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Rameau, Jean-Philippe (라모) [1683-1764]

정준극 2007. 5. 14. 15:36

캬스토와 폴럭스


타이틀: Castor et Pollux (Castor and Pollux). 프롤로그와 전5막. 피엘-죠셉 베르나르(Pierre-Joseph Bernard)가 대본을 썼다.

초연: 1차 버전: 1737년 파리 팔레-로열극장. 2차 버전: 1754년 파리 팔레-로열극장

주요배역: 미느르브(미네르바), 베뉘(비너스), 라무르(큐피드), 마르(마르스), 텔레어(텔라이라: 태양의 딸: 캬스토의 부인), 페베(페브: 스파르타의 공주), 캬스토(카스토: 틴다레우스와 레다의 아들), 폴럭스(주피터와 레다의 아들)

사전지식: 라모의 음악적 비극(오페라)들은 오페라 연혁에 있어서 초창기 오페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위대한 작품들이다. ‘캬스토와 폴럭스’ 2차 버전은 파리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제치고 승리를 거둔 작품이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파리에서만 무려 250회의 공연을 가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혁명이후 불행하게도 이 오페라는 거의 1백년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1903년 작곡가인 뱅생 댕디(Vincent d'Indy)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회를 주선하여 이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높여 주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프랑스는 고전오페라의 복구라는 대사명을 앞세우고 라모의 오페라를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줄거리: 무대는 고대 스파르타와 신들이 사는 천상이다. 프롤로그에서 예술(아트), 쾌락(플레져), 사랑(큐피드), 지혜(미네르바)의 신들이 모여 비너스의 도움을 받아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게 사랑의 굴레를 씌어주어 전쟁의 참화를 피할수 있도록 하자고 작정한다. 1막은 스파르타 왕들의 무덤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스파르타의 병사들이 돌아오고 있다. 틴다레우스(Tyndareus)와 레다(Leda: 그리스신화에서 캬스토, 폴럭스, 헬렌, 클리템네스트라의 어머니로서 제우스가 백조의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함)의 아들인 캬스토가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캬스토의 이복동생인 폴럭스(Pollux)는 주피터의 아들이어서 영생이므로 전쟁에서도 죽지 않았다. 2막은 주피터의 신전이다. 태양의 딸로서 캬스토의 부인인 텔라이라(Telaira)가 남편의 죽음을 비통해한다. 그런데 문제는 캬스토의 이복동생인 플럭스가 형수인 텔라이라를 무척 사모한다는 것이다. 물론 폴럭스도 결혼한 몸이다. 폴럭스의 부인은 스파르타의 공주인 페브(Phoebe)이다. 아무튼 폴럭스는 형수인 텔라이라를 끔찍이 사모하여 텔라이라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정도이다. 폴럭스는 남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텔라이라를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가 죽은 캬스토를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한다.


폴럭스의 부인인 페브가 남편을 말리지만 소용이 없다. 이에 주피터는 폴럭스에게 만일 지하세계로 내려가 캬스토를 데려 온다면 폴럭스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은 어차피 한번 죽을 운명인데 어찌하여 지하세계에서 살려서 데려오려고 하느냐는 주장이다. 3막은 지하세계이다. 죽은 혼령들과 악마들의 춤이 펼쳐진다. 플록스를 만난 캬스토는 가기 때문에 폴럭스가 희생되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단 하루 동안만이라도 좋으니 사랑하는 아내 텔라이라를 만나기 위해 인간세계에 있게 해 달라고 희망한다. 한편 페브는 남편 폴럭스가 자기의 생명까지도 희생하는 관대함을 베풀려 하자 자기의 불행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캬스토는 이제 단 하루에 불과하지만 지하세계에서 스파르타로 돌아와 사랑하는 부인 텔라이라와 행복하게 만나지만 곧 지하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에 텔라이라와 모든 스파르타 시민들은 캬스토에게 제발 돌아가지 말라고 간청한다. 4막은 천상의 세계이다. 축복받은 정령들의 춤이 펼쳐진다. 주피터는 모두가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캬스토를 영생의 신으로 만들어 준다. 5막은 스파르타 근처이다. 캬스터와 텔라이라, 그리고 폴럭스는 창공의 별자리가 되어 영생을 누리게 된다. 별들과 행성들과 달들이 즐거운 축제에 동참한다.



플라테


타이틀: Platée. 프롤로그와 3막으로 구성된 코메디 리리크(Comédie lyrique). 자크 오트로(Jacques Autreau)의 희곡 Platee (또는 Junon jalouse)를 기본으로 아드리앙-죠셉 르 발루아 도리비유(Adrien-Joseph Le Valois d'Orville)가 대본을 썼다.

초연: 1745년 파리 베르사이유 궁전 오페라극장 

주요배역: 플라테(개구리, 카운터 테너), 주피터, 주노(주피터의 부인), 머큐리, 시테론(산의 신) 등

사전지식: 프랑스의 바로크 오페라. 발레 부팡(Ballet Bouffant)이라고도 불리는 장르이지만 리릭-코미디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통적인 고상한 오페라에 대한 선입관을 약간은 불경스럽게, 또한 얼핏 보면 마치 시대착오적인 방법으로 도전한 작품이다. 스토리는 공연히 질투만 하는 주노(Juno)를 탓하기 위해 신들이 모의를 하여 주노의 남편 주피터와 못생긴 개구리인 플라테간에 사랑을 하는 것처럼 환상을 갖게 해주는 내용이다. 개구리 플라테는 만나는 사람마다 유혹하는 습관이 있지만 당연히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 오페라에서는 플라테가 신들의 거짓 약속을 믿고 주피터의 구혼을 받아들여 결혼식을 올리려 한다. 이 엉터리 촌극을 주노가 눈치채며 이로서 플라테는 만인의 웃음꺼리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플라테는 신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들이 자기를 조롱하고 비웃는 것을 알게 된다.

에피소드: 시끌벅적한 이 오페라는 1745년 스페인공주와 도팽(Dauphin)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한 것이다. 발레가 무대를 장식하는 코미디이지만 음악적 요소와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는 수작이다.


줄거리: 프롤로그. 시기는 그리스 신화시대. 시테론(Citheron, Cithaeron)왕국의 어느 목가적인 산자락이 무대이다. 산 아래에는 오래된 버드나무에 둘러싸인 넓은 늪지대가 있다. 이곳이 플라테(Platee)의 영역이다. 테스피스(Thespis: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전설적인 비극 시인)가 잠에 빠져 있다. 사티로스(Sytry: 세이터: 반인반수의 숲의 신)가 느긋하게 드링킹 송을 부르고 있다. 이 노래 소리에 시인 테스피스가 깨어나 바커스(술의 신)에 바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이어 그는 심심하던 판에 주위에 모여 있는 각자의 바람피운 일, 질투한 일, 사랑싸움을 한 일에 대하여 알고 있는 대로 얘기해 준다. 모두들 당황하는 기색이다. 모무스(Momus, 모뮈, 냉소의 신)가 도착하여 테스피스에게 사람들뿐만 아니라 신들도 그런 행동을 한다고 일깨워준다. 모무스는 주피터에 대한 주노(Juno)의 질투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낸다. 아모르(Amour: 사랑의 신)가 모무스의 얘기를 받으면서 자기의 얘기도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들 새로운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다.


제1막. 계획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시테론왕이 신들에게 제발 지독한 날씨를 그쳐 달라고 간청한다. 머큐리(Mercure: 웅변의 신)가 나타나 이 폭풍우는 질투심이 강한 주노가 주피터와 싸우는 바람에 일어난 바람이라고 설명한다. 시테론왕은 머큐리에게 주피터가 질투심 많은 주노를 따끔하게 타이를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테론왕이 한가지 계획을 제시한다. 주피터로 하여금 거짓으로 플라테에게 구혼하라는 계획이다. 그러면 주노가 진짜 질투할 것이므로 나중에 ‘아, 아무려면 내가 개구리와 사랑을 한단 말인가?’라면서  주노를 꼼짝 못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머큐리는 곧 주피터에게 달려가 이 기막힌 계획을 전한다. 이때 못생긴 플라테(개구리)가 늪을 찬양하며 등장한다. 정말 개구리처럼 생겼다. 플라테는 늪이야 말로 자기가 사랑하는 곳이지만 그보다도 시테론왕을 더 사랑한다는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를 들은 클래린(Clarine: 악기의 신)은 ‘뭐 저런 개구리가 다 있어?’라면서 비웃는다. 늪에 사는 각종 생물들이 춤을 춘다. 머큐리가 나타나 플라테에게 잠시후 주피터가 플라테에게 구혼하기 위해 내려 올것이라고 전한다. 플라테는 ‘아니, 주피터라니?’라며 놀란다. 하지만 머큐리가 거짓말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주피터의 우악한 마음에 감격하여 잠시라도 기다리지 못한다. 클래린이 태양을 멀리 가도록 노래하자 비가 춤을 추며 내려온다. 이리스(Iris: 무지개의 여신)의 인도를 받아 아퀴론(Aquilon: 독수리)들이 주피터가 내려설 땅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제2막. 변형(Metamorphoses)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머큐리는 주피터와 함께 내려오겠다는 주노를 엉뚱한 길로 안내하여 한참 늦게 도착하도록 만든다. 마침내 주피터와 모무스가 구름을 타고 내려온다. 시테론왕과 머큐리는 숨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지켜보기로 한다. 주피터는 처음에 당나귀로, 다음엔 올빼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플라테에게 간절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플라테는 그 말에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다. 이 모습을 보고 모두들 웃음을 터뜨린다. 개구리 아가씨들이 나타나 리라를 켜며 노래를 부르기도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결혼을 찬양하는 합창이 울려 퍼지며 플라테에게는 왕관이 준비된다.


제3막. 돌아감(Return)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주노는 자기를 속이고 내려간 주피터를 찾을수 없자 머큐리에게 화풀이를 한다. 머큐리는 ‘제발 고정하시고 잠시만 지켜보아 주셔요’라며 주노를 주피터와 플라테의 결혼식이 열리는 곳에 숨어 있도록 한다. 결혼의 행렬이 들어온다. 모두들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플라테는 이상하게도 결혼식에 당연히 나타나서 주례를 맡아야 할 아모르(사랑의 신)를 찾아 볼수없다. 머큐리와 주피터가 마치 행복한듯 계속해서 춤을 춘다. 그래도 플라테는 아모르가 나타나지 않자 초조하기만 하다. 어쩔수 없이 모무스가 결혼 주례를 맡기 위해 아모르로 가장하여 나타난다. 주피터가 막 결혼서약을 하려는데 숨어있던 주노가 참지 못하고 뛰어 나온다. 그러나 주노는 신부가 될 플라테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놀라 대경실색이다. 이 무슨 기괴한 개구리의 모습이던가? 이로서 한바탕 코미디 소동은 끝나고 주피터와 주노는 다시 다정한 부부로 돌아간다. 속았다고 생각한 플라테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지만 감히 주피터나 주노에게 대항할수 없으므로 평소 자기가 좋아한 시테론왕에게 화풀이를 한다. 신들은 모두 올림퍼스 산으로 돌아간다.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이 바보 개구리야!’라면서 놀린다. 플라테는 소리치고 위협하고, 화를 내고 하지만 어쩔수 없이 늪속의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속으로는 ‘요놈의 못된 신들! 어디 두고 보자!’라는 복수의 생각을 되씹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