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오페라 '등대'(The Lighthouse)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실내오페라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
영국의 작곡가인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Peter Maxwell Davis: 1934-)의 오페라 '등대'(The Lighthouse)는 실내오페라(Chamber Opera)의 장르에 속하지만 현대 오페라 중에서 가장 괴기한 미스테리 오페라이기도 하다. 공포와 괴기한 오페라는 더러 있다. '어셔가의 몰락', '턴 오브 더 스크류' 등이 있으나 무섭고 괴기한 정도를 따지면 '등대'만한 것이 없다. '등대'의 시나리오는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1900년 12월, 스코틀랜드의 아우터 헤브라이드스(Outer Hebrides)에 있는 작은 섬인 플라난 섬(Flannan Isles)에 보급품을 싣고 가던 헤스페러스(Hesperus)호가 어두운 저녁에 플라난 섬에 도착하여 보니 등대를 지키던 근무자들이 모두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등대의 등불은 꺼져 있었지만 작동을 해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무실과 침실 등 모든 것도 평소처럼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이 침입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근무자들은 어디로 증발한 것일까? 정말로 미스테리였다.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는 이 스토리를 오페라로 만들면서 등대 이름만 플라다(Fladda)라고 변경하였을 뿐 다른 상황은 그대로 작품에 옮겼다. 플라다라는 명칭은 스코틀랜드의 지명으로서는 생소한 것이지만 작곡자는 등대 근무자들의 가족들이 혹시나 절망적인 생각을 갖는다든지 또는 이의를 제기할 것 같아서 등대명칭을 바꾸었다.
'등대'의 한 장면
'등대'는 1980년 9월 2일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라에서 초연되었다. 에딘버라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공연되었다. 3년후인 1983년 보스턴 셰익스피어 오페라단이 공연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음악적으로도 그렇지만 스릴이 넘치는 작품이었다'라고 썼다. 주요 등장인물은 단 세 사람이다. 샌디(Sandy: T), 블레이즈스(Blazes: Bar), 아서(Arthur: B)이다. 아서는 무대 밖에서 나오는 음성의 역할도 맡는다. 이 세사람은 모두 영국 해군의 장교들이다. '등대'는 프롤로그와 단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세 명의 해군 장교들이 재판과정에서 증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보급품을 싣고 외딴 섬의 등대를 찾아갔으나 등대는 불이 꺼져 있었으며 그곳의 근무자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은 심문관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차츰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 상반되는 답변을 하는 등 신경질적으로 되어간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들이 하지만 질문을 유도하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프렌치 혼이 이끌어 간다. 문제는 유령의 등장이다. 세 사람은 모두 유령을 만나 보았다고 하지만 내용에서 설명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결이 나온다. 유령이란 것은 없다는 결론이다. 세 사람은 만일 유령이 없다고 하면 아마 유령이 현대적인 로보트로 대체되어 나타났을 것이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화제가 되었던 영국 아일린 모르 섬의 등대
후반부는 등대에서 시작한다. 무대는 등대불이 점차 밝혀지다가 곧이어 가장 밝게 비치는 것으로 변한다. 후반부의 부제는 '야수들의 절규'(The Cry of the Beast)이다. 아서는 해군 장교로서 아무런 불평도 없이 의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블레이즈스는 이곳 등대의 근무자들이 교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게다가 보급되는 식료품도 형편없다면서 불평을 늘어 놓는다. 샌디는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평화스럽게 임무가 수행되도록 노력한다. 세 사람은 근무자들이 조만간 돌아 올 것으로 생각하여 기다리기로 한다. 샌대는 크립(카드 게임)이나 하자고 제안한다. 의무가 먼저인 아서는 등대의 불을 밝히기 위해 나간다. 두 사람이 카드 놀이를 하는데 카드들의 음성은 무대 뒤에서 들린다. 무시무시한 예언을 하는 소리이다. 카드 게임을 하던 블레이즈스가 샌디를 속인다. 손에 다른 카드 한 장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한바탕 싸울 듯한 태세이다. 그때 마침 아서가 돌아 오는 바람에 두 사람은 다투는 것을 중지한다. 샌디는 기다리는 시간 동안 노래나 부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우리에 갇힌 야수들이 마침내 자기들끼리 잡아 먹는 것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이곳에 있는 동안 화평하게 지내자고 말한다. 블레이즈스는 좋다고 하면서 '그러면 우리 중에서 누가 왕(킹)이고 누가 악마이며 누가 바보인지 알아보자'고 대꾸한다. 블레이즈스가 먼저 노래를 부른다. '내가 어릴 때에 거리에 한 명의 악한이 있었네'(When I was a kid our street had a gang)라는 노래이다. 노래의 반주가 흥미롭다. 뼈를 서로 부딪혀 내는 소리, 바이올린, 벤조가 반주를 한다. 블레이즈의 노래는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는데 아버지가 체포되어서 교수형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다음은 샌디의 차례이다. 샌디는 센티멘탈한 사랑의 발라드를 부른다. 첼로와 피아노가 반주를 한다. 샌디의 노래에서 후렴은 두 사람이 엉뚱한 가사로 받아서 부른다. 샌디는 사랑의 발라드를 불렀는데 후렴의 가사는 '닭이 큰 소리로 우네. 잠에서 깨어났네...'라는 내용이다. 아서는 구세군의 노래를 부른다. 아서는 신앙적으로 경건한 사람이다. 우상인 황금 송아지에 대한 노래이다. 반주는 금관악기가 맡는다. 아서는 개인적으로 레위 사람들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세 사람은 한참이나 기다렸는데도 근무자들이 오지 않자 점점 실망한다. 갑자기 짙은 안개가 낀다. 혼(Horn)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유령들을 부르는 소리이다. 첫번째로 블레이즈스와 관련한 유령들을 부른다. 블레이즈스가 살해한 사람의 유령, 교수형을 당한 아버지의 유령 등이 나타난다. 다음에는 샌디와 관련된 유령들을 부른다. 샌디의 여동생과 학교 친구들의 유령을 부른다. 아서와 관련해서는 황금 송아지를 부른다. 아서가 보니 황금 송아지가 세 사람에게 대들기라도 하듯 바다를 건너오고 있다. 아서는 '오직 한가지 치료방법은 저 야수를 죽이는 것이다'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에게 무기를 들고 돌진하자고 주장한다. 아서는 De profundis(시편 130장 참회의 노래)를 부른다. 아서는 황금 송아지의 두 눈이 비록 어두운 밤이지만 현기증이 나도록 밝게 빛나고 있다고 하면서 어서 저 황금 송아지를 죽이러 가자고 독려한다. 얼마후 유령들이 사라지고 음악이 조용해지자 세 사람이 타고 왔던 보급선이 보인다. 세 사람의 보급선 장교들은 '우리는 우리를 방어해야 했다.'고 말한다. <내용이 좀 황당하겠지만 실제로 오페라를 보면 공포의 스릴을 맛볼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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