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62. 찬도나이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정준극 2007. 7. 9. 09:58

리카르도 찬도나이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타이틀: Francesca da Rimini (Francesca from Rimini).

주요배역: 프란체스카, 파올로, 조반니(지안치오토)

초연: 1914년 2월 18일 토리노의 테아트로 레지오

베스트 아리아: Chi ho veduto(S), Paolo, datemi pace!(S)

사전지식: 주인공 프란체스카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실존인물이다. 라베나(Ravenna)의 영주 귀도 다 폴렌타(Guide da Polenta)의 딸로서 원래 이름은 Francesca da Polenta였다. 프란체스카는 지안치오토 말라테스타(Gianciotto Malatesta)와 결혼하여 호칭이 Francesca da Rimini로 바뀌어진다. 프란체스카는 남편의 동생인 파올로 말라테스타(Paolo Malatesta)와 불륜의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이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죽이는 비극이다.

에피소드: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이며 운명적인 사랑은 수많은 문인, 화가, 음악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다. 미술에서는 프랑스의 앙그레(Ingres)와 로댕(Rodin), 독일의 셰퍼(Scheffer), 이탈리아의 프레비아티(Previati)등이 작품의 소재로 삼았으며 음악으로서는 리카르도 찬도나이의 오페라 이외에도 차이코프스키의 교향시가 유명하다. 문학작품으로서는 시성(詩聖) 단테가 신곡(神曲)의 연옥편에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인 사랑이 그렸다. 단테의 신곡은 3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걸작은 연옥(The Hell)편이다. 연옥의 제5부에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이면서도 열정에 얽매인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메트로폴리탄 무대. 2012

                       

줄거리: 라베나(Ravenna)의 영주 귀도 다 폴렌타(Guido da Polenta)의 딸 프란체스카(Francesca da Polenta)는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유한 귀족 지안치오토 말라테스타(Gianciotto Mallatesta)와 정략적인 결혼을 한다. 결혼후 프란체스카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Francesca da Rimini)라는 호칭을 갖는다. 남편 지안치오토(다른 번안에서는 조반니라고 표현됨)는 절름발이이다. 나이 많은 남편은 젊고 아름다운 프란체스카가 혹시나 자기 이외의 남자와 무슨 스캔들이나 있지 않을까 하여 매사에 의심의 눈길이다. 그러한 걱정은 당연히 질투로 변한다. 남편은 프란체스카의 행동이 조금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모욕적인 언사로 프란체스카를 학대한다. 파올로 말라테스타(Paolo Malatesta)는 남편의 동생(프란체스카의 시동생)이다. 이 세상에 파올로와 같은 미남은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 마음씨는 정열적이며 친절하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는 한 집에 살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가깝게 지낼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번민과 고독을 함께 나누며 결국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드디어 파올로가 프란체스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키스를 나누며 두려운 기쁨에 몸을 맡긴다. 그후 남편이 출타중일 때마다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하여 정열적인 밀회에 탐닉한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두사람의 밀회 장면을 목격한 남편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 칼을 빼어들고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죽인다.

 

취리히 오페라 무대.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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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20편의 오페라가 있다. 가장 처음 나온 오페라는 이탈리아의 펠리치아노 스트레포니(Feliciano Strepponi)가 작곡한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로서 1823년에 파두아에서 초연되었다. 가장 최근의 오페라는 위에서 소개한 리카프오 찬도나이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로서 1914년에 토리노에서 초연되었고 지금도 여러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다.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는 실존인물이다. 1255년에 태어나서 30세인 1285년에 세상을 떠난 라벤나의 영주 귀도 다 폴렌타(Guido da Polenta: - 1297)의 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이름은 프란체스카 다 폴렌타였으나 리미니의 영주 말라테스타 다 베루키오(Malatesda da Verucchio)의 아들 조반니 말라테스트(Giovanni Malatesta: -1304: 일면 지안치오토)와 결혼했기 때문에 그로부터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라는 호칭을 갖게 되었다. 프란체스카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순전히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의 덕분이다. 단테는 그의 불후의 걸작인 '신곡'(Divina Commedia)에서 프란체스카를 소재로 삼은 내용을 기술하였다. 단테는 프란체스카와 같은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프란체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본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장면. William Dyce 작품.

                                                                                   

프란체스카는 라벤나 영주 귀도 다 폴렌타 1세의 딸이었다. 라벤나는 현재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 있는 도시로서 중세에는 라벤나 지역의 중심되는 도시였다. 라벤나는 402년부터 407년까지 서로마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도이다. 아드리아해에 직접 면하여 있지는 않지만 운하로서 아드리아해와 연결되어 있다. 위치는 베니스 아래쪽이다. 그리고 리미니는 역시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도시로서 과거에는 리미니 지역의 중심도시였다. 아무튼 라벤나와 리미니는 같은 지역에서 이웃해 있는 도시이다. 프란체스카는 1275년 경에 조반니 말라테스타와 결혼했다. 프란체스카가 20세 때였다. 조반니 말라테스타는 절름발이였다. 그래서 '절름발이 조반니'라는 별명이 있었다. 프란체스카가 어찌하여 절름발이인 조반니와 결혼하게 되었느냐면 당시 라벤나의 폴렌타 가문과 리미니의 말라테스타 가문은 원수처럼 지내서 서로간에 전투가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계속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지내자고 합의하고 결혼으로서 평화를 굳건히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프란체스카가 리미니의 말라테스타 가문으로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리미니에서 남편의 동생인 파올로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파올로도 결혼한 몸이었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는 거의 10년 동안이나 밀회를 하면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1283년인지 1285년인지 하여튼 프란체스카와 파올로가 침대에 있는 것을 남편 조반니가 발견했다. 분노한 조반니는 당장인지 또는 한참 후인지 하여튼 두 사람을 모두 죽였다. 그것이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의 사실적인 스토리이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프란체스카의 남편이며 파올로의 형인 조반니가 발견하고 칼을 들어 두 사람을 죽이려하고 있는 장면.

 

단테가 그의 '신곡'에서 프란체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하자 많은 사람들이 프란체스카의 비극적인 삶과 사랑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프란체스카 이야기가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은 '데카메론 야화'로서 유명한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가 Esposizioni sopra la Comedia di Dante(Expositions on Dante’s Comedy: 단테의 신곡에 대한 상설)이라는 글에서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여 발표하고부터였다. 이에 의하면 프란체스카는 속임수로 조반니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원래 절름발이였던 조반니는 자기가 불구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프란체스카가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여 동생 파올로를 보내어 자기 대신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결혼식을 거행한 다음날 아침에 자기가 속았음을 알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조반니를 멀리하고 파올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버전은 가공된 스토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프란체스카로서 조반니와 파올로를 구별하지도 못하고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더구나 파올로는 이미 결혼을 했으므로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카치오는 1313년에 태어났다. 프란체스카가 죽은지 27년이 지나서 태어났다. 그런 보카치오가 프란체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보카치오 이전에 단테의 '신곡'을 해설한 사람들은 프란체스카가 속아서 결혼하게 되었다느니 등의 스토리를 언급한 일이 없고 보카치오 이후의 사람들이 간혹 그렇게 설명했을 뿐이다.

 

트리에스테의 베르디극장 공연. 프란체스카와 파올로

 

그러면 실제로 단테의 '신곡'에는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어떻게 기술하여 놓았는가?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는 연옥의 제5부에 등장한다. 단테와 비르길은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지옥의 두번째 서클에서 만난다. 이곳은 욕망에 넘쳐 있는 자들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두 연인은 영원한 회오리바람에 잡혀 있어서 이들이 정열 때문에 떠내려 갔듯이 회오리바람에 휩쓸려서 허공에 떠다니고 있다. 단테가 두 사람을 큰 소리로 불러 오게한다. 허공에 회오리바람과 함께 떠 다니던 두 사람은 단테 앞에 잠시나마 머무르게 된다. 단테가 여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여인은 자세하지는 않지만 완곡하게 자기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던 단테는 그 여인의 이름이 프란체스카인 것을 알게 된다. 단테는 프란체스카에게 어떻게해서 그와 파올로가 겁벌을 받게 되었는지 묻는다. 프란체스카가 파올로와 함께 죽임을 당한 이야기를 들은 단테는 동정하는 마음이 생겨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애정의 장면을 조반니가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 옆에는 하인이 지켜보고 있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오페라는 다음과 같다. 모두 한번 이상씩은 공연되었으나 살바토레 파파를라도가 1840년에 제노아에서 작곡한 '리미니의 프란체스카'는 한번도 공연된 일이 없다. 오페라의 제목은 거의 모두 '리미니의 프란체스카'이지만 어떤 오페라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라고 붙인 경우도 있다.

 

- 펠리치아노 스트레포니(Feliciano Strepponi)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3년 파두아 초연

- 파올로 카를리니(Paolo Carlini: 1922-1979)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5년 나폴리 초연

- 사베이로 메르카단테(Saveiro Mercadante: 1795-1870)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8년 마드리드 초연

- 게타노 퀼리치(Gaetano Quilici)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9년 루카 초연

- 피에트로 제네랄리(Pietro Generali: 1773-1832)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29년 베니스 초연

- 주세페 스타파(Giuseppe Staffa: 1807-1877)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1년 나폴리 초연

- 푸르니에 고르(Fournier-Gorre)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2년 리보르노(Livorno) 초연

- 프란체스코 모를라키(Francesco Morlacchi: 1784-1841)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6년 완성. 미공연

- 안토니오 탐부리니(Antonio Tamburini: 1800-1876)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6년 리미니 초연

- 에마누엘레 보르가타(Emanuele Borgata)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37년 제노아 초연

- 조아키노 말리오니(Gioacchino Maglioni)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40년 제노아 초연

- 오이게네 노르달(Eugne Nordal)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40년 오스트리아 린츠 초연(사후공연)

- 살바토레 파파를라도(Salvatore Papparlado)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840년 제노아에서 완성. 미공연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regei Rachmaninoff: 1873-1943)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06년

- 루이지 만치넬리(Luigi Mancinelli: 1848-1921)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07년의 단막 오페라

- 에밀 아브라니(Emil Abranyi: 1882-1970: 헝가리 출신)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1912년

- 프랑코 레오니(Franco Leoni: 1864-1949)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14년. 크로포드(Crawford)의 희곡을 기본으로 함.

- 프리모 리키텔리(Primo Riccitelli: 1875-1941)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공연여부 미확인

- 리카르도 찬도나이(Riccardo Zandonai: 1863-1938)의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1914년 가브리엘 다눈치오(Gabriel D'Annunzio)의 희곡을 기본으로 완성.

 

연옥의 장면. 라벤나의 폴렌타 가문과 리미니의 말라테스타 가문의 대립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