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93. Szymanowski, Karol (치마노브스키) [1882-1937]-로저 왕 (목동)

정준극 2007. 7. 5. 11:06

 카롤 치마노브스키


[로저 왕] (목동)


타이틀: Krol Roger (King Roger) 또는 Pasterz (The Shepherd: 목동). 전3막. 작곡가 자신과 동료 한사람이 대본을 완성했다.

초연: 1926년 바르샤바(Teatre Wielki)

주요배역: 로저2세(시실리의 왕), 록산나(왕비), 에드리시(아라비아의 현자), 목동, 대주교, 교회의 장로들

사전지식: 무대는 1150년대의 시실리.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주로 바르샤바에서 활동했고 스위스의 로잔느에서 세상을 떠난 폴란드의 작곡가 카롤 치마노브스키가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와 작곡한 오페라로 이탈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오페라에 나오는 시리큐스의 왕 디오니서스 시기의 춤은 오히려 기독교가 이교로, 중세가 고전시대로 이전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디오니서스적인 결론은 마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서의 결론과 흡사하다. ‘로저 왕’에서도 디오나서스왕은 젊음을 지닌 에로틱한 존재로서 마지막에만 나타난다. 제2막에서 록사나가 부르는 아름다운 아리아는 아랍-터키풍으로서 마치 이슬람을 표현한 것과 같다. 치마노브스키는 이 오페라에서 세계종교라는 공통적인 기념비를 세우고 싶었던 것 같다. '로저 왕'은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의 요소들을 혼합한 작품이다. 카롤 치마노브스키는 폴란드의 DH 로렌스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치마노브스키는 '인생은 가장 감각적일 때에 의미가 있다'(Life is most meaningful when most sensuous)라고 주장했다.

 

폴란드 브로클라브(Wroclaw)공연. 마리우츠 브비시엔(Mariusz Kwiecien)과 올가 프스치니크(Olga Paschinyk)

 

에피소드: 아무런 이해관계나 상치되는 의견이 없는 드라마이다. 누그든지 이 오페라에서 위대한 왕과 왕비등 고전적인 주인공의 이미지를 찾으려 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또한 고전적인 오페라에서 볼수 있는 결론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적인 오페라에서는 해피엔딩이든지 권선징악이든지 또는 죽음으로서 구원을 받는다든지의 결말이 있지만 이 오페라에서는 그러한 것이 없다. 왜 왕이 목동의 메시지를 접수하는가? 어떻게 하여 록사나왕비가 목동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가? 목동은 실제로 누구인가? 신인가? 또는 신의 아들인가? 어떤 종교의 지도자인가?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부녀자를 유혹하는 사람인가? 또는 교회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일에 성공한 사람인가? 모든 사항이 불투명하며 겉으로만 묘사되어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미해결된 사건에 사슬로 묶어져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종래의 개념이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서 이 오페라를 대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추측할수 있는 것은 로저 왕이 지식인들로 구성된 아폴로주의자들과 환락을 추종하는 디오니서스주의자들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번민을 한다는 것이다.

 

'목동 왕'에서 소프라노 테미 라파엘 캄마로바(Temi Raphael Kamarova)


줄거리: 제1막. 석양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시간에 팔레르모의 귀족들과 시민들이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에 모여든다. 로저(Roger)왕과 왕비 록사나(Roxana), 그리고 아라비아인 자문관인 에드리시(Edrisi)도 축제미사에 참석한다. 대주교와 장로들이 로저왕에게 ‘지금 시실리에서는 어떤 젊고 핸섬한 목동이란 자가 새로운 종파를 만들어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의 교회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왕은 당장 그 목동을 데려오도록 한다. 대주교와 교회의 장로들은 왕이 그 목동에게 신성모독죄를 적용하여 사형에 처할 것을 기대한다. 드디어 목동이 불려온다. 왕과 왕비, 그리고 자문관인 에드리시는 그 목동의 단아함과 겸손함, 그리고 온화함과 비굴하지 않은 태도등에 좋은 인상을 받는다. 왕은 '저런 훌륭한 청년이 백성들을 미혹할리는 만무하다'면서 그 자리에서 목동을 석방하라고 지시한다. 대주교와 교회의 장로들이 죄를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은 어쩔수 없이 다음날 궁성에서 재판을 하여 전말을 조사하도록 한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무대

                                      
제2막. 로저왕의 왕궁이다. 왕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목동을 기다리고 있다. 왕은 자문관인 에드리시에게 요즘 왕비가 삶에 대한 기쁨을 잃고 있는 것 같으며 더구나 자기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털어 놓는다. 두 사람의 얘기를 엿들은 왕비는 왕에게 ‘곧 목동이 나타날 터인데 좀 우아하고 점잖게 마중할수 없느냐?’며 핀잔을 준다. 이윽고 목동이 등장한다. 목동의 자태는 왕비를 비롯하여 궁정의 여러 사람들의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목동과 함께 들어온 네명의 음유시인들이 루트에 맞추어 아름답고 매혹적인 노래를 부른다. 모두들 정신이 나갈 정도로 넋이 빠진다. 이윽고 사람들은 마치 독약에 마취된듯 춤을 춘다. 오로지 왕만이 마법과 같은 현상에 빠져 있지 않다. 왕은 경비병들에게 목동을 쇠사슬로 묶도록 명령한다. 그러나 목동은 칭칭 묶어놓은 쇠사슬을 아주 가볍게 끊고서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여러분, 저와 함께 영원한 자유가 있는 나라로 가지 않으시렵니까?’라고 권유한다. 모두들 그를 따라 나간다. 다만 왕과 자문관인 에드리시만이 남아 있다. 왕은 왕관을 벗어 던지고 목동을 따라서 떠난 왕비 록사나를 찾으러 순례의 길을 떠난다.

 

피날레. 디오니서스에 의한 광란의 축제가 끝난후


제3막. 시라큐스의 옛날 원형극장의 폐허이다. 오랜 방랑 끝에 로저왕과 에드리시가 이곳까지 온다. 로저왕이 록사나의 이름을 외치며 찾는다. 그러자 멀리서 록사나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어느새 왕의 앞에 나타난다. 왕비 록사나는 목동이 주관하는 새로운 종교를 찬양하며 이 종교만이 자기를 삶의 괴로움에서 구해 줄수 있다고 말한다. 그 때 목동이 자기의 실제 모습으로 원형극장에 나타난다. 시라큐스의 왕 디오니서스(Dionysus)였다. 디오니서스와 함께 나타난 무리들은 바카스의 축제를 벌이면서 광란의 춤을 춘다. 춤이 절정에 이르자 이들은 록사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로저 왕은 떠오르는 태양을 찬양하며 혼자 남아 있다.   

 

록사나(Kristine Ciesinski)는 관능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인 존재이다. 1990.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