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52. Schillings, Max von (쉴링스) [1868-1933]-모나 리자

정준극 2007. 7. 5. 10:20

 

막스 폰 쉴링스

 

[모나 리자]


타이틀: Mona Lisa. 비엔나의 배우 겸 극작가인 베아트리스 바이-도브스키(Beactrice Vay-Dovsky)가 대본을 썼다.

초연: 191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궁정극장(당시 쉴링스는 슈투트가르트 궁정극장의 음악총감독이었다.)

주요배역: 프란체스코 델 죠콘코(플로렌스의 부유한 귀족. 모나 리자의 남편), 모나 휘오로르다리자(조콘다부인), 죠반니 데 살비아티(모나 리자를 사모하는 교황청 직원), 디아노라(프란체스코의 첫부인에게서 태어난 딸)

사전지식: 1911년 쉴링스는 비엔나의 베아트리스 바이-도브스키를 만났다. 쉴링스는 바이-도브스키의 희곡 고디바 부인(Lady Godiva)을 오페라로 작곡하고 있었다. 바이-도브스키는 쉴링스에게 최근 완성한 또 다른 희곡을 보여주었다. 모나 리자였다. 쉴링스는 20세기 초반이라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다른 작곡가들, 특히 R. 슈트라우스, 프란츠 슈레커, 오스트리아의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와 마찬가지로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인상적이며 오케스트라의 색채가 보다 강렬하고 주제에 얽힌 스토리가 보다 에로틱한 드라마를 추구하고 있었다. 아르 누보(Art Nouveau)의 극본으로 그런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반-도브스키의 모나 리자가 아닐수 없었다. 극본 모나 리자는 시대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구비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신비한 여주인공, 호화스러운 르네상스의 색채, 숨막히게 만드는 보석들, 그리고 구속에서 해방된 에로티즘이다. 쉴링스는 모나 리자를 읽자마자 ‘와, 바로 이거야!’라면서 고디바 부인에 대한 오페라 작곡은 접어두고 모나 리자에 대한 오페라 작곡을 착수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바로 그해 1911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 유명한 모나 리자가 도난당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수년동안 온 세계가 모나 리자에 대한 관심으로 들끓고 있던 때에 쉴링스의 오페라 모나 리자가 등장하였다. 슈투트가르트에서의 초연 이후 모나 리자는 뉴욕, 베를린, 비엔나 등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도난당한 모나 리자는 3년후인 1913년 플로렌스로 돌아왔다.) 

에피소드: 쉴링스는 작곡가로서 바이로이트 서클에 속한다. 쉴링스는 바그너의 후계자라고 할만큼 독일적이었다. 쉴링스가 푸르트뱅글러(Furtwängler)의 스승이었던 것만 보아도 알수 있다. 하지만 모나 리자는 바그너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사실주의,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베리스모(Verismo)였다. 오페라 모나 리자의 스토리는 픽션에 가깝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들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여주인공 모나 리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델이었다는 조콘다부인이다. 조콘다부인의 결혼전 이름이 모나 휘오르다리자(Mona Fiordalisa)였다. 이 이름을 줄여서 모나 리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조콘다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혼후 남편의 성(姓)인 죠콘도(Giocondo)를 따른 것이다.

 

이리스를 좋아한 모나 리자. 바바라 켐프

 

줄거리: 프롤로그. 카르투지오수도회(Carthusian: 1806년 성브루노가 프랑스 샤트로스에 개설한 수도회)의 수도승들이 기거하는 집이다. 수도승중 한명이 한 무리의 관광객을 가이드하고 있다. 가이드 수도승은 어떤 방에 이르러서 ‘이 방으로 말씀드리면 저 유명한 모나 리자에게 불행한 운명이 닥쳤던 방이올시다!’라고 설명한다. 그중에서 어떤 여성 관광객 한 명이 가이드의 설명을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제1막. 플로렌스에 있는 프란체스코 저택의 홀이다. 참회의 화요일(Shrove Tuesday)이다. 부유한 귀족인 프란체스코는 아름다운 모나 리자와 재혼하였다. 첫부인이 세상을 떠난지 10여년만의 일이다. 프란체스코는 첫부인과의 사이에 딸을 하나 두었다. 디아노라(Dianora)이다. 결혼후 모나 리자는 당대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요청에 따라 초상화 모델을 한 적이 있다. 오늘날 세계적 보물인 바로 그 모나 리자이다. 눈썹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한때는 남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신비한 미소의 의미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바로 그 그림이다. 조콘다부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델이 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치하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남편 프란체스코의 사정은 달랐다. 아름다운 부인에 대한 쓸데없는 의심으로 질투의 화신이 되었다. 모나 리자는 더 이상 그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남편에게 보내지 않게 되었다. 남편 프란체스코는 몇몇 손님들을 초청하여 사순절(Lent: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 이브까지의 40일)의 마지막 날을 축하하고 있다. 그러나 조콘다부인(모나 리자)는 수도원에 참회하러 갔다. 수도원장은 회개와 만족에 대하여 설교하였다. 조콘다부인은 남편을 더 이상 미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질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베를린 1953년 음반

 

죠반니 데 살비아티(Giovanni de' Salviati)는 조콘다부인과 전부터 알고 지내는 훌륭한 청년이다. 학식이 풍부하고 신심이 깊어서 교황청의 신임을 받고 있다. 교황청은 프란체스코가 소장하고 있는 귀한 진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하고 죠반니에게 진주매입에 대한 임무를 맡겼다. 죠반니는 조콘다부인이 남편의 질투심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죠반니의 심정은 괴롭다. 사모하는 조콘다부인을 고통중에서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다. 죠반니는 교황청이 매입할  진주를 미리 보고 싶다고 전하고 프란체스코의 집을 방문한다. 실은 조콘다부인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였다. 죠반니는 조콘다부인의 우울한 모습을 보고 ‘아, 불행한 여인! 밝은 미소가 떠나지 않아야 할 신혼에 어찌하여 수심이 가득찼는가?’라면서 안타까워한다. 마침 남편은 출타중이어서 조콘다부인이 열쇠로 금고를 열고 진주를 보여준다. 남편만이 열수 있는 금고를 죠반니에게 열어 보였던 것은 교황청 특사에게 ‘남편이 안 계시니 내일 다시 오시지요’라고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마침 열쇠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기에 금고를 열고 진주를 보여주었다. 금고 안은 크고 널찍하다. 하지만 한번 잠그면 공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틈새가 없다. 조콘다부인의 얼굴에서 가득한 수심을 읽은 죠반니는 자기가 오래전부터 부인을 사모해 왔음을 밝히고 이 무겁고 힘든 집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와 자기와 함께 멀리 가서 새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자고 설득한다. 조콘다부인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했으나 죠반니의 말이 싫지 않았다.


'모나 리자'의 세계 초연. 슈투트가르트. 1915년


그러한 때에 출타했던 남편이 느닷없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죠반니가 얼떨결에 금고안으로 피신한다. 남편은 마치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아니, 금고가 열려있네! 당신이 열었어? 아, 그럼 닿아야지!’라면서 순간적으로 금고를 잠근다. 그런후에 남편은 열쇠를 창문을 열고 아르노(Arno)강으로 던져 버린다. 리자는 그만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리자는 남편의 무자비하면서도 섬뜩하리만치 잔인한 행동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제부터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제2막은 다음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다. 조콘다부인은 금고안에 갇혀있는 죠반니가 제발 살아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금고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죠반니는 틀림없이 질식해서 죽었을 것이다. 마침 그때 전처의 딸인 디오노라(Dionora)가 집밖의 강변에 놀러나갔다가 보트에 금고열쇠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주워온다. 조콘다부인은 얼른 열쇠를 받은후 아이에게는 수도원에 가서 ‘재의 수요일’ 미사에 참석하라며 내보낸다. 조콘다부인은 금고를 열려고 애쓰지만 잘 열리지 않는다. 금고안에 있을 죠반니의 죽은 모습이 눈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남편이 나타난다. 조콘다부인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한다. 조콘다부인은 어제 저녁에 강변에서 열쇠를 발견해서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금고안에서 사순절을 위한 장신구를 찾아야 하니 열어 달라고 부탁한다. 남편은 그러지 않아도 어제 오후에 금고안에 들어간 죠반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다. 남편이 금고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조콘다부인은 얼른 남편을 힘차게 금고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근다. 에필로그. 카르투지오수도원을 구경한 그 여인은 가이드 수도승이 전하는 모나 리자의 얘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 돈 몇푼을 가이드에게 주며 조콘다부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 여인은 들고온 꽃다발을 조콘다부인이 기도하고 참회했다는 방에 놓아둔다. 조콘다부인이 제일 좋아한 아이리스였다.

 

'모나 리자' 음반. 사악한 남편과 모나 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