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베로니카의 수건

베로니카의 수건의 약력

정준극 2009. 11. 2. 20:27

[베로니카의 수건의 약력]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비록 중세에 이르기까지 없었지만 13세기로부터 15세기에 이르기까지 로마에서 베로니카의 수건이 공개되었다는 기록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세기에 요한 7세가 교황으로 있을 때에 바티칸의 구성베드로 성당의 한쪽에 베로니카 채플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그 때에는 채플의 이름만 베로니카라고 했으며 오늘날과 같은 십자가를 든 베로니카의 기념상은 16세기에 세운 것이다. 그런데 구성베드로 성당의 베로니카 채플의 바닥에 장식되어 있는 모자이크를 보면 베로니카가 예수의 땀을 닦아 주었다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내용은 없다. 왜 그토록 중요한 사건을 하다못해 모자이크로 남기지 않고 엉뚱한 내용을 남겼을까? 뿐만 아니라 8세기에 활동했던 역사학자, 신학자들은 아무도 베로니카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다. 몰라서 그랬을까? 아무튼 그러다가 베로니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011년으로서 단순히 ‘옷감의 보관자’(Keeper of the cloth)라고만 되어 있다.

 

말타의 체이툰(Zejtun)에서 성금요일의 행진에 참가한 베로니카 기념상. 수건을 들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아님.

 

베로니카에 대한 사항이 확실한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은 1199년이다. 제랄드 드 바리(Gerald de Barri)와 틸베리의 거베이스(Gervase of Tilbury)라는 두명의 순례자가 로마에 와서 베로니카의 수건을 직접 보았다고 기록한 것이다. 그후 1297년에는 교황 인노센트3세가 베로니카의 수건을 전시하고 누구든지 헌금과 함께 수건 앞에서 기도하면 면죄받을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서 당시에 이미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명성이 높아져 있었음을 알수 있다. 이와 함께 성베드로성당과 성심병원(Santo Skirito Hospital)사이에서 베로니카의 수건을 높이 앞세운 퍼레이드가 매년 열렸으며 1300년에는 교황 보니파체8세(Boniface VIII)가 베로니카의 수건으로 마음의 감동을 받아 최초의 성년(聖年: 주빌리)을 선포하였다. 베로니카의 수건은 성년기간중에 일반에게 공개전시되었으며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자들 사이에서는 로마의 일곱가지 기적중의 하나(Mirabilla Urbis)로 알려졌다. 그후 2백여년동안 베로니카의 수건은 기독교 유물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 중의 하나로 간주되었다.

 

1620년에 Domenico Fetti가 그린 베로니카의 수건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1527년 로마가 이방인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베로니카의 수건은 폭도와 같은 군중들에 의해서 파손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어떤 작가는 베로니카의 수건이 도난당하여 로마의 이곳저곳 주점에서 나돌고 있었다고 기록에 남겼다. 다른 작가들은 이와는 달리 베로니카의 수건이 바티칸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폭도들이 약탈한 물건 중에서 베로니카의 수건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로마의 폭동 이후에도 베로니카의 수건을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이 다수 제작되었다. 이는 베로니카의 수건이 훼손되지 않고 건재하였다는 의미와 같았다.

 

그러다가 1616년 교황 바오로5세(Paul V)는 바티칸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하면 베로니카의 수건의 복사품을 절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칙령을 발표하였다. 1629년에는 교황 우르반 8세(Urban VIII)가 한술 더 떠서 복사품을 만들지 못할뿐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복사품은 모두 회수하여 파기토록 지시했다. 교황은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파문도 불사하겠다고 덧 붙였다. 그런 후에 베로니카의 수건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종적을 감추었으며 그 이후의 행방에 대하여도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 남아 있는 베로니카의 수건이 진위에 대하여는 알수 없다. 하지만 바티칸이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현황을 간혹 발표하는 것으로 보아 진짜라고 생각할수 있다.

 

바티칸의 마틸다채플에 있는 '성스러운 얼굴'. 가장 공신력있는 얼굴 모습? 

'기독교의 성물들 > 베로니카의 수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가지 타입의 이미지  (0) 2009.11.02
여러 개의 복제품  (0) 2009.11.02
베로니카의 수건에 얽힌 전설  (0) 200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