎄(Alfred de Musset)의 시 La coupe et les l?vres(컵과 입술)을 바탕으로 페르디난도 폰타나(Ferdinando Fontana)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89년 밀라노 스칼라극장

주요배역: 에드가(순박한 시골 청년), 휘델리아(에드가가 사랑하는 아가씨), 티그라나(무어족 여인), 프랑크(휘델리아의 오빠)

음악 하이라이트: 가짜 진혼곡

베스트 곡: Kyrie(Chor), O fior del giorno(S), Gla il mandorlo vicino(S), Addio, addio, mio dolce amor[안녕, 사랑하는 사람이여](S), Nel villagio d'Edgar(S), Bella signora il pianto sciupa gli occhi(T)

사전지식: 음악출판사인 리코르디가 청년 푸치니에게 처음으로 작곡을 의뢰한 오페라이다. 오페라 에드가는 푸치니가 원작 그대로를 반영한 최초의 오페라이다. 대개의 경우 와 함께 공연되는 작품이다. 마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가 콤비를 이루는 것과 같다. 청년 푸치니의 드라마에 대한 센스를 충분히 보여주는 이 오페라는 푸치니가 처음으로 제대로의 오페라를 작곡한 것이다. 대본은 훼르디난도 폰타나(Ferdinando Fontana)가 맡았다. 알프레드 드 무쎄(Alfred de Musset)의 서정시 La coupe et les l?vers에서 스토리를 빌려왔다. 주인공 에드가는 어떤 면에서 파우스트와 같은 악마주의자이다.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하나님과 인간에게 대적하는 인물이다. 이 오페라에서는 성스러운 음악과 신성모독적인 음악이 함께 나와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면 성당에 모인 사람들이 부르는 키리에와 티그라나가 부르는 도발적인 노래이다. 휘델리아의 장례 장면에 나오는 진혼곡은 정말로 아름답다. 토스카니니는 1924년 밀라노 대성당(두오모)에서의 푸치니 장례식에서 이 진혼곡을 연주하였다.


줄거리: 14세기 플랜더스가 무대이다. 에드가(Edgar)는 서로 대조적인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한다. 휘델리아(Fidelia)는 착하고 순결하다. 마치 천사와 같다. 휘델리아의 여동생인 티그라나(Tigrana)는 정열적이고 유혹적이다. 마치 요부와 같다. 티그라나는 오래전 휘델리아의 집으로 입양된 몸이다. 그러므로 휘델리아와 티그라나는 말만 자매이지 혈연적으로는 남남이다. 휘델리아의 오빠인 프랑크(Frank)는 티그라나를 동정하여서 죽어라고 좋아한다. 그러나 티그라나는 프랑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한다. 주일날이다. 마을사람들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다. 키리에가 장엄하면서도 아름답다. 티그라나는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마을 사람들에게 쾌락이라는 것은 모르는 형편없는 사람들이라고 아주 도발적이고 유혹적인 노래로 부르며 비웃는다. 마을 사람들이 몹시 화가 나서 티그라나를 혼내주려고 한다. 이때 에드가가 나타나 티그나라의 역성을 들어주며 보호한다. 마을 사람들은 에드가에게 더 실망한다. 에드가는 그 동안 마을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티그라나와 자기에게 보여준 냉대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겠으므로 티그라나와 함께 이 마을을 떠나서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기 집에 불을 지른다. 프랑크는 에드가가 티그라나를 데리고 떠나려하자 참지 못하여 결투를 신청한다. 휘델리아와 그의 아버지가 결투를 말리지만 프랑크는 듣지 않는다. 결투에서 프랑크가 부상을 입는다. 에드가와 티그라나는 마을 사람들의 저주를 뒤로하고 떠난다.


제2막. 다른 마을에 와서 살고 있는 에드가는 이제 티그라나에 지쳐있다. 에드가는 착하고 순결한 휘델리아를 떠난것을 무척 후회한다. 한떼의 병사들이 마을을 지나가자 에드가는 마치 무슨 자극을 받은듯 군대에 입대한다. 프랑스와의 전쟁을 위해 전선으로 가는 군대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프랑크가 지휘관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일은 모두 잊자고 하며 화해한다. 에드가가 티그라나를 떠나려 하자 티그라나는 에드가를 배신자라고 하며 복수하겠다고 맹세한다. 제3막. 프랑크와 병사들이 성당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위한 진혼곡을 부르고 있다. 참으로 감동적인 진혼곡이다. 프랑크는 에드가가 전쟁터에서 실종되었기 때문에 전사한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크가 사람들에게 전쟁터에서 영웅적으로 전사한 병사들의 얘기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신부가 그 중에서 에드가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에드가가 지금까지 저지를 모든 사악한 행동들을 일일이 털어놓는다. 신부의 말에 의하면 에드가는 지금까지 참으로 나쁜 짓을 많이 저질렀다. 신부의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분개하여서 에드가의 시체라도 찾아서 까마귀의 밥으로 던져버리기로 결심한다. 마을 사람들은 앞에 놓여있는 관들을 뒤져보지만 에드가를 찾을수 없고 빈 갑옷만 들어있다. 그 때 신부가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는다. 다름아닌 에드가이다. 에드가는 자기의 지나간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자기의 죄상을 사람들에게 알렸던 것이다. 에드가를 본 휘델리아가 반가움에 뛰쳐나가 그의 팔에 몸을 던진다. 갑자기 티그라나가 나타나 휘델리아를 칼로 찌른다. 휘델리아가 쓰러진다. 휘델리아의 죽음을 본 에드가가 슬픔에 넘쳐 휘델리오의 시신위에 쓰러진다. 병사들이 잔인한 살인자 티그라나를 체포하여 형장으로 데려간다 (어떤 버전에는 휘델리아가 자기를 죽이려는 티그리나를 오히려 죽인다고 되어있다.)


쟈니 스키키


타이틀: Gianni Schicchi. 단막. 시성 단테의 연옥편(Inferno)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죠바키노 프로짜노(Giovachino Forzano)가 대본으로 만들었다. 연옥편에 나온다고 해서 대단히 으스스한 내용은 아니다. 코미디이다.

초연: 1918년 12월 14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초 해외 초연

주요배역: 쟈니 스키키, 로레타(쟈니 스키키의 딸), 부오소 도나티(돈 많은 영감), 치타(부오소 도나티의 사촌), 리누치오(치타의 조카), 게라르디도(부오소 도나티의 조카), 넬라(게라르도의 부인), 베토 디 시그마(부우소 도나티의 매형), 시모네(부오소 도나티의 사촌), 마르코(시모네의 아들), 라 치에스카(마르코의 부인),

음악 하이라이트: 로레타의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아버지](S), Firenze ? come un albero fiorito(T)

사전 지식: 푸치니의 유일한 코믹 오페라. 푸치니는 오페라 배역에 대하여 특이하게도 모두의 나이를 정해 놓았다. 푸치니가 지정한 각자의 나이는 다음과 같다. 쟈니 스키키 50세, 로레타 21세, 리누치오 24세, 치타 60세, 게라르도 40세, 넬라 34세, 시모네 70세, 마르코 45세, 라 치에스카 38세, 게라르디노 7세 등이다. 쟈니 스키키는 일 타바로(외투), 수오르 안젤리카(수녀 안젤리카)와 함께 푸치니의 3부 연작의 하나이다.

에피소드: 13세기 말 베니스에 살았던 사람의 실화이다.


줄거리: 돈 많은 부오소 도나티(Buoso Donati)영감이 죽어 있는 침상 주위에는 촛불만이 타고 있다. 유족들은 영감의 죽음보다도 그가 모든 유산을 수도원에 기증했다는 소문 때문에 더 슬프다. 가족들은 흩어져서 유언장을 찾아보기로 한다. 죽은 영감의 친척인 리누치오(Rinuccio)는 자기에게도 유산의 일부가 떨어져 약혼자인 로레타(Lauretta)와의 결혼 비용으로 쓰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잠시 후 리누치오는 옷장에서 유언장을 찾아낸다. 친척들이 다 모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치타(Zita)할머니가 유언장을 열고 읽기 시작한다. ‘나의 사랑하는 사촌 치타와 시모네여!’로 시작되는 유언장의 내용은 소문과 틀림이 없었다. 누구도 돈 한 푼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우째 이런 일이...’ 친척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리누치오는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자기의 약혼녀인 로레타의 아버지 쟈니 스키키뿐이라고 강력 추천한다. 얼마후, 쟈니 스키키가 딸 로레타와 함께 들어선다. 그는 유언장을 자세히 조사해 보고나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죽은 영감이 아직 안 죽은 것처럼 누구 한 사람을 대역으로 내세우고 공증인을 불러 다시 유언장을 쓰도록 하되 이번에는 친척들에게 재산이 돌아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모두들 죽은 영감의 대역으로는 나이로 보나 무얼로 보나 쟈니 스키키가 적격이라고 추천했다. 쟈니 스키키는 가족 모두에게 이번 계획이 절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할 것과 만일 비밀을 누설한다면 손목을 자르고 추방해도 좋다는 약속을 하도록 한다.  


공증인이 도착했다. 영감 행세를 하는 쟈니 스키키는 유언을 말하기 시작한다. ‘모든 재산은 저 건너 마을에 사는 자기의 유일한 친구 쟈니 스키키에게 주도록 한다’는 유언을 했다. 공증인이 철석같이 받아 적고 서명을 했다. 친척들은 쇼크를 먹었지만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만일 무어라고 했다가는 손목을 잘리고 멀리 추방당해도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공증인이 떠나자 모두들 쟈니 스키키에게 덤벼들어 따지려고 하지만 쟈니 스키키는 죽은 영감의 지팡이를 휘두르며 이들을 물리친다. 친척들은 기왕에 당한 것은 어쩔 수 없고 다만 하나라도 건지자는 입장에서 방마다 다니면서 있는 대로 집어 들고 떠나간다. 로레타는 자기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가지게 된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하며 리누치오와 사랑을 다짐하는 듀엣을 부른다. 쟈니 스키키는 자기의 연극이 모두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해 준다. 로레타는 기뻐하며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른다. 쟈니 스키키는 무대 앞의 관중들에게 자기가 한 일이 죄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박수를 쳐 달라고 부탁한다. 관중들이 어차피 박수를 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외투


타이틀: Il Tabarro (The Cloak).  디디어 골드(Didier Gold)의 희곡 La houppelande(대외투[大外套])를 쥬세페 아다미(Giuseppe Adami)가 오페라 대본으로 엮었다.

초연: 1918년 12월 14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주요배역: 미셸(바지선 주인, 50세), 죠르제타(미셸의 부인, 25세), 루이지(뱃짐부리는 인부, 20세), 틴카(뱃짐부리는 인부, 35세), 탈파(뱃짐부리는 인부, 55세), 프루골라(탈파의 부인, 50세)

음악 하이라이트: 뱃사람들의 발라드, 세느강을 표현한 음악

베스트 아리아: Hai ben ragione(T)

사전지식: ‘쟈니 스키키’ ‘수녀 안젤리카’와 함께 3총사이다. 이들 단막짜리 오페라를 통합하여 Il Trittico(3부작)라고 부른다. 푸치니는 이번에도 주요배역의 나이를 모두 열거하였다.


줄거리: 무대는 1910년의 파리. 세이느강의 어느 선착장이다. 미셸(Michele)은 세이느강을 오고가는 화물 운반선의 나이 많은 주인이고 죠르제타(Giorgetta)는 그의 젊은 아내이다. 전부터 함께 일해온 세명의 일꾼들이 배에서 짐을 부리고 있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인 20세의 루이지(Luigi)는 죠르제타와 은근히 그렇고 그런 사이이다. 다음날 아침, 미셸의 배는 다른 화물을 싣고 루앙 마을로 간다. 짐부리는 인부들은 자기들의 가난하고 한심한 생활을 한탄하며 언젠가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바란다. 루이지는 시골에 있는 조그마한 오두막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죠르제타도 옛날 자기가 살던 파리 교외로 돌아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세이느강을 따라 루앙마을로 올라간 미셸의 배가 짐을 다 부려 놓자 루이지는 미셸에게 이제 배의 일꾼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하며 떠난다. 죠르제타와 루이지는 그날 밤에 은밀히 만나기로 약속한다. 죠르제타가 밤중에 배에서 성냥불을 키면 아무도 없다는 표시이므로 그 때 밀회하기로 약속을 한다. 한편, 남편 미셸은 요즘 들어서 자기에게 부쩍 냉랭한 아내 죠르제타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이리저리 시도를 해본다. 그러나 오래전 있었던 쓰라린 사건이 두 사람의 사이를 좀처럼 좁혀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어려웠던 시절에 어린 나이로 죽었다. 추운 겨울, 이들 세 식구의 몸을 녹여줄수 있는 것은 미셸의 외투가 전부였다. 그날도 몹시 추웠다. 미셸은 춥다고 하며 자꾸 자기에게 파고드는 어린 아들을 외투로 감싸 주며 언젠가는 따듯하게 살게 될것이라고 말했던 생각을 한다. 아들은 며칠후 세상을 떠났다. 미셸은 어린 아들의 차가워진 몸을 외투에 감싸서 묘지로 메고 갔던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한 미셸은 아내에게 서로 고생이 되더라도 열심히 살자고 말하며 포옹하려고 한다. 하지만 죠르제타는 미셸의 손길을 뿌리친다. 미셸은 죠르제타가 이미 자기로부터 멀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괴롭다.


미셸은 죠르제타가 도대체 누구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무심코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 불빛을 보고 근처를 배회하며 기회만 보고 있었던 루이지가 죠르제타의 연락인줄 알고 배로 올라온다. 죠르제타의 이름을 부르며 배에 올라온 루이지를 보고 미셸은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미셸은 루이지의 목을 조르며 아내와의 불륜을 자백하라고 다그친다. 루이지가 입을 다물고 있자 미셸은 흥분한 상태에서 루이지의 목을 더 세게 조른다. 루이지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미셸은 자기 외투로 루이지의 시체를 둘둘 말아 놓는다. 그 때 잠시 밖에 나갔던 죠르제타가 돌아온다. 미셸은 죠르제타에게 자기 외투를 들어 보이며 루이지의 시체를 보여준다. 막이 내린다.



라 보엠


타이틀: La Boh?me (The Bohemian). 전4막. 대본은 앙리 뮈르제(Henri Murger)의 소설 Sc?ne de la vie de boh?me(보헤미아인들의 생활 모습)을 바탕으로 쥬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가 합작으로 썼다. 푸치니는 자기 자신과 자기를 위한 대본가인 쥬세페와 루이지를 일컬어 성삼위일체(Holy Trinity)라고 불렀다.

초연: 1896년 2월 1일 이탈리아 토리노(튜린) 레지오(Regio)극장

주요배역: 미미(수놓는 처녀), 로돌포(시인), 마르첼로(화가), 콜리네(철학자), 쇼나르(음악가), 뮤제타(가수), 베누아(하숙집 주인), 알친도로(주의회 의원)

음악 하이라이트: 뮤제타의 왈츠 노래, 콜리네의 아리아, 1막에서의 로돌포의 사랑의 테마 음악, 1막에서 미미의 사랑의 테마 음악

베스트 아리아: Si, mi chiamano Mimi[미미라고 부른답니다](S),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손]T), Quando men vo soletta(MS), D'onde lieta(S), C'e' Mimi...Ho tanto freddo!(T), Addio, dolce sveghiare(Quartet), O Mimi, tu piu non torni(T), O soave fanciulla[오 사랑스런 여인](T), 뮤제타의 왈츠

사전 지식: 4막의 슬프고도 감미로운 비극.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오페라중의 하나. 푸치니의 첫 히트 작품으로 손수건을 적시게 하는 신파조의 스토리이다. 하지만 사랑스럽고 유쾌한 내용. 우정 있는 친구들이 자기들에게 각각 다른 사랑이 닥쳐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라 보엠(보헴이 아님)은 보헤미아 사람, 즉 집시를 말한다. 그러나 이 오페라에서는 보헤미안 사람처럼 가난하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사랑을 위해 낭만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에피소드: 라 보엠이 초연된 날 밤에 평론가들은 정말 야만인들처럼 이 작품을 비난하였다. 음악이 너무 단순하며 드라마틱한 분위기도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평론가들은 훗날 이 오페라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실화가 아니다. 다만 푸치니가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여 작곡했다는 얘기이다. 실화가 아니지만 극중의 거리 이름, 카페 이름은 실지 장소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카페 모뮈(Cafe Momus: 모무스: 그리스 신화의 냉소의 신)는 파리의 싸마르땡 부근에 있는 실제 카페이며 꺄뜨르 라땡 (라틴 쿼터) 역시 현재의 그 라틴 쿼터이다. ‘나비부인’도 소설에 불과하지만 일본 나가사키에 가면 오페라의 무대를 연상케 하는 ‘나비부인의 집’이 있어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96년 토리노에서 초연이후, 라 보엠은 이탈리아의 다른 극장에서 다시 공연될 때까지 3년을 지내야 했다. 초연 4개월후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 공연되었고 세 번째는 이집트에서 였다. 그 후에는 러시아, 포르투갈에서 공연되었다. 이탈리아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를 차지했던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의 두 번째 공연은 1897년 라 스칼라에서였다. 미국에서의 초연은 1898년이었다. 이후 라 보엠은 메트로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 되었다. 1970년대만 보면 모두 5백회 이상 메트로에서 공연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유럽 국가중에서 제일 늦게 라 보엠을 공연한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토리노에서의 초연후 37년이 지난 때였다. 지구 한쪽 구석에 있는 칠리에서도 1898년에 공연되었고 남아공에서도 1912년에 공연되었다. 이들과 비교해보면 노르웨이 국민들은 라 보엠을 아주 늦게 엔조이한 셈이다.


라 보엠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중의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초연 당시에는 어이없게도 냉대를 받았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지만 덧붙여 얘기한다면 토리노에서의 초연 다음날 토리노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냉대가 사실이었음을 알수 있다. 신문은 ‘이런 별볼일 없는 오페라를 만들다니 거장 푸치니로서 일생일대의 대실수였다. 라 보엠을 관람했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의견은 실패작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보도했다. 토리노의 La Stampa라는 신문은 한 술 더 떴다. ‘라 보엠은 우리들 마음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기억될것 같지 않다. 작곡가인 푸치니가 이 작품을 한순간의 실수로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이 작품을 쓸 정력과 노력이면 다른 좋은 작품을 쓰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팔리아치를 쓴 루지에로 레온카발로도 앙리 뮈르제의 소설을 바탕으로 똑 같은 제목인 라 보엠을 작곡했다. 대본은 레온카발로 자신이 썼다. 푸치니는 라 보엠을 1895년에 완성했지만 실상 레온카발로는 그 전에 라보엠을 완성했다. 다만, 푸치니의 라 보엠이 1896년 토리노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진데 반하여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그보다 1년후인 1897년 베니스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므로 작곡은 일찍 했을지 모르지만 무대에 올린 것은 푸치니의 라 보엠에 비하여 1년후가 된다.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도 초연이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푸치니의 라 보엠이 마치 태풍처럼 전국을 휩쓰는 바람에 그만 잠잠해 지고 말았다.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푸치니의 것이 초연에서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받은데 비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베니스의 화제꺼리였다. 그러나 푸치니의 라 보엠이 차츰 인기를 끌게 되자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줄거리: 예술이라는 테두리에서 만난 네 명의 친구들 - 예술을 사랑하고 이상을 동경하는,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들은 파리 꺄뜨르 라땡(리틴 쿼터)의 어느 아파트 다락방에서 함께 기거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손이 시리도록 추운 다락방에서 월세를 내지 못해 떨어야 하는 젊은이들. 그중 시인인 로돌포(Rodolfo)가 잠시나마 추위를 면하기 위해 그동안 애써서 써놓은 연극대본을 자발적으로 희생하기로 하여 스토브에 넣고 불을 지핀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듯 어처구니없는 조화를 보인다. 그러는 중, 음악을 하는 친구가 돈이 좀 생겼다고 하면서 무척 흥분이 되어 들어온다.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예술과 세상재물과의 관계를 연상할수 있다. 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축하하기 위해 오랜만에 다 함께 시내로 나가기로 한다. 돈이 조금 생겼다고 해서 내일을 위해 비축해야 하는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로돌포만이 잠시 할 일이 있어서 남아 있다.


차가운 밤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의 달빛은 아름답기만 하다. 로돌포가 시를 쓰느라고 골몰하고 있는 조용한 다락방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다락방의 다른 쪽에 사는 미미(Mimi)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 인사를 나눈 일은 없다. 미미는 순박하고 밉지 않게 생겼지만 마치 폐결핵의 징후가 있는 사람처럼 병약한 모습의 아가씨이다. 촛불이 꺼졌기 때문에 불을 빌리러 왔다는 것이다. 어두운 방에서 미미가 어찌하다가 자기방 열쇠를 떨어트린다. 두 사람은 바닥에서 열쇠를 찾다가 무심코 손을 잡게 된다. ‘그대의 찬 손! 내가 따듯하게 해 드리리다.’는 미미에 대한 동정을 표현한 로돌포의 아리아이다. 라 보엠에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이 ‘그대의 찬 손’은 대표적이다. 미미는 ‘내 이름은 미미라고 해요’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시골에서 올라와 먹고 살기위해 수를 놓는 일을 한다는 설명도 덧 붙인다. 어두운 방에서 초불 하나를 의지하고 눈이 아프도록 혼자서 수를 놓으며 외롭게 지내는 미미! 오페라에서는 왜 혼자 사는지, 수를 놓고 산다는데 촛불을 켤 성냥조차 살 형편이 안되는지, 고향은 어딘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윽고 마음이 가까워진 두 사람은 듀엣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함께 간다.


제2막. 카페 앞의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분주하다. 화가 마르첼로 (Marcello)의 전 애인인 육감적이고 매력적인 뮤제타(Musetta)가 웬 돈푼깨나 있어 보이는 노인과 함께 나타난다(미국에서는 이런 사람을 슈가 대디=Sugar Daddy라고 부른다. 젊은 아가씨에게 돈을 쓰며 환심을 사려는 나이 많은 사람을 말함). 뮤제타의 새 파트너이다. 뮤제타는 ‘뮤제타 월츠’를 옛 애인 앞에서 보란 듯이 부른다. 이 ‘뮤제타의 월츠’야 말로 모든 오페라의 아리아중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일 것이다. 병사들이 행진해 지나가고 거리는 좀 전 보다 더 왁자지껄하다. 뮤제타와 마르첼로는 옛날과 다름없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다. 뮤제타의 슈가 대디인 알친도로(Alcindoro) 노인네는 뮤제타의 친구들이 카페에서 먹어 치운 음식 값 청구서를 대신 받아 들고 주저앉는다. 감상적인 비극인 ‘라 보엠’에서 이 장면만이 한 편의 코미디이다.


제3막. 두달 후. 살을 에는 듯 추운 겨울, 파리에서 떨어진 어느 마을의 주막집 앞이다. 미미는 마르첼로에게 이제 자기와 로돌포와의 관계는 막바지에 온것 같다고 말한다. 미미는 전보다 더 몸이 쇠약해져있다. 로돌포는 그 나름대로 마르첼로에게 이제 미미는 귀찮은 존재라고 말하면서 병까지 심해 헤어져야겠다고 털어 놓는다. 예술가들은 이기적인 모양이다. 로돌포는 한술 더 떠서 미미가 바람기가 있는 여자라고 비난까지 한다. 이런 마당에 더 이상 함께 살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한다. 그러면서도 이별만은 그럴듯하게 한다. ‘안녕, 마음에 부담 갖지 말고서’(Addio, senza ranco)는 마치 헤어짐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 같다. 보헤미아인의 기질인가? 한편, 마르첼로와 뮤제타도 서로 지쳤다. 당연히 다음 순서는 헤어짐이다. 네 사람의 4중창은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제4막. 다시 파리의 다락방으로 돌아온 로돌포와 마르첼로. 마음 한 구석에는 미미와 뮤제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역시 예술가들이다. 갑자기 뮤제타가 다락방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지금 계단에 미미가 쓰러져 있어요!’라고 소리친다. 놀란 두 사람은 거의 실신 상태에 빠져있는 미미를 업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힌다. 이미 병세가 몸속까지 파고든 것 같다. 친구인 콜리네(Colline)는 자기 외투를 벗어서 미미의 몸을 감싸 준다. 뮤제타는 미미의 언 손을 녹여주기 위해 애를 쓴다. 겨우 정신을 차린 미미는 로돌포와 함께 오래전 불꺼진 그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방에서 처음 만나 손을 잡고 사랑을 약속했던 일을 회상한다. 잠시후 미미가 눈을 감는다. 로돌포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미미, 미미...’를 소리쳐 부른다. 만일 당신이 제4막에서 미미가 숨을 거두는 장면을 보고 감정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당신은 분명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너무 메마른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미역의 미렐라 프레니(Mirella Freni)



황금서부의 아가씨


타이틀: La Fanciulla del West [The Girl of the West]. 원래는 타이틀이 그냥 ‘서부의 아가씨’이지만 일본사람들이 ‘황금서부의 아가씨’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냥 ‘서부의 아가씨’보다는 ‘황금서부의 아가씨’로 더 알려져 있다. 전 3막.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의 소설을 바탕으로 귈포 키빈니(Guilfo Civinni)와 카를로 장가리니(Carlo Zangarini)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썼다.

초연: 19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주요배역: 딕 존슨(래머레쯔, 무법자), 미니(서부의 아가씨), 잭 랜스(보안관), 니크(폴카 살룬의 바텐더), 빌리 잭래빗(인디언)

베스트 아리아: Laggiu nel soledad[소울대드 저 아래쪽에](S), Minni, dalla mia casa son partito(T), Ch'ella mi creda libero e lontano[내가 저 멀리 도망간 것으로 알거야](T)

사전지식: 미국적 요소가 캘리포니아 무대의 곳곳에 스며있다. 이같은 미국적 분위기는 특수 타악기로서 표현되고 있다. 미니가 부르는 Laggiu nei Soledad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아름다운 아리아이다.

에피소드: 이탈리아판 웨스턴 오페라. 1848년 황금러시가 시작되던 당시의 미국 캘리포니아가 무대이다. 미국 서부의 황금 러시는 1849년에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 Forty-niner(49년도)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줄거리: 더 폴카(The Polka)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살룬이다. 작은 금광을 하나 가지고 있는 애쉬비(Ashby)가 무법자 래머레쯔(Ramerrez)를 저쪽 골짜기에서 보았다고 얘기한다. 광부들과 술주정꾼들은 그 말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주점의 한 쪽 벽에는 래머레쯔에 대한 현상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 때 처음 보는 수상한 사람이 주점으로 들어온다. 딕 존슨(Dick Johnson)이 자기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가 현상포스터의 바로 그 사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폴카 살룬의 예쁜 미니(Minnie)는 한눈에 그 사나이와 마음이 맞아 둘이서 왈츠를 춘다. 딕 존슨은 어떤 여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일이 있어서 심경이 괴롭기에 미니를 본 순간 의지할 여인으로 생각한다. 딕 존슨은 현재 어떤 금광 캠프를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밤이 되어 딕 존슨은 미니의 거처를 찾아간다. 딕 존슨은 저녁도 먹고 하룻밤 신세지려고 미니의 거처를 찾아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미니의 집을 찾아온다. 미니는 얼fms 딕 존슨을 숨도록 한다. 마을 사람들은 미니에게 래메레쯔의 사진을 보이면서 혹시 이런 사람이 이 부근으로 왔다고 하는데 본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미니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려는데 마침 딕 존슨이 발견된다. 딕 존슨이 총에 맞는다. 그는 다시 미니의 집으로 뛰어 들어와 숨는다. 마을 사람들은 무법자 래메레쯔가 저 멀리 산속으로 도망간 것으로 알고 흩어진다. 잠시후 보안관 잭 랜스(Jack Rance)가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미니는 딕 존슨이 자기 집에 없다고 딱 잡아뗀다. 하지만 천정으로부터 피방울이 떨어지자 거짓말 한것이 탄로 난다. 딕 존슨은 보안관에게 체포된다. 이러한 순간에 미니는 보안관에게 포커 한판을 하자고 제안한다. 만일 미니가 이기면 이 사람을 놓아 주고 만일 보안관이 이기면 악당 래머레쯔 뿐만 아니라 미니까지 차지한다는 조건이다. [보안관이 미니를 차지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보안관은 이미 결혼한 몸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무서운 현상범을 놓고 포커에 응하는 보안관은 또 무엇인가?] 미니가 속임수를 써서 포커 판에서 이긴다. 딕 존슨은 그 자리에서 풀려나 떠난다. 그로부터 일주일후 보안관과 부하들이 어디서부터인지 래머레쯔(딕 존슨)를 체포해 온다. 이 사실을 안 미니는 마을로 달려와 사람들에게 그를 교수형에 처하지 말것을 간청한다. 미니의 사랑에 감동한 마을사람들은 그가 미니와 함께 자유롭게 떠나 가도록한다. 미니와 딕 존슨은 서로 팔을 껴안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떠나간다. ‘잘 있거라! 캘리포니아여!’



제비


타이틀: La Rondine (The Swallow). 전2막. 원래 하인츠 라이헤르트(Heinz Reichert)가 쓴 독일어 대본을 쥬세페 아다미(Giuseppe Adami)가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만들었다.  

초연: 1917년 몬테 칼로 오페라극장. 이듬해에는 나폴리의 산카를로극장에서 수정본이 초연되었다.

주요배역: 마그다(람발도의 정부), 루게로(마그다를 사랑하는 청년), 람발도(부유한 마그다의 후원자), 리제트(마그다의 하녀), 프루니에(시인)

베스트 아리아: Chi'il bel sogno di Doretta pote indovinar[그 누가 도레타의 사랑스런 꿈을 짐작할수 있었는가](S), Ore dolci e divine[부드러운 천상의 시간](S)

사전지식: 라 트라비아타와 라 보엠의 내용이 압축되어 있는 스토리라고 보면 된다. 제2막은 4중창으로 시작된다. 푸치니는 이 장면의 음악이 ‘라 보엠’ 제3막의 마지막 장면에 필적하는 훌륭한 부분이라고 말한바 있다.

에피소드: 푸치니는 원래 비엔나에서 오페레타로 공연키 위해 ‘제비’를 작곡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그러나 1차대전의 여파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푸치니는 독일어 대본을 이탈리아어로 바꾸어 중립국인 모나코에서 초연을 가졌다.


줄거리: 무대는 프랑스 제2제국 시기의 파리이다. 주인공 마그다(Magda de Civry)는 부유한 은행가인 람발도(Rambaldo Fernandez)가 뒤를 돌보아 주는 일종의 고급 호스테스이다. 매일같이 화려한 파티의 연속이다. 마그다의 후원자인 람발도는 마그다가 요구하는 대로 다 해준다. 마그다는 화려하고 분방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자기 주변에 허구와 가식에 가득찬 사람들만 있음을 깨닫고 마음 한 구석에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한다. 마그다는 옛날의 순박했던 첫 사랑을 불현듯 생각한다. 급기야 그 사랑이 그리워 견딜수 없을 정도가 된다. 마그다의 첫 사랑은 젊고 가난한 학생이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마그다는 루게로(Ruggero Lastouc)라는 가난하지만 열정이 있는 학생을 만난다. 첫 애인을 연상케 해주는 청년이었다. 이윽고 루게로가 마그다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두 사람만의 생활을 위해 저 멀리 떠나자고 제안한다. 마그다와 루게로는 니스로 와서 행복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루게로는 마그다와의 사랑이 완벽하게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정식으로 결혼키로 결심한다. 루게로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어 마그다와의 결혼을 허락해 줄것을 요청한다. 아버지로부터 회신이 왔다. 결혼할 여자가 순결하며 명예로운 사람이라면 두손 벌여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마그다는 자기가 루게로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명예를 손상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를 떠난다. 이상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와 알프레도의 얘기가 거의 비슷하다. 오페라의 타이틀인 ‘제비’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아마 마그다를 말하는 것이리라.



토스카


타이틀: La Tosca. 전3막의 멜로드라마. 빅토리안 사르두(Victorien Sardou)의 희곡 라 토스카(La Tosca)를 쥬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와 루이디 일리카(Luigi Illica)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토스카는 오페라 가수인 아름답고 정열적인 여인의 이름이다.

초연: 20세기가 시작되는 첫 해인 1900년 1월 14일 로마 코스탄치(Costanzi)극장

주요배역: 플로라 토스카(유명한 소프라노), 카바라도씨(화가: 토스카의 애인), 스카르피아남작(경시총감), 세자레 안젤로티(전 로마공화국 집정관), 스폴레타(경찰 요원)

음악 하이라이트: 목동의 노래, 2막에서 토스카의 아리아, 토스카의 운명 테마 음악, 카바라도씨의 초상화 아리아, 카바라도씨의 편지의 아리아, 카바라도씨의 승리 환상 음악

베스트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amor[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S),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T), Ricondita armonia[비밀스런 조화](T)

사전 지식: 폭력적 및 비극적 멜로드라마. 무대에서 고문, 살인, 자살, 배반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치니는 이 모든 요소들을 아름답고 매력적인 멜로디가 넘쳐흐르며 감정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한편의 예술로서 승화시켜 놓았다. 그래서 비록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플롯 때문에 비난을 받긴 했지만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찬란하게 빛나는 레퍼토리로 우뚝 서게 되었다.

에피소드: 마지막에 토스카가 형무소 지붕에서 뛰어 내리는 장면이 있다. 당연히 죽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떨어진 후에도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분명히 바닥에 쿠션을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이지는 못하다. 분명히 그 높은 데서 떨어진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죽지 않고 계속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는 퀘션 마크이지만 오페라이므로 그저 그렇거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오페라에서는 프리마 돈나인 토스카가 오직 아리아 한곡만을 부른다. 2막에서의 Vissi d'Art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진행되는 매우 극적인 역할 때문에 토스카는 단 한곡의 아리아로서도 여러 곡 이상의 박수를 받는다.


줄거리: 제1막. 1800년의 로마. 정치범으로 수배된 전(前)로마공화국의 집정관이었던 안젤로티(Angelotti)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화가인 친구 마리오 카바라도씨(Mario Cavaradossi)가 작업을 하고 있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San Andrea della Valle)성당으로 숨어든다. 카바라도씨는 성모 마리아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라 보엠에서도 예술가들이 등장하더니 토스카에서도 오페라 가수와 화가가 등장한다. 카바라도씨는 자기가 그리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사랑하는 플로라 토스카(Flora Tosca)와 비교할 때에 눈이나 머리 색깔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지만 어쩐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참으로 묘한 조화’ (Recondita armonia)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카바라도씨는 자기를 찾아 성당으로 피신해 온 친구를 숨겨 준다. 카바라도씨를 ‘Mr 카바라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카바로도씨씨가 된다. 마침 토스카가 카바라도씨를 만나러 성당으로 들어온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씨가 그리고 있는 성모의 모델이 누구냐고 따지면서 은근히 질투심을 보인다. 카바라도씨와 토스카가 부르는 2중창이 대단히 멋있다. 결론적으로 카바라도씨가 토스카에게 ‘그 누구도 당신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고 말해주자 그제서야 마음이 누그러진다. 질투는 사랑의 필수요소이다. 성당에서는 합창단의 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스카르피아(Scarpia) 일행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스카르피아(Scarpia)남작은 경시총감이다. 악랄하고 잔혹하며 치사하고 비열하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스타 워즈의 다스 베이더(Darth Vader)를 연상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독충 스코르피온을 생각하면 된다. 스카르피아는 도망자를 어디다 숨겼냐고 추궁하지만 의리가 있는 카바라도씨는 입을 열지 않는다. 스카르피아는 오래전부터 미모의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으므로 애인이라고 하는 카바라도씨가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경시총감은 토스카의 마음을 카바라도씨로부터 떨어트리기 위해 카바라도씨가 어떤 미모의 여자와 썸씽이 있다고 귀띰해 준다. 과연 토스카는 금방 울음을 터트리며 ‘마리오 카바라도씨씨! 자기 미워!’라면서 뛰쳐나간다. 토스카가 나가자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를 범인 은닉 혐의로 체포하여 연행한다. 성당 합창단이 장엄한 성가 데 테움(De Teum)을 부르는 중에 1막의 막이 내린다. 데 테움은 정말 인상적이다.     


제2막.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를 체포해서 가두어 놓은후 이제 어떻게 하면 토스카에 대한 야욕을 채울수 있을지만 궁리하고 있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편지를 보내어 카바라도씨가 걱정되면 한번 경시청으로 찾아오라고 한다.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걱정이 태산 같았던 토스카가 허겁지겁 달려온다. 경시총감실 옆방에서는 카바라도씨에 대한 고문이 난리도 아니다. 토스카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르는 비명소리를 듣고 그만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스카르피아는 ‘때는 바로 이 때다!’ 라면서 도망자가 어디 숨었는지 말하면 남자 친구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토스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도망자가 숨어 있는 장소를 말해준다. 이 사실을 안 카바라도씨는 친구가 붙잡혀 처형당할 것을 생각하고 토스카를 원망한다. 경시총감은 카바라도씨의 범인 은닉죄가 확실히 들어나자 이참에 가시를 제거하려고 부하들에게 총살토록 명령한다. 이 소리를 들은 토스카는 충격을 받고 제발 카바라도씨의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자 스카르피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만일 자기와 하룻밤을 지내면 남자친구를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토스카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를 한탄하면서 저 유명한 Vissi d'arter, vissi d'amor를 부른다. ‘예술을 좋아하고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며 하나님을 열심히 섬겼는데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라는 내용의 아리아이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씨를 살리기 위해 악마 플러스 돼지와 같은 스카르피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스카르피아는 이미 총살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으므로 부하들에게 가짜 총알을 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하고 총소리가 나면 일단 쓰러졌다가 사형집행관들이 나간 후 데리고 오면 된다고 말해준다. 탐욕에 넘쳐있는 스카르피아가 토스카를 범하려고 다가서자 토스카는 순간적으로 ‘안돼!’를 외치며 책상위에 있던 칼을 집어 들어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인다. 토스카는 정신을 차려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고 나서 경찰서장 시체 옆에 촛불을 가져다 놓고 가슴에 성호를 그은 다음 바삐 카바라도씨를 만나러 나간다. 한편 도망자 안젤로티는 믿었던 친구가 자기를 배반하여 밀고했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자살한다. 


제3막. 형무소 간수가 카바라도씨에게 한 시간후 처형된다고 말해준다. 지옥에 갔다가 탈출한 토스카가 나타나서 묶여 있는 카바라도씨에게 총살할 때에는 가짜 총알을 사용하게 되어있으니 총소리가 나면 그저 죽은 듯 쓰러져 있으라고 당부한다. 두 사람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고 다짐한다. 카바라도씨가 총살대원 앞에 선다. 토스카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총소리가 난다. 그러나 쓰러진 카바라도씨는 일어설 줄을 모른다. 진짜 총알이었다. 스카르피아가 토스카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토스카가 분노와 허탈과 절망으로 떨고 있을 때에 경시총감 살해사실이 알려지고 경찰이 토스카를 잡으러 달려온다. 이제 토스카는 진정으로 운명의 궁지에 몰리게 된다. 순간 토스카는 형무소 지붕으로 올라가 아래로 떨어져 꽃다운 인생을 마감한다. 이 장소는 현재 로마 시내에 있는 Castel Sant' Angelo(천사의 성)이다. 아무튼 스카르피아라는 정상적이 아닌 사람 하나 때문에 여러명의 무고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과연 진짜 누구 책임인가?



르 빌리


타이틀: Le Villi (The Villis: 처녀 귀신). 전2막의 오페라-발로(Opera-ballo: 무용을 곁들인 오페라). 슬라브 전설을 하인리히 하이네가 시로 옮긴 것에 기본을 두고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와 작곡자 자신이 합작하여 대본을 만들었다. 빌리(Villi: Ville)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아 죽은 처녀들의 영혼을 말한다.

초연: 1884년 5월, 밀라노 달 베르메(Dal Verme)극장. 개정본 초연은 같은해 12월 토리노 레지오(Reggio)극장

주요배역: 안나(삼림관의 딸), 로베르토(안나의 약혼자) 불프(안나의 아버지, 삼림관)

음악 하이라이트: 안나의 사랑의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Se come voi piccina io fossi[내가 당신처럼 작다면](S), Torna ai felici(T), Dio, Che orrenda notte!(T)

사전지식: 오페라와 발레의 혼합 작품. 거장 푸치니의 첫 오페라 작품이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밀라노음악원이 주최하는 작곡대상에 응모하였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친구 보이토(Boito)가 아까운 작품이므로 약간 수정하여 공연하면 성공할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주고 극장까지 주선해 주었다. 그리하여 푸치니가 26세 때 밀라노의 달 베르메(Dal Verme)라고 하는 작은 극장에서 그의 첫 오페라가 공연될수 있었다. 당시에는 단막이었다. 몇 달후 토리노에서 공연될 때에는 2막으로 고쳤다. 1막에서의 결혼식 음악, 기도 장면의 음악, 그리고 왈츠는 아름답다. 2막에 앞선 전주곡 L'Abbandono(라반도노)도 매우 효과적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2막에서의 빌리의 춤이다.

에피소드: 밀라노 Dal Verme 극장에서의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Le Villi는 이탈리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마농 레스꼬는 이탈리아보다도 다른 나라에서 더 성공적이었다. Le Villi와 마농 레스꼬 사이에 Edgar라는 오페라가 있다. 이탈리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그런 오페라가 있는지 잘 모른다. Edgar는 Le Villi와 콤비를 이루어 공연하는 것이 관례이다. Le Villi와 같은 맥락에 있는 발레 작품이 있다. 아돌프 아담의 지젤(Giselle)이다. 지젤의 또 다른 타이틀이 Les Villis인것만 보다도 알수 있다.


줄거리: 무대는 독일의 검은 숲(Black Forest)이다. 막이 열리면 삼림관의 딸 안나(Anna)와 같은 마을의 로베르토(Roberto)가 약혼식을 올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노래하며 왈츠를 춘다. 며칠후 로베르토는 자기에게 남겨진 유산을 찾으로 마인츠로 떠난다. 먼길이다. 떠나기에 앞서 로베르토는 언제 어디에 있던지 안나에게 성실하겠다고 서약한다. 제2막에서 로베르토는 유산으로 받은 돈을 진탕으로 술마시고 노는데 쓴다. 특히 어떤 나쁜 여자를 만나 방탕에 빠진다. 결국 로베르토는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처럼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로베르토가 숲을 지날 때 빌리(젊은 여인들의 혼령)들이 나타나 로베르토의 주위를 맴돌며 춤을 춘다. 마을에 도착한 로베르토는 안나의 집에서 장례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는다. 안나의 아버지 불프(Wulf)가 로베르토를 보더니 쫓아 버린다. 사람들이 물러나자 안나의 빌리(혼령)가 나타나 로베르토의 앞에서 광란의 춤을 춘다. 로베르토가 안나와 다른 혼령들에게 변명을 하려고 하자 혼령들은 로베르토를 높이 데리고 올라간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진 로베르토는 그대로 죽는다. 혼령들은 마치 그의 때늦은 후회를 비웃기나 하듯 호산나를 합창한다.



나비부인


타이틀: Madama Butterfly (Madame Butterfly). 전2막. 일본을 배경으로한 비극(Tragedia giapponese). 일본에서 살았던 미국인 선교사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의 장편소설 ‘나비부인’을 바탕으로 쥬세페 쟈코사(Giuseppe Giacosa)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가 대본을 만들었다. 존 루터 롱의 소설은 피에르 로티(Pieere Loti)의 작품인 Madame Chrysnat?me(국화부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초연: 1904년 5월 28일 밀라노 스칼라극장

주요배역: 초초상(나비부인), F. B. 핀커튼(미해군 장교), 스즈키(초초상의 하녀), 샤플레스(나가사키주재 미국 영사, 핀커튼의 친구), 고로(중매장이), 야마토리공자, 본제(스님, 초초상의 삼촌), 케이트 핀커튼(핀커튼의 부인)

음악 하이라이트: 허밍 코러스, 일본제국 국가 테마 음악, 2막에서의 나비부인의 대아리아, 2막에서 나비부인과 스즈키의 듀엣, 1막에서 핀커튼과 나비부인의 사랑의 듀엣, 미국 국가 테마 음악, 3막에서 핀커튼의 이별의 장면 음악

베스트 아리아: Vene la sera[저녁이 다가오는데](S+T), Un bel di vedremo[어떤 갠 날, 우리는 볼수 있으리](S), Dovumque al mondo(T), Vogliatemi bene(T), Io so che alle sue pene(T), Scuoti quella fronda di cillegio[?꽃나무 가지를 흔들며](S+MS), Addio, fiorito asil[잘있으라, 행복했던 집이여](T)

사전 지식: 3막의 가슴을 울리는 비극. 오페라 나비부인은 결혼에 대하여 순진했고 남편 핀커튼을 너무나 믿었던 초초상에 대하여 초점을 둔 작품이다. 작품에 순수성을 주기 위해 일본 선율이 상당히 사용되었다. 푸치니의 다른 걸작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멜로디, 숨어있던 인간 본연의 감정을 끌어 올리는 순수한 내용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곤’의 소재는 바로 ‘나비부인’이다. 플롯이 같다. 다만, 원작에는 없는 헬리콥터가 브로드웨이에는 등장한다. 나비부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다. ‘나비부인’이 공연되면 관중석에서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손수건 또는 클리넥스를 꺼내 드는 사람을 많이 볼수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나비부인의 집’이라는 관광 명소가 있다. 개항후 영국 상인이 살았다는 이 저택은 항구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집이 있는 등 ‘나비부인’의 무대와 설정이 흡사하여 아예 그대로 정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에피소드: 원래는 3막이 아니라 2막짜리였다. 초연이 있은 날, 관중들은 지루하고 내용도 유치하다느니 하면서 난리도 아니게 비난을 퍼 부었다. 마침 객석에 있던 푸치니는 이미 교통사고 때문에 다리를 다쳐 속이 상해 있는 터에 이 소리를 듣고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 같으니! 그래 소리 지르려면 질러 봐라! 더 크게! 누가 옳은지 알 것이다. 이 오페라야 말로 내가 쓴 작품 중 최고란 말이다!’라고 소리쳤다. 그후 푸치니는 긴 제2막을 둘로 나누는등 몇 군데 손질을 하고 세달 후 다시 내놓았다. 만방의 갈채를 받았다.


줄거리: 제1막. 나가사키 주둔 미해군 대위 핀커튼(Pinkerton)은 주위의 권고도 있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사키에 있는 동안 현지처를 갖기로 했다. 다행히 핀커튼대위는 싱글이었다. 중매쟁이 고로(Goro)의 소개를 받은 현지처 대상자는 방년 15세의 꽃다운 게이샤 초초상(Madama Butterfly: Cio-Cio San[蝶蝶橡])이다. 아니, 15세의 소녀와 결혼하다니! 대단한 미군 장교이다. 그런데 그냥 집사주고 동거만 하려고 했는데 초초상측에서는 죽어도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몰락한 귀족가문의 여식으로서 먹고 살기위해 게이샤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정당한 예식도 없이 결혼했다는 것을 신고하고 싶지 않아서란다. 드디어 결혼식 아침이 된다. 핀커튼대위의 친구인 나가사키 총영사 샤플레스(Sharpless)는 핀커튼에게 제발 이 결혼을 좀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핀커튼은 오늘은 일단 결혼식 날이니 축배나 들자고 하면서 자기는 얼마 후 미국에 가서 사귀던 여자와 정식 결혼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핀커튼은 친구사이이니까 말해준다고 하면서 실은 오늘 초초상과 결혼하는 것은 식을 올리자고 하니까 하는 것일 뿐이며 자기는 재미만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어린 신부 초초상이 게이샤 친구들과 함께 도착한다. 초초상은 자기가 얼마나 핀카루톤상(일본식 발음)을 사랑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지금 진짜진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노래한다. 15세의 어린 초초상이 결혼생활에 대하여 무얼 얼마나 아는지는 몰라도 진짜 행복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또는 친구들과 친척들 들으라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초초상은 미국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 개종까지 했다. 일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불교도이다. 초초상은 기독교로 개종했다. 결혼식은 갑자기 나타난 초초상의 삼촌(본제: Bonze: 불교 승려) 때문에 써늘하게 된다. 삼촌은 조상의 신앙까지도 버리고 양놈하고 살려는 초초상을 저주한다. 손님들은 허겁지겁 흩어져 버리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초초상만 슬피 울고 있다. 우울해 있는 초초상을 핀커튼이 자못 위로한다.


제2막. 그로부터 3년이 지난다. 하녀 스즈키(Suzuki)는 한번 떠난 핀커튼이 다시 올것 같지 않다고 하면서 걱정이다. 그러나 초초상은 일자 소식도 없이 3년이 지났건만 핀커튼이 언젠가는 나타나서 ‘나비야!’(초초상)라고 부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때 부르는 아리아가 저 유명한 Un bell di verdimo(어떤 갠 날)이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핀커튼은 그 사이에 미국에서 케이트(Kate)라는 괜찮은 아가씨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샤플레스였지만 초초상에게는 그런 얘기를 차마 하지 못한다. 샤플레스에게 핀커튼으로부터 최근 편지가 왔다. 내용은 초초상이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 그 아이는 자기 자식이므로 아내인 케이트와 합의하여 미국으로 데려가 기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덧 붙여서 그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며칠후 부인 케이트와 함께 일본에 오겠다는 것이다. 샤플레스는 이 얘기만은 초초상에게 해주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초초상을 만나보니 핀커튼이 돌아와서 자기와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나 크고 간절해서 도저히 말을 전할수 없었다. 그날 오후, 항구에서 대포소리가 들린다. 핀커튼의 배였다. 초초상은 오매불망하던 꿈이 이루어진데 대하여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 같았다. 마당을 쓸고 청소하며 꿈에도 그리던 낭군이 당장이라도 들어 닥칠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얼마나 참고 견딘 괴로움의 시절이었던가? 중매장이 고로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돈 많은 야마도리공자의 후실로 들어가라고 성화를 부리지 않았나, 이웃 사람들이 서양놈의 자식이라면서 자기 아들을 없수이여기지 않았나...초초상으로서는 눈물의 3년이었다. 초초상은 사랑하는 낭군 핀커튼을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할까라고 생각하며 마치 소녀처럼 들떠 있다. 초초상은 스즈키와 함께 마당의 꽃을 뿌리며 낭군을 환영할 준비를 한다.


제3막. 초초상은 마루에 꿇어 앉아 밤새도록 뜬 눈으로 핀커튼을 기다린다. 허밍 코러스는 초초상의 간절한 마음을 잘 그려주고 있다. 마침내 샤플레스가 핀커튼과 함께 언덕위의 집에 들어선다. 양산을 든 케이트가 뒤 따른다. 초초상과 핀커튼의 감격적인 만남도 잠시뿐, 초초상이 케이트를 발견하고는 불안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초초상은 직감적으로 저 여자가 자기의 아들을 빼앗아 가려고 왔다고 생각했다. 우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은 한 순간에 사라진다. 초초상은 아무 힘이 없는 자기로서 파란 눈의 아들을 뺏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초초상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좁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명예 없이 사는 것 보다 명예롭게 죽는 것이 낫다’라고 말해 준 것을 생각한다. 초초상은 케이트에게 단 5분만 자기 아들과 둘이서 보내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초초상은 자기 방에서 아들의 눈을 가려 놓은 후(세살짜리 아들의 이름은 Trouble) 병풍 뒤로 돌아가 칼로 자결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미국 국기(성조기)를 흔들며 즐겁기만 하다. 방에서 초초상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언뜻 불길한 예감에 핀커튼이 뛰어 들어가지만 초초상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변해있다. 핀커튼은 그제서여 자기의 잘못으로 한 여인이 한 많은 목숨을 끊은데 대하여 양심의 가책을 받고 쓰러져 울면서 ‘나비야, 나의 나비야!’를 부른다. 샤플레스가 아이를 안고 돌아선다. 엄마의 주검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관객들이 손수건을 꺼내어 눈언저리를 닦는다.



마농 레스꼬


타이틀: Manon Lescaut. 전4막의 서정적 드라마(Dramma lirico). 마스네의 마농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바탕은 아베 프레보스트(Abb? Pr?vost)의 소설 L'l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데 그류와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이다.

초연: 1893년 토리노(튜린)의 레지오(Regio)극장. 푸치니는 밀라노의 스칼라극장 공연을 위해 오페라의 여러 부분을 수정하였다. 수정 번안의 초연은 밀라노에서 1894년에 있었다.

주요배역: 마농 레스꼬, 레스꼬(마농의 오빠, 근위대 하사), 데 그류(학생), 제롱트 디 라부아(재무장관), 에드몬도(학생), 여관주인, 가수, 댄스교사, 선장

음악 하이라이트: 미뉴에트, 마드리갈, 2막에서 마농의 아리아, 1막에서 데 그류와 마농의 사랑의 테마 음악, 2막에서 마농의 사랑의 테마 음악(데 그류와의 듀엣)

베스트 아리아: In quelle trine morbide[지루한 나날](S), Donna non vidi mai[그같은 여인은 처음](T), Tra voi, belle[모든 사람들중에 어여쁜 그대](T), Tu, tu, amkore? Tu?[그대, 그대, 내 사랑 그대?](S), Ah, Manon, mi tradisce il tuo folle pensier[아, 마농, 그대의 어리석은 생각이 나를 배반하네](T), Sola, perduta, abbandonata[홀로 외롭게 버려지다](S)

사전지식: 푸치니의 대본은 마스네의 것에 비하여 상당히 간결하다. 그래서 이해하기에 쉽다. 스토리의 전개에 일관성이 있으며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나 대본을 완성하는 데에는 무척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대본을 만드려고 손을 댔으나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심지어는 레온카발로도 푸치니를 도와 이 오페라의 대본 작성에 도전한 일이 있다. 결국 푸치니와의 콤비인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와 도메니코 올리바(Domenico Oliva)가 공동으로 최종본을 완성했다. 마스네의 마농에서는 레스꼬가 마농의 사촌오빠로 등장하지만 푸치니의 마농 레스꼬에서는 친오빠로 나오며 직업은 근위대의 하사관이다.

에피소드: 푸치니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어 대본을 직접 썼다. 사람들이 푸치니에게 마스네가 아미 작곡한 내용을 왜 다시 작곡했느냐고 묻자 ‘왜 안 되느냐? 마농과 같은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 이상 있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줄거리: 마스네의 마농과 줄거리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간단히 소개한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아미엥(Amiens)마을의 광장이다. 젊은 학생 에드몬도(에드몽, Edmondo)과 친구들이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짓궂게 놀려대며 찝쩍거리고 있다. 하지만 역시 학생인 데 그류는 그런 일에 끼지 않고 있다. 이 마을에 아라(Arras)로부터 마차 한대가 도착한다. 재무장관인 제롱트 디 라부아(Geronte di Ravoir)의 마차이다. 이 마차에 군인인 레스꼬와  레스꼬의 여동생인 예쁘게 생긴 마농이다. 레스꼬는 마농을 에스코트하여 수녀원으로 가는 중이다. 마농의 아버지는 이제 처녀가 다 된 마농을 수녀원에 보내어 숙녀교육을 받도록 한후 좋은 혼처가 나오면 시집보내려는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데 그류는 여관에서 수녀원으로 가는 마차를 기다리고 있는 마농을 보자마자 너무나 신선 발랄한 모습과 아름다운 매력에 흠뻑 빠져 마농에게 은근히 접근한다. 마농도 그런 데 그류가 싫지 많은 않다. 한편, 탐욕스런 늙은 제롱트(Geronte)는 풋풋한 사과와 같은 마농을 도저히 그냥 놓아 둘수 없다는 생각에 마농의 오빠인 레스꼬와 짜고 마농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늙은 제롱트는 만일 오빠 레스꼬가 마농 납치를 모른척만 해 준다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레스꼬는 제롱트같은 부자라면 가난하게 살아온 마농을 마음껏 호사시켜 줄수 있다고 믿고 이런 음모에 동조한다. 이같은 말을 데 그류가 우연히 엿듣는다. ‘이거 정말 안되겠다’라고 생각한 데 그류는 마농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파리로 함께 가자고 부추긴다. 지루한 시골생활을 거쳤고 다시 수녀원에서 지루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마농은 ‘에라 모르겠다. 잘 살아보세!, 잘살아 봐!’라는 생각에 데 그류를 따라 제롱트의 마차를 슬쩍하여 타고 떠난다. 제롱트와 제롱트는 ‘저런, 저런!’하면서도 마차가 없어서 이찌 할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의 종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오빠 레스꼬는 ‘두고 봐라! 데 그류인지 밥그릇인지 금방 싫증날 테니..’라고 생각한다.


레스꼬의 생각이 옳았다. 2막에서는 마농이 가난한 학생 데 그류에게 싫증이 난다. 마농은 비록 음흉한 늙은이지만 자기를 화려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끈질기게 말한 제롱트가 생각난다. 제롱트를 만난 마농은 자기의 잘못된 생각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마농은 부자 제롱트의 저택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한다. 하지만 마농은 늙고 음흉하며 난봉꾼인 제롱트에 대하여 점차 혐오감과 함께 싫증을 느낀다. 얼마후 마농은 오빠 레스꼬에게 ‘값진 보석도 좋지만 진정한 사랑이 더 좋다’고 털어 놓는다. 얼마후 데 그류가 마농을 찾아오자 마농은 아무래도 젊은 데 그류가 늙은 제롱트보다 천배만배 좋다고 생각하여 데 그류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제롱트 저택을 탈출키로 한다. 마농이 집에 있는 보석들을 훔쳐가려고 하는 순간 제롱트에게 들킨다. 제롱트는 마농과 데 그류를 절도죄 및 간통죄로 고발한다. 두 사람은 경찰서로 끌려간다. 마농은 신천지 미국의 뉴오를레앙스로 강제 이송되는 선고를 받았다. 다만, 데 그류는 그의 아버지가 경찰에 줄을 대어 겨우 풀려났다.

 


뉴 오르레앙스는 프랑스가 창녀나 도둑과 같은 여인들을 보내는 곳이다. 프랑스는 식민지인 뉴오를레앙스에서 여자들이 귀하기 때문에 창녀 등을 무더기로 보내어 남자들을 상대토록 해왔다. 마농도 다른 여인들과 함께 배에 탈 수밖에 없다. 마농을 잊지 못하는 데 그류가 마농을 죄수선에서 구출하기 위해 선장을 매수하여 아무도 모르게 배에 오른다. 얼마후 미국에 도착한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하여 도망친다. 그러나 마농을 노리개로 쓰고 싶은 프랑스 총독의 아들에게 발각된다. 데 그류와 총독의 아들은 결투를 벌인다. 결투로 총독의 아들을 겨우 따 돌인 데 그류와 마농은 프랑스 영토를 떠나 영국 영토로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조금난 더 가면 새로운 삶을 살수있는 영국 영토이다. 마농의 건강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어떤 오두막집에서 더 이상 움직일수 없는 처지가 된다. 마농이 물을 찾는다. 데 그류가 물을 뜨러 밖으로 나간다(어떤 번안에는 사람을 부르러갔다고 되어 있음). 데 그류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마농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수녀 안젤리카


타이틀: Suor Angelica (Sister Angelica). 단막의 감상적인 비극. 강렬한 멜로디와 신비스런 주제가 특징이다. 대본은 죠바키노 프로차노(Giovacchino Forzano)가 맡았다.

초연: 191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주요배역: 수녀안젤리카, 공주(안젤리카의 숙모), 수녀원장, 수녀들(제노비에타, 오스미나, 돌치나), 간호수녀, 견습수녀

베스트 아리아: Senza mamma, o bimbo[엄마 없는 나의 어린 아이](S)

사전지식: ‘외투’ ‘쟈니 스키키’와 함께 트리티코(Il Trittico)라고 불린다. 모두 단막이다.


줄거리: 플로렌스 수녀원 문밖에서 제노비에타(Genovietta)수녀가 5월의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다. 옆에 있던 어떤 견습수녀가 다른 수녀들에게 지난 사흘 동안 밤만 되면 샘물이 마치 황금빛 햇살이 담겨진듯 금빛으로 물들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바로 저 햇살이야말로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수녀 제노비에타는 밤중에 그 금빛 샘물을 떠다가 지난해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어떤 수녀의 무덤에 뿌리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것이 아니겠느냐고 하면서 오늘 밤이라고 그렇게 하자고 제안한다. 수녀원의 감독수녀(수녀원장)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을 억지로 구하는 것이므로 죄를 짓는 행위와 같다고 말한다. 화제가 바뀌어 이번에는 제노비에타수녀가 자기는 예전에 양치기였다고 말하며 지금이라도 어린 양을 가슴에 한번 안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수녀들은 서로 소원이 무엇인지 돌아가면서 얘기해 보자고 하지만 한쪽 구석에 있는 안젤리카수녀만이 아무런 소원이 없다고 말한다. 수녀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안젤리카 수녀는 지난 7년 동안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안젤리카는 어찌 하다가 사생아를 출산한후 수녀원으로 들어 왔었다.


수녀원장이 안젤리카를 부른다. 누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숙모였다. 플로렌스공국의 공주 신분인 숙모는 안젤리카의 여동생이 결혼하게 되었다고 말해준다. 때문에 상속받은 재산을 둘로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안젤리카의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 남겨준 재산은 두 딸이 결혼할 때까지 아무도 사용할수 없다는 단서와 함께 지난 20년 동안 숨겨져 있었다. 안젤리카가 재산 상속에 관한 서류를 읽어본다. 숙모는 안젤리카의 과거를 상기시켜주는 몇마디 얘기를 해주지만 안젤리카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눈치이다. 그러다가 안젤리카는 얼핏 숙모에게 비록 아비를 모르는 아이지만 자기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다. 머뭇거리던 숙모는 안젤리카의 아들이 2년전에 죽었다고 말해 준다. 안젤리카는 남의 얘기를 듣는 듯 그저 덤덤한 모습이다. 숙모는 안젤리카에게 재산분할 서류를 놓고 갈테니 자세히 읽어보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안젤리카의 과거를 들추어 낸 자기의 입장이 민망해서 계속 앉아 있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어둠이 드리우자 그제야 안젤리카는 비로소 자기 아들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한없는 애통과 회한에 휩싸인다. 안젤리카는 수녀원 생활에서 아무도 모르게 배워 만든 야생 약초 술을 마신다. 술기운으로 죽은 아들을 자기의 생각에서 지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의 한 많은 과거와 엄마 없이 자란 불쌍한 아들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밤중에 안젤리카는 그동안 함께 지냈던 수녀들에게 작별을 고한 후 아무 생각도 없다는듯 약초로 만든 독약을 마신다. 안젤리카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린듯 하나님께 자기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구한다. 안젤리카가 숨을 거두는 것과 때를 맞추어 성당의 문이 열리면서 성모마리아가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찬란한 햇살을 받고 있는 성모는 흰 천에 싼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투란도트


타이틀: Turandot. 전3막. 전설적인 중국의 공주 이름이다. 이번에는 대본을 주세페 아다미(Giuseppe Adami)와 레나토 시모니(Renato Simoni)가 맡았다. 원작은 카를로 고찌(Carlo Gozzi)의 동화 투란도트이다.

초연: 1926년, 푸치니 서거 2년후 밀라노 스칼라극장

주요배역: 투란도트 공주, 알툰황제(투란도트의 아버지), 티무르왕(타르타르의 패주), 류(티무르왕을 보살피는 젊은 노예), 칼라프(티무르왕의 아들), 핑(총리), 팽(재무장관), 퐁(황실 주방장), 사형집행관(푸-틴-파오), 페르시아왕자

음악 하이라이트: 중국제국의 국가, 1막에서 투란도트의 아리아, 3막에서 류의 아리아, 1막에서 칼라프의 아리아, 3막에서 칼라프의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Nessun dorma[누구도 잠들면 안된다](T), Signore, Ascolta![주인님, 들어보세요](MS), Tu cel di gel sei cinta[어름이 되어야 하는 그대](S), Tanto amore, segreto(S), In Questa Reggia(S+T), Non piangere, Liu[울지마라, 류야](T)

사전 지식: 3막의 로맨틱 해피 엔딩 스토리. 하지만 비극적인 요소도 간혹 들어 있다.

에피소드: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이다 (정정: 마지막 작품의 90%). 푸치니는 마지막 파트의 대2중창을 완성하기 직전에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마지막  부분은 그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가 푸치니의 스케치를 기본으로 하여 완성했다.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투란도트의 초연이 있을 때,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바로 이 장면에서 거장 푸치니 선생은 펜을 내려 놓으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만장의 관객들이 숙연하였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잠시 후, 나머지 파트의 공연이 끝났다. 관중들은 집으로 돌아 갈 줄을 몰랐다.


줄거리: 북경의 황궁 앞에 군중이 모여 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아름다운 투란도트공주의 신랑 면접시험 겸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 결과를 듣기 위해서이다. 공주와의 데이트는 하릴없는 사람들의 소일꺼리가 아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일이다. 공주의 수수께끼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 누구든 목숨을 내 놓아야 한다. 공주의 테스트는 ‘취미가 무어냐?’ ‘무슨 음식을 좋아하느냐?’ 같은 보통의 것이 아니다. 대신 참으로 풀기 어려운 세 가지 질문이다. 도전자가 세 가지 수수께끼중 하나라도 맞추지 못하면 두 번째 데이트 신청은 없다. 영원히...


군중들의 예상대로 페르시아왕자는 공주의 테스트에 하나도 합격하지 못했다. 그 날 밤 달이 떠오를 때에 목을 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중을 헤치고 늙고 눈먼 사람과 그의 노예 류(Liu)가 나타난다. 중국과 대적하였던 타타르의 국왕 티무르(Timur)이다. 전쟁에 패하여 신분을 속이고 방랑하는 중이다. 티무르왕은 피에 굶주린 군중 가운데서 죽은 줄 알았던 왕자 칼라프(Calaf)를 만난다. 만일 칼라프가 티무르의 아들인 것이 탄로 나면 죽음을 면치 못할 입장이다. 한편, 투란도트공주는 황궁 앞에 나타나 ‘감히 나에게 도전하여 결혼하겠다고?’라면서 얼마 후면 도끼날에 목을 잘릴 불쌍한 페르시아왕자를 비웃고 있다. 투란도트의 모습을 본 칼라프왕자는 ‘와! 세상에 저런 멋있는 여자가 있다니~’라는 생각과 함께 단번에 마음이 푹 빠진다. 아버지 티무르왕과 충실한 노예 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젊은 칼라프왕자는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 도전하여 사랑을 쟁취하겠다고 다짐한다. 투란도트의 스태프인 핑, 팽, 퐁도 칼라프왕자의 무모한 도전을 포기하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칼라프 왕자는 듣지도 않는다. 당신이라면 핑퐁, 핑퐁팽, 핑팽...이란 웃기는 이름의 사람들에게 설득 당하겠는가?


제2막. 황궁에서 공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가 왜 이렇게 어름처럼 차가운 사람이 되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오래전, 공주의 어머니가 황궁을 침범한 타타르인에게 능욕 당하여 세상을 떠난 일이 있다. 그 이후로 투란도트는 모든 인간에게 복수키로 다짐하게 된 것이다. 이제 공주는 칼라프에게 세가지 수수께끼를 제시한다. 위트가 있는 수수께끼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수께끼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질문이다. 첫째 질문: 매일 밤 태어나서 매일 낮 죽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희망’이다. 아무튼 칼라프는 세가지 질문을 모두 현명하게 답한다. 이제 약속대로 투란도트는 미지의 청년과 결혼해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칼라프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보너스 문제를 낸다. 앞으로 24시간 내에 자기 이름을 맞추는 문제이다. 칼라프는 만일 자기 이름을 알아낸다면 자기를 체포해서 가두어도 좋다고 말 한다. 공주로서는 별것도 아닌 문제였다. 전 북경시민에게 엄명을 내린다. 누구든지 청년의 이름을 알아 마칠 때까지 잠을 잘수 없다는 명령이다.


제3막. 북경은 잠 못 이루는 도시가 되었다. 이 때에 부르는 칼라프의 아리아 Nessun dorma는 너무나 유명한 곡이다. ‘스리 테너스’에게 신청하는 앙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칼라프왕자는 아무도 자기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자신 만만하다. ‘핑팽퐁 트리오’는 칼라프에게 이름만 ‘그대의 이름만 알려주면 온갖 재물과 아름다운 여인들은 물론 북경에서 아무도 모르게 멀리 도망갈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 주겠다’고 제시한다. 왕자가 달리 왕자인가? 칼라프는 이 모든 제안을 거절한다. 투란도트의 경비군사들이 수상한 사람을 검문하는 중에 티무르왕과 노예 류를 체포하여 데려온다. 병사들은 이 두 사람이 그 젊은이와 함께 있었으므로 고문을 하면 그 젊은이가 누구인지 실토할 것이라고 보고한다. 노예인 류는 자기의 주군인 티무르왕의 신분이 밝혀지고 고문까지 당하는 것을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보다도 류는 타타르의 왕궁에서부터 칼라프왕자를 흠모하여 왔으나 칼라프가 자기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고 투란도트와 결혼하려는 데 대하여 마음 조려 왔던 터였다. 류가 투란도트 앞으로 나서서 ‘나만이 그 젊은이의 이름을 안다’라고 말한다. 이에 공주는 젊은이의 이름을 대라고 류를 고문하기 시작한다. 류는 공주에게 ‘그대는 얼음과 같이 차갑기만 하다’라고 말하면서 더 이상 고문에 버틸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젊은이를 보호하는 류를 보고 공주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로 이 여인은 그 젊은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는가? 얼음 같이 차가운 공주의 마음이 녹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푸치니가 작곡한 부분이다.) 칼라프가 등장하여 마음이 혼란해진 공주에게 키스를 한다. 차가운 얼음공주의 마음이 녹기 시작한다. 투란도트는 칼라프의 팔에 안겨 처음으로 따듯한 사랑의 감정을 가진다. 투란도트의 마음이 완전히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확신한 왕자는 그 제서야 자기 이름이 칼라프라고 밝힌다. 공주는 군중에게 ‘이제 이 사람의 이름을 알았도다. 그의 이름은 사랑이로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