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60. 볼프-페라리의 '슬라이'

정준극 2007. 7. 9. 09:57


에르마노 볼프-페라리(Ermano Wolf-Ferrari: 1876-1948)

 

[슬라이] 


타이틀: Sly. 또는 La leggenda del dormiente risvegliato(The Legend of the Sleeper Awoken). 크리스토퍼 슬라이(Christopher Sly)라는 시인을 타이틀로 한 전3막의 코믹 오페라.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주요배역: 웨스트모어랜드경, 돌리, 슬라이(시인)

       

주점에서의 슬라이


줄거리: 마을에 있는 활콘(Falcon)이라고 하는 술집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흥겹게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 서민들의 소박한 삶이 흥겹게 넘쳐흐른다. 왕족과 다름없는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웨스트모어랜드(Sir Westmoreland)경에게는 앞으로 결혼할 돌리(Dolly)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돌리는 웨스트모어랜드의 궁전에서 아쉬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돌리는 오히려 그런 지나치게 화려한 생활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돌리는 서민들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에 몰래 궁전을 빠져나와 마을의 활콘 주점에 들어선다. 술집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돌리의 아름다움과 은연중 기품있는 행동에 감명을 받는다. 궁전에 있던 웨스트모어랜드경는 돌리가 마을로 나들이 나건 것을 알고 시종들과 함께 찾으러 나간다. 웨스트모어랜드경은 돌리가 활콘 주점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한참 유쾌한 분위기에 젖어 있던 돌리는 웨스트모어랜드가 어서 돌아가자고 하자 잠시만 더 있다가 가자고 조른다. 이 때 시인인 슬라이(Sly)가 술집에 들어선다. 빚 때문에 자기를 체포하러 쫓아다니는 경찰관을 가까스로 따돌리고 온 것이다.


웨스트모어랜드와 돌리. 현대적 연출

            

이 술집의 단골인 슬라이는 경찰을 성공적으로 피해 도망온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노래를 부른다. 마을 사람들을 미인 돌리와 시인 슬라이가 있기에 더욱 즐거워한다. 슬라이는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술을 얻어 마신다. 돌리를 본 슬라이는 이 여인이야 말로 자기가 꿈속에서 그리던 여인이라고 생각하여 흥분되고 기쁜 나머지 계속 포도주를 마신다. 정작 돌리에게는 말한마디 건네지 못한 슬라이는 그만 만취하여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웨스트모어랜드는 이 술 취한 시인이 돌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처음에는 혼을 내줄까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가난하지만 시와 노래로 유쾌하고 살고 있는 슬라이에게 은근히 부러움을 느껴 상관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슬라이를 한번 멋있게 골탕먹이고 싶은 생각을 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꿈속에서처럼 화려하게 살도록 해주고 그 후에 현실로 되돌아오게 하여 더 이상 돌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종들에게 슬라이를 궁전으로 데려가 자기의 화려한 옷을 입히고 침대에 누워 자도록 한다. 웨스트모어랜드는 슬라이가 잠에서 깨어나면 자기 집처럼 생각하게 하고 모든 사람들도 시종처럼 연기를 하라고 지시한다.

 

슬라이를 동정하는 돌리 (슬라이 역의 호세 카레라스)

                                                       

제2막. 궁전의 침실에서 웨스트모어랜드와 시종들이 슬라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이 되어 슬라이가 눈을 뜬다. 그러나 화려한 분위기와 자기가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꿈을 꾸고 있는 줄로 착각한다. 슬라이의 충실한 시종으로 가장한 웨스트모어랜드는 슬라이가 열흘 동안이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고 설명해 준다. 웨스트모어랜드는 슬라이의 부인이 그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침식을 잊을 정도로 계속 기도만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바로 옆방에서는 슬라이의 부인 역할을 맡은 돌리가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슬라이는 부인이 있었나라고 생각하며 한번 만나겠다고 나선다. 얼굴에 베일을 쓴 돌리가 들어오자 슬라이는 이 귀부인이 진짜 자기 부인인 것으로 생각하고 부인과 단 둘이 있고 싶다고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한다. 돌리를 본 슬라이는 바로 이 여자야 말로 자기가 꿈속에 그리던 그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시로 돌리에게 자기의 마음을 전한다. 궁전 생활이 따분해서 견딜수 없었던 돌리는 시인 슬라이가 부르는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를 듣자 마음이 크게 동요된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의 얘기를 주고받을 때에 이제 더 이상 진전되면 곤란하겠다고 생각한 웨스트모어랜드가 경찰관 스네어(Snare)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슬라이를 놀라게 한다. 모두들 한바탕 웃는 중에 슬라이는 현실로 돌아온다.

 

'슬라이' 음반

 

제3막. 슬라이는 궁전의 지하실에 던져진다. 하인들이 모여들어 그를 놀린다. 슬라이는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돌리와 나누었던 사랑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기를 믿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현실인것을 깨달은 슬라이는 사랑하는 돌리가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괴로워한다. 결국 슬라이는 괴로움을 참을수 없어서 깨어진 유리병으로 자기 팔목을 찔러 죽으려 한다. 이 때 돌리가 나타나 죽어가는 슬라이에게 용서를 구하며 자기가 했던 얘기들은 진심이었다고 말한다. 슬라이는 돌리에게 마지막으로 키스해 달라고 한후 숨을 거둔다. 돌리는 배부른 사람들의 무모한 장난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것을 저주한다.


부다페스트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