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베로니카의 수건

베로니카의 수건에 얽힌 전설

정준극 2009. 11. 2. 20:20

‘베로니카의 수건’의 모든 것

The Veil of Veronica: The Veronica: Volto Santo(Holy Face)

Sudarium(Sweat Cloth: 땀을 닦는 수건)

 

가톨릭교회는 예수께서 고난을 당하신 자취인 슬픔의 길(비아 돌로로사)을 특별히 기억하여 기념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슬픔의 길에서 14개의 장소를 기념하고 있다. 이를 14처(스테이션)라고 한다. 제1처는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된 장소이다. 제6처는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피와 땀을 흘리며 지고 가는 예수를 보자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예수의 얼굴의 피와 땀을 닦아 준 장소이다. 놀랍게도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닦아준 수건에는 예수의 얼굴 모습이 선명하게 프린트되어 있었다. 그 후로 베로니카의 수건은 여러 기적을 일으켰다. 목이 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었으며 눈먼 자를 고쳐주었고 심지어는 죽은 자를 소생케 한 일도 있다. 가톨릭교회는 베로니카의 수건을 귀중한 성물(聖物)로 정하고 존귀하게 여기도록 하였다. 어떻게 하여 예수의 얼굴 모습이 베로니카의 수건이라는 천 조각에 프린트 되었을까? 과연 진짜 예수의 얼굴 모습일까? 그리고 기적을 일으켰다는 것은 사실일까? 이제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보자.

 

바티칸의 성베드로교회에 있는 성베로니카 기념상

    

[베로니카의 수건에 얽힌 전설]

‘베로니카의 수건’을 말할 때에 수건은 영어로 베일(Veil)이라고 표현하지만 라틴어에서는 수다리움(Sudarium)이라고 한다. 수다(Suda)라는 말은 땀이라는 의미이며 리움(Rium)은 천조각, 즉 수건을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베로니카의 수건’을 볼토 산토(Volto Santo)라고 부른다. ‘성스러운 얼굴’(Holy Face)이라는 의미이다. ‘성스러운 얼굴’은 곧 예수의 얼굴을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베로니카의 수건에 프린트 되어 있는 얼굴 모습은 사람이 그린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라는 것이다.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하여는 여러 형태의 전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표준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갈보리로 향하는 슬픔의 길(Via Dolorosa: 십자가의 길)에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피와 땀을 흘리며 올라가고 있는 예수를 보았다. 베로니카는 예수가 너무 딱하게 보여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서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예수의 얼굴에 흘러 내린 피와 땀을 닦아 주었다. 그후 놀랍게도 베로니카의 수건에는 예수의 얼굴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베로니카는 나중에 로마를 여행하여 자기의 수건을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Tiberius)에게 증정하였다. 일설에는 베로니카의 수건이 티베리우스 황제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한다. 그후로 베로니카의 수건은 특별한 효험이 있어서 여러 기적을 행하였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심지어는 죽을 자를 살리기까지 했다. 이것이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대표적인 전설이다.

 

독일 뮌헨시청에 있는 조각. 베로니카가 예수의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있다.

     

베로니카의 수건에 얽힌 전설은 역사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그냥 말로 전해져 내려왔을뿐,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으로 처음 나타난 것은 중세 이후였다. 특히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전설은 동방교회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동방교회의 신실한 신자들이 구세주 예수의 얼굴 모습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그런 전설을 만들어 냈다는 얘기이다. 서방교회에서도 동방교회의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전설을 받아들이고 성화(이콘)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사람들은 베로니카의 수건을 계기로 예수의 얼굴 모습을 처음으로 볼수 있게 되어 큰 기쁨에 넘쳤다. 당시 어떤 학자의 기록에 의하면 14세기 이후 교회에서는 행사 때마다 베로니카의 수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절찬이었다고 한다.

 

알브레헤트 뒤러가 그린 '베로니카의 수건'. 1513년. 예수의 얼굴은 고통과 번민에 넘쳐 있는 모습이다. 두 천사가 베로니카의 수건을 옹위하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33세의 젊은이로 보기에는 좀....

      

성경에는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기록이 없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스토리는 누가복음 8:43-48 에 나오는 어떤 병든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여인은 예수가 지나갈 때에 감히 앞에 나와 병을 고쳐 달라고 간구하지는 못하고 예수가 지나갈 때에 예수의 옷이라도 만지고자 하여 옷자락에 손을 댔더니 순식간에 병 고침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경외서인 ‘빌라도 행전’(Acts of Pilate)에는 그 여인의 이름을 베로니카라고 밝혔다. 이 얘기는 11세기에 들어와서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그 때 원래의 스토리가 조금 더 각색되어 예수께서 그 여인에게 자기의 얼굴이 그려진 수건을 주었고 나중에 그 여인은 예수의 얼굴 모습이 그려진 수건으로 로마에 가서 티베리우스 황제의 병을 고쳐주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베로니카의 수건에 대한 전설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 이전까지 예수의 모습이라고 나와 있었던 그림들은 베로니카의 수건에 프린트 되어 있는 모습으로 바꿔지게 되었다. 즉, 그로부터 유럽의 가톨릭교회에서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얼굴에 슬픔이 가득찬 모습이 예수의 모습의 표준이 되었다. 또한 그때로부터 베로니카가 골고다로 가는 예수를 만난 지점이 14처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예루살렘의 비아 돌로로사에는 ‘성스러운 얼굴’(볼토 산토)이라는 작은 예배처(채플)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예배처가 베로니카가 살던 집이었으며 기적이 일어났던 곳이라는 것이다.

 

한스 멤링(Hans Memling)의 '수건을 들고 있는 베로니카'. 상상도일 뿐이다.

     

가톨릭백과사전을 보면 베로니카라는 이름에 대하여 재미난 설명이 있다. 베로니카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진실을 뜻하는 단어인 베라(Vera)와 이미지를 뜻하는 단어인 이콘(Icon)이 합하여 베라이콘이 되었고 다시 베로니카(Veronica)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로니카의 수건’이라는 표현은 ‘참 모습’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베로니카의 수건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은 나중에 토리노의 수의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의 전신이라고 할수 있다. 오늘날 베로니카의 수건은 바티칸의 마틸다 채플에 간직되어 있다고 한다.

 

예루살렘 비아 돌로로사(슬픔의 길: 십자가의 길)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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