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66. 로시니의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

정준극 2007. 9. 29. 13:55

1년이 366일인 경우도 4년마다 한번씩 있으므로 365편에 오페라 한편을 더 추가하였다. 로시니는 1792년 2월 29일에 태어났다. 1792년은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윤년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로시니는 4년마다 한번씩 '해피 버스데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로시니로서 4년마다 한번씩 생일 파티를 가져야하니 적당한 불만이었을 것이다. 그런 로시니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하여 그의 걸작 '호수의 여인'(La donna del lago)을 추가 소개작품으로 선정하였다.

 

조아키노 로시니

 

[호수의 여인]


타이틀: La donna del lago (The Lady of the Lake). 전2막 7장. 영국의 문호 월터 스코트(Walter Scott)경의 서술시 The Lady of the Lake를 원작으로 함.

초연: 1819년 10월 24일 나폴리 산 카를로극장

주요 배역: 엘레나(호수의 여인: 더글라스의 딸), 말콤(엘레나를 사랑하는 스코틀랜드의 청년), 제임스 왕(스코틀랜드의 왕: 우베르토라는 이름으로 가장함), 더글라스(엘레나의 아버지, 제임스 왕의 스승), 로드리고(스코틀랜드 반란 지도자)

베스트 아리아: Oh mattutini albori(S. 엘레나의 카바티나), Scendi nel piccol legno(S+T. 엘레나와 우베르토의 두엣), Mura felice...Elena! oh tu, che chiamo(T. 말콤의 아리아), Eccomi a voi, miei prodi(T. 로드리고의 카바티나), Ah, si pera: ormai la morte!(S. 엘레나의 아리아), Aurora! ah sorgerai(T. 우베르토의 아리아)

사전지식: ‘호수의 여인’에서 말하는 호수는 스코틀랜드의 스털링(Sterling)에 있는 카트린 호수(Loch Katrine)이다. 호수의 길이는 무려 13Km에 달한다. 호수에서 연락선으로 운행되고 있는 배의 이름은 SS Sir Walter Scott이다.

 

                

에피소드: 월터 스코트경의 ‘호수의 여인’이 나온 이후 유럽에서는 이 서술시를 원작으로 같은 스토리의 오페라가 약 25편이나 나왔다. 그 중의 하나가 로시니의 작품이다. 1819년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자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로시니표 오페라’는 언제 어디서나 대인기였다. 초연의 타이틀 롤은 유명한 소프라노 이사벨라 콜브란(Isabella Colbran)이었고 상대역인 제임스왕 역은 테너 조반니 다비드(Giovanni David)가 맡았다. 그로부터 4년후인 1823년 이 오페라의 런던 초연에서도 이사벨라 콜브란과 조반니 다비드가 주역을 맡아 갈채를 받았다. 어찌된 일인지 로시니의 ‘호수의 여인’은 그로부터 거의 1백년을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58년 플로렌스에서 리바이벌되어 다시 한번 빛을 보게 되었다. 메조소프라노 마릴린 혼(Marilyn Horne)과 테너 라크웰 블레이크(Rockwell Blake)가 주역을 맡은 공연이었다. 같은해에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의 리바이벌에서도 마리린 혼과 라크웰 블레이크가 무대에 섰다. 그후 어쩐 일인지 또 다시 30여년을 사라져 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1983년 페사로에서의 로시니 페스티벌에 선발되어 등장하게 되었다. 소프라노 카티아 리키아렐리(Katia Ricciarelli)와 바리톤 사무엘 레이미(Samuel Ramey)가 주역을 맡았다. 사람들은 이렇게 훌륭한 오페라를 왜 찾지 않았는지 심히 궁금하게 생각했다. ‘호수의 여인’은 로시니 페스티벌 이후 세계 각국에서 빈번하게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중의 하나가 되었다. 

 

페사로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줄거리: 제1막 1장. 이른 새벽. 카트린 호수가에서 목동들이 양떼를 지키고 있고 주변의 숲에서는 사람들이 사냥을 하고 있다. 사냥꾼들의 합창 Del Di La Messaggiera가 경쾌하다. 엘레나(Elena)가 호수가를 거닐며 자기의 진정한 사랑인 말콤(Malcolm)을 그리워하는 카바티나를 부른다. 이때 어떤 훌륭한 기사가 사냥하다가 길을 잃었는지 호수가로 나왔다가  엘레나를 만난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왕(King James V)이다. 제임스 왕은 우베르토(Uberto)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감추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제임스 왕은 이 지역에 아름다운 엘레나가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엘레나를 한번 만나고 싶어 하던 터였다. 마음씨 착한 엘레나는 우베르토를 길 잃은 사냥꾼인줄로 알고 그를 자기 집으로 안내하여 쉬고 가도록 한다. 제임스 왕(우베르토)은 기꺼이 엘레나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간다. 한편 제임스 왕의 시종들은 왕을 찾기 위해 숲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들의 합창인 Uberto! Ah! dove t'ascondi?가 아름답다.

 

제임스왕과 엘레나(조이스 디도나토)

                          

1막 2장. 엘레나의 집에 도착한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집안에서 자기 선조의 문장과 휘장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엘레나의 아버지가 자기의 옛 스승인 더글라스(Douglas)인 것을 알게 된다. 엘레나의 친구들이 몰려와 엘레나가 아버지 더글라스의 주선으로 스코틀랜드 민족 지도자인 로드리고(Rodrigo)와 결혼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로드리고는 제임스 왕에 반대하여 저항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은근히 질투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엘레나가 로드리고를 사랑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내심 기뻐하며 엘레나의 집을 떠난다.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부르는 두엣 Cielo! in qual estasi!가 각자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잠시후 엘레나와 서로 사랑하고 있는 말콤이 등장한다. 말콤은 제임스 왕에 항거하는 스코트랜드 반군에 합류할 것을 결심한다. 이때 엘레나와 아버지 더글라스가 들어온다. 말콤이 있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곧 있을 로드리고와 엘레나의 결혼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아버지 더글라스는 엘레나가 싫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가문을 위해 로드리고와 결혼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아버지 더글라스가 자리를 비우자 말콤이 나타나 ‘엘레나, 이게 도대체 웬 일이요?’라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굳게 다짐한다. 두 사람의 두엣 Vivere io non portro가 마음을 울린다.

 

라 스칼라 무대


1막 3장. 하일랜더(스코틀랜드 원주민) 전사들이 그들의 지도자인 로드리고를 크게 환영한다. 전사들은 Qual rapido torrente를 합창하며 어서 전투를 하여 제임스 왕을 몰아내자고 다짐한다. 한편, 로드리고는 장차 자기의 신부가 될 엘레나를 어서 만나보고 싶은 심정이다. 엘레나가 아버지 더글러스와 함께 등장한다. 아버지 더글라스는 딸 엘레나에게 다시한번 가문을 위한 의무를 다 할것을 다짐한다. 아름다운 엘레나를 만난 로드리고는 엘레나에 대한 '과연!'이라면서 사랑을 노래하며 기뻐한다. 말콤이 하일랜더 전사들과 합류키 위해 등장한다. 로드리고는 말콤에게 엘레나를 소개하며 곧 결혼할 사이라고 말해준다. 엘레나가 말콤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애쓰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로드리고와 더글라스는 말콤과 엘레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을 알아 차린다. 그럴 때에 로드리고의 종복이 뛰어 들어오며 제임스 왕의 병사들이 공격해 오고 있다고 전한다. 로드리고, 말콤, 그리고 하일랜더 전사들이 전장으로 떠날 준비를 서두른다.

  

휘오르텐토 오페라극장

                              

제2막 1장. 엘레나가 홀로 집에 있는데 우베르토/제임스 왕이 급히 찾아온다.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엘레나가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서 혹시 변을 당할지 모르므로 미리 피신토록하기 위해 온 것이다. 엘레나를 만난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엘레나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비로소 밝힌다. 당황한 엘레나는 자기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엘레나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신하며 가지고 있던 반지를 준다.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엘레나에게 짐짓 '이 반지는 스코틀랜드 왕이 나에게 준 것으로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반지를 보이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떠난다. 한편, 반군 지도자인 로드리고는 자기의 신부가 될 엘레나의 집에 제임스 왕의 심복으로 보이는 어떤 기사가 찾아 왔다는 소문을 듣고 질투심에 분노하여 부하들을 시켜 그 자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우베르토/제임스 왕이 엘레나의 집에서 막 떠나려 할 때에 로드리고의 부하들이 들이 닥친다. 엘레나는 로드리고의 부하들에게 이 사람은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이니 제발 죽이지 말고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한다. 부하들을 뒤쫓아 온 로드리고는 우베르토가 제임스 왕인줄 모르고 심한 모욕과 함께 결투를 요청한다. 기사로서 모욕을 당한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로드리고의 결투 요청을 받아 들인다. 엘레나가 두 사람의 결투를 막으려고 하소연했지만 헛수고였다. 로드리고와 우베르토/제임스 왕은 결투를 위해 밖으로 나간다.

 

전투장면

 

2막 2장. 전투는 하일랜드 전사들이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다. 로드리고는 전투에서 죽었고 하일랜더 전사들은 패배하여 퇴각하고 있다. 전투가 잠시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말콤은 엘레나의 신변이 걱정되어 엘레나를 찾아온다. 엘레나의 집에는 아무도 없다. 하인은 엘레나가 제임스 왕에게 평화를 호소하고 위해 단신으로 제임스 왕의 궁전에 들어간 아버지를 찾아서 떠났다고 말한다. 말콤은 엘레나가 제임스 왕의 궁전으로 갔다는 얘기를 듣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엘레나를 구출하기 위해 제임스 왕의 궁전으로 급히 달려간다

  

패배한 하일랜더 전사들

 

2막 3장. 궁전에서 더글러스는 옛날 자기의 제자였던 제임스 왕에게 모든 하일랜더 사람들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제임스 왕은 반란을 용서할수 없다고 하며 거절한다. 한편, 아버지를 찾아 뒤쫓아 간 엘레나는 궁전문에서 병사들에게 저지당하였으나 우베르토가 준 반지를 보여주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무사히 들어간다. 엘레나는 우베르토가 상당한 지위의 사람인줄 알고 그를 만나면 아버지와 말콤, 그리고 심지어 로드리고까지 목숨을 구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엘레나는 로드리고가 전투에서 죽은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우베르토를 기다리던 엘레나는 옆방에서 우베르토가 자기를 사모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는다. 엘레나는 우베르토를 통하여 제임스 왕을 만나 모두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열 드 왈로니 극장

                                              

2막 4장. 제임스 왕의 접견실이다. 궁정의 백관들이 제임스 왕을 합창으로 찬양한다. 엘레나가 막무가내고 제임스 왕을 만나러 나간다. 엘레나는 제임스 왕이 우베르토 바로 그 사람인 것을 알고 기절할 정도로 놀란다. 엘레나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이 누그러진 제임스 왕은 더글라스와 말콤을 용서한다. 아버지와 말콤을 구한 엘레나의 기쁨은 한이 없다. 모두들 평화가 되돌아 왔음을 기뻐한다. 해피엔딩! 그러나 그 후에 엘레나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짐작컨대 제임스 왕의 아량으로 말콤과 결혼했을 것이다. 

 

엘레나 역의 조이스 디도나토. 라 스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