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팔라멘트

그리스의 테아트론을 모델로 삼은 의사당

정준극 2013. 11. 5. 10:22

그리스의 테아트론을 모델로 삼은 의사당

하원과 상원을 연결하는 조일렌할레(원주의 홀)

 

오스트리아 팔라멘트(의사당)

                                           

팔라멘트의 회의실, 즉 의사당을 소개하기 전에 우선 현관, 그리고 중간의 '조일렌할레'(Säulenhalle: 원주의 홀) 등을 우선 소개코자 한다. 팔라멘트의 좌우를 나누는 중간에는 현관 홀이 있고 여기에 베스티뷸(vestibule)이라고 하는 현관 회랑이 있으며 아리티움(aritium)이라고 부르는 안뜰이 있고 다원주(peristyle)의 방이 있으며 그 건너편으로 넓은 방이 두개가 있다. 건축가인 한센은 실내 장식을 위해서 그리그의 건축 요소를 도입하였다. 즉, 기둥들은 도리안식, 이오니아식, 고린도식의 기둥들을 적절히 혼합하였으며 방들의 벽면 장식을 위해서는 폼페이 스타일의 스투코(stucco)를 이용하였다. 이 참에 스투코가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모래에 석회석을 섞어서 미장재로 쓰는 것을 말한다. 아름답게 색을 입히면 마치 대리석처럼 보이기도 한다.스투코는 주로 벽면이나 천정 등에 세밀한 장식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오스트리아 팔라멘트와 아테나 분수의 일부

 

주랑의 현관인 포르티코(portico)에 있는 주입구는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의 에렉테이온의 현관문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청동으로 만든 문도 에렉테이온의 문과 같다. 링슈트라쎄 쪽의 주입구로 들어가면 이 건물의 현관 회랑이 나온다. 회랑에는 이오니아식 원주들이 서 있다. 회랑의 벽면은 파보나쪼(Pavonazzo)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회랑의 벽감(niche)에는 그리스 신들의 조각상들이 들어 있다. 왼쪽으로부터 아폴로, 아테나, 제우스, 헤라, 헤피스투스(Hephaestus)가 있으며 오른쪽에는 헤르메스, 데메터(Demeter), 포세이돈, 아르테미스, 아레스가 있다. 벽감의 위쪽에는 무려 100 미터가 넘는 프리즈(소벽)가 있고 여기에도 신들의 모습이 있다. 프리즈의 장식은 비엔나 출신의 화가인 알로이스 한스 슈람(Alois Hans Schram)의 작품이다. 프리즈의 그림들은 평화, 덕성, 애국에 대한 축복을 비유적으로 그린 것이다. 한편, 조일렌할레(기둥의 홀)의 그랜도 홀로 들어가는 입구의 상단 프리즈에는 오스트리아가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 Gut und Blut furs Vaterland(조국을 위해 선행을 하며 피를 흘리라)라는 모토를 표현한 것이며 아울러 전사들은 충성을 서약하고 여인들은 제물을 가져오는 그림이다. 여하튼 오스트리아 의사당을 방문하면 그리스 신화에 대하여도 공부가 된다.

 

조일렌할레

                         

조일렌할레(기둥의 홀)은 길이가 40미터가 되는 넓은 홀이다. 오스트리아 서쪽 끝 아드네트(Adnet)에서 나온 대리석으로 만든 24개의 고린도식 원주들이 들어서 있다. 기둘들은 대리석 하나로 만든 통채의 것으로 무게가 무려 16톤이나 나간다. 그런 기둥들이 있기 때문에 조일렌할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둥의 상단은 23카라트(96%)의 금으로 입혔다. 조일렌할레의 바닥도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마루는 하이포코스트(hypocaust)라는 난방장치를 설치했다. 우리 식으로 보면 온돌이나 마찬가지이다. 조일렌할레를 가로 질러서 가는 끝에는 전에 하원, 즉 아브게오르드네텐하우스의 회의실로 사용하던 방이 있다. 설계를 맡았던 한센의 아이디어는 조일렌할레를 건물의 전체 중앙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조일렌할레는 상원과 하원의 서로 만나 협의를 하는 장소로 구성했다. 한센은 또한 군주가 의회를 개원하는 장소로 사용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군주가 왕좌에서 의회에 대한 교서를 발표하는 것은 마치 영국의 경우와 같은 아이디어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행사는 팔라멘트가 완성된 이래 한번도 거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프란츠 요셉 황제는 개인적으로 의회에 대하여 별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프란츠 요셉 황제는 오히려 의회를 경멸하였다. 대신에 의회 의원들과 국민의 대표들에 대한 교서는 호프부르크 궁전에서 발표되었다. 조일렌할레의 프리즈는 폭이 2.3 미터에 길이가 무려 126 미터나 된다. 설계와 그림은 에두아르드 레비츠키(Eduard Lebiedzke)가 맡았다. 그림 그리는 작업은 1907년에 착수해서 1911년에 완성했다. 프리즈의 그림은 의회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들이다.

 

저녁나절의 팔라멘트 건물

 

조일렌할레는 2차 대전 중에 영국과 미국의 폭격으로 크게 파손되었다. 특히 1945년 2월 7일에는 팔라멘트가 직격탄을 맞아 최소한 두개의 원주와 천정의 채광창(스카이라이트)이 완파되었다. 그리고 천정의 도금부분과 그 아래의 프리즈 부분도 거의 모두 파손되었다. 프리즈의 남아 있는 부분들은 제거되어 잘 보관하였다. 그렇게 보관한 프리즈 파트들은 1960년대에 가서야 프리즈를 복구할 때에 사용되었다. 오늘날 조일렌할레는 주로 하원의장이나 상원의장이 연회를 주관할 때에 사용된다. 또한 관례적인 의회 리셉션도 이곳에서 열린다. 조일렌할레의 뒤편에는 엠팡스살론(Empfanssalon)이 있다. 하원의장의 접견실이다. 접견실의 벽장식은 폼페이 스타일의 스투코로 되어 있다. 그리고 천정에는 대형 채광창이 설치되어 있다. 접견실의 벽면에는 1945년 이래 하원의장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접견실로부터 더 뒤쪽으로 가면 전에 제국의회가 사용하던 리셉션 홀이 있다. 현재 이 방에서는 주로 예산과 결산, 그리고 감사에 대한 청문회 등의 회의가 열린다. 그래서 방이름도 부제트잘(Budgetsaal: 예산실)이라고 알려져 있다. 예산실은 르네상스 양식의 대리석과 스투코로 장식되어 있고 천정도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천정에는 제국의 17개 영토를 대표하는 문장(coat of arms)들이 새겨져 있다. 제국의회는 이들 17개 영토의 대표로 구성되었었다.

 

조일렌할레(원주의 방)

 

과거의 하원(아브게오르드네텐하우스)의 회의실은 오늘날 연방의회(분데스페어잠룽)가 '국가기념일'(Der österreichische Nationalfeiertag: 10월 26일)과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 선출된 연방대통령의 취임선서식도 이곳에서 열린다. 우리나라처럼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넓은 광장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의사당의 회의실에서 조촐하게 열린다. 하기야 오스트리아는 대통령 중심제라기 보다는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상징적이며 수상이 국가행정의 모든 책임을 진다. 오스트리아가 제국일 때에 하원의 수는 364석으로 정했다. 그러다가 여러 변화로 인하여 1896년에는 의석이 425석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1907년에는 남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법안이 통과되어 의석수는 516석으로 확대되었다. 별일도 다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하원 183석, 상원 61석이다. 회의실에는 두 층의 방청석(갤러리)이 마련되어 있다. 아랫쪽 방청석의 가운데는 국가수반, 즉 연방대통령을 위한 좌석이다. 방청석의 오른쪽은 외교사절들을 위한 좌석이며 왼쪽은 내각과 국가수반의 가족들을 위한 좌석이다. 그리고 양쪽 끝으로는 취재기자들을 위한 좌석이 있다. 두번째 방청석은 일바인을 위한 곳으로 아랫쪽 방청석보다는 좀 더 뒤로 들어가 있다.

 

분데스라트(상원) 회의장

 

회의실은 고대 그리스의 테아트론을 기본으로 하여 설계되었다. 그리스의 야외극장을 말한다. 의장석의 뒷 벽면에는 대리석 열주(列柱)들이 버티고 서 있다. 각 기둥에는 박공(게이블)이 있고 여기에 인물상들이 담겨 있다. 인물상들은 시간의 경과를 비유한 것이다. 일반 기둥(컬럼)과 벽기둥(필라스터)은 운터스버그에서 가져온 대리석으로 만들었고 출입문들의 장식은 잘츠부르크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원주들 사이의 벽감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로마제국의 인물들의 모습을 담았다. 누마 폼필리우스(Numa Pompilius), 신시나투스(Cincinnatus), 퀸투스 화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 카토(Cato the Elder), 가이우스 구라쿠스(Gaius Gracchus), 시세로(Cicero), 만리우스 토크쿠아투스(Manlius Torquatus), 아우구스투스(Augustus), 세네카(Seneca the Younger), 콘스탄틴 대제(Constantine the Great) 등이다. 프리즈의 그림은 아우구스트 아이젠멩거(August Eisenmenger)의 작품이다. 시민생활에서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중요한 사건들을 그린 것이다. 오른쪽으로부터 설명하자면,

 

1. 켄타우로스(Centaurs: 반인반마의 괴물)와 라피테스(Lapithes)의 전투

2. 미노스(Minos)가 자기의 기준으로 판단하다.

3. 스파르타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선서하다.

4. 브루투스가 아들들을 비난하다.

5. 메네니우스 아그리파(Menenius Agrippa)가 백성들과 화해하다.

6. 소포클레스가 아이쉴로스(Ayschylos)와 경쟁하다.

7.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시장을 찾아가다.

8. 의사당의 순서를 페리클레스를 통해 정하다. (페리클의 머리 부분은 테오필 한센의 모습을 닮고 있다.)

9. 올림피아의 헤로도트(Herodot)

10. 플라토가 법을 가르치다.

11. 데모스테네스가 시민들에게 연설하다.

12. 데시우스 무스가 스스로 제물이 되다.

13. 카이우스 그라쿠스가 의장의 연단에서 연설을 하다.

14. 솔론이 아테네 사람들에게 법을 준수하도록 말하고 있다.

15. 평화

 

1980년-1900년 당시의 링슈트라쎄와 팔라멘트 건물. 아직 팔라스 아테나 분수는 없다.

 

하원의 회의실은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했다. 나중에 오스트리아를 이끌어나간 정치인들이 주로 하원의원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예를 들면 독토르 칼 렌너이다. 그는 나중에 수상이 되었고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되었다. 레오폴드 쿤샤크(Leopold Kunschak)는 나중에 보수당수가 되었다. 오스트리아 이외의 지역에서 의회의원으로 활동한 사람들도 나중에 자기들의 나라에 돌아가서 각각 중요한 정치 지도자들이 되었다.

 

과거의 하원회의장은 1920년 이후부터 나치오날라트의 본회의장으로 사용되었다. 회의장은 고전적인 스타일로 설계되었다. 말편자 모양의 좌석 배치이다. 나치오날라트 회의장은 1945년 공중폭격으로 파괴되었다. 그후 오스트리아 제2 공화국에 들어와서 완전히 현대식으로 재건되었다. 새로운 회의장은 1956년에 완성되었다. 1950년대를 대표하는 건축이다. 회의장 벽면의 장식이라고는 철제 문장들 뿐이다. 바닥의 카펫 색갈은 녹색이다. 이는 당시에 어느 정당의 색갈도 아니었다. 녹색은 또한 사람들의 격한 감정을 진정시키는 효력이 있다. 열띤 토론을 거쳐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안정된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치오날라트 회의장

                           

분데스라트 회의장은 과거 상원(헤렌하우스) 회의장에 옆에 있다. 이 회의장은 원래 헤렌하우스(귀족원) 의원들의 비공식 협의회장으로 사용되던 방이었다.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이 막을 내린 후인 1920년에 헤렌하우스 회의장은 상원(분데스라트) 회의장이 되었다. 단상의 벽면에는 오스트리아의 문장과 오스트리아의 아홉개 주의 문장이 걸려 있다. 유네스코는 비엔나의 1구 인네레 슈타트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따라서 1구의 링슈트라쎄에 있는 건물들도 모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이에는 당연히 팔라멘트 건물도 포함되고 있다. 팔라멘트 건물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정한 1급(Grade 1) 건물이다. 개인이 팔라멘트의 내부를 구경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방법이 있다. 2005년 10월 이래 팔라멘트 건물 내에 방문자 안내소가 설치되었다. 방문객들은 전에는 건물 옆의 입구로 출입을 하였지만 지금은 정면 쪽의 1층(그라운드 레벨)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수 있다. 팔라멘트의 주소는 7구 노이바우의 독토르 칼 렌너 링 3번지이다. 팔라스 아테나 분수의 뒤편에 건물의 출입구가 있으며 들어가면 방문자 센터(Besucherzentrum)가 있다. 내부 관람은 예약에 의해서만 가이디드 투어로서 가능하다. 용무가 있어서 방문하는 경우는 평일에는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토요일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팔라멘트 1층의 방문자 센터(Credit: 오스트리아 팔라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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