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숫자의 세계/13은 과연 불운의 숫자?

또 다른 기피 숫자들

정준극 2008. 10. 30. 13:54

[또 다른 기피 숫자들]

테트라포비아(Tetraphobia)라는 단어가 있다. 숫자 4를 기피하고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잘 아는 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는 4자가 죽음을 뜻하는 사(死)자와 발음이 같다고 하여 기피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병원, 호텔, 아파트 등에 4층이나 4호실을 두지 않는다. 선거에서 기호 4번을 뽑는 것도 대단히 싫어한다. 핀란드도 동양 계통이어서 그런지 4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핀란드의 휴대전화인 노키아(Nokia)에서는 4자로 시작하는 모델 넘버가 없다. 대만에서의 4자 기피현상은 특히 두드러진다. 4자가 들어가거나 4를 곱한 숫자까지도 집주소나 차량번호 등 거의 모든 것에서 기피한다. 요즘에는 엘리베이터 등에 4대신에 F를 쓰는 경우가 많다. 영어 Four의 첫글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17이 좋지 않는 숫자이다. 17을 로마숫자로 적으면 XVII이다. 이 숫자는 VIXI로 바꾸어 쓸수 있다. Vixi는 ‘나는 다 살았다’는 뜻이다. 죽음을 앞두었다는 의미의 숫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한 날로 삼고 있다. 이날은 불운을 카바하기 위해 일부러 Good Friday라고 부른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날도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 루마니아, 스페인에서는 13일의 화요일을 불운의 날로 믿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9와 8을 무척 좋아한다. 九(지우)는 ‘오래 간다’는 뜻의 久, 또는 그 좋아하는 술 酒, 그리고 난관에서 구해 준다는 뜻의 救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좋아한다. 재물을 오래 가지고 있고, 술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쉽게 구원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냐는 생각이다. 그래서 당연히 九를 좋아한다. 九는 술집이나 약방 이름에 많이 사용된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중국인 경영의 ‘九九九 약방’은 좋은 예이다. 八(빠)도 대단히 길한 숫자로 여기고 있다. 무슨 일이든지 발전하고 나아간다는 뜻이 있기도 있지만 ‘돈은 벌다’라는 뜻의 ‘發財’(빠차이)에서 發자의 발음과 같기 때문에 八을 기를 쓰고 선호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의 새해인사는 꿍시빠차이(恭喜發財)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새해에 돈 많이 버세요’이다. 8888의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는 돈으로 살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자기와 관련된 숫자에 八이나 九가 하나만 들어 있어도 좋다고 야단들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8월 8일 저녁 8시에 개막되었으며 8월 28일 저녁 8시에 폐막되었다.

 

2008년 8월 8일 밤 8시에 개막된 베이징 올림픽 로고(한문으로 京자를 그린 '춤추는 베이징'이라는 로고). 폐막식은 2008년 8월 24일 저녁 8시에 시작하였다. 숫자 8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심정이 반영되어 있다.


반면 일본사람들은 九를 싫어한다. 九가 고생한다는 글자인 苦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9일에 이사를 간다든지 파티를 연다든지 또는 과일을 아홉 조각으로 깎는다든지 하는 일은 기피하고 있다. 물론 수험 번호나 전화번호에 9가 들어가는 것도 싫어한다. 일본에서는 8(八)도 싫어한다. 글자의 모양이 아래쪽으로 갈라져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4자 이외에도 8자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8자가 늘어졌다'는 것보다 '8자가 사납다'는 의미가 더 강해서인것 같다. 8자라는 것은 사주팔자를 줄인 말로서 각자의 타고난 운명을 의미한다. 잘 아는대로 사주(四柱)는 사람이 태어난 년월일시를 말하며 팔자라는 것은 생년월일시가 모두 간(干)과 지(支)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간지가 사람마다 각각 여덟 글자씩 배정되므로 사주팔자라고 부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9를 갑오라고 하여 좋아했다. 그건 순전히 투전판에서 비롯된 생각이라고 한다.

 

 

    중국의 888표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