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공동묘지 문화

마츨라인스도르프 개신교 공동묘지

정준극 2010. 3. 12. 21:57

마츨라인스도르프 개신교 공동묘지(Evangelischer Friedhof Matzleinsdorf)

 

마츨라인스도르프 개신교 공동묘지의 그리스도 교회


이곳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찾아가 볼 필요까지는 없지만 ‘아하, 이런 곳도 있구나!'라는 의미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무릇 비엔나건 어디건 공동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인생을 관조할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관광코스로서 대단히 권장하고 싶다. 마츨라인스도르프 공동묘지는 비엔나 개신교들의 묘역이다. 비엔나의 개신교도들은 합스부르크 왕실과 비엔나 사회로부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합스부르크 왕실은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으로서 로마 가톨릭이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로마 가톨릭에 반대해온 개신교들이 온당한 대우를 받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개신교도들은 기존의 비엔나 공동묘지를 사용할수도 없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는 것이다. 유럽의 수많은 국가들이 로마 가톨릭 대신에 개신교를 받아들이자 로마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로서도 언제까지나 개신교도들과 대적할수는 없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마리아 테레자의 아들로서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오스트리아 대공에 오른 요셉2세는 개신교를 포용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허용하였다. 예를 들어 예배를 볼수 있는 장소를 허락했으며 개신교도들의 묘지를 가톨릭 묘지의 한 구역에 사용할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묘지밀도가 조밀한 마츨라인스도르프 공동묘지

 

1856년 프란츠 요셉 황제는 새로운 칙령을 내려 개신교도들을 위한 별도의 묘지를 조성토록 했다. 이에 따라 개신교도들은 마츨라인스도르프에 개신교만의 묘지로 사용할 부지를 제공받았다. 다만, 새로운 묘지는 돌담을 둘러쌓아 주변지역과 구분토록 했다. 개신교도들은 묘지 구내에 별도의 묘지교회를 비롯한 여러 시설들을 설치코자 했다. 그러나 재정이 여유롭지 못하여 교회건설에는 개인의 기부와 함께 비엔나 시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했다. 마츨라인스도르프 공동묘지는 1858년 4월 7일 완성되어 봉헌식을 가졌다. 묘지 구내의 그리스도 교회(Christuskirche)도 함께 봉헌되었다. 유명한 건축가 테오필 한젠(Theophil Hansen)이 설계한 교회이다. 교회 현관에 있는 그림은 그리스도의 무덤에 모습을 보인 천사로서 칼 랄(Carl Rahl)의 작품이다. 이 그림은 20세기에 들어와서 금박모자이크로 개조되었다. 교회 내부에는 35명의 천사들이 그려져 있다. 특히 오르간이 있는 곳에는 네명의 천사가 기둥에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천국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네명의 천사는 각각 기도, 숭배, 가르침, 고지를 상징한다.

  

몇 년후 마츨라인스도르프 공동묘지는 포화상태가 되었다. 개신교측은 묘지의 확대를 위해 인근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였지만 그래도 부족하였다. 개신교측은 시당국에 인근 부지를 더 매입할수 있게 해주고 아울러 화장시설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시당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개신교도들은 허용된 범위에서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마츨라인스도르프 공동묘지는 묘지밀도가 대단히 조밀하다. 마침 칼 뤼거 시장이 비엔나 도심에 있는 공동묘지들을 모두 정리하여 남쪽의 중앙공동묘지(Zentralfriedhof)로 집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중앙공동묘지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넓은 공동묘지이며 시설들이 훌륭한 것도 자랑꺼리이지만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의 영원한 안식처로서 잘 알려진 곳이다. 비엔나의 개신교도들은 중앙공동묘지의 한쪽을 분양 받아서 사용할수 있게 되어 마츨라인스도르프의 포화상태에서 그나마 숨을 쉴수 있게 되었다.

 

마츨라인스도르프 개신교 공동묘지에는 상당히 많은 중요인사들이 안장되어 있다. 배우인 하인리히 안쉬츠(Heinrich Anschuetz), 시인인 칼 이시도르 베크(Karl Isidor Beck), 배우인 프리드리히 베크만(Friedrich Beckmann),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을 지낸 프리드리히 페르디난트 폰 보이스트(Friedrich Ferdinand von Beust), 화가인 한스 카논(Hans Canon), 여류시인인 아다 크리스텐(Ada Christen), 화기인 휴고 다르나우트(Hugo Darnaut), 작곡가인 필립 화르바흐(Philipp Fahrbach), 독일의 배우인 프리드리히 헤벨(Freidrich Hebbel), 오페레타 작곡가인 샤를르 봐이닝거(Charles Weininger) 등 수많은 저명이사들이 영원한 안식처로서 서로 이웃하며 지내고 있다. 마츨라인스도르프 개신교 공동묘지는 10구 화보리텐의 마츨라인스도르퍼 플라츠 1번지에 있으며 트리에스터 슈터라쎄와 만나는 곳에 있다. 또한 북쪽으로는 구드룬슈트라쎄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독일 출신의 유명한 연극배우로서 비엔나에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난 프리드리히 헤벨의 묘비. 부인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