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이야기/마리아는 누구

마리아는 이스라엘에서 미리암

정준극 2008. 8. 20. 17:04

마리아는 이스라엘에서 미리암

 

슬픔의 성모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고 숭배 받고 있는 가장 신비한 여인은 성모 마리아이다. 그래서 마리아가 도대체 어떤 분인지 연구하는 마리올로지(Mariology)라는 학문분야까지 있다. 뿐만 아니다. ‘마리아학회’(Mariology Society)라는 모임도 세계의 많은 나라에 구성되어 있으며 마리아연구센터(Center of Marian Study)도 있다. 특히 바티칸에 있는 마리아연구센터는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다. 마리아에 대하여는 연구하고 연구해도 끝이 없다. 끝이 없다기 보다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한없는 신의 섭리를 하찮은 인간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마리아는 모든 것이 신비에 쌓여 있다. 신비스럽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의 비밀을 말하는 것이다. 가장 신비스러운 사건은 동정녀의 잉태이다. 이와 함께 마리아의 무오(無汚)설도 신비에 쌓인 주제이다. 마리아의 죽음은 어떠한가? 역시 신비스럽다. 마리아는 죽은 후에 육체와 영혼이 하늘로 들림을 받아 올라갔다고 한다. 일부 신학자들은 마리아가 죽은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빠져있는 중에 하늘로 들려 올라갔다고 설명한다. 며칠동안의 영면 후에 예수께서 승천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승천했다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이를 몽소승천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모승천. 로마


가톨릭 교회는 몽소승천에 대하여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녀 마리아가 지상생활을 마친 후 그 영혼과 육신을 지닌 채 하늘의 영광으로 영입(迎入)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교의는 1950년에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서 선포되었다고 한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님은 하느님이심으로 스스로 세상에 오셨으며 당신의 능력으로 승천하신 반면에 성모님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사람이며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인간이기에 그분의 특별한 은혜에 의해서 하늘나라로 올리움을 받으셨다"는 점을 밝하고 있다. 한국의 가톨릭 교회가 ‘몽소’(蒙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부르심을 받은’ 승천임을 명시하여 예수님의 승천과 뚜렷이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라틴와 영어권의 표현에서도 예수의 승천은 Ascension으로, 불리움에 의한 성모의 승천은 Assumption으로 표기하여 헛갈리지 않도록 구분하고 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심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당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평생 그리스도에 순응했던 마리아도 땅에서 죽음을 겪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그리스도가 승천하심으로 죄와 죽음을 모두 이기셨듯 성모를 승천하게 함으로서 죽음에 대한 승리를 강조하였다. 성모의 ‘원죄없는 잉태’가 성모 마리아 신비의 출발점이듯이 하늘에 올림을 받은 승천은 신비의 종착점이라는 해석이다. 마리아는 어디서 세상을 떠났는가? 예루살렘이라는 주장도 있고 터키의 에베소라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나사렛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그것 역시 궁금한 사항이다. 이제 짧은 식견이지만 마리아에 대한 여러 고찰들을 간략하게 정리해봄으로서 마리아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한다.

 

나사렛의 성모 수태고지 교회. 17세기 이탈리아 건축가에 의한 교회이다.

                      

우선 마리아라는 이름! 우리가 통상 부르는 마리아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마리암(Mariam)을 독일어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그리스어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할 때에 그렇게 번역했다. 그리스어의 마리암이라는 이름은 아람어와 히브리어의 마리얌(Maryam)을 옮긴 것이다. 나중에 히브리어의 마리얌은 미리암(Miriam)으로 변하였다. 아랍어로도 마리얌(Maryam)이다. 중세에는 마리아라는 이름조차 부르기가 송구스러워서 마돈나(Madonna: My Lady)라고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미리암은 고사하고 영어식으로 메리(Mary)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사람들은 불경스럽게도 강아지에다가 메리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메리마스(Marymass)도 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신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성모영보(聖母領報,) 대축일로서 3월 25일이다. 마리아라는 이름은 주로 병원과 같은 곳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인트 메리 병원(Saint Mary Hospital: 성모병원) 은 대표적이다. 치유의 은사를 믿기 때문인듯 싶다. 고아원에도 세인트 메리라는 이름을 다수 붙인다. 불쌍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성모의 대관식(Queenship of St Mary)

 

마리아(Maria)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의 마리아는 ‘통한의 바다’(Sea of Bitterness)라는 뜻이다. 얼마나 큰 슬픔이면 바다처럼 큰 슬픔일까? 이탈리아어로서도 마리아는 “슬픔”(Sorrow) 또는 ‘통한’(Bitterness)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높은 탑’이라는 뜻이 있다. 높은 탑(High Tower)은 ‘특별한 사람’(Notable People)이란 뜻과 같다. 북구에서는 마리아라는 이름에 ‘바다의 별’(Star of the Sea)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성서학자들은 마리아(또는 미리암)라는 이름이 “찬미자”(Praiser) 또는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을 보냄”(Give Glory to God in the Highest)이라는 뜻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어떤 설명에는 마리아(미리암)라는 이름에 ‘반항적’(Rebellious)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종합하여 보면 마리아라는 이름에는 ‘슬픔’과 ‘찬양’이라는 두가지 뜻이 가장 유별나다고 볼수 있다.

 

오늘날의 나사렛


마리아의 고향을 베들레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베들레헴은 남편 요셉의 본적지이다. 요셉이 베들레헴 출신인 다윗의 후손이기 때문에 베들레헴이 본적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유태에서도 관례에 따라 여자가 결혼하면 호적이 남편의 본적에 올라가므로 그래서 요셉과 함께 힘든 몸을 이끌고 베들레헴으로 호적하러 갔던 것이다. 그러므로 마리아의 본적은 베들레헴이 되었지만 만일 당시에도 주민등록증이 있었다면 주민등록상의 주소는 나사렛(Nazareth)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신약에서 마리아를 ‘나사렛 예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사렛은 갈릴리 지방의 마을이다. 


 나사렛의 성모 마리아 우물(마리아가 나사렛에서 살았을 때 이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