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집중탐구/뮤지컬-알파와 오메가

뮤지컬이 뭐길래?

정준극 2013. 8. 16. 10:10

뮤지컬이 뭐길래?

 

뮤지컬의 세가지 요소는 음악, 가사, 그리고 대본(Book)이다. 대본은 전체 스토리를 말하기도 하지만 노래로 부르지 않는 대화체의 대사 파트를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노래 가사와 대화체 대사를 모두 대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페라에서의 리브레토(Libretto: 이탈리어어로 작은 책, Little Book이란 뜻)와 같다. 음악과 가사가 합하여 뮤지컬의 스코어(Score)를 이룬다. 뮤지컬의 해석은 제작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제작진이란 총감독, 음악감독, 그리고 안무가를 포함한다. 기술적인 사항도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무대 배경, 의상, 무대 장치, 조명 등을 말한다. 뮤지컬 공연은 제작진에 따라 매번 다를수 있다. 하지만 원래의 제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뮤지컬 시카고(Chicago)에서 밥 포쎄(Bob Fosse)가 처음 안무한 것을 그 이후로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Chicago)의 포스터

                       

뮤지컬이 몇 시간짜리여야 하느냐에 대한 기준은 없다. 단막일수도 있고 여러 막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이다. 긴 작품은 서너시간 걸리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평균적인 오페라보다는 짧다. 오늘날에는 보통 2막으로 구성된다. 1막과 2막 사이에는 인터미션이 있다. 휴식시간이다. 보통 1막이 2막보다 훨씬 길다. 그리고 1막에서 뮤지컬의 거의 모든 음악이 소개된다. 일반적인 뮤지컬은 보통 4-6개의 테마 음악으로 구성된다. 주제가이다. 이 주제가들이 뮤지컬 전편을 통하여 반복된다. 주제가 사이에 대화체 대사가 들어간다. 어떤 뮤지컬에서는 대화체 대사라고 해도 음악에 맞추어 부르는 경우가 있다. 오페라에서의 레시타티브와 같다. Les Miserables(레미제라블)에서 그러하며 Jesus Christ Superstar(예수 그리스도 수퍼스타)에서도 그러하다. 한편, 오페라라고 해도 대화체 대사가 많은 작품도 있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Die Zauberflote(마적)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오페레타에서는 대화체 대사가 나온다. 그러므로 대화체 대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뮤지컬이라고만은 볼수 없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The Magic Flute)의 한 장면


또 한가지 뮤지컬의 특징은 언어를 관중에게 맞춘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뮤지컬을 공연할 때에는 반드시 영어로 공연한다. 독일에서는 독일어로 뮤지컬을 공연하며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공연한다. 예를 들어 Les Miserables(레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되어 있지만 런던이나 뉴욕에서 공연할 때에는 영어로 번역하여 무대에 올린다.

 

뮤지컬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오페라의 성악가는 기본적으로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오페라 성악가에게 배우로서의 연기는 부수적이다. 그러나 뮤지컬 가수는 일반적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우선이며 음악은 다음이다. 여기에 노래를 잘 부를줄 알거나 최소한 노래가 무언지 아는 사람이면 된다. 뮤지컬 가수는 반드시 전문 성악가일 필요가 없다. 뮤지컬 작곡가는 그런 점을 감안하여 노래를 작곡한다. 그래서 극장측에서는 뮤지컬 출연자들에게 마이크를 사용한다. 살살 노래해도 잘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오페라에서는 마이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뮤지컬 '스타라이트 엑스프레스'(Starlight Express)의 한 장면. 무선 마이크는 필수.


오페라와 뮤지컬 사이에 이런 구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구분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오페라와 뮤지컬, 그리고 오페레타, 코믹 오페라, 라이트 오페라(Light opera), 뮤지컬 플레이(Musical play), 뮤지컬 코미디, 발레스크(Burlesque), 트라베스티(Travesty), 뮤직 홀(Music Hall), 심지어는 레뷰(Revue)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레오나드 번슈타인과 스테픈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의 작품은 오페라로 대접받기도하고 뮤지컬로 대접받기도 한다. 손드하임의 작품 중에서 오래전에 나왔던 오페레타는 분명히 오페레타이지만 요즘 들어 현대적 연출로 다시 제작한 것은 아예 뮤지컬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심지어 손드하임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면 뮤지컬이고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하면 오페라이다’라고 단정하여 말한바 있다. 과연 맞는 말이다. 다만 이런 점은 있다. 오페라와 오페레타에서는 대단히 극적인 순간을 표현하려면 아리아로 부른다. 오페라와 오페레타에서 아리아이야 말로 가장 극적인 감정을 응축한 것이다. 과연, 오페라나 오페레타에서는 고조된 감정을 대사로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하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노래가 중점이 아니므로 고조된 감정을 노래로 소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춤으로 발산한다. 따라서 뮤지컬에서의 춤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뮤지컬 '아프리카의 발자취'(African Footprint)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