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71. Strauss, Richard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정준극 2007. 7. 5. 10:41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타이틀: Ariadne auf Naxos (Ariadne on Naxos). 원래 1912년 1막짜리로 완성하였으나 그후 1916년 서막과 제1막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수정하였다. 몰리에르의 희곡 Le bourgeois gentilhomme(신사평민)에서 내용을 가져와 휴고 폰 호프만슈탈이 대본을 썼다.

초연: 초본 초연은 1912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궁정오페라극장, 수정본 초연은 1916년 비엔나 궁정극장에서였다.

주요배역: 서막, 인터메쪼, 본막의 출연진이 각각 다르다. [서막] 음악감독, 작곡가, 무용감독, 가발장인, 하인, 장교, 프리마 돈나(나중에는 아리아드네), 테너(나중에는 바커스) [인터메쪼] 체르비네타, 할레퀸, 스카라무치오, 트루팔디노, 브리겔라 [본막] 아리아드네공주, 바커스, 드리아드, 에코, 나이아드

음악 하이라이트: 아리아드네와 바커스의 사랑의 듀엣, 배우들의 노래, 배우들의 댄스 노래, 체르비네타의 아리아(카덴짜와 론도 테마),

베스트 아리아: Lieben nur mit du![너와 함께 있는 자를 사랑하라!](S)

 

조이스 디도나토와 디아나 담라우

 

사전 지식: 1막짜리 코미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와 크레테의 아름다운 공주 아리아드네와의 사랑, 신의 노여움을 받아 낙소스 섬에 유배된 아리아드네 공주의 비통함, 그러다가  바카스 신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를 줄거리로 하였다. 이 오페라는 1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대단히 짧다. R. 슈트라우스가 지금까지 그의 다른 오페라들을 제작한 사람들에 대하여 감사의 뜻으로 작곡해서 헌정한 미니 오페라이다. 1800년대 비엔나에서 훌륭한 개인 저택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 귀족 사회는 자기 집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오페라도 마치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처럼 오페라 공연 중 연극이 공연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현재와 과거를 혼동할수도 있다.

 

체르비네타 역의 안젤리카 키르흐슐라거(Angelika Kirchschlager) 

 

에피소드: 몰리에르의 코미디는 갑자기 부자가 된 무슈 쥬르댕(Monsieur Joudain)이라고 하는 사람이 자기의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사기꾼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불행을 담은 것이다. 원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 몰리에르의 ‘신사평민’이라는 코미디의 독일어 번역본을 대본으로 하며 륄리(Lully)가 1670년에 만든 음악에 바탕을 두어 오페라를 작곡하려했다. 하지만 R. 슈트라우스와 폰 호프만슈탈은 코믹한 면과 비극적인 면이 대조를 이루는 내용으로 작품을 이끌어갔다. 문제는 비극적인 사항이 오히려 풍자적인 모습으로 변형되었다는데에 있다. 특히 두 번째 수정본에서 그러한 면이 두드러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체르비네타가 마치 고조된 전체 분위기의 김을 빼놓는 것과 같은 대사를 말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무대. 라 페니체


줄거리: [서막] 무대 위에서는 무대감독, 출연자, 연기자들이 새로운 오페라 공연 준비를 위해 법석이다. 그날 밤에 공연될 오페라는 그리스 신화인 아리아드네 전설을 주제로한 것이다. 이 새로운 오페라는 그 집에 초대되어 온 손님들이 잘 차린 음식을 실컷 먹고 나서 심심풀이 여흥 목적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음악감독과 작곡가는 상당히 긴장되어 있다. 오페라 공연이 끝나자마자 코미디 연극이 공연되므로 만일 형편없는 오페라였다면 코미디 팀에게 망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밤 9시에는 무슨 수가 있어도 불꽃놀이가 시작되어야 한다. 집주인은 불꽃놀이에서 손님들이 ‘와-! 오-! 어머나-!’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 하므로 불꽃놀이시간은 반드시 맞추어 진행되어야 한다. 만일 오페라나 코미디가 9시 전에 끝나지 않는다면 불꽃놀이 때문에 무조건 중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코미디 팀은 오페라 팀에게 오페라를 되도록 빨리 끝내 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오페라 팀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웃기지도 못하는 친구들이 웃기는 소리나 하고 있네!’라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연준비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토마스 알렌과 조이스 디도나토

 

우선 출연자들이 제대로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특히 테너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악기 연주자들도 제멋대로이다. 바이올린을 찾자 손님들의 식사에 불려가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감독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지만 어쩔수 없다. 코미디팀의 대장은 체르비네타(Zerbinetta)라는 여자이다. 음악감독은 처음에 체르비네타를 보고 좀 날씬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서 은근히 마음이 끌렸었다. 그러나 그날 밤 오페라 공연 사례금의 절반은 코미디팀이 차지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뚱뚱한 체르비네타를 원수처럼 생각한다. 음악감독은 코미디 광대들과 훌륭한 음악가들을 똑 같이 취급하는데 대하여 속이 상해있다. 아리아드네역을 맡은 소프라노는 무대연습은 하지 않고 분장실에서 얼간이 추종자들을 만나 노닥거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어떤 얼빠진 백작은 프리마 돈나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 식사를 하다말고 정신없이 분장실로 달려오기까지 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공연 때문에 정신없는듯 보이지만 정작 공연에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체르비네타에 나탈리 드사이


[인테메쪼] 그날 밤의 모든 행사를 총괄하는 집사장은 두 개의 공연 때문에 불꽃놀이가 늦게 시작되지 않도록 하는 묘안을 생각해 낸다. 오페라와 코미디를 동시에 공연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집사장이 자기의 아이디어를 음악감독에게 말하자 음악감독은 이 새로운 요청을 단연코 거절한다. 어떻게 같은 무대에서 한쪽에서는 오페라가 공연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코미디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음악감독이 난색을 표하자 집사장은 음악감독과 작곡가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집사장은 ‘여보게! 오페라의 한 파트로 코미디를 넣으면 안 되겠나? 광대들을 오페라에 출연시키면 어쨌든 밤 9시 전에 끝낼수 있지 않은가? 주인 나리가 좋아하시겠는데..에헴’이라고 말한다. 주인 나리라는 소리에 음악감독과 작곡가는 어쩔 수 없이 이 제안을 승낙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리마돈나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방방 뜬다. 오페라 성악가들이 딴따라와 함께 같은 무대에서 공연한다는 일은 절대로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음악감독이 나서서 오늘 밤의 모든 박수갈채는 프리마 돈나의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여 겨우 마음을 돌려놓는다. 코미디 광대들이 나타나 오늘밤의 오페라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 음악 감독은 아름다운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버림을 받아 실연 끝에 무인도에 와서 죽을 작정만 하고 있는데 바카스라는 미남 신이 나타나자 어느덧 마음이 맞아 언제 죽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해준다. 코디디팀 대장인 체르비네타는 ‘여자란 다 그래! 새 애인 찾으러 무인도에 갔구만!’이라고 나불거린다. 음악 감독은 그 대사가 참 좋다고 하면서 작곡가에게 어서 저 내용을 피날레에 넣으라고 소리친다.

 

아리아드네. LA오페라


[본막] 막이 오르자 무대는 기괴한 동굴이 보이는 무인도이다. 주인공 아리아드네(Ariadne)가 동굴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아리아드네는 지하세계의 신 헤르메스가 어서 자기를 데려가 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세 명의 요정(님프)이 아리아드네를 지켜보고 있다. 나이아드, 드리아드, 에코이다. 광대들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절망에 빠져있는 아리아드네의 기분을 돌려놓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리아드네는 오로지 죽음만이 지금의 자기를 구해 줄 수 있다고 중얼 거린다. 이번에는 코미디 팀의 우두머리인 체르비네타(가 등장하여 자기의 특기를 살려 아리아드네의 기분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한다. 이 때에 체르비네타는 믿을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그리고 복잡한 수퍼 아리아를 부른다. 자기를 떠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바로 자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아리아 Lieben nur mit du!는 현존하는 오페라 아리아중 가장 고난도의 것이다. 마적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때 멀리서 섬을 향해 배 한척이 들어온다. 이 광경을 본 아리아드네는 자기를 버렸다고 믿었던 테세우스(Theseus)가 마음을 돌려 찾아온 것으로 생각하여 기분이 들떠서 마중하러 뛰어 나간다. 그러나 그 배에는 젊은 미남 신인 바커스(Bacchus)가 타고 있다. 해안에 도착한 바커스는 아리아드네를 보자마자 반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어느새 두 사람은 행복한 마음으로 동굴로 되돌아가는 중 막이 내린다. 광대역의 체르비네타가 막을 비집고 나와 결론을 얘기한다. ‘우리 여자들은 새로운 미남이 나타나는 순간 곧이어 마음을 빼앗긴답니다.’

 

 아리아드네 역의 엘리자베트 슈봐르츠코프와 할레퀸 역의 카를 슈미트-발터. 1940. 베를린 도이치오퍼. 슈봐르츠코프는 프리마 돈나인 아리아드네 역활 이외에도 초기에는 콜로라투라인 체르비네타 역을 자주 맡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