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백과/천사 더 알기

천사가 뭐 길래

정준극 2008. 7. 25. 13:33
 

[천사가 뭐 길래?]

‘저 아가씨는 말야! 정말 진짜 천사표야, 천사표!’라는 말은 그 아가씨가 모습도 아름답지만 마음씨도 착하기 이를데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남자에게는 천사라는 표현을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에게는 천사가 여자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이다. ‘천사표 밀가루’라는 것이 있었다. 밀가루가 천사처럼 아름다우며 마음씨가 곱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 속이지 않는 진짜 밀가루라는 뜻일 것이다. '천사표'라고 붙인 이름들은 대체로 순수하고 정직하며 모습도 아름답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는 보통 간호원에 대하여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헌신과 사랑의 모습을 연상할수 있다. 그러고보면 천사는 사랑과 봉사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존재인것 같다. 천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핸드폰 번호에서 제일 좋은 번호는 1004번이라고 한다. 자동차 번호판에 1004라고 적혀 있으면 어쩐지 그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천사처럼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 마음의 천사’라는 영화는 너무도 순진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가운과 같은 하얀 옷을 입고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렸으며 키는 적당히 크고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천사라면 모두가 그렇게 생겼을까? 천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중세의 케루빔 그림. 세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다.

 

[엔젤의 어원]

영어의 엔젤(Angel), 독일어의 엥겔(Engel), 프랑스어의 앙젤(Angele) 등등은 라틴어의 안젤루스(Angelus)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라틴어의 안젤루스는 고대 그리스어인 안젤로스(Angelos)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스어의 안젤로스는 메신저(Messenger)라는 뜻이다. 그리스어인 안젤로스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브리어와 아랍어에서는 어떠한가? 히브리어와 아랍어에서 엔젤(Angel)에 대한 단어는 말라크(Malakh 또는 Malak) 또는 말라이카(Malaika)이다. 셈족의 언어에서 나온 것으로 ‘보내다’라는 뜻이다. 히브리어에서 에인젤에 해당하는 단어로는 크루브(Kruv)라는 것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란 뜻이다. 히브리어인 크루브에서 영어의 케럽(Cherub)이 비롯되었다. 케럽(또는 체럽)은 일반적인 천사를 말하지만 근래에는 일반적으로 통통하게 생겨서 나팔을 불거나 하프를 켜거나 노래를 부르는 어린 천사들을 말한다. 천사를 뜻하는 또 다른 히브리어로서 길-굴림(Gil-Gulim)이란 단어가 있다. ‘회전하다’(Revolving)는 뜻이다. 어떤 경우, 천사가 날개 달린 바퀴로 설명되는 것은 길-굴림의 의미 때문인것 같다. 우리나라 구약 창세기에는 케럽을 '그룹'이라고 번역해 놓았다. 그래서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들도 천사들이 무슨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케럽이 변화되어 그룹이 되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나님의 찬양하는 어린 천사들(케루빔) 

 

[천사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어떤 종교에서도 사람에서처럼 천사의 성별이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남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태교에서 말하는 히브리어의 천사라는 단어는 항상 남성형이다. 뿐만 아니라 천사의 역할도 남성적이다. 유태인들의 경전인 타나크(Tanakh)에 나오는 천사의 역할은 전사(戰士), 사자(使者: 헤랄드), 수호자(가드: 에덴문의 수호자), 씨름하는 자(레슬러)이다. 레슬러에 대하여는 창세기 32장 24절에 ‘야곱이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어떤 사람’은 하나님의 천사이다. 야곱이 천사와 겨루는 내용은 구약성경 호세아 12장 4절에도 나온다. ‘천사와 겨루어 이기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성경에서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하나님의 천사들이 군대가 되어 적군을 물리치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그러므로 천사는 남성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도 천사는 남성형을 택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의 무덤을 봉한 무거운 돌을 움직인 것이 천사인 것을 생각할 때에 남성으로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전통사회에서 힘든 일은 모두 남성의 몫인 것을 생각하면 그렇다. 아무튼 종교에서도 힘든 일은 남성과 같은 천사의 몫이다. 성경에는 몇몇 천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미가엘, 라파엘, 가브리엘 등이다. 이같은 이름들은 유태교에서 모두 남성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에 등장하는 미가엘 등의 이름도 모두 남성의 이름이다. 영어의 Angel의 기본이 되는 그리스어의 Angelos와  Angelos에서 비롯된 라틴어의 Angelus라는 단어는 모두 문법적으로 남성형이다. 독일어의 Engel, 고대 프랑스어의 Angele도 모두 문법적으로 남성형이다. 그러므로 천사를 남성으로 보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듯 싶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천사를 여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성과 같은 긴머리, 아름다운 얼굴, 여성의 가슴을 가진 존재로 연상하고 있으며 간혹 그림이나 조각에도 그런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천사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동화에서는 수호천사들을 대부분 아름다운 여성처럼 그리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동화나 소설, 그리고 그림에는 천사를 여자처럼 그려 놓은 경우가 많다. 긴 머리에 아름다운 얼굴, 솟아 있는 유방을 보면 여자가 틀림없다. 어린이 동화에서는 천사가 항상 착한 일만 하므로 여자로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성경에는 '천사가 수종드니라'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서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받고나자 하늘로부터 천사들이 내려와서 예수에게 수종들었다고 되어 있다. 전사 타입의 남성 천사들이 수종을 드는 것 보다는 마리아와 마르다 같은 여성 천사들이 수종드는 것이 더 아름답다.

 

대천사 미가엘과 가브리엘(이집트 시내산 성캐서린수도원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