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슈베하트 공항

비엔나 슈베하트 공항

정준극 2009. 12. 3. 20:00

비엔나 국제공항

Vienna International Airport (VIA)

슈베하트(Schwechat) 국제공항 

 

 

슈베하트라고 불리는 비엔나국제공항은 지금이야 유럽의 내노라하는 여러 공항들과 마찬가지로 확장 및 현대화되어 있지만 40 여년전만 해도 시골비행장이나 다름 없었다. 옛날에는 비행기가 도착하면 대기하고 있던 별도의 트랩(사다리차)이 달려가서 비행기 문에 걸쳐 놓으며 잠시후에 비행기문이  삐거덕 열리면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차례차례 걸어내려오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그런 트랩이 거의 필요 없이 비행기가 직접 게이트(핑거)에 접근하여 승객들이 쉽게 내릴수 있는 브리지(Bridge)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대로슈베하트국제공항에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브리지라는 것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활주로의 한쪽에 비행기가 정지하고 비행기의 출입구가 열리면 탑승객들이 트랩을 통해 걸어 내려와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거나 그렇지 않으면 걸어서 공항건물까지 왔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다. 트랩을 걸어 내려올 때에 손을 흔들며 마중 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은 옛날 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광경인데 비엔나는 그 고전적인 방식이 멋있다고 생각하여 버리지 못하고 계속 유지해왔던 것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다. 적어도 비행기 여행을 한 후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트랩을 걸어 내려올 때에 손이라도 흔들어야 여행의 낭만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다하는 세계의 저명인사들이 비엔나에 도착하면 비행기의 트랩을 걸어 내려와서 마중 나온 사람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천천히 공항 건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비엔나는 이 멋을 버리지 못하여 공항의 현대화를 일부러 늦추었다.

 

슈베하트의 비엔나국제공항에 있는 비엔나공항주식회사(Flughafen Wien Aktiensgesellschaft) 

 

그러다가 지금은 항공여행이 너무 일반화되어 옛 낭만이나 전통을 도무지 고수할 필요가 없게 되자 비엔나는 '이러면 경쟁에서 진다'라는 위기감을 느꼈던지 기존의 공항을 확장하고 현대화하였다. 보잉747과 에어버스 A340이 쉽게 이착륙하고 터미날에 접근할 수 있는 공항으로 확장한 것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날로 증가하는 항공여행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다. 한국이 서울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영종도에 새로운 공항을 마련했고 방콕, 자카르타, 마닐라 등도 그랬다. 일본도 이미 오래전에 도쿄에서 상당히 먼곳에 나리타공항을 건설했고 이어 오사카 칸사이공항까지 건설한 것과는 달리 비엔나는 다른 곳으로 이전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으면서 거의 1백년동안 사용해 온 공항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나국제공항은 유럽에서도 가장 바쁜 공항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비엔나국제공항(VIA)의 탑승게이트. 비엔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사람들은 C54번을 이용했다. 오스트리아항공사 소속의 여직원들은 빨간 투피스에 빨간색 스타킹, 빨간색 구두를 신는다. 여기에 여름에는 하얀 브라우스를 입기 때문에 빨간색과 하얀색의 조화가 참으로 비엔나를 상징하여서 아름답다.

 

비엔나국제공항은 슈베하트(Schwechat)공항이라고 부른다. 공항이 행정구역상 비엔나 동남방의 슈베하트시에 속하여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공항을 인천(ICN)공항이라고 부르며 토쿄의 공항을 나리타(NRT)공항이라고 부르고 로마의 국제공항을 후미치오(FMC)공항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슈베하트라는 지명은 그 지역을 가로 지르며 흐르는 슈베하트 강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슈베하트공항은 비엔나 도심으로부터 18km 떨어져 있으니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비엔나국제공항은 VIA(Vienna International Airport)가 정식명칭이지만 IATA의 공항코드는 VIE이다. VIA는 오스트리아 에어라인과 자회사인 티롤항공과 라우다(Lauda)항공의 허브이며 저가항공사인 니키(Niki)의 허브이기도 하다.

 

슈베하트공항에서 당당하게 이륙하는 대한항공.

 

슈베하트에 공항을 세운 것은 일찍이 1938년이었다. 히틀러의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독일과 합병하자마자 군용비행장으로 슈베하트 일대를 공항으로 건설하였다. 그 전에는 남쪽 아슈페른(Aspern)에 비엔나의 공항이 있었다. 초기에 비행선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슈페른공항에서 타고 내렸다. 비행선 시대가 지난 후에는 초창기 프로펠러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으로 이용 되었다. 무성영화에 나올법한 장면들이었다. 슈베하트에는 나치의 군용비행장이 세워져서 유명했지만 그보다는 오스트리아국립석유회사(OMV)의 정유공장이 있어서 더 유명했다. 공항을 빠져 나와 잠시 가다보면 예전에 정유타워로 사용하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슈베하트에는 1774년 처음으로 대규모 직물공장이 들어선 이래 19세기에 오스트리아 산업발전의 모델이 되어 많은 공장들이 들어섰다. 유명한 슈베하트맥주공장은 아직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그런 연유로 2차 대전 중에는 연합군의 공중폭격의 타깃이 되어 곤혹을 치루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슈베하트공항은 영국의 관할 아래 들어갔다. 그러다가 1954년 공항공단(Betriebsgesellschaft)을 설립하여 민간공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비엔나 동남부에 있는 슈베하트 시의 중심지역 

 

잘 아는 대로 오스트리아는 전쟁후에 소련등 4대 강국의 신탁통치를 받았다. 비엔나는 미, 영,불, 소의 4대 전승국이 분할 통치했으나 역시 소련의 입김이 강했었다. 그러다가 1955년 영세중립국으로서 독립하였다. 전쟁이 끝난후부터 독립국이 될 때까지 슈베하트공항은 군용으로만 사용되었다. 민간비행기들은 남쪽의 아슈페른공항을 이용하였다. 아슈페른은 오스트리아의 샤를르 대공이 나폴레옹의 군대를 격퇴한 역사적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1955년부터 슈베하트공항이 아슈페른공항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슈베하트가 민간공항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지만 그때만해도 활주로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도 짧은 것이어서 대형 비행기의 이착륙이 어려웠다. 명색이 국제공항이던 슈베하트공항은 공항건물도 마치 군대바라크와 마찬가지로 초라하기 이를데 없었다. 1959년에 슈베하트공항공단은 뜻한바 있어서 활주로를 3천미터로 확장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지금의 공항건물은 1960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972년에는 비로소 두 번째 활주로를 만들었다.

 

비엔나국제공항의 체크인 카운터. 오스트리아항공은 루프트한자와 공동으로 카운터를 사용한다. 같은 회사이다. 요즘에는 마치 현금지급기처럼 자동비행기표 발행기가 있어서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VIA는 오스트리아가 두 번이나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였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오는 올림픽대표단을 영접해야 했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비엔나를 방문했을 때에도 VIA를 이용하였다. 중동사태가 점점 악화되어가던 1985년 12월 27일에는 공항에 있는 이스라엘 항공사(El Al)의 카운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폭탄공격을 받은 일도 있었다. 그때 로마공항도 동시에 폭탄공격을 받았었다. 비엔나에 IAEA 등 국제기구가 들어서고 점차 사업이 활발해지자 비엔나의 공항은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비엔나는 국제기구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회의가 자주 열리는 곳이 되어서 해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오는 곳이 되었다. VIA는 확장되지 않을수 없었다. VIA는 세 개의 터미널로 구성되어 있었다. 메인 터미널은 1 터미널과 2 터미널이며 여기에 주로 저가항공사들이 이용하는 1A를 두었다. 2006년에 스카이링크(SKYLINK) 터미널을 새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날로 증가하는 여객들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비엔나를 찾아오는 사람 중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다. 2009년 현재 연간 여객수는 약 2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대단하다. 스카이링크가 완성되면 에어버스 A380과 같은 대형기도 쉽게 사용할수 있다. 스카이링크가 완성되면 오스트리아 에어라인은 우선적으로 새로운 터미널로 이전한다. 현재의 터미널은 프라포트(Fraport), 스위스포트, 오스트리아 에어라인스, 비엔나 에어포트 핸들링이 각각 분담하여 관리하고 있다. Hall A(Pier East)는 주로 국제선이다. Hall B는 유럽행 국제선이 사용한다. Hall C(Pier West)는 주로 유럽행 여객기가 사용하지만 간혹 다른 지역으로 가는 국제선도 사용한다.

 

공항에 폭탄이 있다고 하자 보안 때문에 체크인을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있는 승객들

 

슈베하트공항에 오는 교통편은 S-Bahn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플로리드스도르프(Floridsdorf)역에서 떠난다. 힐튼호텔이 있는 빈 미테(Wien Mitte)역에서는 CAT(City Airport Train)이 떠난다. 공항까지 직행이다. 빈 미테에서는 S-Bahn도 있지만 공항까지 7개의 정류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직행인 CAT보다 늦다. 공항에 가는 리무진 버스도 여러 노선이 있다. 공항에서 힐튼호텔까지 가는 직행노선이 가장 편리하다. 가장 경제적인 것은 S-Bahn이다. 왜냐하면 시내 전차나 지하철과 버스에서 사용하는 종합교통 티켓을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S-Bahn은 현재 시내에서 공항까지 30분 정도걸린다. 하지만 새로운 라인인 S70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완성되면 좀 더 시간이 단축된다. 시내 지하철이 공항까지 연장될 계획은 없다. U3의 종점인 짐머링(Simmering)에서 연결하자는 주장은 자주 있었다.

 

비엔나 미테(Wien Mitte)까지 가는 공항열차 CAT(City Airport Train)


[2015 마스터플랜]

2015년까지 오스트리아 최대의 공항으로 육성발전한다는 계획이 확정되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높이 109m의 관제탑이 새로 완성되었다. 야간에는 새로운 타워에서 레이저 쇼를 진행하기 때문에 도착 비행기 안에서도 이를 구경할수 있다. 날로 증가하는 여객들을 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터미널인 SKYLINK가 2011년 완성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만일 그래도 여객수가 증가한다면 SKLYLINK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제3의 활주로의 건설공사는 아마도 2010년에 시작할 것 같다. 공항철도를 확장한다는 계획은 이미 추진중에 있다. 장차는 브라티슬라바(Bratislava)까지 철도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CAT가 지하철역과 연계하여 시내에서 공항까지 15분대에 올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에 완공된 사무실 건물

 

최근에 완성된 높이 109m의 콘트롤 타워. 함부로 올라갈수도 없지만 일단 올라가 보면 멀리 비엔나까지 내려다보여 기분이 좋다고 한다. 슈베하트공항 콘트롤 타워 건물의 삼성 광고

 

슈베하트 공항에 도착하여 이민검열을 받고 짐을 찾기 위해 나오다 보면 복도의 탁자 위에 Culture & Art 라는 팜플렛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할수 있다. 한달 동안 비엔나의 문화 예술 안내서이다. 각종 음악회, 연극, 전시회 기타 행사가 소개되어 있다. 무료이므로 한부씩 반드시 가져가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독일어로 되어 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2014년 11월호 CULTURE & ART 팜플렛 표지. 이번에는 인기가수인 엔야가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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