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다른 성물들

가시면류관(Crown of Thorns) 이야기

정준극 2009. 11. 3. 00:32

[가시면류관](Crown of Thorns)

프랑스의 국립도서관에 보관

 

생샤펠르 교회 제단의 장엄한 스테인드 글라스. 이교회에는 가시면류관을 비롯하여 여러 성물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가 예수님을 조롱하기 위해 머리에 씌운 가시면류관을 예루살렘에서 발견한것은 주후 326년 정도인데 그 내용이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주후 409년이었다.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신지 약 370년동안 가시면류관에 대하여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알수 있었다. 가시면류관은 복음서의 기록일 뿐이며 실제로 어떤 재질로 만들었는지는 알수 없다. 요한복음 19: 2에 보면 '군인들이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히고....'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다시 5절에는 '이에 예수께서 가시관을 쓰고 자색 옷을 입고 나오시니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되 보라 이 사람이로다 하매'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가시나무로 관을 만들어 예수님의 머리에 씌웠다는 것을 알수 있다. 나중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학자들은 가시면류관이 가시가 있는 나무줄기로 만든 것이 아니라 등나무풀과에 속한 골풀(영어로 Rush)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므로 가시에 찔려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복음서에 가시면류관이라고 적혀 있으므로 가시가 달린 다른 어떤 나무줄기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노트르담 사원의 보물실에 있는 가시면류관 보관함

 

일부 학자들은 현재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생하고 있는 학명으로 유포르비아 밀리(Euphorbia Milii)라는 나무가 바로 예수님의 머리에 씌웠던 가시면류관을 만들었던 나무라고 주장했다. 이 나무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예를 들면 '가시면류관'(Crown-of-Thorns), '그리스도의 면류관'(Christ's Crown), '그리스도의 가시'(The Christ's Thorn)이라고 각각 불리고 있다. 이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끈적끈적한 수액에 독성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몸에 닿으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두통과 복통이 일어나며 입술에 경련이 일어나고 목이 아프며 구토증이 생긴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자라는 '가시면류관'나무. 오른쪽은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의 한 장면. 실제로 저렇게 생긴 가시나무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영화에서의 표현이 너무 과장되었다는 주장이다.

 

예루살렘에서 발견된 가시면류관은 그후 거의 6백년 동안 로마의 ‘예루살렘 성십자교회’에 보관되어 있다가 1063년에 로마제국이 동서로 갈라질 때에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왔다고 한다. 동로마제국의 역대 제왕들은 가시면류관을 귀중한 성물로 여겨서 극진히 보호했다고 한다. 한편, 세월이 지남에 따라 나무줄기에 붙어 있던 가시들이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가서 나중에는 밋밋해 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238년 콘스탄티노플에 있던 볼드위2세(Baldwin II)는 서로마제국이 계속 쇠퇴해지자 프랑스로부터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프랑스의 루이9세에게 주님의 가시면류관을 선물로 제공하였다. 루이9세는 파리근교에 생샤플르(St Chapelle)교회를 세우고 가시면류관을 보관하였다. 프랑스혁명기간 중에 가시면류관은 군중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립도서관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1806년까지 간직되었다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옮겨 보관토록했다. 그때쯤에는 가시면류관이 너무 오래되고 훼손되어서 가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1806년은 신성로마제국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해였다. [후기: 그러던중 2019년 4월 15일 노트르 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시면류관을 비롯한 귀중한 성물들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생샤펠르 교회의 루이9세 기념상. 루이9세는 비잔틴 황제 볼드윈으로부터 가시면류관들을 기증받아 생샤펠르 교회에 간직하였다.


2019년 4월 15일 노트르 담 화재. 이곳에 있던 가시면류관은 루브르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