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53. Schnittke, Alfred Garriyevich(슈니트케)[1934-1998]-바보와의 생활

정준극 2007. 7. 5. 10:21

 알프레드 슈니트케

 

[바보와의 생활]


타이틀: Zhizn's idiotom (Life with an Idiot). 전2막 4장. 소설의 원작자인 빅토르 예로페예프(Victor Yerofeyev)가 자청하여 대본까지 썼다.

초연: 1992년 암스테르담(Dutch Opera)

주요배역: 나(작가), 부인, 보바(바보), 정신병원담당자

사전지식: 구소련의 엥겔스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주로 활동했던 슈니트케는 고전과 현대음악을 동시에 사용하는 시도로서 관심을 끈 작곡가이다. 그러므로 그의 음악은 대체로 생소하지만 그런 중에도 고전적인 요소가 덧보인다. 스토리 자체는 상식적으로 볼 때 대단히 쇼킹한 것이다. 작가인 빅토르 예로페예브도 ‘이제야 쇼킹한 대본을 쓸수 있었다’고 털어 놓을 정도이다. 슈니트케와 콤비가 된 예로페예브는 현대 러시아의 가장 비중있는 작가중 한사람이다. 그가 쓴 ‘바보와의 생활’의 주제인 성행위 또는 성적관심은 과거 구소련에서 금기였었다. 그러나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이 주제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네덜란드 오페라 무대

 

에피소드: 슈니트케가 처음으로 예로페예브를 만난 것은 1985년이었다. 슈니트케는 ‘바보와의 생활’을 읽고 그 소재에 대하여 대단히 매혹 당했다. 당시에 슈니트케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주제로 한 ‘요한 파우스트박사 이야기’를 준비중이었다. 슈니트케의 친구들은 ‘바보와의 생활’을 우선 작곡해 달라고 간청했다. 마침내 예로페예브가 대본을 완성했다고 통보해왔다. 슈니트케가 오페라를 완성하자 유명한 첼리스트이며 지휘자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가 암스테르담 초연을 주선해 주었다. 주인공 바보의 이름이 러시아어로 보바(Vova)인 것은 재미난 일이다. 한편, 슈니트케가 이 오페라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시작한지 얼마후 심장마비 증세가 있어서 몇 달동안 휴식해야 했다. 마감일이 다가옴에 따라 동료 작곡가인 볼프강 니클라우스(Wolfgang Niklaus)와 슈니트케의 아들인 안드레이(Andrey)가 피아노 스코어를 만들어 리허설에 들어갈수 있게 했다. 이 오페라에서 유명한 것은 바보의 Ech(에흐)라는 소리이다. 이 탄식의 소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각자가 해석할 일이다.

 

보바 역의 하워드 하스킨스. 네덜랜드 오페라

                     

줄거리: 무대는 러시아이며 시기는 아무 때나 상관이 없다. 제1막. 작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친구들은 이에 대한 벌로서 작가는 정신병원에서 바보 한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 살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작가는 ‘순진한 바보’를 마음 속에 그리며 그러한 바보와 함께 지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친구들이 자기에게 그처럼 적당한 벌을 내려 준것을 감사한다. 작가는 정신병원을 찾아간다. 정신병원의 담당자는 보바(Vova)라는 환자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백퍼센트 바보라고 추천한다. 작가는 어서 속히 바보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담당자에게 약간의 뇌물을 집어 준다. 작가는 바보인 보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보바는 말이 없다. 유일하게 내 뱉는 표현은 에흐라는 탄식이다. 상당히 뉘앙스가 있는 탄식이다. 한편, 작가의 부인은 집에 새식구가 들어온 것을 무척 기뻐한다.

 

보바와 부인


제2막. 보바와는 대화를 할수 없다. 그저 에흐라는 소리를 간간히 내뱉을 뿐이었다. 그의 성격과 그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일한 소리이다. 작가 부부는 말이 없는 보바에 대하여 감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어느날 바보 보바는 냉장고를 열고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어 방바닥에 어질러 놓는다. 잠시후에는 서재로 들어가 작가의 부인이 가장 아끼는 프루스트(Proust) 전집을 갈갈이 찢어 놓는다. 그러나 이건 아직 약과이다. 작가 부부가 보바를 말리려 하자 보바는 양탄자를 집어 들어 자기 몸을 둘둘 둘러싼후 벽에다가 온갖 지저분한 칠을 한다. 그리고도 양이 차지 않았던지 가구들을 부수기 시작하고 전화통을 던져버리는 등 어떻게 손을 쓸수가 없게 된다. 마침내 바보는 작가 부인을 강간하기 위해서 작가를 창문 밖으로 집어 던진다. 그 결과 보바와 작가의 부인 두 사람은 자기들의 행위에 대하여 모두 만족한 표정이다.

 

노보시비르스크 국립극장 무대

         

작가는 바보와의 조리있는 대화가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부인이 아끼던 프루스트 전집을 다른 책으로 대체해 놓고 그것도 모자라 부인에게 새 옷들을 사준다. 그런 작가에게 바보는 감사의 표시로 오랑캐꽃 다발을 주며 집안 일을 돕는다. 모든 것이 평온한 것처럼 유지된다. 이러한 조화있는 상태는 작가의 부인이 임신중절을 함으로서 깨진다. 바보의 아이를 임신한 부인은 이를 유산시킨 것이다. 바보는 아이를 고대하고 있었다. 크게 실망한 바보는 이제 더 이상 작가 부인과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작가와 성관계를 갖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부인을 무시하며 학대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마침내 바보를 안방 침실로 옮겨 지내도록 한다. 부인은 바보에게 자기와 남편 중에서 누구와 관계를 가질지 결정하라고 최후의 통첩을 한다. 바보는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자르는 큰 가위를 가져와 부인의 목을 뎅겅 잘라 버리는 것으로 부인의 질문에 답변을 한다. 그런후 바보는 집을 나가 어디론가 도망간다. 작가의 참을성 및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은 한도에 달한다. 결국 작가는 바보가 있던 정신병원으로 스스로 찾아 들어간다. 정신병원의 담당자는 작가를 마치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한다.

 

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