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메조소프라노

사계절의 메조 Susanne Mentze (수잔느 멘체)

정준극 2008. 2. 28. 13:18
 

▒ 사계절의 메조 Susanne Mentze (수잔느 멘체)


미국의 메조소프라노 수잔느 멘체는 ‘사계절의 메조소프라노’(Mezzo Soprano for All Seasons)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그는 리릭 오페라에서 이른바 ‘바지역할’(travesti)로 이름나 있다. 케루비노, 이다만테, 섹스투스, 옥타비안, 작곡가(낙소스의 아리아드네) 등이다. 수잔느 멘체는 이 모든 역할을 맡아했고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스커트를 입은 메조소프라노 역할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가 바지 대신에 코르세트를 입고 무대에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보기에도 황홀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에도 더욱 아름다움이 있었다. 첫 시도는 도라벨라(여자는 다 그래)였다. 신문들은 ‘이 디바는 우리 모두의 눈을 즐겁게 해줄뿐만 아니라 귀도 즐겁게 해주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부드러운 노래의 아름다움이 파도처럼 몰려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연기에도 재능이 뛰어났다. 그의 코믹한 재능을 도라벨라에서뿐만 아니라 시골 처녀인 체를리나(돈 조반니)에서도 보여주었다. 1987년의 체를리나는 라 스칼라 데뷔 역할이었다. 리카르도 무티의 초청을 받아 라 스칼라 무대에 서게 되었으며 이 공연은 최근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그는 타고난 연극적 본능을 지니고 있다. 아달지사(노르마)를 맡았던 것은 ‘왕관에서 빛나는 또 하나의 보석’이라는 평과 함께 황홀하게 찬란하고 감정이 풍부하여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였다는 것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바지역할’도 잊지 않았다. 1999년 그는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에서 ‘캬풀레티가와 몬테키가’(벨리니)의 로메오를 맡은 것은 그 예이다. 최근 수잔느 멘체는 그랜드 오페라의 리릭 메조 역할에 도전하였다.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려는 그의 뜨거운 열망때문이었다. 그는 파리의 바스티유에서 드빗시의 유일한 오페라인 ‘플레아와 멜리상드’에서 멜리상드를 맡아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다. 그러다가 바로크 오페라를 발견하고는 헨델의 ‘줄리오 세자레’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그는 뛰어난 가곡 연주자이기도 했다. 특히 독일 예술가곡에서 그러했다. 최근 바르클레이(Barclay)극장에서 가진 연주회에서는 그의 폭넓은 재능을 한껏 보여준 것이었다. 수잔느 멘체는 이날 유명한 피아노 반주자인 마틴 카츠(Martin Katz)의 반주로 말러와 슈만의 예술가곡, 로시니의 아리아(Una voce poco fa), 에릭 사티(Eric Satie)의 노래, 그리고 미국 민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불러 청중들의 숨을 죽이게 했다. 수잔느 멘체는 분명한 사계절의 메조소프라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