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부활 이야기/이스터 몬데이

미국의 딘구스 데이

정준극 2010. 6. 12. 16:56

미국의 딘구스 데이

폴란드 이민사회에서 활발

 

버팔로의 딘구스 데이. 폴란드 민속의상을 입은 사람들

 

미국에서는 부활절 다음 월요일을 전국적인 축일로 지키지는 않지만 노스 다코다주(North Dakoda)의 일부 지역, 뉴욕주, 미시간주, 인디아나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딘구스 데이의 전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1935-1987년까지 부활절 월요일이 공휴일이었다. 텍사스의 여러 학교들은 아직도 성금요일과 부활절 월요일을 합하여 휴교하고 있어서 롱 위켄드(황금주말)를 즐기고 있다. 미국에서도 폴란드 이민사회에서 딘구스 데이가 성행이지만 아마 가장 활발한 도시는 뉴욕주의 버팔로일 것이다. 버팔로에서는 부활절의 다음 주간을 딘구스 축제 기간으로 삼고 난리도 아니다. 이밖에도 미시간주의 와이안도트(Wyandotte)와 함트램크(Hamtramck), 인디아나주의 라 포르트(La Porte)와 사우드 벤드(South Bend), 일리노이주의 시카고에서 딘구스 행사가 성황리에 펼쳐진다. 예일대학교의 조나탄 에드워드 칼리지의 신입생들은 해마다 부활절 월요일이 오면 물로 무장을 하고 상급생들의 방을 습격하여 물세례를 주는 관습이 있다. 상급생들은 신입생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버팔로에서의 딘구스 데이 행진

                                      

버팔로의 딘구스 데이는 유별나다. 버팔로에서도 전통적으로 폴란드 이민사회가 구성된 지역에서는 딘구스 데이 축제가 유쾌하게 진행된다. 버팔로의 딘구스 데이 축제는 예전에는 고향 폴란드에서처럼 아가씨들에게 물을 뿌리고 회초리로 다리를 가볍게 두드리는 행사에 주력하였으나 시대가 지난 오늘날에는 ‘쇼팽노래협회’(Chopin Singing Society)가 주관하는 폴란드노래자랑으로부터 시작한다. ‘쇼팽노래협회’가 주관하는 파티가 처음 열린 것은 일찍이 1870년대이다. 버팔로의 뉴욕센트랄터미널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지금은 센트랄터미널의 넓은 홀과 성스타니슬라우스(St Stanislaus)성당, 아담 미키에비츠(Adam Mickiewicz)도서관-연극센터에서 마음껏 열리며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딘구스 데이 퍼레이드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브로드웨이 마켓으로부터 시작하여 폴로니아 디스트릭을 거쳐 센트럴 터미널까지 행진하는 행사이다. 딘구스 데이 퍼레이드는 버팔로의 명물이 되어 해마다 화려한 민속의상을 입은 2만5천여명이 밴드를 앞세워 참여하고 있다.

 

버팔로 센트랄 터미널에서의 딘구스 데이 파티. 폴란드 이민자들은 아퍼서 누워있지 않으면 다 모인다.

                                

딘구스 데이 축하행사에서 폴카를 빼놓을 수 없다. 제리 달라크 앤 더 터치(Jerry Darlak & the Touch) 밴드는 2006년에 Everybody's Polish on Dyngus Day(딘구스 데이에는 누구나 폴란드에서 처럼)라는 폴카를 취입하여 무려 두 개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레니 고물카-시카고 푸쉬(Lenny Gomulka and the Chicago Push) 악단은 Dyngus Day in Buffalo Polka(버팔로의 딘구스 데이)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레니 고물카는 미국의 전설적인 폴카왕으로 그동안 11개의 그래미상을 받은바 있다. 2007년에 현역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고참인 소방선 에드워드 엠 코터(Edward M. Cotter)는 소방활동을 했다는 공적으로 표창을 받았는데 다름아니라 딘구스 데이에 물뿌리는 행사와 비슷하게 소방호수로 물을 뿜어내어서 표창을 받았다. 에드워드 엠 코터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랜 ‘딘구스 데이 물대포’를 가지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딘구스 데이가 오면 제 세상을 만난듯 활개를 치는 에드워드 M 코터 소방선. 물대포가 유명하다. 

                                 

[인디아니주의 딘구스 데이]

인디아나주의 사우드 벤드(South Bend)에서는 딘구스 데이로부터 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인디아나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여서 사우드 벤드에서는 딘구스 데이로부터 민주당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사우드 벤드 마을에 와서 딘구스 데이의 축하행사에 참가했던 정치인으로서는 고 로버트 케네디 의원, 전 주지사 조 커난, 상원의원 에반 베이(Evan Bayh), 뉴욕대학교 총장인 존 브레드마스(John Brademas), 현인도대사인 티모시 뢰머(Timothy Roemer), 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 성요셉카운티 군수로 오래동안 봉직했던 고 앨로이시우스 크롬크브스키(Aloysius Kromkowski) 등을 꼽을수 있다. ‘앨 크롬코브스키 폴카’는 앨 크롬코브스키를 기념하여 작곡된 것이다.

 

1963년 대통령 선거유세에서 연설하는 로버트 케네디. 인디아나주 사우스 벤드에서 딘구스 데이에 연설하였다.

                                    

1968년 로버트 케네디가 마을에서 집회를 가졌을 때에는 6천명 이상의 기록적인 주민이 참석하였다. 연설을 마친 로버트 케네디는 딘구스 데이 퍼레이드에 참가하여 폴란드 전통 노래인 Sto Lat(스토 라: 100년)를 부르면서 웨스트 사이드 민주당사로 행진하였다. 인디아나주는 대통령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가 예비선거에서 첫 승리를 거둔 지역이었다. 만일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부활절 월요일]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부활절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하루를 쉬게 한 것은 순전히 야구시합 때문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와 인근의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는 전통적으로 부활절 월요일에 야구경기를 가졌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야구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자 주정부는 그럴 바에는 아예 공휴일로 지정하자고 하여 그렇게 되었다. 공휴일 지정은 1935년에 시작하여 1988년까지 계속되어 오다가 다른 주정부와 손발을 맞추기 위해 그 전주의 성금요일(Good Friday)을 공휴일로 정하고 부활절 월요일은 더 이상 공휴일로 정하지 않았다.

 

버팔로의 딘구스 데이 퍼레이드

 

[텍사스와 사우스웨스트 지역의 부활절 월요일]

텍사스주에서는 부활절 다음 월요일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학교는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공휴일이나 다름없다. 텍사스주에서는 그 전주 금요일인 성금요일에도 거의 모든 학교가 수업을 하지 않는다.


 폴란드에서의 딘구스 데이의 풍속을 그린 그림. 젊은이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기도 하다.

 

[세계의 다른 지역]

미시간주의 배틀 크리크(Battle Creek)에서는 부활절 다음의 월요일에 소시지를 넣은 빵을 먹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핫독이다. 다만, 양배추 저린것, 양파, 겨자를 듬뿍 넣어 먹는것이 보통 핫독과 다르다. 캐나다에서는 부활절 계란을 먹는다.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 나가서 하루를 보낸다. 독일에서는 식구들과 함께 아침 일찍 야외에 나간다. 그리고 부활절 계란 굴리기 대회에 참가하여 즐긴다. 독일의 로마 가톨릭 교회는 부활절 다음 월요일을 공식 휴일로 정해 놓았다. 남미의 기아나에서는 이날 연을 날린다. 연을 주로 성토요일에 만든다. 영국의 레이체스터셔어에서는 이날 전통적으로 병차기 시합을 벌인다. 그리고 토끼고기로 만든 파이 스크램블을 먹는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날을 축일로 생각하여 성찬의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교외로 하이킹을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시골로 나간다.

 


1916년 더블린 우체국 앞에서 부활절에 영국의 학정에서 벗어나 아일랜드공화국을 수립하자고 외치는 봉기가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건물들이 파괴되었다. 이날을 '이스터 라이징'이라고 부른다.

                                 

[부활절 봉기](Easter Rising)

1916년 부활절 다음 월요일에 아일랜드에서는 영국의 통치에 저항하고 아일랜드공화국을 수립하려는 봉기가 일어났다. 불행하게도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고 주모자들은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이 봉기를 영웅적인 혁명으로 간주하였다.

 

1916년 아일랜드 봉기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비. 더블린의 회상의 정원(Garden of Remembrance)에 있다. 처참하게 보인다. 리르의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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