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171. Monteverdi, Claudio (몬테베르디) [1567-1643]-오르페오

정준극 2007. 7. 4. 14:24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오르페오


타이틀: L'Orfeo (Orpheus). 서막과 5막. 1607년 만투아공국의 연례 카니발에서 공연키 위해 작곡한 것이다. 오페라라고 이름 붙여진 세계 최초의 작품이다. 대본은 알레싼드로 스트리지오(Alessandro Striggio)가 썼다.

초연: 1607년 2월 만투아공작궁전(베르디의 리골레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주요배역: 라 무지카(음악), 오르페오(오프레우스), 유리디스(유리디체), 실비아, 스페란자(희망), 캬롱트(샤론), 플루톤(플루토), 아폴로

베스트 아리아: Dal mio Permesso amato(S), Ecco l'altra palude(Cont)

사전지식: 오르페오는 음악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효시이기도 하지만 초창기 오페라의 면모를 살펴 볼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가적이며 마드리갈적인 요소는 음악이 무대예술로서 얼마나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른바 Possente spirito(강력한 능력)이다. 예를 들어 오르페오가 캬롱트(Caronte: Charon)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경우이다.

에피소드: 오르페오는 1607년 만투아음악원에서 처음 공연되었고 몇 달후에는 만투아공국의 궁정극장에서 공연되어 갈채를 받았다. 악보가 정식으로 출판된 것은 2년후인 1609년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학자들은 1609년을 오페라의 원년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지하세계의 오르페오. 뮌헨 슈타츠오퍼


줄거리: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에 대한 그리스 신화는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므로 여기서는 줄거리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고 다른 얘기를 덧붙이고자 한다. 게다가 글룩의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에서 거의 같은 스토리가 진행되므로 더구나 간단히 설명코자 한다. 프롤로그: 음악의 정령(La Musica)이 음악의 지닌 위대한 힘에 대하여 설명한다. 음악의 정령은 오르페오를 예로 들면서 그의 음악은 너무나 강렬하여 만물은 물론, 신까지도 감동시킨다고 얘기한다. 제1막. 오르페오와 유리디체의 결혼식 날이다. 온 동리의 신들이 모여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행복하게 오래 살라고 한마디씩 말한다(하객으로 참가한 신들에게는 미안한 말일지 모르지만 신들이 모인 진짜 이유는 순전히 먹고 춤추고 놀기 위해서라고 할수 있다). 제2막. 오르페오는 사랑하는 아내 유리디체가 독사에 물려 죽었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듣는다. 왜 숲속을 혼자 헤매게 되었는지에 대하여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그저 독사에게 물려 죽었고 이미 지하세계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오르페오는 지하세계로 내려가 아내 유리디체를 죽은자 가운데서 구해 오기로 결심한다. 오르페오는 인간의 행복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으며 연약하고 허무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노래한다. 산천초목은 물론 어두운데서 일생을 지내는 지하세계의 신까지 모두 눈시울을 적시며 공감하는 대단히 훌륭한 노래이다.

 

리옹 오페라의 현대적 무대


제3막. 희망(Speranza)이 오르페오를 지옥(지하세계)의 문 앞까지 안내하면서 유리디체 구출 작전이 부디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오르페오는 지옥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 샤론(Charon: 그러고보면 샤론 스톤은 돌로 만든 지옥의 수문장?)을 만난다. 오르페오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그를 잠들게 하여 무사히 문을 통과한다. 제4막. 지옥의 여왕 프로세르피네(Proserpine)는 오르페오의 음악에 감동하여 유리디체를 세상으로 보내주자고 남편 겸 지옥의 왕인 플루토(Pluto)에게 간청한다. 플루토는 간청에 못이겨 유리디체를 보내주되 한가지 조건을 내건다. 오르페오가 빛을 따라 세상으로 나가는 도중에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조건이다. 오르페오는 유리디체로 하여금 뒤를 따라 오도록 하고 앞을 향해 찬찬히 걸어간다. 그러나 아내 유리디체가 제대로 따라 오는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잠시 뒤를 돌아본 순간, 아내 유리디체는 환영처럼 사라진다. 낙담한 오르페오는 어쩔수 없이 홀로 세상으로 나온다. 제5막. 하늘에 있던 오르페오의 아버지 아폴로가 세상으로 내려와 비통함에 잠겨있는 오르페오를 데리고 올라간다. 오르페오는 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유리디체의 모습을 영원히 바라볼수 있게 된다.

 

오르페오와 유리디체를 축복하는 프로세르피네 여왕


오페라 오르페오는 극적인 힘과 활력있는 오케스트라가 특징이다. 이 오페라에서는 작곡자가 어떤 특별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 별도의 악기를 사용하여 내용의 전달을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주인공의 노래는 옛날 그리스 시대에 연극배우들이 불렀던 것과 마찬가지인 모노디(monody)스타일을 도입하였다. 근대 오페라 아리아의 시초이다. 몬테베르디는 이 오페라로서 그때까지의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 연극(dramma per musica)을 창조하였다. 연극에 음악을 가미한 것이 아니라 음악에 연극을 가미한 것이다. 이러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는 초기바로크 오페라로 규정되고 있다. 당시 베니스와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북부 이탈리아의 오페라는 후기르네상스에서 초기바로크로 이전하던 시기였다. 몬테베르디는 당시 유행을 이루던 여러 가지 추세를 혼합하여 오페라다운 오페라를 만들어 냈다.

 

스타익스 강을 건너는 오르페오


오르페오의 족보: 전설에 따르면 오르페오는 트라체(Thrace)의 왕 외아그러스(Oeagrus)와 음악의 여신 칼리오페(Calliope: 웅변과 서사시의 여신)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고 한다. 오르페오는 아폴로에게서 음악을 배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폴로야 말로 최초의 음악교사? 아폴로(Apllo: 음악, 시등을 주관하는 태양신)는 헤르메스(Hermes: 신들의 사자)를 통하여 오르페오에게 거북이 등뼈로 만든 리라를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폴로는 최초의 악기제조자?


노르웨이 호수무대

 

오르페오의 어원: 오르페오라는 단어는 고어 Orphao에서 유래한 단어로 ‘박탈하다, 그리워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편 그리스어의 Orphe에서 유래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스어 Orphe는 ‘어둠, 고아(영어의 Orphan)'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Orpheo라는 단어는 Orphao와 Orphe가 합성된 단어로 ’탄식하다, 거칠게 노래하다, 마법을 사용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하세계의 장면. 뮌헨 오페라


오르페오 주제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유리디체에 대한 이야기는 오페라 연혁에서 여러 작곡가들이 타이틀로 삼은 내용이다. 대표적인 오르페오 오페라는,

 - 1609년 Claudio Monteverdi: Orfeo (오르페오)

 - 1762년 Christoph Willibald Gluck: Orfeo ed Euridice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 1858년 Jacques Offenbach: Orpheus aux Enfers (지옥의 오르페우스)

 - 1924년 Darius Milhaud: Les malheurs d'Orphée (고난의 오르페)

 - 1986년 Harrison Birtwistle: The Mask of Orpheus (오르페우스의 마스크)

 

그라츠 무대


Jacopo Peri (페리)의 유리디체 (Euridice): 1600년에 야코포 페리가 작곡한 전5장의 오페라 타이틀이 유리디체였다. 오비드(Ovid)의 메타모르포시스(Methamorphoses: 변형)를 줄거리로 삼았다. 1600년 플로렌스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에는 비극(La Tragedia)이라는 신이 의인화하여 나온다. 세명의 목동은 아르체트로(Arcetro), 티르시(Tirsi), 아민타(Aminta)이며 다프네(Dafne)가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비너스(Venus), 플루토(Pluto), 카론테(Caronte: Charon)가 나온다. 페리의 오페라 유리디체를 소개하는 이유는 실은 이 오페라가 역사상 최초의 본격 오페라라고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오페라라고 하면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내세우지만 페리의 유리디체는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보다 7년이나 앞선 1600년에 초연되었다. 다만, 일반 극장에서 공연된 것이 아니라 플로렌스의 메디치가의 궁전에서 소수를 대상으로 공연되었다는 핸디캡이 있을 뿐이다.


야코포 페리(jacopo Peri: 1561-1633)는 로마에서 태어났으나 대부분 활동을 플로렌스에서 한 작곡가 겸 성악가 겸 연주가였다. 페리는 르네상스 오페라를 태동시킨 플로렌스 카메라타의 일원이었다. 페리의 작품 중에서 아직까지 생존한 오페라는 불행하게도 유리디체뿐이다. 르네상스와 깊은 관련이 있는 메디치가문의 마리아공주와 프랑스왕 앙리4세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쓴 것이다. 대본은 오타비오 리눈치니(Ottavio Rinunccini)가 썼다. 리눈치니는 유리디체에 대한 일반적인 비극적 엔딩을 피하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했다. 즉, 마지막 파트를 결혼 축하로 끝맺게 각색한 것이다. 귀인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입장에서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면 욕을 먹을것 같아서 인것 같았다. 이후 페리의 유리디체 마지막 파트 음악은 결혼식의 축하 곡목으로서 빼놓을수 없는것이 되었다. 메디치가의 마리아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작곡된 것을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일이다.


페리의 유리디체에서는 막이 열리자마자 비극(La Tragedia)이 사람의 형상으로 등장하여 앞으로 펼쳐질 가련한 스토리에 대하여 안내방송을 한다. 장면은 바뀌어 결혼식을 앞두고 행복해 하는 유리디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어 오르페오에게 메신저가 도착하여 유리디체가 숲속에서 독뱀에게 물려 죽었다고 전한다. 목동들이 오르페오가 얼마나 비탄에 빠져있는지를 설명한다. 오르페오는 지옥으로 유리디체를 만나러 간다. 비너스가 오르페오를 안내한다. 지하세계의 왕인 플루토는 오르페오의 음악에 감동하여 샤론과 프로세핀과 함께 유리디체를 지상세계로 돌아가도록 동행하라고 지시한다. 죽었던 유리디체를 만난 오르페오는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해피엔딩이다.

 

재회하는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롱비치 오페라

 

누가 역사상 최초의 오페라를 작곡했느냐는 문제를 놓고 항상 논란이 많다. 누가 되었든지 그게 무슨 큰일이냐고 생각되지만 오페라 학자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일부에서는 로마의 작곡가 카발리에리(Cavalieri)의 ‘영혼과 육신의 대표’(La reppresentatione di Anima e di Corpo)를 진짜 최초의 오페라라고 주장한다. 페리의 유리디체와 같은 해에 공연되었지만 카발리에리가 페리보다 먼저 작곡은 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카발리에리의 작품은 오라토리오의 일부로서 공연에 연극과 음악을 복합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오페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연극에 음악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잘만하면 원조 오페라로 간주할수 있다.

 

마드리드 왕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