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오페라 더 알기

'트로이 사람들' 스토리

정준극 2008. 10. 24. 15:39

비르길리우스가 쓴 대서사시 ‘이니아스’(Aeneas: Aenead: Enee)의 스토리를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의 스토리

 

 이니아스 일행이 디도 여왕을 알현하고 있는 장면 스케치


제1막. 트로이의 평원. 그리스 군대의 진을 치고 있던 장소이다. 그리스 군대는 10년에 걸친 트로이 공성을 풀고 어느 날 바람처럼 퇴각한다. 트로이 사람들은 그리스 군대가 하루  아침에 퇴각하자 모두들 기뻐하며 성밖으로 나와 전쟁중 죽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의 무덤 주위에 몰려든다. 성밖의 평원에는 그리스 군대가 두고 간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10년 전쟁의 잔해들이다. 다만, 그리스 군대는 퇴각하면서 커다란 목마를 남겨 놓고 갔다. 오페라에서는 무대에 목마가 보이지 않는다. 목동들이 아킬레스의 무덤 위에 올라 앉아 피리를 분다. 딘디무스(Dindymus)의 플루트라는 악기와 비슷한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오보에가 목동들의 피리 음악을 받아서 연주한다. ‘트로이 사람들’에는 전주곡이나 서곡이 없다. 제1막의 첫 장면은 그저 목관악기들의 연주이며 현악기가 등장하는 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카산드라가 입장할 때부터이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왕 프리암(Priam)의 딸로서 여사제이다. 카산드라는 전쟁 중에 죽은 오빠 헥토르(Hector)의 혼령이 트로이 성루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무언지 모르는 어두운 예감으로 불안한 모습이다. 아름다운 안드로마슈(Andromache)는 헥토르의 미망인이며 여덟 살의 아스티아낙스(Astyanax)는 헥토르와 안드로마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아스타이낙스는 아버지 헥토르가 전사했으므로 트로이의 왕위 계승자가 된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사람들에게 트로이에 불행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트로이의 어느 누구도 카산드라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아버지인 프리암 왕마저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가 아버지인 프리암 왕의 우둔함을 비난하는 Malheureux roi!라는 아리아가 깊은 인상을 준다. 카산드라와 약혼한 아시아의 왕자 코로에부스(Coroebus: Chorebe)도 카산드라가 정신이 이상해 졌다고 생각한다. 코로에부스가 부르는 카바티나는 카산드라에게 환상을 버리고 이성을 되찾으라고 간청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노래도 카산드라의 불길한 예감을 씻어 버릴수는 없다. 카산드라는 자기는 물론 사랑하는 코로에부스의 죽음을 예견한다. 카산드라는 코로에부스에게 어서 트로이에서 도피하라고 당부한다. 두 사람이 부르는 듀엣이 대단히 격정적이다. 코로에부스가 카산드라를 두고 떠나지 않겠다고 하자 어차피 불행한 죽음을 예견한 카산드라는 코로에부스와 마지막으로 비밀리에 두 사람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트로이의 백성들이 그리스 군대가 퇴각하여 10년 전쟁이 끝난 것을 기뻐하고 있다. 


장면은 바뀌어 트로이의 궁전이다. 백성들과 병사들이 전쟁이 끝났음을 자축하여 행진을 벌이며 등장한다. 장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트로이 군대의 총사령관인 이니아스가 병사들과 함께 등장하고 이어 신들에게 바칠 제물들을 든 사람들이 등장한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잔치가 벌어진다. 레슬링이 벌어지며 무희들이 춤을 춘다. 난장판과 같은 잔치는 헥토르의 미망인인 안드로마슈가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와 함께 등장하자 중단된다. 안드로마슈와 어린 아스티아낙스는 트로이의 전통에 따라 죽은 자들을 애도하는 흰옷을 입고 있다.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 올때에 클라리넷이 비통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안드로마슈는 홀의 한쪽에 있는 제단 앞에 꿇어 엎드려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린다. 아스티아낙스는 꽃바구니를 제단 앞에 놓는다. 안드로마슈는 겁에 질려 있는 어린 아스티아낙스를 프리암 왕과 헤쿠바(Hecuba) 왕비가 앉아 있는 곳으로 보내어 장차 트로이의 왕이 될 아스티아낙스를 위탁한다. 안드로마슈는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베일을 내려 쓴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슬픈 한숨을 내쉬며 궁전의 홀을 떠난다. 트럼본이 마치 전사자들의 혼령을 부르는 듯 비통한 음률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가 트럼본의 연주를 이어 받아 장송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햄릿의 장례식 때에 나오는 장송행진곡이다. 이때의 판토마임은 베를리오즈가 만들어 낸 가장 뛰어난 장면이다. 

 

카산드라가 트로이의 앞날에 어두운 예감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트로이의 영웅인 이니아스(Aeneas: Enee)가 급히 뛰어 들어온다. 이니아스는 비너스와 안키세스(Anchises)의 아들이다. 이니아스는 아폴로 신전의 고승인 라오콘(Laocoon)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니아스가 무대에 뛰어 들어오는 장면은 연출기법상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이니아스는 이미 백성들과 병사들이 행진하여 들어 올 때에 함께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를리오즈는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이니아스가 마치 처음으로 무대에 등장하는 것처럼 설정해 놓았다. 라오콘은 그리스 군대가 남겨놓고 간 목마가 부정하다고 하면서 창을 던지고 백성들에게 목마를 태워 없애라고 부추긴 일이 있다. 이런 행동이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샀던 것이다. 아테나의 분노를 산 라오콘은 결국 바다의 괴물인 큰 뱀들에게 감겨 죽음을 당했다. 장엄한 푸가 풍의 8중창과 복합창이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리스 군대가 10년 전쟁을 회개하는 상징으로 목마를 남겨 놓은 것인데 이를 모독했으므로 아테나 여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고 믿는다. 프리암 왕은 라오콘의 신성모독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며 목마를 성안으로 모셔 오도록 지시한다. 이니아스는 목마를 성물(聖物)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본 카산드라는 사랑하는 조국이 드디어 멸망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 눈물을 흘린다. 사람들이 목마를 끌고 성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오케스트라는 다시 한 번 성가와 같은 장엄한 행진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베를리오즈는 목마를 무대에 등장시키지 않았다. 잠시후 갑자기 목마 안에서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목마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 병사들이 은밀히 전투를 준비하는 소리이다. 하지만 트로이의 사람들은 이를 다만 신들이 내려주는 좋은 징조의 소리로 여긴다.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는 카산드라는 마침내 백성들의 행진에 합류하여 트로이 성안으로 들어간다.


제2막. 이니아스의 저택이다. 이니아스가 갑옷을 입은채 잠들어 있다. 갑자기 밖에서 전투를 벌이는 소란한 소리가 들린다. 이니아스의 15세 된 아들인 아스카니우스(Ascanius: Ascagne)가 겁에 질려 이니아스의 방으로 뛰어 들어온다. 아스카니우스는 이니아스를 깨운다. 하지만 그때 소란한 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 진다. 민망해진 아스카니우스가 슬며시 방을 떠난다. 어둠 속으로부터 피에 젖어 있는 헥토르의 혼령이 나타난다. 옷은 흐트러지고 머리는 풀어진 모습이다. 갑자기 이니아스의 저택이 무너진다. 트로이의 다른 건물들도 그리스 병사들이 불을 질러 무너지고 있다. 그제서야 이니아스가 잠에서 깨어난다. 헥토르의 혼령은 이니아스에게 그리스 병사들이 성벽을 허물고 건물에 불을 질러 파괴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헥토르는 이니아스에게 트로이의 아들들과 신성한 신상을 부탁하며 어서 이탈리아로 떠날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오랜 항해 끝에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새로운 트로이 왕국을 건설할 것이며 그 임무가 끝나면 이니아스는 영웅과 같은 죽음을 마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니아스의 친구로서 트로이 신전의 사제인 판토우스(Panthous: Panthee)가 급히 뛰어 들어온다. 판토우스는 트로이 신전의 귀중한 신상을 가지고 왔다. 이어 이니아스의 아들인 아스타니우스를 비롯한 트로이의 전사들이 들어온다. 이들은 우선 급한대로 프리암 왕의 궁전을 방어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퇴장한다.

 


헥토르의 혼령이 이니아스에게 나타나 이탈리아로 가서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라고 당부한다.

 

트로이의 병사들은 점차 수세에 몰린다. 트로이의 함락은 시간문제가 된다. 여인들이 베스타 신을 모신 신전의 제단 불길 앞에 모여 간절히 기도한다. 여인들의 기도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트럼펫의 전투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여인들이 기도하고 있는 중에 카산드라가 등장하여 트로이의 용장 이니아스가 적군에게 점거된 프리암 왕의 궁전을 탈환했으며 트로이의 보물들을 되찾았다고 전한다. 카산드라는 이니아스와 병사들이 운명적으로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코자 이탈리아로 가려고 이다(Ida)산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카산드라의 약혼자인 코로에부스는 그리스 병사와 싸우다가 전사했다. 신전에 몰려 있던 여인들은 트로이가 함락된 마당에서 이제 더 이상 그리스 병사들의 잔혹한 능욕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하여 죽음을 각오한다. 카산드라는 이들에게 단검을 주어 자결을 준비토록 한다. 단검이 없는 여인들은 옷자락을 잘라내어 목을 매어달 끈을 준비한다. 죽음을 각오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리라를 들고 거의 광적일 만큼 애절한 찬가를 무아경 속에서 부른다. Complices de sa gloire라는 찬가이다. 여인들중 몇 명은 수치를 무릅쓰고 목숨이라도 보전하려고 기회를 보아 신전을 빠져 나간다. 다른 여인들이 도망가는 여인들을 저주한다. 카산드라도 리라를 들고 신에게 향한 마지막 찬가를 부른다. 그때에 그리스 병사들이 난입하여 여인들에게 트로이의 보물을 내 놓으라고 위협한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병사들을 조소하면서 단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카산드라의 여동생인 폴리세나(Polyxena)도 카산드라의 뒤를 따른다. 그리스 병사들은 트로이의 용장 이니아스가 병사들과 함께 트로이의 보물을 가지고 이다 산으로 피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이다 산쪽을 향하여 경배하며 마치 예언의 소리처럼 ‘이탈리아, 이탈리아’라고 외친다. 여인들은 이니아스가 트로이를 무사히 빠져 나가기를 간구한다. 이어 여인들은 단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시작한다. 어떤 여인들은 옷감으로 목을 매어 죽는다. 또 어떤 여인들은 신전의 난간에서 아래로 떨어져 죽음을 택한다. 

 

카산드라를 비롯한 트로이의 여인들이 그리스 병사에게 능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


제3막. 아프리카의 북부지역의 카르타고이다.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Dido)의 궁전이다. 카르타고의 백성들은 극심한 폭풍우가 지나가고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평온한 날씨가 돌아오자 이를 찬양한다. 디도가 수행원과 종자들을 거느리고 궁전으로 들어선다. 카르타고의 애국가와 같은 찬가가 울려 퍼진다. 백성들과 신하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거나 꽃을 뿌리며 여왕을 환영한다. 디도의 레시타티브와 아리아가 이어진다. 디도의 일행이 폭군을 피하여 튀루스(Tyre)를 떠나 카르타고에 온지도 벌써 7년이 지났다는 내용이다. 튀루스의 폭군은 디도의 남편을 살해한 장본인이다. 카르타고에 온 디도의 일행은 번영을 이루어 비록 조국을 떠났지만 훌륭한 국가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누미디아(Numidia)와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오만방자한 누미디아의 왕이 디도와 결혼하겠다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르타고의 백성들은 카르타고를 노리고 있는 누미디아인들을 사막 저쪽으로 몰아내자고 다짐한다. 백성들은 각자가 카르타고를 수호하는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 디도는 궁전을 건설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건축가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상품을 하사한다.

 

'트로이 사람들'의 무대


백성들과 신하들이 궁전을 떠나고 디도와 디도의 여동생인 안나(Anna)만이 남아 있다. 디도는 동생 안나에게 요즘 들어 어찌된 영문이지 불안감이 마음속으로 엄습해 오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안나는 언니 디도가 남편이 죽은후 외로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여 카르타고에도 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디도는 폭군에게 살해당한 남편 시카에우스(Sychaeus: Sichée)를 잊지 못하여 아직도 결혼반지를 소중하게 끼고 있다. 궁정시인인 이오파스(Iopas)가 들어와 항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나 카르타고에 밀려온 어떤 사람들이 여왕을 알현하고 싶어 한다고 전한다. 이오파스는 튀루스에서부터 디도를 따라온 시인으로 디도의 자문관이다. 이오파스는 조난한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갈곳과 음식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한다. 디도는 자기들도 7년전에 튀루스를 뒤로 하고 피난하여 이곳으로 올때에 폭풍을 만나 고생했던 생각을 하며 그들을 환영키로 한다. 트로이의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조(短調)이다. 아직 소년의 모습을 벗지 못한 아스카니우스(이니아스의 아들)와 판토우스(이니아스의 친구로서 트로이의 제사장)가 트로이의 장군들과 함께 디도의 궁전으로 들어온다. 이니아스는 평범한 뱃사람으로 가장하여 몸을 숨기고 있다. 트로이의 영웅 이니아스의 이름은 이곳 카르타고까지 퍼져 있으므로 함부로 모습을 보일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도는 조난당한 이들에게 머물 곳과 음식을 제공하라고 지시한다. 아스카니우스가 트로이 사람들을 대표하여 앞으로 나와 디도 여왕에게 헤카베(Hecuba)의 왕관, 헬렌의 베일, 일리오나(Iliona)의 보주(寶珠)를 선물로 바치며 자기들은 트로이에서 탈출한 병사들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헤카베는 트로이의 왕 프리암의 아내로서 헥토르와 카산드라의 어머니이다. 헬렌(Helen)은 트로이의 파리스(Paris) 왕자가 스파르타에서 납치하여 데려온 메네라우스(Menelaus) 왕의 부인이다. 헬렌을 트로이로 데려옴으로서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카르타고에 휩쓸려 온 이니아스 일행이 카르타고에 쉴곳과 음식을 청한다.


디도는 힘든 항해 끝에 카르타고에 도착한 트로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성내에 거처할 곳을 마련해 주겠으나 지금은 누미디아가 침공하여 왔으므로 이들을 대적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으니 잠시 해변에서 지내줄 것을 당부한다. 카르타고의 병사들은 용감하게 누미디아의 침입자들과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무기가 허술하고 빈약하여 패배를 거듭한다. 이를 본 이니아스가 감쌌던 옷을 던져 버리고 디도에게 자기가 트로이의 이니아스라고 밝힌후 함께 온 뱃사람들은 모두 일당백의 트로이 용사들이므로 이들과 함께 누미디아 침입자들을 격퇴하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다. 디도는 말로만 듣던 트로이의 용사 이니아스가 자기 앞에 찬란한 갑옷을 입고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이니아스와의 만남을 예정된 운명으로 생각한다. 이니아스는 잠시 아들 아스카니우스를 포옹하여 작별을 고한 후 트로이의 용사들을 소집하여 전선으로 진격한다. 카르타고의 병사들도 트로이 용사들로부터 새로운 무기들을 받아 함께 적진으로 향한다. 이니아스가 이끄는 트로이 용사들이 누미디아 침입자들을 격퇴하였음을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제4막. 카르타고 부근의 어떤 숲속이다. 물의 요정들인 님프들이 연못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님프들의 발레는 판토마임으로 진행된다. 즐겁게 뛰놀던 님프들은 가까이에서 사냥꾼들의 소리가 들리자 놀라서 물속으로 숨는다. 사냥꾼들이 사냥개들을 거느리고 등장한다. 하지만 갑자기 폭풍이 불어 닥치자 모두 흩어진다. 폭풍우가 잠시 멈추자 사냥꾼들이 숲속 골짜기에서 서로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Diana)처럼 옷을 차려 입은 디도가 이니아스와 함께 나타난다. 다시 폭풍우가 몰아부치자 두 사람은 동굴을 발견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멀리서  사람들의 소리가 혼란스럽게 들린다. 그중에는 ‘이탈리아, 이탈리아’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린다. 폭풍우가 내려 쏟아지는 숲속에서는 물의 요정 님프들과 목신들(Fauns), 그리고 반신반수의 타이러스들이 나와 광란의 춤을 춘다. 폭풍우로 숲에서는 냇물이 넘쳐흐르고 폭포수가 내려 쏟아진다. 벼락으로 큰 나무가 힘없이 쓰러지며 불이 붙는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구름들이 흩어진다. 한쪽 구석의 동굴에 몸을 피신한 디도와 이니아스는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서로의 운명을 생각한다.

 

디도와 이니아스가 사냥중에 폭풍우를 만나 잠시 피하고 있다.

 

장면은 바뀌어 해변이 바라보이는 디도의 정원이다. 디도는 이니아스가 트로이의 용사들과 함께 누미디아 침입자들을 격퇴한 이래 거의 정사를 돌보지 않고 사냥과 연회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카르타고의 장관인 나르발(Narbal)이 그런 사태를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트로이 사람들은 당초 예정대로 이탈리아로 떠나지 않고 카르타고에 더 머물러 있다. 디도의 여동생인 안나는 여왕으로서 언니의 행동이 걱정스럽지만 사랑의 힘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안나는 디도에게 사랑의 마음이 생긴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안나가 기뻐하는 것과는 달리 나르발 장관의 걱정은 날이 지날수록 더해진다. 베를리오즈는 이러한 두가지 상반된 주제들을 연합하여 표현하였다. Réunion des thèmes(주제의 재연합)이다. 오케스트라의 목관들이 불안정한 바이올린의 선율에 맞추어 카르타고의 애국가를 제한적으로 긴장되게 연주한다. 이날 저녁 디도는 이집트 여자들과 누비안 노예들의 여흥을 즐기기 위해 왕좌에 자리 잡고 앉는다. 하지만 얼마후 여흥에 흥미를 잃고 모두를 내보낸다. 디도는 시인 이오파스에게 소박한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디도는 정사는 돌보지 않고 연회와 사냥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도의 불안한 감정은 씻어지지 않는다. 디도는 옆에 앉아 있는 이니아스에게 트로이의 마지막 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다. 특히 남편 헥토르를 전장에서 잃은 아름다운 미망인 안드로마슈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디도로서는 안드로마슈의 처지가 자기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니아스는 안드로마슈가 적장 파이루스(Pyrrhus)에게 포로로 잡혔으나 나중에는 적장에게 승복하여 그와 재혼했다고 얘기해 준다. 디도는 순간적으로 자기도 죽은 전남편을 그만 생각하고 현실에 순응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장면에서 유명한 5중창이 시작된다. 디도, 이니아스, 안나, 이오파스, 나르발이 각기 자기의 입장을 노래로 부른다. 마치 큐비드처럼 작은 활을 지니고 있는 아스카니우스는 어느새 디도의 손가락에 끼어 있는 결혼반지를 슬며시 빼낸다. 이니아스는 분위기가 멜랑콜리해지는 것 같자 아름다운 지중해의 밤을 찬미하자고 제안한다. 이니아스가 해변으로 발길을 옮기자 디도는 결혼반지를 의자에 놓아 둔채 이니아스의 뒤를 따른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마치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 별빛이 반짝이는 듯한 것이다. 9중창과 합창의 야상곡(녹턴)이 펼쳐진다. Tout n'est 벼데먙 et charme autour  de nous라는 곡이다. 모두들 퇴장하고 디도와 이니아스만이 남는다. 두 사람의 사랑의 듀엣인 Nuit d'ivresse가 아름답게 진행된다. 마치 ‘베니스의 상인’ 제5막에서 제시카와 로렌조의 사랑의 듀엣과 같은 분위기이다. 두 사람은 서로 팔짱을 끼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갑자기 달빛을 타고 머큐리가 등장한다. 달빛은 이니아스가 걸어 놓은 갑옷 사이로 비친다. 머큐리는 헤르메스의 지팡이(Caduceus)로 갑옷을 두드린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두 마리의 뱀이 감기고 꼭대기에 쌍날개가 있는 것으로 평화와 의술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머큐리는 바다를 향하여 손짓을 하며 다급한 듯 ‘이탈리아, 이탈리아’라고 외친다. 이니아스에게 이탈리아로 가는 것을 잊지 말하는 당부이다.

 

이니아스가 디도에게 이탈리아로 떠나야 함을 얘기하고 있다.


제5막. 항구에 있는 트로이 병사들의 진영이다. 밤중에 두명의 병사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한 병사가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노래를 부른다. 판토우스를 비롯하여 트로이의 선장들은 돛을 올리고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그 끔찍한 날 밤에 트로이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망망대해에 배를 띠운 심정이다. 헥토르의 혼령이 전사한 병사들의 혼령들과 함께 나타난다. 혼령들은 ‘이탈리아, 이탈리아’를 합창하며 트로이의 병사들에게 어서 이탈리아로 떠나라고 종용한다. 해안가를 순찰하던 병사들은 즐거웠던 카르타고의 생활을 끝내고 지루하고 힘든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순찰하는 병사들이 무대에서 사라지자 이니아스가 등장한다. 이니아스는 사랑하는 디도 여왕을 남겨 놓고서는 차마 카르타고를 떠나지 못하겠다는 심정을 노래한다. 이니아스의 아리아 Inutiles regrest는 그러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자 프리암 왕과 헥토르와 카산드라와 코로에부스의 혼령이 나타나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어서 속히 카르타고를 떠나라고 요구한다. 이같은 요구에 드디어 정신을 차린 이니아스는 막사의 병사들을 깨워 동이 트기 전에 어서 출항하자고 재촉한다. 이니아스는 배에 오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디도와 함께 지냈던 궁전을 향해 비장한 작별을 고한다. 배들이 막 떠나려하자 갑자기 천둥이 친다. 천둥소리에 궁전에 있던 디도가 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 디도는 항구에서 트로이의 배들이 떠나려는 것을 보자 마치 정신을 잃은 듯 기력을 잃고 쓰러진다. 배들이 떠나면서 트로이의 행진곡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질때 겨우 정신을 차린 디도는 이니아스와 트로이의 신들을 저주한다. 이니아스를 비롯한 트로이의 병사들은 ‘이탈리아, 이탈리아’를 외치면 힘차게 바다로 배를 저어 나간다.

 

이니아스의 함대가 출항하자 디도는 죽음을 생각한다.

 

장면은 바뀌어 디도의 궁전이다. 새벽이다. 멀리 트로이 병사들의 배가 바다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디도는 이니아스와의 이별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디도는 안나와 나르발을 이니아스의 선단에 급히 보내어 이니아스에게 다만 며칠이라도 더 있다가 가라고 간청할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어 나르발에게 카르타고의 모든 함선을 동원하여 이니아스의 트로이 배들을 추격하여 격침시키고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디도는 마치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 디도는 신하들에게 해안가에 커다란 장작불을 쌓고 트로이 사람들이 주고 간 선물들을 모두 불태우라고 말한다. 디도는 이니아스와의 사랑의 증표들이 불길 속에 녹아 없어지기를 바란다. 디도는 Je vais mourir라는 독백을 통하여 이니아스가 없는 세상을 다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자기 자신도 불길 속에 몸을 던지기로 결심한다. 디도는 사랑하는 카르타고 성과 안나와 아프리카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 장면에서의 음악은 디도와 이니아스의 사랑의 장면을 회상하는 것이다.  

 

디도가 장작더미 위에 이니아스의 투구와 방패등을 놓고 자기도 죽음을 택하기로 결심한다.


장면은 바뀌어 해안의 정원 마당이다. 화장용 장작더미가 쌓여 있다. 장작더미의 위에는 이니아스의 흉상, 그의 갑옷과 투구와 칼, 디도와 이니아스가 함께 사용했던 침대가 놓여진다. 지하세계의 왕인 플루토(Pluto)를 섬기는 사제들이 안나와 나르발과 함께 등장한다. 안나는 디도가 불길 속에 뛰어 들어 죽으려고 하는 결심을 아직 알지 못한다. 안나는 디도가 제사를 인도할 것으로 생각하여 디도의 머리를 풀고 신을 벗긴다. 디도는 장작더미 위에 올라가 이니아스의 옷과 자기의 베일을 던진다. 불행한 사랑의 상징들이다. 두 사람의 사용하던 침대 위에서 이니아스의 갑옷과 투구가 빛을 내고 있다. 이 모습을 본 디도는 결국은 두 사람의 사랑이 죽음으로 맺어질 것을 예견한다. 디도는 이니아스의 칼을 빼어 들고 자기를 찌른다. 디도는 환상중에 멸망시키는 장면을 본다. 디도가 쓰러지자 그제서야 백성들은 이니아스와 트로이의 사람들을 저주한다. 그러나 이때의 음악은 트로이의 행진곡이다. 멀리서 트로이의 사람들이 로마에서 개선의 행진을 하고 있는 환영이 보인다. 트로이 사람들이 새로운 트로이인 로마를 설립한 것이다.

 

트로이의 사람들이 로마에 개선하는 환영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