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121. Janáĉek, Leoš (야나체크) [1854-1928]-마크로풀로스 사건

정준극 2007. 7. 4. 13:45

 레오시 야나체크

 

마크로풀로스 사건


타이틀: Vic Makropulos (Die Sache Makropulos: The Makropulos Affair). 전3막.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 그리고 현대를 초월한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Janacek가 68세 되던 해에 작곡했다. 대본은 카렐 차페크(Karel Capeck)의 코미디를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썼다.

초연: 작품을 완성한지 3년후인 1925년, 모라비아의 수도 브르노(Brno)국립극장

주요배역: 에밀리아 마티(유명한 오페라 싱거), 알베르트 그레고르, 닥터 콜레나티(일베르트 그레고르의 변호사), 비테크(변호사 사무실의 보조원), 크리스티나(비테크의 딸, 성악가 지망생), 야로슬라브 프루스경(변호사), 야네크(야로슬라브경의 아들)

음악 하이라이트: 유언장을 낭독하는 장면의 음악

사전지식: 연금술사인 히에로니무스 마크로풀로스(Hieronymus Makropulos)는 합스부르크의 루돌프황제에게 묘약을 만들어 제공하기 전에 우선 자기 딸에게 실험을 했다. 딸은 깊은 병에 걸렸으며 연금술사는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묘약은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하여 연금술사의 딸은 묘약 때문에 그로부터 여러 이름을 사용하며 3백년을 살아왔다. 에밀리아 마르티(Emilia Marty)는 그 중의 한 이름이다. 다만, 이름을 바꾸어 쓰더라도 원래 이름의 이니셜인 E M(Elina Makropulos)은 유지했다. 오페라는 프루스(Prus)남작이 남겨 놓은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지난 1백여년동안 소송이 진행되어 왔지만 해결을 보지 못한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야나체크의 이 오페라는 환상속에서 살다가 환상속으로 사라지는 에밀리 마티의 역할이 전편을 지배하고 있다. 

 

에밀리아 마티


줄거리: 제1막. 1922년, 프라하의 어떤 변호사 사무실이다. 약 1백년전에 미제로 남아있었던 ‘그레고르 대 프루스’(Gregor v. Prus)사건을 후손들이 다시 재판을 제기했기 때문에 변호사가 사건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다. 갑자기 당시 인기 정상의 오페라 가수 에밀리아 마티(이후로 마티라고 부름)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다. 모두들 유명한 오페라 디바가 어떻게 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왔는지 궁금해 한다. 에밀리아는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으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알베르트 그레고르(Albert Gregor)를 만나보고 싶어한다. 변호사가 알베르트 그레고르를 오도록 한다. 변호사는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의 배경을 다시한번 설명한다.

 

 안냐 실라(Anja Silja)가 타이틀 롤을 맡은 음반/DVD


1827년, 페르디난드 호세 프루스(Ferdinand Jose Prus)남작이 상속자를 지정하지 않은채 아무런 유언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 얼마후 페르디난드 그레고르(Ferdinand Gregor)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기가 상속자라고 주장하면서 남작이 세상을 떠날 때 자기에게 구두로 유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변호사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에밀리아가 말을 가로막으면서 그 페르디난드라는 사람은 남작과 엘리안 맥그레고르(Ellian MacGregor)라고 하는 당시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오페라 가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말한다. 모두들 에밀리아가 그런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 한다. 계속해서 변호사는 소송을 다시 제기한 알베르트 그레고르가 자기가 상속자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소송에서 질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변호사는 유언장만 있으면 이길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 말을 들은 에밀리아는 프루스남작 저택의 찬장을 살펴보면 그 안에 유언장과 다른 중요한 서류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변호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서류를 찾으러 남작이 살던 저택으로 간다. 얼마후 변호사가 소송의 또 다른 당사자인 야로슬라브 프루스(Jaroslav Prus)와  함께 들어온다. 변호사는 프루스남작의 저택에서 유언장을 비롯해서 몇가지 다른 서류들을 찾았다고 말하면서 자못 흥분해 있다. 에밀리아가 말한 바로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프루스는 옛날에 상속자라고 주장했던 페르디난드 그레고르라는 사람이 비록 사생아라고 해도 남작의 자식이라는 것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들은 에밀리아는 자기가 입증하겠다고 선언한다.

 


제2막. 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이 끝난다. 사람들이 에밀리아에게 갈채를 보낸다. 무대 뒤로 프루스남작이 찾아온다. 뒤따라서 그의 아들 야네크(Janek)도 찾아온다. 야네크는 에밀리아를 한 번 보고 그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매료당한다. 프루스남작은 에밀리아에게 그 옛날 페르디난드 호세 프루스남작과 사랑했었다는 오페라 가수 엘리안 맥그레고르에 대하여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프루스남작은 상속자라고 주장하는 페르디난드 그레고르의 출생증명서를 찾았는데 거기에는 페르디난드의 어머니로 엘리나 마크로풀로스(Elina Makropulos)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하면서 혹시 그 오페라 가수인 엘리안 맥그레고르라는 여인이 엘리나 마크로풀로스와 같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프루스는 두 여인의 이니셜이 모두 E. M. 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궁금하다고 말한다(그러고보면 Emilia Marty의 이니셜도 E.M.이 아닌가?). 프루스남작은 계속하여 당시에는 사생아의 경우,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만일 페르디난드 마르코풀로스(Ferdinand Makropulos)라는 사람만 찾게 되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작의 재산은 모두 현재의 프루스의 소유가 될것이라는 얘기이다. 에밀리아는 프루스가 찬장에서 찾은 서류중 아직 뜯어보지 않은 편지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그 편지를 자기에게 팔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프루스는 이 제안을 거절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간다. 한편 프루스의 아들 야네크는 아직도 극장의 무대 뒤에서 에밀리아가 나오면 한번 만나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에밀리아는 야네크에게 아버지인 프루스의 방에 가서 ‘나의 아들 페르디난드에게 전달하기 바람’이라고 쓴 편지를 몰래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이 말을 프루스남작이 엿듣는다. 프루스남작은 에밀리아에게 오늘 밤 자기와 함께 지낸다면 그 편지를 건네주겠다고 말한다. 에밀리아는 편지를 손에 넣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에밀리아 마티


제3막. 다음날 아침, 에밀리아의 호텔 방이다. 프루스가 약속대로 뜯지 않은 편지를 에밀리아에게 내어준다. 하지만 프루스남작은 에밀리아가 자기를 사랑하는 척 하면서도 냉랭하게 대하는데 대하여 무언가 속은 느낌을 갖는다. 그 때 누가 프루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프루스의 아들 야네크가 에밀리아와의 이룰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자살했다는 것이다. 야네크는 자기 아버지가 에밀리아의 호텔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에밀리아는 야네크가 자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고 프루스남작은 심한 의구심과 함께 너무나 차가운 여자라고 생각되어 분노를 느낀다. 잠시후 변호사가 들어온다. 변호사는 에밀리아의 필체와 유언서에 써있는 Ellian MacGregor라는 필체가 같다고 밝히면서 혹시 유언장이 위조됐을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에밀리아가 필체 대질에 응하지 않자 사람들이 에밀리아의 책상을 뒤져서 같은 필체의 서류들을 찾아낸다. 에밀리아가 피스톨을 꺼내들지만 빼앗긴다. 사람들은 Eliona Makorpulos라고 쓴 글씨체가 Ellian MacGregor라고 쓴 글씨체와 같은 것을 발견한다. 모든 것을 체념한듯 에밀리아가 말문을 연다.

 

에밀리아와 변호사가 서류를 찾고 있다.


에밀리아는 자기가 1585년(처음에는 1575년이라고 말했음) 크레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337전에 태어난 셈이다. 모두들 놀란다. 에밀리아의 얘기는 계속된다. “나의 이름은 Elina Makropulos이며 아버지는 루돌프 1세의 궁정약사(연금술사)였지요(루돌프 1세 황제는 1576-1612년가 보헤미아의 왕이었다). 주인으로부터 영생의 묘약을 개발하라는 명령을 받은 아버지는 약을 만들었고 그 때 16살이던 나에게 시험하기 위해 먹였답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지요. 그 죄로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갔습니다. 얼마후 깨어난 나는 모든 것이 무서워서 도망갔지요. 몇 년이 흘렀습니다. 나는 이 영생의 묘약 처방을 사랑하는 프루스남작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처방은 3백년 동안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는 생명을 더 연장하기 위해 그 처방전을 다시 찾아야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3백년을 살았어도 인생이 무엇인지 아무런 의미도 모르겠어요. 이젠 정말로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에밀리아의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사실인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 에밀리아는 ‘인생이란 너무 길면 안됩니다. 짧더라도 가치가 있으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에밀리아는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영생의 묘약 처방을 주겠다고 말한다. 처방은 프루스로부터 아침에 받은 바로 그 뜯지 않은 봉투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처방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의 딸 크리스티나(Kristina)가 처방을 받아 그대로 난로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파테르 헤몬(Pater Hemon)이라고 나지막하게  외친다. 그리스어 주기도문의 첫 단어들이다. 에밀리아가 생명력을 다한듯 쓰러진다 (사족: 프루스는 300년전에 에밀리아와 함께 영생의 묘약을 먹었던 바로 그 프루스남작이다. 그러므로 에밀리아는 300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과 밤을 함께 지낸 것이다. 자살한 프루스의 아들 야네크는 실은 진짜 아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