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부활 이야기/이스터 몬데이

딘구스 데이가 뭐길래?

정준극 2010. 6. 12. 16:53

Easter Monday(부활절 월요일) 이야기

딘구스 데이(Dyngus Day)의 모든 것

 

예수께서 일요일에 부활하시었는데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무엇을 하셨을까? 누구를 만나셨을까? 식사는 하셨을까? 잠은 주무셨을까?

 

사람들은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이 성탄절(크리스마스)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기야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전세계적인 축일이 되어 있으므로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정작 기독교인들에게는 부활절(이스터)이 성탄절보다 훨씬 소중하다. 기독교는 다른 어느 종교와는 달리 부활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부활절이 성탄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것도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의 대다수 기독교국가에서는 부활절을 특별 휴일로 정하여 축하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부활절을 공휴일로 정하여 축하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유럽에서는 부활절이 오면 연휴로 축하하고 있다. 학교마다 부활절 방학을 한다. 장장 1주일 정도를 부활절 휴가일로 정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목요일부터 부활주일까지 쉰다. 그러나 휴일이 너무 짧다고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일부국가에서는 부활주일의 다음날인 월요일도 공휴일로 정하여 쉬고 있다. 이 날을 이스터 몬데이(부활절 월요일)이라고 부른다.

 

피산카라고 하는 폴란드의 부활절 계란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공화국이 가장 열심히 부활절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키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심지어 월요일 하루만 추가로 쉬는 것을 대단히 아쉽게 생각하여 기왕 쉬는 김에 토요일까지 1주일을 온통 휴일로 정하고 축하하기도 한있다. 부활절 만세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부활절이 시작되기 전에 사순절을 생각하여 미리 카니발을 갖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은 유명하다. 금식과 참회로 지켜질 다가오는 고난주간을 생각하여 미리 마음껏 놀아 두자는 생각에서 카니발이 성행하게 되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비엔나에서 개최되는 오페라무도회(Opernball)도 부활절과 무관하지 않다. 고난주간의 전에 개최되기 때문이다.

 

비엔나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에서의 오페라 무도회

 

혹시 부활절에 즈음하여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인접국가, 또는 미국의 피츠버그 등 폴란드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방문하였을 때 간판에 Dingus Day(딘구스 데이: Dyngus Day)라고 써져 있는 것을 보면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고 궁금해 할 것이다. 폴란드와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부활절 다음날인 월요일을 딘구스 데이(Dyngus Day: 다인구스 데이)라고 하여 대단히 유쾌하게 지낸다. 딘구스 데이는 웨트 몬데이(Wet Monday)라고도 한다. 글자 그대로 물에 젖는 날을 말한다. 예부터 이날에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는 관습이 있다. 마치 태국의 송크란 축제와 같다고 보면 된다. 옛날부터의 전통에 따르면 총각들이 처녀들에게 구혼하는 방법의 하나로 마음에 둔 아가씨에게 물을 뿌려 자기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습관이 점차 일반화 되면서 오늘날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아가씨들은 이날 물세례를 받으면 1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고 하여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딘구스 데이는 딘구스 스미구스(Dyngus Smigus)라고 부르기도 한다. 딘구스는 물을 뿌린다는 의미이며 스미구스는 회초리 같은 것으로 다른 사람을 톡톡 때린다는 뜻이다. 딘구스라는 말은 독일어의 딩겐(dingen)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딩겐은 합의한다는 뜻이다. 아가씨가 총각들의 물세례 행동을 그만두도록 하기 위해 합의하는 의미에서 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딩겐, 즉 합의한다는 말이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폴란드어의 스미구스라는 말은 영어의 스위시(swish), 즉 채찍으로 친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폴란드에서는 총각들이 버드나무 가지 등으로 만든 채찍을 들고 다니면서 처녀들의 다리(발목)를 탁탁 치는 풍속이 있다. 말이 장난이지 자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처녀에게 구혼하는 표시였다. 그래서 스미구스라는 풍습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버팔로에서의 딘구스 데이 퍼레이드. 폴란드의 아름다운 민속의상

 

예전에는 부활절 이후의 1주일 동안 여러 가지 세속적인 축하행사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르러 하루로 축소되었다. 이날에는 주로 계란 굴리기 시합을 했으며 어떤 로마 가톨릭 나라에서는 교회에서 성수(聖水)를 얻어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하는 의미에서 뿌렸다. 성수는 부활절 주일 전날의 미사에서 축복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으로 교회에서는 각 신도들에게 성수를 나누어 주어 집에 가져가서 집과 집에 저장해둔 음식물을 축복하도록 하는 풍습이 있었다.

 

부활절 계란 굴리기 대회. 백악관에서.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부인 참석. 1982년.

 

비잔틴 의식을 따르는 동방정교회와 동방가톨릭교회에서는 부활주일 다음날인 월요일을 ‘밝은 월요일’(Bright Monday) 또는 ‘재생의 월요일’(Renewal Monday)라고 불렀다. 그리고 축하행사는 부활절 다음 주간의 둘째 날인 화요일에 치루었다. 화요일에 치루는 축하행사는 파샤(파스카: 부활절 주일)에 치루는 의식과 똑 같았다. 부활절 주일의 미사 후에는 성상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관습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부활절 다음의 화요일에도 성상을 앞세우는 행진이 있게 마련이었다. 사람들은 이날 친지나 따로 살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며 서로 음식을 나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4월 23일의 성조지 축일이 부활절 주일과 겹치던지 또는 부활절 다음의 주간과 겹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특별히 ‘부활절 월요일’ 축하행사를 따로 가지지 않았다.

 

러시아의 부활절 다음 월요일의 퍼레이드. 쿠르스카야에서

 

호주에서는 이스터 몬데이에 야외 스포츠를 즐긴다. 남부호주에서의 오크뱅크 이스터 카니발은 유명하다. 타스마니아에서는 산봉우리 세곳을 역주하는 경주가 열린다. 호주에서는 부활절에 빌비(Bilby) 모양의 초콜릿이나 부활절 계란모양으로 만든 초콜릿을 먹는 풍습이 있다. 빌비는 주둥이는 쥐처럼 생겼고 귀는 토끼처럼 생긴 호주 특유의 동물이다. 이집트의 콥틱 교회는 이스터 몬데이에 주전 2천7백년경의 파라오 시절부터의 축제인 샴 엘 네씸(Sham El Nessim)을 함께 축하한다. 샴 엘 네씸은 봄바람의 냄새를 맡는다는 뜻이다. 이집트에서는 샴 엘 네씸 축제를 종교와는 관계없이 크리스천이거나 무슬림이거나 함께 축하한다. 이날 이집트인들은 전통적으로 계란을 아름답게 칠하거나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며 특히 숭어와 비슷하게 생긴 생선인 페세크(Feseekh)를 먹는다.

 

부활절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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