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 오페라'가 무엇이길래!
Lament(Lamentation) - Complainte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 역의 엘리자베트 슈봐르츠코프. 도베 소노는 뛰어난 비탄의 아리아이다.
Lament(또는 Lamentation)는 슬픔, 후회, 비탄, 애통 등이라는 뜻의 단어이지만 그런 내용을 표현한 오페라, 노래, 시 등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날 라멘트(Lament)라는 말 자체가 예술의 한 장르로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꽁플랭트(Complainte)라고 부른다. 오페라에서 라멘트, 또는 꽁플랭트라고 하면 Tragic(비극적) 오페라와는 달리 비탄에 중점을 둔 오페라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오래되고 오늘날 까지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시문학은 비탄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비탄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중심 메시지였다.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 메시지가 비탄이라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이다. 실로 비탄을 주제로 삼은 예술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힌두의 베다스(Vedas)가 그러하며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웅적 서사시의 집합인 버울프(Beowulf)가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중근동 지방의 종교적인 기록을 보면 비탄에 대한 주제가 의외로 많이 등장한다. 메소포타미아문학에서 우르(Ur)가 함락된데 대한 수메르인들의 비탄시, 그리고 유태인들의 타나크는 비탄문학의 대표이다. 타나크는 나중에 구약성경의 기본이 된 것이다. 구약의 예레미아서는 '예레미아의 애가'(Lamentations of Jeremiah)라고 불릴 정도로 비탄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주제로 삼은 것 중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비탄'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다. 특히 미술에 있어서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시체를 내리는 장면은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주제였다. 또한 성모가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안고 비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른바 피에타(Pieta)도 많은 예술가들이 주제로 삼는 내용이었다.
비엔나 쇼텐슈티프트에 있는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수난은 모든 비탄 예술의 핵심적인 주제이다.
오페라에서의 비탄은 주로 여성의 몫이다. 바로크의 오페라 세리아에서는 비탄이 하나의 핵심 메시지였다. 보통 현악기 또는 하프가 반주하는 비탄은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다. 오페라의 아버지라고 하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드네는 스코아가 실종되어 어떤 음악인지 알수 없지만 아리아드네의 아리아인 Lasciatemi morire(죽음의 이별)는 다행히 남아 있다. 대단한 비탄의 아리아이다. 프란체스코 카발리의 오페라에서는 비탄이 하나의 고정메뉴처럼 되어 있다. 이를 Lamento formula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카발리의 오페라 치로(Ciro)에서 치로의 아리아인 Negatemi respiri(숨이 멈추다)는 전형적인 바로크의 비탄이다. 헨리 퍼셀의 '디도와 이니아스'에서 디도의 비탄인 When I am laid(내가 대지에 묻혔을 때), 헨델의 리날도에서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 토마소와 주세페 조르다니의 Cara mio ben(사랑하는 그대)는 비탄 노래의 정수이다.
리날도의 한 장면. 바로크 오페라의 대부분은 비탄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비탄 오페라'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어찌보면 코믹 오페라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비탄의 장면을 넣어 분위기를 바꾸어 주고 있다. 백작부인의 아리아 '그리운 시절은 가고'(Dove Sono)이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도 비탄의 장면이 나온다. 로지나의 평범한 레시타티브이지만 이를 뒷받침해 주는 오케스트라는 폭풍과 같다. 여주인공의 비탄의 장면은 로맨틱 오페라의 전형과 같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1막에서 마샬린의 독백은 심리적인 비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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